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페터 비에리) / 들녘 / 2014.3.25
– 파스칼 메르시어의 장편소설.

비 나리는 어느 날, 고전문학을 가르치던 그레고리우스는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자를 구한다. 여자는 수수께끼 같은 숫자를 그의 이마에 적어주고는, 붉은 코트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흔적을 쫓아 책방에 들렀다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포르투갈 책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양, 미지의 인물을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다. 인생의 변곡점은 그렇게 다가오고, 그레고리우스는 지난 날 치열하게 살았던 한 남자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파시스트의 암울한 하늘 아래서, 너무나 이지적이면서도 미치도록 가슴 뛰는 본능을 지녔던 남자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
○ 목차
출발
만남
시도
귀로
작가와의 대담
서평 “다르게 사는 삶도 가능하다”
○ 저자소개 : 파스칼 메르시어 (페터 비에리)
1944년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났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철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버클리대학, 하버드대학, 베를린 자유대학 등 여러 곳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마그데부르크대학 철학사 교수 및 베를린 자유대학 언어철학 교수를 역임했다. 2014년 트락타투스상을 수상한 《삶의 격》과 《자기 결정》 《자유의 기술》 등 다수의 철학서를 저술했다. 문학 창작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비롯, 《페를만의 침묵》 《피아노 조율사》 《레아》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현재 인간의 정신세계, 철학적 인식의 문제, 언어철학 등 폭넓은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며 연구 및 저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 역자: 전은경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엔대학교에서 고대 역사 및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출판 편집자를 거쳐 현재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16일간의 세계사 여행』, 『데미안』, 『못된 장난』,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청소년을 위한 천문학 여행』, 『리스본행 야간열차』, 『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성의 역사』, 『나보다 어린 우리 누나』 등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P.5
우리의 삶은 죽음이라는 저 바다로 흘러드는 강과 같다.
P.11
˝전… 저는 이 번호를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날아가는 편지를 본 순간,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13
이마에 적힌 숫자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따뜻한 물에 수건 끝을 적셔 이마를 문지르려다 말고 멈칫했다. 몇 시간 후 그날 일어난 일을 다시 떠올려보면서, 거울 앞에 서 있던 바로 그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되었음을 깨달았다. 갑자기 수수께끼 같은 여자와 만난 흔적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그 찰나에 들었던 것이다.
P.25
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에서 떨어져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
P.27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리가 영혼의 고고학자가 되어 이 보물로 눈을 돌리면, 이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게 된다.(침묵하는 경험이 오히려 삶을 바꾼다.)
P.28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P.43
6시 정각에 그는 역안내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다. 제네바에서부터 스물여섯 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 했다. 파리를 거쳐 바스크 지방의 이룬에서 야간열차로 갈아타야 하며 리스본에는 아침 11시 무렵에 도착한다고했다. 그는 기차표를 예약했다. 제네바로 가는 기차는 7시 반에 있었다.
P.45
너무 일찍 찾아온 인생의 비참함, 쫓기는 눈빛, 심각한 질병의 징후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변한 얼굴이 증명하는, 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드는 잔인함이 그를 움찔하게 만들었다.(시간이 주는 비참함)
P.55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이런 경험은 폭음이나 불꽃이나 화산 폭발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서 경험을 하는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인생에 완전히 새로운 빛과 멜로디를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이 아름다운 무음에 특별한 우아함이 있다.
P.63
˝사람들은 가끔 정말 두려워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다른 무엇인가에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요.˝
P.87
어떤 도시를 그곳에 있는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 이는 그가 언제나 해오던 일이었다.
P.101
˝이제 너도 책 속으로 도망치는 구나.˝ 독서의 기쁨을 발견한 아들에게 어머니가 한 말이었다. 책에 대한 어머니의 이런 생각, 좋은 글이 지닌 마술과 같은 힘이나 광채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그를 슬프게 했다.
