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38-1)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6장 해외유학 공부 – 박사 따기 그렇게 어려운가?
4. 이런 지도교수는 곤란하다
(사) 논문쓰기 단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연구가 좋아도 논문으로 잘 포장해서 발표되지 못하면 허사다. 그 포장은 일정한 분량 안에서 글의 형식으로 한다. 경제적이며 효과적으로 쓴, 질이 높은 글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여 장황하고 방대한 작품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 문제를 앞에서 이미 자세히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논문 쓰기 단계에서 지도교수의 역할이 또다시 중요해진다. 이때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한번에 너무 긴 시간을 두고 많이 써 오게 하는 것보다 적은 부분을 빨리 여러번 제출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논문의 방향이 엉뚱한 쪽으로 가지 않게 사전에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교수는 전체적인 내용의 방향과 흐름에 먼저 신경을 쓸 일이며, 글의 기교와 문법 등 지엽적인 사항에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사항은 급하지 않으며 나중에 가서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을 쓰는 단계에서 고려될 사항은 학생이 쓴 문장을 다듬어 주는 일 (편집 기능)도 교수의 지도책임에 속하는가이다. 여기에 명시적인 원칙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통계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도 되는 것처럼 편집을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교수나 지침은 없는 것 같다.
한국 유학생이 박사논문 수준의 영어를 남의 도움 없이 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그는 문장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논문은 내용이지 언어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더욱이 영미국가 학생들은 자기 나라 글로 논문을 써서 한국에서 학위를 받아 가기도 하는데, 우리 유학생은 언어에 대해 그렇게 걱정을 해야만 하는가? 역시 쉽게 대답 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논문의 초안을 외국어로 알아볼 정도로 쓰지 못한다면 외국대학의 박사학위를 받을 자격은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 절차문제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절차는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그러나 대학 학부와 석사과정과는 달리 리서치 중심이며 소수 정예가 원칙인 박사 과정 입학에는 성적 못지않게 그간의 실적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기가 한 연구와 논문 발표 , 실무경험, 학자가 될 자질을 증빙하는 여러 가지 [추천서류/supporting documents]를 잘 정리해서 제출할 필요가 있다. 분야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지만, 대개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떠나는 경우가 아닌 유학생에게는 경력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관례가 되다시피한 의례적으로 쓰인 게 분명한 판박이교수 추천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박사과정에도 심사절차와 입학시기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위에서 말한 같은 이유(특히 리서치박사의 경우)로 한국에서처럼 신학기 초에 공고가 나가고 같은 날에 시험을 쳐서 모두 같이 입학하는 식은 아니다. 유연성과 예외가 많은데, 관건은 학생이 하고자 하는 연구를 지도해줄 교수가 있느냐이다. 그러므로 학생은 전공 서적이나 기타 방법으로 지도교수나 담당학과장을 개인적으로 찾아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입학신청을 하고 허가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게 될 때 그는 편리한 시기에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뒤에서 지적하는 대로 작은 대학에서 지도교수를 바꾸려면 선택이 없어 결국 포기할 수 없게 될 만큼 박사과정에서는 지도교수의 유무가 중요하다. 그런 만큼 특정 학생의 입학 결정 과정에는 교수의 역할이 크다. 당연히 경쟁률이 치열한 학과에서라면 지도교수의 사전 양해 없이는 입학이 불가능할 것이다.
리서치 박사과정에는 [비전업제/part-time/파트타임)제도가 있어 직장을 다니면서 할 수도 있다. 학칙은 이때 논문제출 최소기간을 [전업제/full-time/풀타임]보다 길게 정하고 있다.
호주와 영국처럼 대학이 정부 재정으로 운영되는 나라의 경우, 대학 전체가 같은 시스템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한 학교의 박사과정에 입학된 학생이 초기 또는 후에 다른 학교로 옮기고자 한다면 지도할 교수가 있는 한 아주 쉽다. 처음 밟는 모든 절차를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논문심사위원 위촉은 교무처의 책임에 속하지만, 교무처는 해당 분야 학자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지도교수와 상의를 한다. 학생은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도교수는 학생의 의견을 참작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누가 지정 될지는 예측 못한다.
영국, 호주식 박사과정에서는 북미제도에서 하는 논문 통과 단계에서의 [구술시험/oral exam 또는 deffence]는 없다. 그러나 각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는데 매우 자세하다. 논문 내용에 이견이 있거나 미심쩍은 점이 있을 때는 구술 또는 서면으로 하는 [자기 설명 및 방어/defence]를 하게 한다. 필요하면 부분적으로 수정할 것을 조건으로 OK한다. 이때 학위위원회는 학생에게 논문을 수정해서 제출하라고 통고 한다. 그렇게 되면 논문의 [제본/binding]을 다시 맡겨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 면에서 추가 부담이지만 논문통과는 거의 확정적이다.
(자) 지도교수와 기타 문제
이때까지 말한 지도교수의 역할과 책임은 원칙론일 뿐이다. 현실은 늘 거리가 있다. 이상적인 지도교수를 만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때 학생이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명백하게 하면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교수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라면 아무리 요구를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이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했거나 나태하여 그런 것이라면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교수가 알아서 먼저 말해 주지 않거나 적당히 넘어갈 때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따져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라트로브대학의 프레이저 교수는 이 때 요구사항을 글로 자세히 적으라고 권한다. 나중에 학교측과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해야 할 때 참고가 되고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간에 마찰이 생길 경우, 불만을 듣고 시정하는 길을 정해 놓고 있다. 또 외국학생을 위한 카운슬러를 두고 이런 문제에 대해 자문해 준다. 지도교수와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때 이들과 의논하면, 이에 개입하여 학교 측과 절충해서 해결안을 찾아보겠다고 제의한다. 그런데 그러한 부탁을 하는 한국 유학생은 드물다. 섣불리 그러다가는 불리할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