서적소개
고래의 복수 :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
원제 : Revenge of the Whale : The True Story of the Whaleship Essex (2002년)
너새니얼 필브릭 / 중심 / 2005.7.11
2000년 미국에서 출판되어 ‘타임’지가 선정한 2000년 논픽션 부문 최우수 작품에 올랐으며 전 미국 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던 <바다 한가운데서(In the Heart of the Sea>의 청소년 판이다. 책은 1920년 실제로 일어났던 미국의 포경선 에식스호의 조난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명의 선원을 싣고 있던 에식스호는 무게가 80톤은 나감직하게 거대한 향유고래에 부딪혀 침몰하며 살아남은 선원들은 3개의 보트에 몸을 싣고 조난을 시작한다. 건빵과 식수를 잃고, 동료의 사체를 양식으로 하며 목숨을 부지하던 이들은 조난 77일째, 급기야, 제비뽑기로 죽을 사람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3개의 보트는 조난 90일 좀 넘어서야 마침내 지나던 포경선에 구조된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그때 생존한 일등항해사 체이스의 아들을 통해 허먼 멜빌에게까지 전해졌다. <백경>의 상당한 부분이 이 에식스호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취한 것이다. 마지막에 피쿼드호가 고래에 맞아 침몰하는 부분까지 말이다.
지은이는 여러가지 연구사례들을 총동원해, 갈증과 굶주림이 어떻게 인간을 극단적인 정신상태로 몰아가는지, 식인을 하게 된 인간의 심리적 갈등은 어떤 것인지 등의 아슬아슬한 문제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 목차
머리말
에식스호의 승무원
- 고래잡이의 본고장 낸터컷
- 뜻밖의 일격을 당하다
- 고래가 나타났다
- 태평양으로
- 고래의 공격
- 어디로 가야 하나
- 표류의 시작
- 혀가 타는 갈증
- 저기 섬이 있다
- 필요의 속삭임
- 운명의 제비뽑기
- 독수리의 그림자
- 귀향
- 그 뒤의 이야기
에필로그
옮기고 나서
옮긴이 주석
- 저자소개 : 너새니얼 필브릭 (Nathaniel Philbrick)
〈뉴욕타임스〉가 인정한 최고의 논픽션 작가이다.
1956년 보스턴에서 태어나 브라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듀크대학교에서 미국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4년 동안 〈세일링 월드 Sailing World〉라는 잡지사에서 항해와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쓰고 편집을 했다.
1986년, 19세기 미국 포경 산업의 본거지였던 낸터킷섬으로 거처를 옮긴 후 이곳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20년 실제로 일어났던 미국의 포경선 에식스호의 조난 이야기를 재구성한 『바다 한가운데서 In the Heart of the Sea』로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03년에는 『영광의 바다 Sea of Glory』로 시어도어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양사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미국 건국사를 다른 시각으로 서술한 『메이플라워 Mayflower』를 발표하여 기막힌 스토리텔러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이 책은 출간된 그해에 ‘매사추세츠 북 어워드’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 북 리뷰〉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2007년 퓰리처상 역사 부문에 후보로 올라 마지막까지 수상 경합을 벌였다.
.역자: 한영탁
동국대학교 영문학과와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선일보,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 리더스 다이제스트 편집장, 세계일보 국제부장, 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지금은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은래》, 《등소평》, 《장개석》, 《나의 사랑 버지니아 울프》, 《삶과 문학의 길목》, 《티베트에서의 7년》, 《제독의 딸》, 《바다에서의 사투 272일》, 《홀로코스트》, 《모스카트가》, 《여인과 수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그러자 갑자기 고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비가 20피트나 됨직한 꼬리가 펌프질을 하듯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처음엔 약간 좌우로 흔들리며 천천히 움직이던 꼬리의 펌프질이 점점 빨라지면서 거대한 술통처럼 뭉툭한 대가리 주변에 자욱한 물보라가 피어올랐다.
놈읜 에식스호의 좌현을 겨냥하고 돌진해오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배와 몇 야드 안 떨어진 곳까지 다가왔다.
체이스는 ‘놈이 매우 날쌔게 우리 쪽으로 달려들었다’고 기억했다.
체이스는 고래한테 정면 충돌당하는 걸 피하려고 니커슨에게 ‘키를 한껏 올려라!’ 하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몇몇 다른 선원들도 엉겁결에 고함쳐서 경고를 발했다.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내 귓전에 닿기 바쁘게 어마어마한 충격이 뒤따라 일어났다’고 니커슨은 기억했다.
고래가 배의 닻줄 바로 앞쪽을 들이받았던 것이다.
