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불안의 꽃
마르틴 발저 / 문학과지성사 / 2008.5.9
독일 문학의 거장, 마르틴 발저의 장편소설 『불안의 꽃』이 소설가 배수아씨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마르틴 발저는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와 더불어 독일의 살아 있는 대문호로 꼽히는 작가이다.

이 책 『불안의 꽃』은 우리가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미처 경험치 못했던, 문학의 모든 중요한 테마를 극도로 예술적인 문체로 형상화한 소설로,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극한의 행복과 불행의 절정을 모두 경험하는 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이 책을 번역한 배수아씨는 마르틴 발저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수차례 작가와 만남을 가지면서 까다로울 수 있는 발저 문학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불안의 꽃』의 주인공 카를 폰 칸은 일흔이 넘은 나이의 투자가이다. 카를은 자신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소비와 향락이 아닌 자유를 위해서 투자 행위를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친화적인 주장들, 일흔 살이 넘은 남자의 한 젊은 여인에 대한 절망적이고 열정적인 사랑 등의 세상의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소재들을 특유의 유머감각과 간결하고 명쾌한 사고, 매력적인 은유, 그리고 빼어난 문학적 향취로 풀어 나간다.
–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옮긴이의 말

– 저자소개 : 마르틴 발저 (Martin Walser)
독일의 전후 작가 중에서 저작의 규모나 범위가 가장 큰 작가로 손꼽힌다. 소설가, 극작가, 수필가로서 20편이 넘는 소설과 다수의 드라마, 에세이 등을 써온 독일의 대표 작가로 1927년 독일 남부 바서부르크에서 태어났다. 194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튀빙엔 대학교에서 독문학, 철학, 역사를 공부했으며, 이후 1951년 같은 대학교에서 카프카에 대한 논문으로 독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53년 47그룹에 초청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1955년에는 47그룹상을 받기도 했다. 1957년 첫 장편소설 『필립스부르크에서의 결혼』을 발표함으로써 독일 소시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선보였으며, 같은 해 헤르만 헤세 문학상을 받으면서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와 나란히 독일의 대표적 신진 작가로 부상하였다.
이어서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문학상(1962), 쉴러 문학상(1965), 게오르크 뷔히너상(1981), 횔덜린 문학상(1996), 독일출판협회 평화상(1998) 등을 수상하면서 동시대 독일의 대표적 작가가 되었으나, 『분수』(1998) 등의 후기 작품에서는 과거 독일과 독일인의 정치적 죄과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하고 변명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일부 우파 독일시민들의 암묵적 동조를 얻는 한편, 유태계 독일인들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작품으로는 『필립스부르크에서의 결혼』, 그림이야기책 『호수와 바다 이야기』, 자서전적 소설 『분수』, 『도망치는 말馬』, 황혼기 노인과 젊은 여성의 사랑을 그린 최근작 『사랑의 순간』 등이 있다. 2002년 출간된 『어느 비평가의 죽음』은 독일의 유명한 비평가 라이히-라니츠키와 그를 둘러싼 현대 사회의 매체 및 문화산업에 대한 희화적 풍자로 문학권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원고가 채 책으로 나오기도 전부터 시작된 논쟁은 스캔들로까지 번져 『어느 비평가의 죽음』이 출간되자마자 순식간에 20만 부나 팔려나갔다.
.역자 : 배수아 (裵琇亞)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 책 속으로
“2006년 가을 이후, 나는 늘 발저와 함께하고 있었다. 매혹당했고 감탄했고 당황했으며 생각하고 말하고 그리고 번역했다. 현란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의 표현들! 아리아를 부르는 그의 언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발저 문학이 주는 기쁨, 이것을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 옮긴이 후기 중에서
만일 그들이 나무라면, 그런 속성을 ‘불안의 꽃Angstbl?te’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으리라. 성공이 너를 두고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성공이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 점을 인정하고, 성공을 네 곁에 억지로라도 붙들어놓는다. 단 한 번이라도 성공이 널 떠나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성공은 너를 찾아낼 수가 없을 것이다. 너는 이미 없을 것이므로. 네가 없는 너의 성공은 고아로 머물리라. — p.190
돈의 소비가 관심의 대상일 경우는 오직 돈을 부족하게 갖고 있을 때뿐이지. 만일 당신이 돈을 불리고 불리고 점점 더 크게 불려 나간다면, 그러면 더 이상 돈을 소비할 필요조차 없어지게 돼. 요니, 이제 비교를 해서 한번 말해볼게. 요니 예터, 예술가인 당신. 잘 들어봐. 예술에 있어서 성공이란 어떤 의미지?
감동이죠. 그녀가 말했다.
만일 그 성공이, 어떤 식으로든 간에, 확실시된다면, 그 성공이 이미 약속되어 있다면, 보장되어 있는 상태라면, 그러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감동이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는 경우란 없어요, 그러므로 그런 ‘그 다음’이란 건 있을 수 없는 질문이라구요. 그녀가 대답했다.
