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자유의 윤리 1•2
자끄 엘륄 / 대장간 / 2019.10.23
- 자끄 엘륄에게 자유는 덕목이 아니고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이다
『자유의 윤리 1』은 그 목적이 자유의 범위를 파악하고 신앙의 신학적 기초들과의 연관성을 수립하는 것에 있었다면, 『자유의 윤리 2』는 ‘이탈적 자유’, 즉 개인이 자기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에 대항하는 자유를 다룬다.또다시 우리는 저자의 사회학적 분석의 통찰력과 비순응주의적인 냉철한 정신과 성서적 주석의 견고성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자유의 윤리 2』의 독창성은 무엇보다 그 다양하고 심층적인 관점들에 있다. 엘륄은 자유의 율법에 대한 정의를 내린 뒤에, 자유에 관해 무용성, 일시성, 상대성의 다른 측면들을 기술한다. 엘륄은 “대장부가 되어라! 이 시대를 본받지 말라!”라는 성서적 권면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혀주면서, 행위와 행위들, 참여와 이탈 등의 변증법을 파헤친다. 특히 저자는 자유롭게 된 그리스도인을 욕심 없는 인간으로 상정하고, 그런 관점에서 무상성, 가용성, 봉헌, 좌절의 극복, 자발성, 창의성, 기쁨, 순종, 책임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모든 논의는 인간의 위선에 대해 단호히 규명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에서 현시대의 혼란상 가운데 윤리적으로 정립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삶과 행동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관한 성찰을 돕고 일깨우는 정말 흥미롭고 유익한 점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자끄 엘륄은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명철하게 성서를 주해하면서, 자신의 성찰의 원천을 성서 속에서 찾는다. 또한 시대를 앞선 선각자인 저자는 열정적으로 자신이 성찰한 바를 개진했고, 그가 연구한 결과물들은 환경 파괴에 대응하는 방식에 관한 현재의 논의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 목차
- 1권
역자 서문
일러두기
서 문
제1부 소외된 인간과 그리스도 안의 자유
1장·소외와 필연성 /
- 소외 /
- 필연성 /
- 죄의 결과 /
2장·그리스도의 자유와 인간 해방 / - 그리스도의 자유 /
1) 세 가지 유혹 /
2) 말씀의 자유 / - 대속 /
3장·자유의 보편성 / - 형이상학적 자유와 자유의 윤리 /
- 특권과 책임 /
- 계시의 기본여건 /
제2부 자유의 대상과 인간의 의지
1장·자유의 정의 / - 덕과 자유 /
- 선택과 자유 /
- 하나님을 위한 자유 /
2장·자유의 대상들 / -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 /
1) 육신의 자아 /
2) 자살의 유혹 /
3) 미래와 장래 /
4) 행한 일 / - 권세들에 대한 자유 /
1) 율법 /
2) 정치권력, 돈, 기술 /
3) 체계 /
4) 종교 / - 계시로 주어진 기록인 성서에 대한 자유 /
1) 해석학적 자유 /
2) 일탈의 자유 /
3) 연구의 자유 /
4) 연구의 비판 /
3장·완전한 자유 / - 자유의 범위 /
- 자유의 목표 /
1) 사랑 /
2) 하나님의 영광 /
제3부 자유의 수용
1장·자유의 자각 /
2장·자유의 보전 / - 도덕성과 부도덕성 /
- 역명제 /
1) 사랑이 없는 자유 /
2) 사람의 노예 /
3) 죄의식의 존재 /
4) 자유에 대한 비판 / - 행복과 쟁취 /
1) 행복과 자유의 관계 /
2) 쟁취의 수단들 /
3장·그리스도인의 역사적 책임 / - 적극적 책임 /
- 소극적 책임 /
엘륄의 저서 및 연구서
- 2권
서문 / 역자 서문 /
제1부·이탈적 자유와 관여적 자유
1장·자유의 율법 /
온전한 율법 /
하나님의 심판과 자유 /
자유와 사랑의 관계 /
2장 ·자유의 윤리에 맞는 자유의 범주들 /
1) 무용성 /
2) 일시성 /
3) 상대성 /
3장·지 혜 /
하나님의 지혜 /
인간에게 없는 지혜 /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지혜 /
인간의 실천적 지혜 /
그리스도의 지혜 /
4장·행위와 행위들 /
인간의 삶의 총체성 /
하나님과의 관계 /
믿음의 행위 /
믿음의 열매, 자발성, 진정성 /
행위들의 일체성 /
기술문명과 새로운세계 /
5장·“대장부가 되어라” /
구약의 대장부 /
신약의 대장부 /
일어서라, 깨어 기도하라 /
6장·이 시대를 본받지 말라 /
이 시대의 양식 /
비순응적 태도와 비순응주의 /
새로운 삶의 양식 /
7장·참여와 이탈 /
변증법적 운동 /
의지적인 선택 /
그리스도인의 참여와 이탈 /
현대사회에서 이탈의 중요성 /
제2부·이탈적 자유와 개인의 자유
1장·욕심 없는 인간 /
욕망의 긍정적 수용 /
무상성 /
가용성 /
증여와 봉헌 /
2장·좌 절 /
좌절의 두 가지 현상 /
좌절로부터의 해방 /
정신분석학적 관점 /
3장·순종과 자발성 /
1) 자발성과 창의성과 기쁨 /
자발성 /
창의성 /
기쁨 /
