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38-2)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6장 해외유학 공부 – 박사 따기 그렇게 어려운가?
4. 이런 지도교수는 곤란하다
(자) 지도교수와 기타 문제
이때까지 말한 지도교수의 역할과 책임은 원칙론일 뿐이다. 현실은 늘 거리가 있다. 이상적인 지도교수를 만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때 학생이 적극적으로 요구사항을 명백하게 하면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교수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라면 아무리 요구를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이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했거나 나태하여 그런 것이라면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교수가 알아서 먼저 말해 주지 않거나 적당히 넘어갈 때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따져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라트로브대학의 프레이저 교수는 이 때 요구사항을 글로 자세히 적으라고 권한다. 나중에 학교측과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해야 할 때 참고가 되고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간에 마찰이 생길 경우, 불만을 듣고 시정하는 길을 정해 놓고 있다. 또 외국학생을 위한 카운슬러를 두고 이런 문제에 대해 자문해 준다. 지도교수와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때 이들과 의논하면, 이에 개입하여 학교 측과 절충해서 해결안을 찾아보겠다고 제의한다. 그런데 그러한 부탁을 하는 한국 유학생은 드물다. 섣불리 그러다가는 불리할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저명 교수가 언제나 좋은가
지도교수가 맞지 않으면 다른 교수를 찾도록 권장하는 여유있는 대학도 있다. 대개 교수진이 많은 큰 대학이다. 물론 그 경우에도 해당 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등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작은 학교에서는 마땅한 교수가 없어 그런 선택이 어렵다. 또 교수들은 학생이 다른 동료교수와 분쟁관계에 있다면 선뜻 맡으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대로 계속하든지 아니면 다른 대학으로 가든지, 아니면 대안이 없어 포기하는 사례가 생긴다.
외국인 교수들은 적당한 이유가 있으면 왜 못 바꾸느냐고 말하지만, 한국인 학생들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같은 학과에서 교수끼리 불편한 관계가 존재한다면 이 교수 저 교수 찾아가서 의논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저명한 학자를 지도교수로 좇는 것이 언제나 좋은가? 경험해본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런 교수는 여러 직책을 갖고 있고 또 지도하는 학생이 많아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접근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런 교수 밑에서 몇 번 만나지 못하거나 충분한 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사례는 흔하다. 그보다는 성의 있고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는 교수가 훨씬 나을 것이다. 한 지도교수가 잘 지도할 수 있는 학생의 수는 2~3명 정도, 5명이 넘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지도교수의 선택을 시간을 두고 하는 것이다. 학교가 정해 주는 대로 하기보다 특정 교수의 성격, 관심분야, 지도방법 등에 대해 친구나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듣고, 평소 강의를 듣거나 만나보고 선택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교수 개인 못지않게 학과의 지도 전통도 고려해야 한다.
한 지도교수가 너무 바쁘거나 논문의 성격상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교수가 슈퍼바이져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논문 중 연구 쪽은 한교수가 맡고 방법론은 다른 교수가 지도하는 식이다. 또는 잘 아는 분야별로 두 사람이 나누어 할 수도 있다. [공동 지도교수/co-supervisor, group supervision]제도라고 부를 수 있다.
요즘 대학들이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도를 시도하고 있는바, 여기에도 과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예로 서로 다른 대학끼리 공동으로 박사과정을 여는 이른바 [joint PhD 프로그램]도 구상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때는 교수들끼리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교수들은 지도에 [상충/conflict]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과거에는 외국학생의 지도를 꺼리는 대학교수들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지도하기 힘들고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와 인종의 문제가 복합된다. 그런데 근래에는 사정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학자들 사이에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또 비교연구의 사례도 많아져서 다른 나라 학자나 학생의 지도가 자기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학의 국제정치, 국제경제, 국제기업경영 관계 교수들이 좋은 예이다. 이들은 자기 연구의 일부로써 한국에 대해 관심이 크므로 한국 학생이 오겠다면 환영 하는 편이다. 호주국립대학의 잘 알려진 한 교수도 좋은 예이다. 그는 호주의 아시아 지역 진출 방안에 대해 호주정부에 자문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학자이다. 한국문제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교환교수로 오는 한국의 학자나 한국문제를 연구하겠다는 박사과정 유학생을 좋아하는 입장이다.
시드니대학에서는 한국의 노사관계에 관심이 있는 교수 아래 한국 유학생들이 이 분야의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또 대학이 정부의 돈으로 운영되는 나라의 대학교수 자리는 수요에 따라 유지되므로, 지도할 학생이 많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박사 후보생은 전 학기 중 일반 학생처럼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는가? 한국 유학생의 경우라면 한 1년 고국에 가 있으면서 리서치를 할 수 있는가이다. 코스워크가 끝났거나, 코스워크가 없는 리서치 박사의 경우는 학생은 학교에서든 밖에서든 자기 리서치를 하면 되는 것이고, 유학생이 한 동안이라도 고국에 돌아가 지낸다면 비용을 절감하고, 향수를 달래고, 취업 등 다른 편의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리서치를 현지와 한국에서 나눠서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바로 위에서 언급한 연구의 국제적 관련성과 중요성과 직결된다고 본다. 대체적으로 연구과제가 그 지역과 관계가 있어 자료 수집이나 연구의 편의상 이유가 있다고 인정, 지도교수가 허락한다면 늘 가능하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일부 영국대학에서 도입한 [split PhD]이다. 과정 중 리서치를 같은 교수 지도 아래 영국과 출신국에서 나눠서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마지막으로 자료 수집에 조작 등 하자가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논문 내용을 표절했다면 당연히 최소한 실격이다. 세계적인 과학계 학술저널에 논문으로 실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쓰인 자료의 조작 시비로 그는 서울대 교수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학위논문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본다. 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는 일부 [학술훈련/academic exercise]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기에 학위 논문은 [미출간 박사논문/unpublished doctoral thesis]라고 불린다.. 학술 잡지에 실린 논문은 당연히 [출판물/published article]이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박사학위를 받아도 대학교수 자리를 얻기 어렵다. 그러므로 연구를 빨리 끝내는 일에 못지않게 연구하는 동안 장래 취업에 대비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학생이 연구 중에 각종 국제 학술대회와 세미나에 참석하고 발표를 한다면, 연구에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학자들을 알게 되며 장래 그 분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 도중 해당 분야의 최고 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면 최종논문에 대한 보증서가 되고 학교자리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학자는 “교수가 되기 위한 사람이라면 학위를 마칠 때까지 유명 저널에 한 두 편의 논문을 실을 수 있어야지, 그러지 못하면 같은 분야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 소개가 떳떳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열의 있는 교수를 만난다면 학생은 공동연구로 학술지에 기고하게 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 유학생들이 실험을 주로 하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끝낸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후박사/post-doctor] 과정을 모색하는 추세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