에식스호는 마치 거대한 바위에 부딪친 것처럼 흔들렸다.
배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나둥그러졌다.
갈라파고스 거북들이 갑판을 가로질러 미끄러졌다. – 본문 82쪽에서

- 출판사 서평
이 책은 같은 저자의 베스트 셀러였던 『바다 한가운데서』의 청소년 판으로, 허먼 멜빌의 『백경』 (Moby-Dick)의 모티브가 된 실제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자 필브릭은 에식스호의 선원 20명 가운데 6명이 10대 청소년이었으며, 그들 중 4명이 온갖 시련을 뚫고 끝까지 살아남음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인내와 용기, 모험심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청소년판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초,중등학교 교과서에는 에식스호의 침몰과 거기서 살아남은 청소년 선원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허먼 멜빌의 『백경』 (Moby-Dick)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
1820년 11월 20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적도를 따라 2,800킬로미터쯤 떨어진 태평양에서 미국 낸터킷 선적의 238톤짜리 포경선 에식스호가 몸길이 약 80피트에 무게가 80톤 정도는 나갈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향유고래에 받혀 침몰했다.
고래는 처음 공성 (攻城)망치처럼 뭉툭하게 생긴 거대한 머리로 에식스호의 좌현을 들이받고 배 바닥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배의 용골을 떨어져나가게 했다. 충돌의 충격으로 잠시 멍한 상태에 있던 놈은 곧이어 보통 때보다 두 배나 빠른 시속 6노트의 속도로 배를 향해 돌진해 앞쪽 좌현 닻걸이 아래 부분을 들이받았다. 놈은 계속해서 꼬리를 위아래로 퍼덕이며 자기 몸길이와 비슷한 87피트 길이의 배를 뒤로 밀어 붙였다.
순간 선실에 있던 선원 하나가 허겁지겁 갑판으로 뛰어올라오면서 “배에 물이 차 오른다”고 외쳤다. 포경선은 뱃머리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고래잡이보트 두 척에 나눠 타고 각각 고래에 작살을 꽂는데 성공한 선원 12명을 제외한, 본선에 남아 있던 선원 8명은 급히 남은 고래잡이보트를 내려 침몰하는 에식스호에서 탈출했다.
고래가 첫 공격을 한 후 선원들이 기울어지는 에식스호를 탈출하기까지는 채 10분도 경과하지 않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고래잡이 역사상 포경선이 그들의 순하기만 한 사냥감에게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은 일찍이 듣도 보도 못한 사건이었다 (물론 이후 고래의 남획에 보복이라도 하듯 향유고래가 포경선을 공격해 침몰시킨 사건이 가끔 발생한다). 에식스호 선원들은 이날 그들이 향유고래 두 마리에 작살을 꽂은 것에 대한 고래의 보복 말고는 고래의 이 같은 행동을 달리 생각할 수 없었다.
한때 포경선 선원으로 일했던 허먼 멜빌은 에식스호 침몰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적인 명작 『백경』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멜빌의 소설이 끝나는 시점-피쿼드호의 침몰-은 실제 에식스호의 침몰에서는 사건의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동료의 시체를 양식으로 삼아
에식스호의 선원 20명은 침몰하는 모선에서 물에 젖지 않은 얼마간의 건빵과 식수를 꺼내 보트에 옮겨 싣고, 모선에서 잘라낸 돛으로 25피트 길이의 고래잡이보트를 쌍돛단배로 개조한 후 세 척의 보트에 나눠 타고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향한 필사적인 항해에 나선다.
선원 20명 가운데 열네 살짜리 사관실 급사 토머스 니커슨을 포함해 10대 청소년이 6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처음 선원 한 사람당 하루에 170그램의 건빵과 한 컵 분량인 0.23리터의 식수로 연명하며 표류 항해를 시작했다. 이것은 약 500칼로리의 열량에 해당한다.
그러나 동쪽으로 부는 무역풍에 밀려 항해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급식량을 하루 건빵 85그램으로 줄이고, 다시 43그램으로 줄였다. 뜨거운 태양과 폭풍이 끊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서 선원들은 극도의 굶주림과 갈증으로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표류가 시작된 지 50일째 되는 날 이등항해사 조이가 죽었다. 미국 본토 출신 백인인 그는 항해 초기부터 병색이 있었다.
세 척의 보트는 서로 헤어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폭풍 속에서 일등항해사 체이스의 보트가 사라져버렸다.
표류 60일째 되는 날 체이스 보트의 흑인 선원 피터슨이 죽었다. 그때까지 선원들은 죽은 동료를 태평양에 엄숙하게 장사지냈다.
