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드디어 다가온 인간과 기계의 바둑 대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기다리며…
오는 9일 서울에서 11억원이 걸린 인간과 기계의 승부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인간 대표는 세계 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고 기계 대표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1997년엔 체스, 2011년 퀴즈 대결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데 체스는 30년, 퀴즈는 7년이 걸렸습니다.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바둑은 향후 50년간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알파고는 이를 비웃듯 지난해 10월 프로 바둑기사 판후이 2단을 5대0으로 꺾고,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첫 대결은 1967년 열렸습니다. 체스 프로그램 ‘맥핵’과 철학자 드레퓌스의 대결에서 맥핵이 이겼습니다. 하지만 드레퓌스가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고 맥핵이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패배하면서 맥핵이 인간을 이겼다고 평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체스는 ‘말을 움직여 상대의 왕을 잡으면 승리한다’는 명확한 규칙이 있습니다. 64개의 칸 위에서 6종류의 말을 움직이는 경우의 수는 10의 120제곱입니다. 이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할 수 있으면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IBM은 1989년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1996년 IBM의 수퍼컴퓨터 ‘딥블루’가 당시 세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에게 도전했지만 패했습니다. 다음 해 딥블루를 업그레이드한 ‘디퍼블루’가 다시 카스파로프에게 도전해 결국 승리를 거뒀습니다. ‘디퍼블루’는 매초 2억개의 수를 분석했고 20수 앞을 내다볼 수 있었으며 인간의 계산 속도보다 7000만배 이상 빨랐습니다. ‘맥핵’으로부터 따지면 체스에서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데 30년이 걸린 것입니다.
2011년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은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하며 퀴즈로 인간에게 도전했습니다. 왓슨은 사람의 질문을 인식한 뒤 동사, 목적어, 핵심 단어로 분류하고 이어서 핵심 단어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합니다. 예를 들어 “펨브로크 칼리지와 에마뉘엘 칼리지의 성전을 설계한 건축가는?”이라는 질문이 나오면 왓슨은 우선 ‘펨브로크 칼리지’ ‘에마뉘엘 칼리지’ ‘건축가’를 검색하고 검색 결과는 정답 대신 이 단어들이 포함된 문서들만 보여줍니다. 왓슨은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축가 5명을 추린 뒤, 이 건축가들을 다시 검색합니다. 정답인 ‘크리스토퍼 렌’은 다른 건축가에 비해 검색 결과 안에 ‘펨브로크 칼리지’와 ‘에마뉘엘 칼리지’가 포함될 확률이 높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왓슨은 3초 내에 답을 유추해낸 것입니다.
제퍼디에서 왓슨은 7만7147달러를 획득했고 인간 챔피언인 켄 제닝스(2만4000달러)와 브래드 루터(2만1600달러)를 압도했습니다. 사람이 문제를 듣고 생각하는 속도보다도 왓슨이 검색을 마치고 버저를 누르는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입니다. 다만 왓슨은 66문제를 맞혔지만, 9문제는 오답을 말했습니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왓슨은 핵심 단어를 골라 검색하고 확률을 평가할 뿐,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왓슨 개발은 2004년 시작됐으므로, 퀴즈에서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데는 7년이 걸린 샘입니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려면 새로운 능력이 필요합니다. 돌을 놓는 착점(着點)이 361개인 바둑은 첫 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만 12만9960가지가 되고 361개 점을 모두 채워가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 가지나 됩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면 수퍼컴퓨터로 수십억년이 걸리게 됩니다. 여기에다 누가 우세한지 형세 판단도 필요하고, 죽은 돌을 들어낸 자리에 다시 둘 수도 있는 등 규칙도 복잡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은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해 경험을 쌓도록 훈련시켰습니다. 바둑 기보(棋譜) 3000만개를 입력해 규칙을 가르친 뒤, 하루에 3만번씩 대국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수마다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모두 저장했습니다. 또한, 알파고는 176개의 그래픽 처리장치로 형세를 인식하고 공격적인 바둑을 둘 것인지, 수비적인 바둑을 둘 것인지도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알파고는 대국이 진행될수록 강해집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은 “초반에는 10수 정도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만 계산하고, 10수 이후는 무작위로 돌을 놓아 바둑판을 다 채우는 시뮬레이션 결과만 본다”면서 “그 시뮬레이션으로 10만 가지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알파고가 계산하고 검토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면서 “이번에는 몰라도 알파고가 인간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알파고는 10만 가지 결과 중 이긴 경우가 많은 쪽으로 다음 수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중반 이후에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세돌 9단이 초반에 승기를 잡지 못하거나, 중반 이후에 실수하면 패배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알파고는 이미 판후이 2단과의 승부 이후 400만번 이상의 대국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9단과의 대결 방식이 판후이 2단 때보다 제한시간이 2배라는 점도 알파고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중국 바둑랭킹 1위인 커제 9단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이긴다는 데 100%를 걸겠다”고 말했습니다. 커제는 지난 1월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에서 이세돌 9단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알파고도 매일 공부하고 바둑 실력이 늘고 있고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기사도 봤다”며 알파고의 실력과 성장에도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 경험상 프로가 된 다음에도 정상급 기사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짧은 시간에 프로에 입단한 실력으로 정상급 기사를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았던 ‘응답하라 1988’ 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 가운데 천재 바둑기사로 나오는 택이가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던 아이들이 “아빠 저게 뭐야?” 하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기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바둑이라는 것이 생소했던 것입니다.
다음 날 한인 마트에 들려서 거금을 들여 바둑판과 바둑돌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기본적인 룰만 알려주고 대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바둑 초보인 아빠와 처음 바둑돌을 잡은 아들의 대국은 사뭇 진지했습니다. 자신이 9살이기 때문에 자신은 9단이라는 아들의 기세에 눌러 아빠는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돌을 던지며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바쁜 일상이나 오직 스마트폰에만 빠져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놀이가 부족합니다. <우리아이 자존감의 비밀> 이라는 책의 저자이며 하버드교육대학원의 교수로 있는 조세핀 교수는 “아이들은 아버지와의 관계와 놀이 가운데에서 사회적응에 필요한 능력과 목적달성의 성취감을 배운다. 그러므로, 아버지와의 관계나 놀이가 부족했던 사람일 경우 자라서 스스로 외톨이가 되거나 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라고 하였습니다.
아이와 함께 있는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웇놀이나 알까기(바둑알을 가지고 하는 밀어내기 게임) 라도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베소서 6: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