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51)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9장 동과 서, 어떻게 다른가? – 문화충격
1. 문화적응, 왜 필요한가
비슷하게 생긴 사람끼리 좋아하고 아닌 사람끼리는 서로 배척하는 인간의 본능이 인종차별의 시발이라면, 같은 논리로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간의 관계도 그럴 것이다. 인종은 타고난 대로이나 행동은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인종적으로는 어쩔 수 없어도 문화적으로라도 같아진다면 차별을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새로운 문화권으로 옮겨간 이민자는 그 문화의 가치와 행동양식을 배워 거기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적 마찰/cultural clashes]을 겪는다. 이런 문화적 마찰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문화충격/culture shock]이다.
인간의 본능과 필요는 기본적으로 같으므로 어디에 살든 생활양식에 있어 크게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의식주 문화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그런 차이가 영어를 사용하는 지역과 아시아 지역간에 크다고 한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미국 가정에 초대되어 저녁을 같이한 경험이 있다. 식탁에 마주 앉게 될 때부터 편치 않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무엇부터 어떻게 먹어야 할지 불안하다. 미국식 [식탁 예절/table manners]을 따라야겠다고 생각하면 더 그렇다. 식탁문화의 차이는 비근한 예에 속한다. 문화의 차이는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거의 모든 생활영역에 적용된다.
단일문화가 아니라 다문화로 된 국가에서는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정책을 정해놓고 있다. 이 덕분에 미국, 캐나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이 한국음식만을 먹고, 한국말만을 쓰며, 관혼상제를 한국식으로 지내고,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려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명심할 것이 있다. 이들이 지키고 따라야 할 법과 정책과 기본 가치는 언제나 하나라는 사실이다. 이 법과 정책을 위반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근래 늘어난 이슬람계에 의한 테러 위협이 늘면서 영미지역의 사회 분위기가 더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다.
이들 국가 정치인들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영미국가의 근간은 자유민주주의다. 이 가치를 부인하는 세력은 거기에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나라에서 한국인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에서 한국식으로 살 수 있는 것인데, 그나마 그렇게 만 살기를 고집 한다면 거기에도 함정이 있다. 이들 사회에는 앵글로색슨 문화라는 [지배문화, 주류문화/the dominant culture, core culture]가 엄연히 존재한다.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은 한 가지 예다. 이에 거스르면 출셋길은 막힌다. 좋은 직업을 잡을 수 없으며, 현지의 상류층은 물론이고 중류층으로의 진입도 어렵다.
길게 봐서야 물론, 당장 이웃으로부터 불편을 당하는 일이 생긴다. 잔디를 제때 깎지 않는 일, 개를 학대하는 일, 소음을 내는 일, 된장 냄새를 풍기는 일, 정원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일 등 한국에서라면 문제가 아닌 것이 문제가 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외부로 전화를 할 때 영미식으로는 자기 이름을 먼저 대고 점잖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식으로 목에 힘을 주고 말한다면 상대는 외국인이라고 너그럽게 봐주지 않으며 비협조적으로 나오므로 당장 불편하다.
유학생활도 같다. 영미 학생들은 가끔 방과 후에 친구들을 아파트로 초청해서 포도주 몇 병과 과자를 안주로 파티를 연다. 이때 외국인 학생 가운데서도 자기들과 달리 행동하는 외국인 친구는 뺀다.
손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기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원래 친하던 현지인들도 소원해진다. 요즘 한국 학생들이 외국인 가정에 하숙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들은 대개 주인과 한두 번 문화적 마찰을 겪는데, 그 결과 집을 옮겨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부엌과 화장실 사용, 밤에 연락 없이 늦게 들어오는 일, 친구를 데려오는 일, 담배피우기 등 서로 다른 생활양식 때문에 그런 것이다.
문화층격은 이민자와 함께 유학생에도 큰 이슈가 된다. 조사에 따르면, 유학생의 공부 의욕은 현지 적응이 어려울수록 감소되며, 그만큼 공부에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2. 적응, 통합, 흡수, 동화
[문화적 적응/cultural adjustment]은 [완전동화/assimilation]와 다르다. 후자는 이민자가 현지인과 모든 분야에서 같게 되는 과정으로 [흡수/absorption/현지사회로의 흡수]라고도 불린다. 그런 과정은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의 세 가지 차원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민자가 (a) 현지 문화를 배우고 행동으로 잘 실천할 수 있으면 문화적으로 동화가 되는 것이며, (b) 현지 사람들과 잘 섞이고 주류사회에 파고 들어갔으면 사회적으로 동화가 되는 것이고 (사회적 통합) (c) 현지 문화와 사람을 좋아하고 [나도 현지 사람이다]는 정서, 말하자면 일체감 또는 소속감을 갖게 되면 심리적으로 완전동화가 이뤄진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강단에 서서나 대중연설을 하면서 자신 있게 [우리들 미국인/We Americans] 운운할 수 있다면 후자의 경우다. 이민 1세 가운데 그런 사람이 드물다. 현지 생활에 필요한 한도에서 안간 힘을 다하는 문화적 동화 단계에 그친다고 봐야 한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유학생의 경우는 더 그렇다. 공부하는 동안의 필요와 목적을 위하여 현지 문화와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배우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유학생 상대의 여러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외국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가[현지 학생들과 섞이기 어려움/difficulty in mixing with local students]이라는데, 언어 외에도 행동양식의 차이가 알게 모르게 큰 원인이다. 그리고 유학생들의 고독감도 알고 보면 현지인과 잘 섞이지 못하는 어려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