2) 순종 /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 /
순종과 자유의 관계 /
순종의 영향 /
순종과 자발성 /
3) 책임 /
하나님의 질문과 인간의 응답 /
책임과 가용성 /
책임과 순종 /
4장·이탈적 자유의 실패: 위선 /
1) 보편적인 인간성으로서의 위선 /
성서적 의미의 위선 /
진리의 거부 /
행동주의 /
2) 현대사회의 위선 /
종교적 위선 /
역사적 인물의 이용 /
스스로를 의롭게 하는 자기의 /
기술과 행동의 가치 변환 /
엘륄의 저서 및 연구서 /
○ 저자소개 : 자끄 엘륄 (Jacques Ellul, 1912 ~ 1994)
“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라는 지성인의 행동강령을 말한 프랑스 지성으로, 마르크스의 사회경제학적 접근과 기독교의 가치관을 조화시킨 4개의 박사학위를 가진 학자이자 실천가이다. 1912년 1월 6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1937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의 연구부장으로 지명되었으나 비시 프랑스 (Vichy France) 정부에 의해 해임되었다. 1936~1939년 사이에 프랑스 정계에 투신하여 활동하였고, 1940~1944년에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열렬히 가담했다. 1953년부터는 프랑스 개혁교회의 총회 임원으로 일하였다.
법학박사인 그는 다수의 책을 저술하여 사회학자, 신학자, 철학자로서 널리 알려졌다. 보르도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신앙과 삶’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하였다. 사후인 2002년 이스라엘의 얏 바셈(Yad Vashem)재단에 의해 나치 치하의 유대인 가족들을 위험을 무릎쓰고 도와준 것이 밝혀져 “열방가운데 의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기술(technique)에 대한 개념으로 현대사회를 설명하였으며, 법과 제도, 자유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보였다. 또한 기독교인으로서의 다양한 저서를 집필하였는데, 한국에는 『세상속의 그리스도인』(1990), 『뒤틀려진 기독교』(1991), 『하나님이냐 돈이냐』(1992) ,『의심을 거친 믿음』, 『머리 둘 곳 없던 예수』 등 주로 신학관련 서적이 소개되었다. 최근에는 기술체계, 마르크스와 예수 등 사회와 역사 분야의 서적이 소개되고 있으며, 특히 『이슬람과 기독교』(2009)는 엘륄의 유작으로 영미권보다 한국어로 먼저 번역 소개된 바 있다.
– 역자 : 김치수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수학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국제관계사를 연구하였다. 뒤늦게 회심하면서, 보이는 세계의 역사가 아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역사에 몰두하게 되었다. 귀국하여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하고 신학 수업을 받았다. 현재 한 작은 가정교회를 섬기며 그리스도 안에서 내적 여정을 돕는 교회를 모색하고 있다.
자끄 엘륄의 『우리의 기도』를 우리말로 옮겼다.
○ 책 속으로
– 역자 서문
우리는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문하게 되곤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이 질문의 무게는 더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매일같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도덕적이거나신학적인 처방이 아닌, 구체적인 실존의 삶에 대한 방안은 절실한 필요성을 띤다. 기독교 신앙을 표명하는 순간, 지식인 사회에서 비주류로 낙인찍히다시피 하는 프랑스 지성계에서 자끄 엘륄은 기독교 지식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답하는 것이 시간을 다투는 긴급성을 지닌 자신의소명임을 받아들인다. 1권에서 3권까지 시리즈로 출간된 그의 저서 『자유의 윤리』 삼부작은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전편에 해당하는 『자유의 윤리 1』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소외 문제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하면서, 그 문제에 대한실존적인 방안으로 ‘자유의 윤리’를 제시한다. 여기서 자유는 철학이나 인간본성에연유한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자유와는 구별되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로서 정의된다. 이어서 저자 엘륄은 이‘자유의 윤리’가 계시에 근거하기에 가지는 그 구체적인 범위와 대상을 기술하고, 이 자유를 수용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역설한다.
