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캄보디아 씨엠립 5편 홍콩 6편호주 울룰루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를 덮쳐버릴 것만 같은 복잡하고 커다란 광고판들, 빼곡한 도심 속에 기다란 전기 줄 하나 매달고 유유히 떠다니는 고풍스런 2층 트램, 바로 앞 고가도로에서는 곧 오토바이를 탄 홍콩배우 유덕화가 질주해 올 것만 같고, 주윤발은 도박장에서 담배 하나 물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올 것만 같은 나라 홍콩!
홍콩이라는 나라는 단어만 들어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설레는 그런 존재감을 가진 나라다.
그도 그럴 것이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열도는 홍콩 느와르에 풍덩 빠져있었다. 사실은 미미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상대적으로 촬영기술이 부족했던 한국영화계에 제대로 불을 지핀 것이 홍콩
느와르였다.
전성기 때 감독과 배우들을 열거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니 실로 대단한 기세였다.
그 기세에 힘입어 홍콩 배우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해 음료수, 초컬릿 등 CF를 촬영하고, 각종 싸인회, 콘서트 등을 펼치며 좀처럼 홍콩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었다.
불혹을 약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상의 맛난 유혹에 기웃하는 필자의 학창시절에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장소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명 영화배우와 가수들의 사진을 판매하고 라미네이팅(코팅)을 해주는 곳, 일명 ‘코팅집’이다.
이곳들은 초 중 고등학교 인근 곳곳마다 성업이었으며 매일 매일 학생들로 미어 터졌었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매일 매일 새로이 입고되는 사진을 구입하고 코팅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남학생은 여배우 사진들을, 여학생은 남자배우들의 사진들을 스크랩하기 바빴다.
사실 책받침용으로 판매되는 것이었지만, 소중한 본인 만의 스타들을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 없었고, 그렇게 소장용 이상으로 간직하는 그런 존재감의 수준이었다.
당시 코팅 가게들은 홍콩 느와르와 함께 수년간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극장가와 텔레비전, 문구점을 휩쓸고 간 홍콩.
그 나라에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지금 현재도 홍콩은 전 세계인을 상대로 달콤한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미 홍콩의 첵랍콕 국제공항은 세계적인 HUB공항이다.
대한민국의 인천국제공항이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도심의 공항이 수용한계를 초과해 건설된 곳.
대체적으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공항 중 한곳이다.
공항을 빠져나오면 후덥지근한 날씨가 여행자들의 온 몸을 감싸 안는다.
벌써부터 찝찝한데 이 나라를 어찌 돌아다니란 말인가!
참고로 홍콩은 도보여행하는 것이 편리하며, 비교적 찾아 다니기도 쉬운 편이다.
물론 두 다리는 고생을 하겠지만…
여행은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 부지런히 발 품 팔면서 홍콩 구석구석을 다니노라면 다리 아픈 것 쯤은 일도 아니지 싶다.
분위기는 완전하게 다르지만 홍콩의 거리 풍경은 유럽만큼이나 운치가 있어 보인다.
도시 중심부의 높디 높다란 빌딩숲들도 홍콩에서는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화려하단 느낌을 받게 된다.
중화 권 지역에서 유독 홍콩만의 독특한 거리 풍경은 그 자체로 여행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우중충한 낡은 외관을 뛰어넘어 음산한 분위기까지 풍기는 이 건물이 과거 부의 상징이었다니 세월의 흔적 앞에 그 누가 당할 수 있으랴!
사실 영화의 주 촬영무대가 아니었다면 여행자들이 일부러 돌아다녀야 하는 그런 건물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익히 들어왔던 청킹맨션의 게스트하우스들과 마사지 숍들의 호객행위는 명불허전이다.
낮이나 밤이나 위협감이 들 정도니 여성여행자들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곳 청킹맨션 1층에 위치한 사설환전소가 환율이 좋다 보니 여행자들이 몰리게 되고 소매치기도 기승이다. 조심 또 조심하자.
맞은편 신호등 앞에서 따뜻한 카푸치노 한잔 들고 맨션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꼭 영화의 한 역할을 감당하는 느낌이다. 홍콩을 다니노라면 늘 그러하다.
모든 도시가 영화의 무대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영화 첨밀밀의 장만옥, 중경삼림의 임청하가 저 맨션 출구로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다.
앞서 얘기 했던가!
‘지금’이 가장 소중한 ‘금’이라고…
이제 영화 속 청킹맨션은 없다. 중경삼림의 한 장면을 렌즈 속에 담고 싶었다면, 그 바램은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맨션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낡은 외관이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가야 한다. 자꾸 자꾸 없어지기 전에.
혹자는 얘기한다.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 여유가 없다고 말이다.
나는 반대로 얘기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더 가야 한다고.
있는 것이라곤 아내와 시간 뿐인 나도 다녀오지 않는가!
이곳은 일년 열두 달 여행자와 현지인을 막론하고 북적북적 대는 곳이다.
여행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며 홍콩 최대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걸어가면 금방이라도 머리에 부딪힐 것 같이 큼지막한 거리의 간판들이 홍콩의 트래드마크라 생각 한다.