P.110
단 하나의 포르투갈어 단어와 이마에 적힌 단 하나의 전화번호가 도대체 어떻게 질서 정연했던 삶에서 그를 떼어내고, 베른에서 멀리 떨어진 포르투갈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게 할 수 있었을까.(인생의 전환점은 우연이 일어난다.)
P.180
˝그레고리우스, 그건 글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말하는 건 글이 아니라고요. 그냥 말을 하는 거예요.˝

P.184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그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다시 한 번 손에 모자를 쥐고 따뜻한 이끼 위에 앉아 있고 싶은 것이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면서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겪은 나를 이 여행에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이는 모순되는 갈망이 아닌가.
P.196
그런데 어쩌면 마리아 주앙이 그에게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 다른 사람들처럼 그에게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을 거요. 그에게 필요했던 게 바로 그거였을지도 몰라요. 그를 지극히 당연하게 자기와 똑같이 보는 태도 말이오. 자연스럽고 수수한 말과 눈빛과 행동으로 그를 그 자신에게서 구원할 동등함…(친구란 동등한 사람이다.)
P.264
˝난 지금 내 인생이 완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게 아니야. 현재 완성되지 못한 자기 인생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불행이라면 누구나 평생 필연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지. 반대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자각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인생을 위한 조건이야. 그러니 불행을 만드는 요소는 분명히 이와는 다른 그 무엇이지. 그건 바로, 완성되고 완전한 경험을 하는 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야.˝
P.269
나는 밤을 새운 얼굴로 아침의 태양을 마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들은 인생이 가볍든 힘들든 가난하는 부유하든 상관없이 더 많은 삶을 원한다. 끝나고 나면 모자라는 인생을 더 이상 그리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들은 삶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삶이 끝나는걸 원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P.279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P.301
과거의 흔적은 왜 나를 슬프게 하는가? 그 흔적이 뭔가 기쁜 일에 대한 기억이라고 하더라도?
P.369
˝그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자기 연인을 희생시키려고 해. 여러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어. 그가 계속 이 말을 되풀이해. 한 사람 대 여러 사람의 목숨, 이게 그의 계산이야. 날 도와줘. 도와줘야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야.˝
P.440
˝아주 오래전 일이오. 30년도 넘은 일. 하지만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인 것만 같소. 내가 약국을 그냥 가지고 있어 다행이오. 내가 우리의 우정 속에서 살 수 있으니까. 가끔 우리가 결코 서로를 잃은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소. 그냥 그가 죽었을 뿐이라는 생각….˝(죽는다고 끝난건 아니다.)
P.448
˝네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기억해, 어쩌면 내일일지도 몰라˝
P.455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무엇이 없는지 알지 못해요. 그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러다가 그게 나타나면 단 한순간에 확실해지지요.(나타나기 전까지는 무엇이 없는지 모른다.)
P.489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P.534
기차가 지나는 거리만큼 기억이 지워지고, 세상이 조금씩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가 베른 역에 도착할 때면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아진다면 여기에 머물렀던 시간도 사라지는 걸까?
P.537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P.560
왜 완행열차를 선택했느냐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지금 들고 있는 책을 마저 다 읽으려고 탔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기차만큼 책 읽기에 좋은 장소는 없다고, 새로운 것을 향해 자기가 이렇게 마음을 활짝 여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그래서 완행열차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 출판사 서평
유럽 문학의 현대고전이 되어버린 소설. 독일에서만 200만 부 판매. 30개국에서 출간.『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잃어버린 나와 만나는 마지막 순간이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은 가능한 걸까?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출발부터 귀로까지,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내내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비 나리는 어느 날, 고전문학을 가르치던 그레고리우스는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자를 구한다. 여자는 수수께끼 같은 숫자를 그의 이마에 적어주고는, 붉은 코트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흔적을 쫓아 책방에 들렀다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포르투갈 책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양, 미지의 인물을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다. 인생의 변곡점은 그렇게 다가오고, 그레고리우스는 지난 날 치열하게 살았던 한 남자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파시스트의 암울한 하늘 아래서, 너무나 이지적이면서도 미치도록 가슴 뛰는 본능을 지녔던 남자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