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맘의 두서없는 이야기4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예전에 난 분명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가끔은 거울속의 내 자신을 보고 놀라기도 하지만 나도 아주 깡마른 시절이 있었다는 얘기다. 밥보다는 과자 등의 간식을 좋아했고 그것도 입이 짧아 몇 개 먹으면 금새 질려버리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직장을 다니며 간을 본다는 것을 시작으로(참고로 영양사였다) 맛 이라는 것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면서 또는 여러 참고자료를 보면서 나는 세상에는 맛난 음식들이 참 많다는 것에 감동했다. 갓 튀겨 따뜻하고 바삭한 오징어 튀김… 그것도 대형 무쇠 솥에서 더운 열기 옆에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먹는 그 맛이라니… 튀김가루가 폭신한 오징어 튀김도 맛있고 약간 건조한 느낌의 그것도 좋다. 어쨌든 식초를 조금 넣은 초간장과 먹으면 느끼함도 사라져 몇 개는 쉽게 먹을수 있게 된다. 하루 지나 남은 튀김은 탕수육 소스를 만들어 함께 버무려 먹으면 새로운 맛을 느낄수 있다. 참기름과 깨를 솔솔… 매운 고춧가루와 부추를 듬뿍 넣은 즉석 겉절이와 고소한 누룽지 한 그릇이면 배가 든든한게 하루가 행복하다. 새우젓을 넣고 짭조름 하게 간한 달걀찜과 신 김치에 돼지고기 듬성듬성 썰어 볶아낸 주물럭은 어른이고 아이고 누구랄 것도 없이 밥이 2그릇이다. 양념이 많으면 맨밥에 썩썩 비벼먹어도 좋고 취향에 따라 김치나 고기만 골라 뜨거운 밥에 얹으면 그야말로 더 이상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것이다. 건강을 생각한 샐러드는 어떨까. 달착지근한 고구마와 단 호박을 으깬 후 건포도와 버터를 약간 넣고 만든 매쉬드 샐러드, 양상추 오이 샐러리 등을 넣고 발사믹 소스로 버무려 싱그럽게 먹는 그린샐러는 포도식초의 달콤하고 새콤한 맛으로도 먹지만 발사믹의 뜻 그대로 향기로도 먹는 일품샐러드이다. 마카로니를 살짝 데친 후 올리브유에 마늘과 파슬리를 볶은 후 함께 버무려 차게 식혀 먹는 냉 마카로니 샐러드 등은 더운 여름 입맛을 확 살아나게 도와주는 주인공이다, 특별한날 먹는 잡채라고 하면 손이 많이 가는 잔치음식으로 생각되어 해먹기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런 복잡함을 생략하고 간단하게 어묵 채와 당근 양파만 넣어도 아주 맛좋은 잡채가 된다. 느끼한 것이 싫다면 콩나물을 살짝 데쳐 넣는것도 맛있게 먹을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냉동만두를 튀겨보자. 바삭하게 튀긴 만두에 얇게 썬 양배추와 미나리 등의 채소를 넣고 달콤새콤한 초장과 함께 무친다, 바삭한 만두가 물기있는 채소로 숨이 조금 죽어지면 만두피는 쫀득해지고 맛있어 진다. 일명 비빔만두다, 그때부터였을까. 먹는 건 참 좋구나 행복하구나 힐링이 되는구나 하지만 슬프기도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든 것이 말이다. 그런 내가 호주에 와서 아침 점심 겸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또는 고추장에 달걀 후라이 올려 비벼 먹는 것으로 만족하는걸 보면 참 처량 맞다.
그래서 오늘은 큰맘먹고 얼큰한 닭도리탕을 준비해 본다. 닭은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한번 뜨거운 물에 살짝 끓여낸다. 기름기도 제거하고 닭껍질도 쉽게 벗겨낼수 있는 좋은 방법중 하나다. 양파와 파 감자는 큼지막하게 썰어야 오랜시간 끓여도 부서지지 않고 모양을 유지할수 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에는 특별히 카레가루를 조금 넣는다. 색깔도 살리고 고기의 잡내도 잡아주니 일석이조다, 카레가루는 여기저기 요리에 감초 역할을 한다. 볶음밥이나 고기요리 혹은 생선을 구울 때 무치는 튀김가루에 카레를 살짝 넣으면 풍미를 더한다.
그렇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후 뚜껑을 여니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온 주방에 가득 퍼진다. 포실포실하게 익은 감자와 야채덕분에 적당히 생긴 국물이 먹음직스럽다.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만족감이 밀려온다. 창세기1장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 이 닭도리탕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도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가 절로 나온다. 잘 익은 닭은 살이 툭툭 떨어져 먹기도 좋다.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40년 동안 장기적인 식량 공급을 받은 사건은 성경의 커다란 기적중 하나이다. 희고 단 맛이 나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허락하신 하나님. 알고보니 메추라기는 스테미너에도 좋은 영양식품이다. 나또한 하나님께서 친히 돌보시는 삶을 기대하며 소박하지만 충분한 밥상을 준비해 보련다.
박은정 사모(시드니동산교회 양화영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