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지금 행복하세요?”
– 덴마크에게 배우는 행복의 세 가지 요소
요즘은 어디에서 “행복하세요?” 라고 물어 보면 눈총을 받는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냥 견디는 것이지 무슨 행복을 말하냐는 눈빛입니다. 세상 사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달려 갈수록 행복도 멀어져 가는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
2016년 3월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 2016’에 따르면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라고 합니다.북 유럽에 크기도 크지 않은 나라가 행복한 이유가 뭘까요? 덴마크의 행복을 유지하는 세 가지의 요소인 신뢰, 자유, 공동체의 가치에 대하여 살펴 봅니다.
첫째, 신뢰입니다. 신뢰는 평화의 기초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건물이 튼튼합니다. 그래서, 신뢰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 때 또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받을 때 행복을 느끼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팅가르 스벤센’ 교수가 쓴 신뢰에 대한 책 <신뢰(Tillid), 2012>에 따르면 덴마크는 국민 78%가 다른 사람을 믿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부와 기관을 믿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더 높아서 84%에 이릅니다. 이런 높은 신뢰 때문에 덴마크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화를 갖고 산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덴마크에서는 가게나 식당 밖에 세워둔 유모차 안에서 자고 있는 아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무책임하게 아기를 방치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모두가 아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덴마크 식당이나 극장에서는 외투를 보관하는 곳에 지키는 사람이 없지만 값비싼 모피 코트를 입고 온 사람도 아무런 의심 없이 옷을 벗어 두고 공연이나 식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신뢰는 자기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선택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방글라데시에 세계 최초로 그라민 은행(소액 대출은행)을 설립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방글라데시는 앞서 언급한 ‘팅가르 스벤’ 교수가 실시한 신뢰 조사에서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5%에 불과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수천 명의 사람에게 아무런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줬을 때 놀랍게도 그들 중 95%가 돈을 전부 갚았습니다. 무하마드 유누스의 이야기는 신뢰는 우리 내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는 더 많은 신뢰로 성장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 당신도 따라 하거나 당신이 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따라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자유입니다. 자유는 어떤 사람이 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뢰가 기초라면 자유는 시작입니다. 덴마크에서는 젊은 사람들 60%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덴마크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개성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교육 시스템 때문입니다. 덴마크에서는 수학이나 국어 등 그 어떤 과목도 다른 과목보다 중요하게 가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재능을 갖고 있고 모든 재능은 똑같이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덴마크에서는 창의력만으로도 학교에서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아이들 자신이 선택한 역할이 사회에 중요하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려고 합니다. 자신의 재능이 무엇이든지 사회에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직업은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있어서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이 존중받을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가 자녀의 자유를 빼앗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을 핑계로 부모의 욕심을 자녀에게 투여해 자신의 욕망을 자녀를 통해 이루려고 합니다. 자녀를 성공시키는 것이 자신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부모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항상 자신은 최선을 다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부모의 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 자신이 자신의 삶을 살게 돕는 일입니다. 덴마크 아이들은 약 3분의 2가 13세부터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용돈을 벌고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등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며 독립심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자유를 말할 때 남녀평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덴마크에서 남녀평등은 당연한 것이기에 논쟁거리가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덴마크는 최근 여성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도 뽑혔습니다. 실제 덴마크 의회의 37% 이상이 여성 의원이며 남녀 고용률의 격차는 5% 에 불과 합니다.
남녀평등의 진짜 가치는 남성을 더 자유롭게 했습니다. 대부분 남성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역할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밖에서 돈만 벌면 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성이 아이를 태우러 일찍 퇴근을 한다던지 아이 옆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되기로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생겼으니 육아에 전념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남자의 망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녀평등은 여자가 남자처럼 되거나 남자가 여자처럼 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남녀평등은 여자든 남자든 고정관념이나 금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 여성에게는 더 많은 평등을 주고 남성에게는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이 덴마크가 이룬 자유의 증거입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가치는 공동체의식입니다. 덴마크 사람들 대부분은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의 책임을 기꺼이 감당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그들은 세금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납세와 사회활동은 덴마크 사람들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방법입니다.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데 만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금을 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때 자랑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사회에 대한 신뢰가 높을 때 복지국가는 합리적으로 만들어 집니다. 내가 내는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면 세금을 내는 일은 즐겁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나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갖고 의료복지를 누릴 수 있게 세금을 내는 것은 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드는 중요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부와 연관시킵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에서 75년 동안 2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행복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중요한 요소는 관계의 질에 달려 있었습니다. 멕시코는 부정부패가 심하고 국민 50% 이상이 절대적으로 가난하지만 세계 행복 보고서 15위에 올랐습니다. 과학자들은 행복의 50%는 선천적 환경에 달려 있고 10%는 현재의 환경, 40%는 그에 대한 행동에서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덴마크 태생으로 <덴마크 사람들처럼 행복하게>를 출간한 작가 겸 강연가, 말레네 뤼달(Malene Rydahl)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행복은 측정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단식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 끼 맛있는 음식을 챙겨 먹을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행복을 느끼는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행복이란 주관적인 만족감, 안정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행복은 업적을 이루고 얻는 댓가라기 보다는 내 안에 결단과 변화를 통해서 얻는 선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내 상황과 환경이 어떠하던지 내 안에 신뢰와 자유와 공동체의 가치가 분명하다면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래전 나왔던 영화의 제목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가 맞다는 것을 삶으로 증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
<내가 오늘 네 행복을 위하여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규례를 지킬 것이 아니냐> (신명기 10: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