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약장사는 약을 파는게 아니던가요?
요
몇 일 할머님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마을 이리저리를 오가고 있다. 그 발걸음이 활기차고, 그 표정은 밝은 새악시 표정, 싱글벙글이다. 왜인가? 했더니만, 두 분 권사님의 말씀에 뭐 ‘졸업을 한다느니’, ‘열심히 다니신다’느니…. 그래 필시, 노인대학이나 아님 교회 성경학교인가 싶었더니만, 흘리듯 하시는 말씀들에서 그 진상을 듣는다.
덕신에 장사치가 왔단다. 그것도 약장사가… 하루하루 이어진 것이 벌써 열흘 넘게 이어진 것 같았다. 파는 것이 약 뿐 아니라, 주방에서 쓰이는 냄비며, 일상용품도 할머님들께 떠 넘기듯 파는 것이 그들의 속셈이란다. 자세히 묻지는 않았을 뿐더러 몸소 찾아가 보진 않았어도 가히 상상히 갈 만하다. 그래도 그런 생각에 떠오르는 것은 할머님들의 발걸음이며 표정이다. 시골 달리 특별하게 볼거리도 즐길만한 오락거리도 없었던터라 약장사가 왔다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제쳐놓고 갈만한 구경거리이며 오락거리가 되기에 충분한 것이리라…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왠지 횡하다. 교회를 찾아 오시는 할머님들의 표정에서 혹은 주의 말씀 들을 때의 표정이 그것과 너무 달랐다고 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렇다고 내가 약장사가 되어야 겠는가? 생각해 보면 고개는 절로 흔들게 된다. 약 먹고 병 낳는 것이라는 생각에 약장사에게 몰려가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할머님들이 거기 가시는 걸까? 깊이 생각하다 보면, 그건 필시 그저 마음 한군데 횡한 곳에 약 바르러 가시는 것이 아닐까? 교회가 그 약을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그리고 그 상처난 마음에 약을 발라 주지 않는다면… 근처 마을에 찾아 온 약장사들의 소란 때문에 전도사의 마음은 그렇게 움직였다.
보살핌
“아침 7시. 동네 골목을 막 벗어나려는 찰나, 그만 시동이 꺼져버렸다. 마침 지나던 어떤 아저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점프를 꺼내, 차의 시동을 살려주셨다. 그리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겨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전화하신다. 이렇게 추운 날, 이런 호의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밤새 앓아 잠을 거의 못 잤는데, 덕분에 마음이 위로를 받는다.”
영하 15도 아래로 떨어졌던 날, 서울의 한 골목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 한 번의 따뜻한 마주침이 밤새 끙끙 앓던 한 사람의 마음에 힘과 빛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알았을까요? 그 순간 자기가 천사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김기석 목사님, 말씀“보살핌” 중에서)
어려운 이를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출 수 있는 이들, 측은한 마음으로 다다가 그의 아픔을 감싸 주는 이들, 세상은 이들을 향해 주님의 뜻을 아는 이들, 주님의 사람이라 부를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그를 보살피는 것이 나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요, 주님을 섬기는 일임을 교리나 굳은 말씀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이 생명 말씀으로 만나는 것이지요.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내가 너를 사랑한 것 같이…”
앞만 보면 달려가다 보니 지나치고 만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초상화 앞에서 잠시만이라도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발걸음 멈춰 주변을 돌아보면 내가 멈춰 서야 할 곳이 이리도 많았나? 그때 새삼 깨닫고 만나게 되실 것입니다. 그때, 한 발자국 천천히 발걸음하며 살아가시길… 부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