요니 예터, 만일 성공할 것이 백 퍼센트 튼튼하게 보장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그래도 예술가에게 성공은 여전히 그토록 중요한 테마일까? — p.338
그는 실망하고 말았소. 나이가 들면, 일종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성향’이 증가하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오. 죽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할 거라고 말이오. 그런 희망을 가졌었소.
더 이상 삶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되리라고. 그런데 지금 그는 알게 되었소.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그가 지금 분명 일생의 그 어떤 때보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십 년 전보다 삶에서 더 멀어진 것은 결코 아니오. 조금도 아니오. 삶이란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끝내 충분히 가지지는 못하는 어떤 것이므로.
지금 그의 희망이라면, 한 여인이 생의 시들어가는 화사함을 미친 듯이 즐겼으면 하고 바라는 것. 쇠락의 공유야말로 존재의 가장 궁극적인 공유가 될 테니까. — pp.651~652
– 줄거리
주인공 카를 폰 칸은 올해 71세의 투자상담가이다. 지적이고 현명한 아내 헬렌과 함께 노년의 삶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한편 카를 폰 칸은 돈을 매개로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절친했던 친구 디에고에게서 버림받고 있다고 느낀다. 디에고는 예술품 중개업자로 예술 외의 것은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군디의 부인 역시 스스로의 우아한 취향을 과시하는 족속이다. 그러나 카를 폰 칸은 겉으로만 치장하는 그들보다 스스로가 훨씬 예술적 진실에 가깝다고 여긴다. 카를 폰 칸은 군디로부터 디에고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군디와 만나, 그동안 소원했던 터라 잘 알지 못했던 디에고의 최근 소식을 듣는다. 디에고가 굉장히 아프며 예술품중개 사업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라는 얘기를 듣고 카를 폰 칸은 그동안 디에고와 공동으로 투자해온 사업 하나를 디에고에게 전부 넘겨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군디는 카를 폰 칸을 유혹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한편 카를 폰 칸은 영화감독과 여배우 요니를 만난다. 영화감독은 카를 폰 칸에게 자신의 영화에 투자하라고 설득한다. 서른 살의 요니는 정형화되지 않은 독특한 매력으로 카를 폰 칸을 유혹한다. 카를 폰 칸은 영화에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요니와 사랑에 빠진다. 요니 역시 진심으로 카를 폰 칸과 대화하며 그를 사랑하는 듯 행동한다. 카를 폰 칸은 현재도 따로 정부가 있지만 한번도 자존심을 버리고 그녀를 대한 적은 없다. 카를 폰 칸은 진심으로 사랑에 몰두하여, 요니에게 극도로 집작하고, 아내 헬렌에게 다른 여자가 있음을 고백할 결심을 한다. 그러나 영화 투자가 끝난 순간 갑작스럽게 요니는 카를 폰 칸을 멀리하고 헬렌은 스스로 이러한 사실을 알아내 카를 폰 칸을 떠나고 디에고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혼자 남은 카를 폰 칸은 오직 끝나지 않은 사랑 때문에 깊이 좌절하며, 헬렌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

– 출판사 서평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할 때 피는 꽃 – 앙스트블뤼테! 나에게 찾아온 극한의 사랑, 그 격렬함
.지적이고 총명하며 놀랍도록 에로틱한 소설! 독일의 살아 있는 전설, 마르틴 발저 장편소설
.마르틴 발저 장편소설 『불안의 꽃』,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다
독일 문학의 거장, 마르틴 발저의 장편소설 『불안의 꽃』(원제: Angstbl?te)이 소설가 배수아씨의 번역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었다. 마르틴 발저는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와 더불어 독일의 살아 있는 대문호로 꼽히는 작가로서 국내에는 『어느 비평가의 죽음』 『샘솟는 분수』 『유년시절의 정체성』 등이 번역되어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文名을 떨치고 있는 그의 눈부신 이력을 염두에 둘 때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극한의 행복과 불행의 절정을 모두 경험하는 노인의 이야기, 『불안의 꽃』은 우리가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미처 경험치 못했던, 문학의 모든 중요한 테마를 극도로 예술적인 문체로 형상화한 소설이다. 현재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배수아씨는 이 작품의 높은 문학적 향취에 매혹당하여 선뜻 번역을 시작하였고 끝까지 즐거움과 감탄 속에서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한국의 작가가 동시대 외국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므로 배수아씨의 선택은 『불안의 꽃』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더욱 배가시킬 것이다. 또한 배수아씨는 마르틴 발저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수차례 작가와 만남을 가지면서 까다로울 수 있는 발저 문학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환상적인 조합들로 이루어진 문학과지성사의 『불안의 꽃』 발간은 현대를 살고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 중의 하나인 마르틴 발저의 지적이고 웅대한 문학세계를 국내독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마르틴 발저, 그는 누구인가
마르틴 발저의 인생 이력은 그 자체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1927년에 태어나 소설가, 극작가, 수필가로서 20편이 넘는 소설과 다수의 드라마, 에세이 등을 써온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 작가일 뿐 아니라 현재에도 끊임없이 정력적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있는 현역 작가이며 게다가 그의 소설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기까지 하다. 2006년 발표한 『불안의 꽃』 이후, 2년만인 올해 초에도 괴테와 그의 나이어린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사랑하는 남자Ein Libender mann』를 독일에서 발표하였다. 여든이 넘은 그의 나이를 생각할 때 그의 예술혼과 창작 욕구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는 것이다.