세상 어딜 가도 이러한 형태의 네온사인은 없었던 것 같고, 또 그러한 광고판들은 여행자들을 설레게 하는 기운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해변을 따라 산책하며 건너편의 센트럴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겨 보고, 스타 페리터미널 앞에 위치한 침사추이 명물인 시계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스타의 거리에서 홍콩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에 손을 대어보는 것도 마냥 신난다.
핸드프린팅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성룡, 유덕화, 장만옥 등의 손바닥이 프린팅 되어 있다.
한국에서 오빠부대를 끌고 다닌 장국영의 자리도 마련되어 있지만, 가슴 아프게 그의 손바닥은 찍혀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타의 거리’ 조성 중에 유명을 달리한 것 같다.
덥디 더운 날씨 속에도 왠지 모르게 한쪽 가슴이 시려왔다.
학창시절 그의 열렬한 팬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쉬 가시지 않았다.
홍콩은 달콤한 케익과 영국식 홍차를 맛볼 수 있는 ‘애프터눈 티’가 유명하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숙박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100여년 전통을 가진 페닌슐러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고, 호텔 앞 분수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다.
*센트럴 도보여행
쾌적한 빅토리아 공원이 펼쳐진 코즈웨이 베이는 특급호텔들과 고급 백화점, 쇼핑몰들이 모여 있어 쇼퍼홀릭에게는 참새들의 방앗간이다.
이 곳에는 조금 어이가 없는 명물이 하나 있다.
바로 ‘눈 데이 건’인데, 약 200년간 매일 정오에 대포를 쏘아왔다. 매일 딱 한방.
필자가 어이 없다고 한 상황은 이렇다.
정오에 다다르자 여행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지만 붐비지는 않을 정도다.
제복을 입은 사람이 어디에선가 나타났다. 시계를 보면서 정오를 기다린다.
관람객들도 함께 시계를 보면서 주변 사진을 찍고, 수다 떠느라 한창이다.
정오가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시간은 멀었다. 아무런 방송이나 안내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방문객들도 멍하니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 이리저리로 어슬렁 댄다. 잠깐 한눈을 팔았다.
종 한번 ‘땡’ 울리더니 갑자기 ‘뻥’하는 소리가 나고 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대포 한방 쏘고 아무런 인사도 없이 제복 입은 사나이가 제 갈 길로 가버렸다.
모두들 어이가 없었나 보다. 모르는 사람들 일색인데, 서로 쳐다보면서 웃기에 바쁘다.
그렇게 허무한 한방을 보고서는, 아니 듣고서는 잠시 개방하는 시간을 틈타 대포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본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빅토리아 공원을 따라 산책하며, 또 하나의 영화 세트장으로 간다.
셩완에는 골동품과 고미술품, 한약재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이 곳 역시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한 홍콩의 배우들이 역적모의하며 곧 무슨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영화 속 분위기다.
웨스턴 마켓은 큰 구경거리는 없지만 건물이 예쁘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의 포토 존이 되어준다.
홍콩이야기를 하니, 유독 영화얘기가 많이 나오긴 한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센트럴은 말 그대로 사회 정치 경제의 중심 지역이다.
그 지역에 영화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이색적인 장소가 있으니…
바로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The Mid-Levels Escalator)’다.
영화 속에 등장하면서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 이곳은 한 줄로 이어진 20개의 에스컬레이트가 약 1Km에 달하며 분주한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오전에는 출근용으로, 위에서 밑으로만 내려온다. 그 이외 시간에는 아래쪽에서 위로만 올라가는 시스템.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곧 지루해지고, 끝까지 올라도 주택가 이외 별다른 볼거리는 없다.
중간쯤에 끊어지는 곳에서 내려 골목골목 상점들을 구경하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의외로 분위기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이 운집해 있다.
*빅토리아 피크
피크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면 피크타워가 있다.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여행의 꽃이라 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야경 하나는 끝내준다.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기다리는 줄이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기다린 보람은 피크타워에서 종결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지는 홍콩야경은 모두들 백 만불 짜리 야경으로 손색이 없다 할 정도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Symphony of Lights’역시 볼거리다.
‘Symphony of Lights’는 빅토리아 항구의 고층 건물들에서 쏘아 올리는 야간 ‘레이저 쇼’이다.
2005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이 레이저 쇼를 보기 위해 어디에 머물다 왔는지 수많은 인파가
저녁 8시를 기해 몰려든다.
*이색적인 국경 넘나들기
국경통과는 비행기로만? NO!
홍콩에서는 MTR(지하철)을 이용해 도보로 국경도시인 중국 심천을 다녀올 수도 있고, 스타페리를
이용해 이웃 섬 나라인 마카오를 손쉽게 다녀올 수도 있다.
걸어서 홍콩과 중국, 배를 타고 홍콩과 마카오를 넘나드는 일은 아주 이색적인 추억을 선사할 것
이다.
참고로 심천에 한해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면 중국 국경비자를 즉시 발급해 주며, 이 비자로는 심
천 이외의 중국여행은 할 수가 없다.
마카오는 홍콩과 마찬가지로 비자가 필요없다.
<송준영 기자>
※ 본 글의 소유권은 송준영 기자와 크리스천라이프에 있음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