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남느냐? 떠나느냐?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관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라고 평가받는 영국이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유럽의 절대 강자처럼 여겨지던 옛 영광은 사라지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 같습니다. 이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 곧 다가오고 있습니다.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는 영국의 국민투표가 23일에 실시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논의되던 브렉시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건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브렉시트는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이슈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민투표날이 가까워질수록 세계 증시와 환율은 요동치고 있으며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영국과 EU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들의 여론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열기는 뜨겁기만 합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에는 브렉시트를 반대하던 한 여성 국회의원이 괴한에 의해 피살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그럼 도대체 브렉시트가 뭐길래 이런 난리를 피우는 걸까요? 브렉시트(Brexit)란 British(영국)와 Exit(탈퇴)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말합니다. 2012년 말 EU에 재정위기가 닥치자 2013년 1월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할 의도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결국 캐머론 총리는 2015년 5월 영국 총선 당시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에는 2017년 이전에 브렉시트에 관한 국민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합니다.
영국은 그동안 유럽 내 잔류를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습니다. 43년 전인 1973년 1월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C)에 가입한 영국은 불과 2년 뒤인 1975년에도 EC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67.23% 대 32.77%로 잔류를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결국 남게 되었습니다.
그럼 영국은 왜 EU를 떠나려 할까요? 그동안 영국은 전통적으로 대영제국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유럽 대륙과의 통합에 회의적인 국민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EU 경제 위기와 난민사태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브렉시트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국은 역내 자유무역에 기초한 단일시장에는 찬성하지만, 정치적 통합을 강화하는 데는 부정적입니다. 영국과 EU 간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영국 국민 37%는 ‘정치적 결합 없는 경제관계’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더 긴밀한 통합’, ‘현상 유지’에 대한 지지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영국은 EU에 잔류하면 EU가 결정한 법률, 재정정책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경제가 급격히 악화된 것 또한 브렉시트를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유로존은 전반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머물러 있지만 영국 경제는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고 영국의 EU 분담금 부담 또한 증가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및 중동 난민의 대규모 유입 또한 영국민들의 위기의식을 부추겼습니다. 지난해 영국으로 유입된 순이민자는 33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대로 계속 EU에 잔류한 채 이민자를 받아들일 경우, 이민자 복지지출, 내국인 고용시장 경쟁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2년 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현재보다 3% 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영국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고, 유럽 금융 중심지로서의 지위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다른 EU 국가들과의 무역 장벽이 생성될 수도 있고 영국 수출의 절반 가량을 EU가 차지하고 있어 영국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장기적으로 300억파운드(약 50조원)의 재정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세금을 올리고 복지 지출을 축소한 ‘비상 예산’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럽 주요국 정상 대부분도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EU에 남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우리는 많은 문제를 두고 영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 EU 틀 내에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또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프랑스와 영국 관계는 심각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러한 악영향은 무역과 금융, 난민 위기 등 많은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영국을) 겁주려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또한 대(對)영국 무역의 타격을 이유로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미국이 EU보다 먼저 영국과 무언가를 협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영국과 무역협정을 맺는 데 소요될 기간으로 최대 10년을 전망했습니다. 또한 “영국은 EU에 남아있을 때 최고의 상태에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인들은 영국의 영향력이 유럽 내에서 계속 커지기를 원한다”고도 했습니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브렉시트 반대에 의견을 모은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정상선언을 통해 “영국의 EU 탈퇴는 국제 무역과 투자 확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흐름을 역전시킬 것”이라며 “성장에 한층 심각한 위험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 가운데 영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찬성과 반대 간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한편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과 아일랜드 도박업체들 대부분은 영국이 EU에 잔류할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사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이 각 여론조사마다 5~10% 가량 되는데, 이들이 투표일을 앞두고 ‘브렉시트 반대’에 표를 던질 것이란 계산 때문입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브렉시트 반대운동을 해온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이 “영국이 먼저다(Britain First)”를 외치는 괴한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지 반나절만에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을 65%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습니다.
‘유니온 잭(영국의 깃발)’을 앞세우고 전 세계를 다니면 식민지를 개척했던 영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선 복음이 들어가기 이전에 가장 오랜 시간동안 원시적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산업혁명은 늦게 된자가 먼저 된다는 말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유니온 잭 깃발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영국이 이제는 생존을 위하여 의리(?)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알렉산더의 후손인 그리스가 국가 부도에 처하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라는 영국이 브렉시트 투표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이 땅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