이 책 『자유의 윤리 2』에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는 무엇보다 개인적인 것으로 규정된다. 모든 다른 윤리들과 달리,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의 윤리는 아무도 심지어 하나님조차 개개인을 대신해서 결정할 수 없고, 개개인이 책임을 지면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다. 저자 엘륄은 무용성, 일시성, 상대성의 세 가지 범주들을 기준으로 개인의 행위가 자유에 기인한 것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그는 이 자유를 개인의 ‘이탈적 자유’로 규정한다. ‘이탈적 자유’는 프랑스어 단어 ‘la libert← d←gag←e’를옮긴 것이다. 이는 인간사회와 역사의 필연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자유를 누리는 그리스도인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경험하는 자유를 뜻한다.
이 개인적인 차원의 이탈적 자유는 당연히 사회적 차원의 ‘관여적 자유’로 연결된다. 이 ‘관여적자유’는 프랑스어로는 ‘la libert← impliqu←e’로서 ‘참여적 자유’와는 약간 구분되어 사용된다. 이에 대해 저자 엘륄은 ‘참여적’(engag←)이라는 말 대신에 ‘관여적’(impliqu←)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를 후속작인 『자유의 투쟁』(부제: 자유의 윤리 3)의 ‘서문’에서 설명한다. 먼저 그는 인간이 주어진 상황으로서 이 세상과 이 사회에 속하게 된 것이지 인간 자신의 의지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지적인 뉘앙스가 강한 ‘참여’를 피하고 ‘관여’를 썼다고 한다. 또한 그는 사회적 상황과 관계는 주어진 것이지만 거기서 그리스도인이 참여하는 행위는 의지적인 선택으로 이루어진다고 덧붙인다. 그런 맥락에서 여기서 ‘관여적 자유’라는 말은 인간이 주어진 사회적 상황과관계 속에 수동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가운데 자신의 의지를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적인참여를 하는 자유라는 의미를 띤다. 저자 엘륄은 『자유의 윤리 2』에서 ‘이탈적자유’를 주된 논지로 펼친다면, ‘자유의 윤리 3’에 해당하는 『자유의 투쟁』에서이 ‘관여적 자유’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저자 엘륄은 긴급성을 넘어 위급함을 느끼면서 『자유의 윤리』 삼부작을 완성했다. 그만큼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기술-선전-국가-행정-계획화-이데올로기-도시화-인격화’의 메커니즘들로 기술체계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되어서,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고, 인간의 소외현상이 보편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의소명은 종말론적 소망 가운데 그리스도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삶속에서 실천하는 것임을 밝혀준다.
이 책은 우리 마음속에서 스스로 던지게 되는 질문,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한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회현실을또 다른 시각으로바라보게 한다. 역자로서 이 책을 통해서우리 각자가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의 소명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김치수
자끄 엘륄이 저술한 60여 권에 달하는 책들은 두 부류로 명백하게 구분된다. 하나는 대표적으로 『기술체계』에서 보듯이 현실세계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서 그 실상을 밝혀주는 것이다. 거기서 그는 인간역사는 필연적으로 파멸과 죽음을 향할 뿐이라고 결론짓는다. 다른 하나는 ‘계시된 진리’에 대한 묵상과 성찰을 통해서 인간의 실존과 사회현실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규명하는 것이다. 두 부류의 저서들을 통해서 엘륄은 현실세계의 분석과 그 신학적인 해석을 변증법적으로 전개한다. 그리고 독자들을 향해 실존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선택을 제언한다.
