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과학의 천재들 : 20세기를 빛낸
에이브러햄 파이스 / 사람과책 / 2001.6.16
20세기의 두가지 과학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뉴턴 이래 수백년 동안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오던 고전 물리학 체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과학 혁명이 시작되었다. 이들 이론이 탄생하기까지 이론 물리학계에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고,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 길로 나아가게 만들었는가? 저자 자신이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여서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 물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정밀하고도 체계적인 노력의 결과인 물리학
물리과학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합리적 유물론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BC 6~5세기의 그리스 철학자들은 세계를 관찰 가능한 자연적 현상으로 설명했다.
이들은 어떻게 혼돈에서 질서가 나왔는가, 운동과 변화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형상과 질료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 과학의 기초가 되는 질문을 던졌고 이러한 질문에 대한 그리스 철학자들의 설명은 이후 2,000여 년간 서구과학의 토대가 되었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물리학은 19세기 중엽에 역학, 광학, 전기학, 자기학, 열역학과 같은 몇몇 분야의 종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종합은 자연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힘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고 변환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물리학자들은 모든 물질에 공통된 일반적인 성질에 대해 탐구하며, 그 원리를 추적하여 우리 세계의 비밀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 목차
닐스 보어 …12
막스 보른 ….46
폴 디랙 …70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10
미첼 파이겐봄 …118
레스 조스트 …148
오스카르 클라인 …170
핸드릭 크라메르스 …206
리정다오와 양전닝 …240
존 폰 노이만 …256
볼프강 파울리 …292
이시도어 래비 …368
로버트 서버 …392
헤오르헤 윌렌베크 …402
빅토르 바이스코프 …456
유진 위그너 …462
○ 저자소개 : 에이브러햄 파이스
글쓴이 에이브러햄 파이스(Abraham Pais)는 20세기 물리학에서 가장 위대한 두 사람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의 전기를 쓴 작가로 유명하다. 그 자신이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이기도 한 파이스는 록펠러대학의 데틀레브 W. 브롱크 물리학 석좌 교수이며, 1979년에는 오펜하이머 기념상을 수상했다. 그는 미국과학아카데미, 미국철학협회,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대외관계위원회의 회원이다.
– 역자: 이충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이야기 파라독스], [아하! 바로 그거야], [새로운 우주 이론을 찾아서], [우주를 뒤흔든 7가지 과학 혁명], [세계를 변화시킨 과학자들]시리즈(13권), [유레카 유레카], [도도의 노래], [사이언스 오딧세이], [화학이 화끈화끈], [소리가 슥삭슥삭], [수학], [진화심리학]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 특별한, 그러나 평범한 천재들
도서출판 사람과 책에서 출간한 [20세기를 빛낸 과학의 천재들]에서는 20세기 과학사를 장식한 17명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생애를 조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상대성 원리와 중력에 관한 이론들로 뉴턴 물리학을 넘어서, “신의 은총을 가장 많이 받은 물리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을 비롯하여, 원자구조에 대한 연구로 양자론(量子論)을 선도한 보어, “양자역학”이란 말을 만들어낸 막스 보른, 직관에 의한 근사법에 근거해서만 자연의 기본법칙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과묵한 폴 디랙, 배타 원리를 발견하고 20세기 물리학의 양심으로 불린 볼프강 파울리, 카오스 이론의 창시자인 미첼 파이겐봄,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수학자 폰 노이만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발견과 이론을 가능하게 한 이들 탁월한 과학자들은 과학의 발전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보는 시선을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우리 일반인들은 이들을 특별한 교육과 주위로부터의 적절한 도움을 받은 뛰어나고 특별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때로는 다음과 같은 선입견과 오해를 종종 가지기도 한다.
물론 물리학자들도 지적인 겸손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많은 비물리학자들에게 마음에 와닿는 표현은 ‘견딜 수 없는 오만’이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학자들이 의도적으로 나타내는 태도도 아니며 또한 개인적인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마치 영국 귀족들이 갖고 있는 무의식적인 우월감에 오히려 가깝다.
사실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을 과학의 귀족계급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물리학 강의 101을 수강 신청한 날부터 자신들이 뉴턴과 맥스웰 또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후계자들이라는 정신적 교육을 음으로 양으로 배우게 된다. 또한 물리학은 가장 어렵고 순수하며, 가장 다루기 힘든 과학이라는 생각을 배운다. 그리고 물리학자들은 가장 어렵고 가장 순수하며 가장 다루기 힘든 마음의 소유자이다.