그러나 그날 헨드릭스 보트에 타고 있던 흑인 토머스가 죽었을 때 선원들은 토머스의 시체를 수장하는 대신 양식으로 쓰기로 합의했다. 그때 헨드릭스 보트와 선장 폴라드 보트에 타고 있던 열 사람에게 남아 있는 식량은 450그램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틀 후 역시 흑인 쇼터가 죽었을 때도 그들은 쇼터의 시체를 나누어 먹었다. 다음날 식량이 완전히 떨어졌을 때 생존자들은 그 사악한 식사에 참여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어서 2~3일 간격으로 역시 흑인 셰퍼드와 리드가 죽어서 동료들의 양식이 되었다.
에식스호 선원 20명 가운데 낸터킷 출신 백인은 9명, 미국 본토 출신을 비롯한 낸터킷 사람들이 이른바 ‘외지인’이라고 부르는 백인이 5명, 그리고 흑인이 6명이었다.
이제 흑인 6명 가운데 5명이 죽고 그 중 4명의 시체가 동료들의 목숨을 이어주는 양식이 되었다.

.10대 청소년들의 놀라운 용기와 인내
표류 77일째인 1821년 2월 6일, 폴라드 보트의 생존자 4명은 새뮤얼 리드 시체의 마지막 남은 조각까지 깡그리 먹어치웠다.
그들은 벌써 보름 동안을 죽은 동료의 시체로 연명해왔다. “이제 우리는 마음속에 끔찍한 생각을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 생존자는 전했다. “그러나 차마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이윽고 폴라드 보트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열여섯 살짜리 찰스 램스델이 입에 올리기 무서운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는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비를 뽑아서 죽을 사람을 결정하자고 말했다.
희생자가 될 제비는 폴라드 선장의 열일곱 살짜리 이종동생 오웬 코핀이 뽑았다. 선장은 어린 동생 대신 자신이 희생자가 되겠다고 제의했으나 코핀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체념하고 있었다. 그들은 코핀을 쏠 사람을 결정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제비를 뽑았다.
코핀은 죽기 전 어머니에게 이별의 말을 남기고, 제비를 뽑은 건 공정했다고 친구들을 안심시킨 후 돌아서서 뱃전에 머리를 얹었다.
“그는 빨리 처치되었다. 그는 곧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폴라드와 램스델은 표류 94일째 되는 2월 23일 칠레 연안의 세인트마리 섬 부근에서 지나가던 포경선에 의해 구조되었다. 구조 당시 그들은 안도의 웃음으로 구조자들을 맞이하는 대신 갈증과 굶주림으로 극심한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죽은 동료의 뼈를 움켜쥔 채 말도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보다 5일 전인 2월 18일 체이스 일행도 표류 항해 89일 만에 칠레 연안에서 런던 선적의 상선에 구조되었다. 그들도 항해 마지막에는 굶주림과 갈증으로 미쳐서 죽은 동료 콜의 시신을 먹으며 생명을 연장해왔다.
에식스호 선원 20명 가운데 8명만 살아남았다. 흑인 6명은 모두 죽었다. 니커슨을 포함해 10대 청소년은 4명이나 살아 돌아옴으로써 그들의 놀라울만한 용기와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미국의 초?중등학교 교과서에는 에식스호 사건과 여기에서 살아남은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들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장장 4,500 해리나 항해해 원래 목표로 했던 지점에 정확히 도달하는 기적 같은 항해술을 보여주었다. 이 같은 항해 거리는 바운티호의 선상반란자들로부터 유기된 후 지붕 없는 보트로 용감하게 항해해야 했던 윌리엄 블라이 선장의 그것보다 적어도 800킬로미터나 더 먼 거리이고, 어네스트 섀클턴 경이 사우스조지아 섬까지 표류한 유명한 항해보다 다섯 배나 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 책은 2000년 미국에서 출판된 『바다 한가운데서』의 청소년 판이다. 저자 나다니엘 필브릭은 포경선 에식스호에 승선한 고래잡이 선원 20명 가운데 10대 소년이 6명이나 되고 그 중 4명은 끝까지 살아남아 청소년들에게 모험심과 용기를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2002년 청소년판을 냈다. 이 책의 주제가 된 고래잡이배 에식스호의 조난은 20세기 타이타닉호의 침몰에 버금가는 19세기 최악의 해양 참사 가운데 하나로, 허먼 멜빌의 『백경』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에식스 침몰 후 시작된 선원들과 죽음과 삶의 표류를 주제로 삼았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