저자 자신이 선택한 실존적 대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자유의 윤리』는 특별히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그 구체적인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여기서 ‘윤리’는 사회규범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양식을 말한다. 이 새로운 존재양식은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 소망 속에서 절대화한 세상 권세들과 현실이 상대화되면서 가능해진다. 그러면서 비로소 인간 존재와 사회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다. 이 존재양식은 곧 그리스도인이 진정한 자유의 삶을 사는 방식이다. 이 ‘자유의 삶’은 엘륄의 모든 저술에서 핵심적인 주제이며 그의 삶의 여정을 따라 더욱 심화되어간다. 그 여정을 짧게나마 돌아보는 것은 이 책의 내용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12년 프랑스 서남부지방의 보르도에서 태어난 엘륄은 어릴 적부터 성서를 개인적으로 읽곤 했다. 십대 후반에 그는 성서를 읽던 중에 깊은 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지만 너무도 분명한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그는 그 자리에서 도망가듯이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갔다. 자신의 자유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수년간 일종의 도피생활을 계속하다가, 결국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겪는 가운데 1930년대의 세계사적 격변기에 청년 엘륄은 ‘인격주의 운동’에 가담한다. 동료와 함께 작성한 인격주의 강령 제1조에서 엘륄은 “세상의 구조는 우리와 상관없이 성립되었다”고 선포한다. 이것은 정교한 기술수단과 함께 확대되는 국가주의체제와 거대한 익명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무력감과 좌절감, 곧 인간의 소외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거기서 엘륄은 계급투쟁이나 도덕적 이상이 아닌 인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목적으로 하는 인격주의 혁명을 주장한다. 이 혁명은 인간이 아닌 제도와 구조에 맞서는 것으로 다른 정치적 성격의 혁명들과는 구분되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실제적으로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을 바꾸는 것이다.
전쟁을 치르면서 나치 독일이 시작한 총력전으로 국가가 총동원되면서 국가권력은 절대화하고 기술전문가들이 지배하는 구조의 전체주의적 사회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개인의 자유는 더더욱 크게 제한되고 사회적 소외현상은 더 광범위하게 퍼져갔다. 즉, 권력집중과 기술수단으로 국가는 거대화하고, 수단인 기술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 의미는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세계대전을 경험한 엘륄은 인간적인 혁명으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된다. 그런 엘륄의 인식은 전후에 본격적인 그의 저술활동을 통해서 표출된다.
이제 엘륄은 그리스도의 자유에서 나오는 참된 자유의 삶이 인간역사의 필연성에 구속된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이 된다고 천명한다. 1948년에 출간된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에서 거론된 이 주제는 1964년의 『원함과 행함』에서 더 깊이 다루어진다. 그리고 내용적으로 본론에 해당하는 『자유의 윤리』는 이미 1960년부터 집필되기 시작했지만 그 방대한 분량 탓에 출간이 미루어지다가 1973년과 1974년에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출판된다. 그리고 1984년에는 『자유의 투쟁』이 나온다. 이후로도 거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자유’에 대한 저자의 깊은 묵상과 성찰은 계속되어 1991년에 출간된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으로 결실을 보게 된다.
『자유의 윤리』에서, 엘륄은 먼저 현대에 소외 현상의 결정적인 요인은 더 이상 마르크스가 분석한 경제적 계급적 요인이 아니고, 인격화된 기술들의 복합적인 총체인 기술체계라고 지적한다. 인간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그 체계에 갇혀서, 소외와 인간성의 상실을 겪는다. 저자는 바로 이 현대사회의 소외현상에 대해서 인간의 자유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인격주의 강령에서 그는 ‘인간의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인격주의 운동을 규정한 바 있다. 이제 그는 이 세상의 소외현상과 역사적 필연성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유를 역설한다. 그것은 철학적 이론적인 주장이 아니라 실존적인 차원에서 그리스도인의 윤리, 즉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엘륄은 이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적용할 구체적인 대상들을 적시한다. 먼저 자아로부터 시작해서 정치, 종교, 구조, 체계 등의 권세들, 그리고 성서에 대해서도 자유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변한다. 여기서 자유는 달성할 목표나 이루어야 할 목적이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늘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과 하나님의 영광이며, 자유는 그 목적을 위해 갖추어야할 기본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진정한 자유의 삶에서 두 가지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언명한다. 하나는 그리스도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그리스도의 자유를 자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필연성과 숙명성에 묶여있는 인간의 소외와 죄의 문제를 자각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자각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믿음과 함께 재림의 종말론적 소망 속에서 세상과 죄의 모든 예속과 인간역사의 필연성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자유를 가진다. 그 자유를 실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맡겨진 역사적 책임이며 소명이다.