- 미첼 월드롭의 <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원제 Complexity)에서
그러나 자연의 신비를 밝혀낸 이들은 천부적인 능력을 부여받은 특별한 사람들이었던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산 경우도 있으며 그들의 찬란한 업적 뒤에는 샘솟는 열정과 고통스러운 노력 또한 숨어 있었다. 이들은 2차 대전이라는 불안한 시기를 겪으면서 유태인으로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고, 사회적인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기도 했으며, 불행한 가족 관계로 심리적인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디랙은 프랑스어로만 말을 하도록 시켰던 아버지의 엄한 교육 때문에 말이 없는 우울한 유년기를 보냈고, 이로 인해 평생 과묵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으며, 형의 자살로 인한 아픔을 겪었다. 또한 파울리는 어머니의 자살과 불행한 결혼, 음주 등으로 인해 심리적인 불안에 시달려, 여러 해 동안 융 학파에게 꿈 분석을 통한 정신분석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뛰어난 과학자들 역시 일반인들과 다름없는 한 인간이라는 점을 드러내 주며, 그들을 좀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해 주는 점이다.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일화를 보며 우리는 웃음짓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종종 단어 하나에 매달려 한참 고민하다가 그 다음에 계속되는 단어를 찾아내곤 했다. 그러한 하나의 과정은 몇 분 동안이나 걸리곤 했다. 그 때, 보어가 내뱉은 단어는 “아인슈타인”이었다. 보어는 테이블 주위를 거의 뛰다시피 돌면서 “아인슈타인…아인슈타인…”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정말 기묘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잠시 후, 그는 창가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면서 가끔 “아인슈타인…아인슈타인…”하고 계속 말했다. 바로 그 순간, 문이 살짝 열리더니 아인슈타인이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들어왔다. 그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띠고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면서 내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 무렵, 아인슈타인은 의사로부터 담배를 사 피우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의사가 아인슈타인에게 담배를 훔치지 말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지금 몰래 담배를 훔치러 들어온 것이었다. 그는 계속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으면서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보어의 담배 상자를 향해 갔다. 보어는 아무것도 모르고 여전히 창가에 서서 “아인슈타인…아인슈타인…”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특히, 그 때 아인슈타인이 도대체 무얼 하려는 것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 때, 보어가 “아인슈타인”하고 크게 말하면서 휙 돌아섰다. 그러자 마치 보어가 마술을 써서 그를 불러낸 것처럼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섰다. 보어는 잠시 동안 멍하니 말을 잊고 서 있었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본 나 자신도 잠시 동안 기괴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이니, 보어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잠시 후 아인슈타인이 자신이 이 방에 들어온 목적을 이야기해주자, 마술의 비밀은 밝혀졌고, 우리는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 본문 23~24p.
○ 출판사 서평
- 20세기 물리학의 혁명 –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
20세기는 과학에 있어 혁명의 세기였다고 할 만큼 수많은 중요한 발견과 이론들이 등장한 세기였다. 특히 상대성 이론, 양자 이론, 카오스 이론 등을 포함한 물리학 이론의 발전이 두드러졌고, 상대성 이론이 아인슈타인이라는 한 개인에 의해 주도된 측면이 강하다면, 양자역학은 한 개인에 의해 성립되었다기보다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룩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자물리학과 양자이론 연구의 국제적인 중심이 된 코펜하겐에 있는 보어의 연구소에는 네덜란드에서 온 헨드리크 안톤 크라메르스, 스웨덴의 오스카 클라인, 독일의 볼프강 파울리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공동연구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때로는 서로의 이론에 감탄하고, 때로는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논쟁하면서 새로운 물리적 세계관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였다.
- 17명의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생애와 업적 조명
저자인 파이스는 아인슈타인과 보어에 관한 탁월한 전기를 쓴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자신이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이기도 한 파이스는 물리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각 과학자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해당 과학자의 개성과 업적을 재미있는 일화들과 함께 소개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개인의 삶과 그 사람의 연구를 혼합하여 제시하려고 하였으며 그들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개인적인 친밀도 차이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글의 분량에 차이를 낳은 한 원인이 되었으며, 결코 글의 분량이 그 사람들의 상대적 중요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서문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과학을 어렵고 복잡한 것, 딱딱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세계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처럼 어렵게만 보이는 수학이나 과학에도 아름다움이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물질세계의 비밀을 탐구하며 그 오묘한 질서와 아름다움의 세계에 매료된 사람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아름다움의 세계를 다루는 것은 오직 예술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과학자 역시 종종 예술가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직관과 영감에 기대어 연구 활동을 해내기도 한다. 빅토르 바이스코프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과 예술은 무언가 공통되는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둘 다 경험을 다루며 우리의 정신을 매일의 무료함으로부터 보편적 가치로 고양시킨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는 파이스의 생생한 묘사를 통해 이들 과학자들의 평범하고 인간적인 측면과, 빛나는 천재성의 양면을 모두 만날 수 있을 것이며, 20세기 물리학의 커다란 두 줄기를 이루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탄생과 정립이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