그는 1957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필립스부르크에서의 결혼Ehen in Philippsburg』으로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후 실러 문학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횔덜린 문학상, 독일출판협회 평화상 등 독일의 대표적인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귄터 그라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당시에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라고 전한다. 마르틴 발저는 현재까지도 스웨덴 한림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예술관련잡지 『피사로』는 ‘세계를 움직이는 독일인’ 2위에 발저를 랭크시키고 있다.
마르틴 발저는 극도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녀주인공을 내세운 소설을 여러 편 발표하여 여성평론가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들에 쏟아지는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 독자들의 끊임없는 찬사와 숭배는 이러한 스캔들을 잠재우고도 남음이 있다.
.『불안의 꽃』에 대하여
한 남자와 여자 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들 사이의 사랑은 증가한다.
이제껏 그 어떤 남자도 너를 이렇게까지는 사랑한 적이 없다.
이 사실을 절대 망각해선 안 되리라.
『불안의 꽃』은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극한의 행복과 불행의 절정을 모두 경험하는 노인의 이야기이다. 원제인 ‘앙스트블뤼테 Angstbl?e’는 ‘Angst-영어의 anxiety(불안, 열망)에 가까운 뜻’와 ‘Bl?te-영어의 blossom(개화)에 가까운 뜻’의 합성어이다. 이는 전나무가 이듬해 자신이 죽게 될 것을 감지하면 그해에 유난히 화려하고 풍성하게 꽃을 피워 올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것은 두려움으로 인한 만개이며 완전한 소멸을 눈앞에 두었을 때만이 나타날 수 있는 살아 있음의 표시인 것이다. 즉 생명을 가진 어떤 존재가 가장 살아 있고자 원하는 순간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주인공 카를 폰 칸은 일흔이 넘은 나이의 투자가이다. 그에게 살아 있다는 것은 사랑과 투자자본의 증식의 행위로 표현된다. 카를은 자신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소비와 향락이 아닌 자유를 위해서 투자 행위를 한다. 독립성이란 흔히 낭만적으로 얘기되는 이상적 가치인 ‘자유’의 부정확함과 허상을 뛰어넘는 절대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절대가치에 해당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그 독립성을 허용해주는 이 세상의 유일한 수단이 바로 돈인 것이다.
소설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본주의 친화적인 주장들, 그리고 일흔 살이 넘은 남자의 한 젊은 여인에 대한 절망적이고 열정적인 사랑, 이 두 가지는 모두 세상의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소재이지만 마르틴 발저는 간결하고 명쾌한 사고, 급진적인 유머 감각, 매력적인 은유들, 그리고 빼어난 문학적 향취로 독자를 완벽한 도취의 상태로 이끌어간다.
– 추천평
마르틴 발저가 섬세하고도 충격적으로 그려낸 한 남자의 모습, 이전 작품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넘치는 개방성과 자유로움으로 가득하다. – 폴커 바이더만,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
하느님 맙소사, 발저가 이런 글을 썼다니! 너무나 힘이 넘치고 묵직하다. 그러면서도 또 얼마나 예술적인가. 『불안의 꽃』에는 문학의 모든 중요한 테마와 모티프가 들어 있으며 그것들이 함께 어울려 진실로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 마르틴 뤼드케, SWR (남서독일방송)
『불안의 꽃』은 한 작가가 마음속에서 들끓는 열정과 광기를 충분히 다스릴 줄 알게 된 노년에 발표할 수 있을 만한 문학작품이다. 생에 격렬함을 더욱 부추기거나 요구하려 하지 않게 된 어떤 시점에서야 이룰 수 있는… 그럼으로써 도리어 더욱 활활 타오르는 생생함을 전달해주는 작품이다. – 펠리치타스 폰 로벤베르크,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이 소설은 주저함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는 노년 에로틱의 절정이다. 민망함 따위는 감히 개입할 여지도 없이… 더구나 돈의 제왕을 문학의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그 뻔뻔스러운 천재성을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부르크하르트 뮐러, 쥐드도이체 차이퉁
이 소설은 화려하게 빛나는 과장으로 가득한 한편의 오페라와 같다. – 안드레아 쾰러,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