한 대담에서, 엘륄은 같은 어원을 가진 ‘반사’ (reflexe)와 ‘성찰’ (reflexion)의 차이를 들면서, ‘반사적인 행동’을 경계하며 ‘성찰’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역할이 ‘성찰’하는 일임을 표명하면서, 지식인들의 책임을 거론한다. 그런 탓인지 그의 저술에서는 마치 동시대의 지식인들과 대화를 나누는성싶은 대화체가 많이 등장한다. 이것은 또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자각과 성찰을 일깨우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번역자이기에 앞서 먼저 독자로서, 역자는 시대를 앞선 예언자라고도 불리는 엘륄의 책을 접하면서 성찰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기도 했다. 성찰하고 분별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주변의 열강에 의해 노예적 예속상태로 전락하듯이, 현대인은 발달한 현대문명의 기술체계 속에서 더 깊은 소외상태에 빠질 뿐이다. 엘륄은 우리로 하여금 자각하고 성찰함으로써, 현재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자유를 실현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초대한다. 물론 그 초대에 응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선택에 맡겨진다.
끝으로 외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는 번역과정에서 촌철살인의 영감어린 지적과 따뜻한 격려로 함께 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큰 힘이 되는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도서출판 대장간 배용하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김치수 ‘역자 서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자끄 엘륄에게 자유는 덕목이 아니고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이다.
『자유의 윤리 1』은 그 목적이 자유의 범위를 파악하고 신앙의 신학적 기초들과의 연관성을 수립하는 것에 있었다면, 『자유의 윤리 2』는 ‘이탈적 자유’, 즉 개인이 자기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에 대항하는 자유를 다룬다.또다시 우리는 저자의 사회학적 분석의 통찰력과 비순응주의적인 냉철한 정신과 성서적 주석의 견고성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자유의 윤리 2』의 독창성은 무엇보다 그 다양하고 심층적인 관점들에 있다. 엘륄은 자유의 율법에 대한 정의를 내린 뒤에, 자유에 관해 무용성, 일시성, 상대성의 다른 측면들을 기술한다. 엘륄은 “대장부가 되어라! 이 시대를 본받지 말라!”라는 성서적 권면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혀주면서, 행위와 행위들, 참여와 이탈 등의 변증법을 파헤친다. 특히 저자는 자유롭게 된 그리스도인을 욕심 없는 인간으로 상정하고, 그런 관점에서 무상성, 가용성, 봉헌, 좌절의 극복, 자발성, 창의성, 기쁨, 순종, 책임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모든 논의는 인간의 위선에 대해 단호히 규명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에서 현시대의 혼란상 가운데 윤리적으로 정립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삶과 행동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관한 성찰을 돕고 일깨우는 정말 흥미롭고 유익한 점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자끄 엘륄은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명철하게 성서를 주해하면서, 자신의 성찰의 원천을 성서 속에서 찾는다. 또한 시대를 앞선 선각자인 저자는 열정적으로 자신이 성찰한 바를 개진했고, 그가 연구한 결과물들은 환경 파괴에 대응하는 방식에 관한 현재의 논의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 프레데릭 호뇽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대학교 개신교 신학대학)
- 현대의 인간 소외와 그리스도의 자유
가장 발달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소외의 중요한 현상이 이제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가 아니다. 물론 그런 착취 현상은 제3세계 국가들에서는 언제나 상존하고 부분적으로 서구사회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더 이상 확고한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인간의 적은 다른 계급에 속하는 인간이 아니고, 그 계급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된 구조도 아니다. 인간의 적은 이름 없는 복합성을 지닌 일체의 메커니즘들이다. 그것은 ‘기술-선전-국가-행정-계획화-이데올로기-도시화-인격화’의 기술들이다. 인간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그런 복합체들 속에 끼어있다.
자유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소외된 인간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상황 속에서 자유의 윤리를 성찰하는 것이다. 이것은 예언자들과 사도들이 노예적 예속상태를 비판한 것은 그들이 살던 사회의 상황에 대한 것이었던 점과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외된 인간’이라는 말을 ‘노예’라는 말과 겹쳐서 쓸 수는 없다. 왜냐하면 ‘소외된 인간’이라는 말은 ‘노예’라는 말과 결코 동일하지 않은 깊은 내용과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외와 관련지어서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의 의미를 성찰하고 취할 행동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세상에 자유가 유입되었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내세우고 그리스도의 자유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 가운데 자유의 담지자들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본을 보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간이 요구하는 자유가 존재하고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언해야 한다. 또한 그들은 자유의 담지자로서 세상의 구조와 체제 안에 있는 거짓 자유를 확연히 드러나게 해야 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