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안녕 ‘무한도전’ 그동안 수고했어!!
– 시즌1을 끝내는 무한도전을 보내며…
호주에 살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한국의 예능을 함께 보며 웃고 떠드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법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개인적인 소통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소통에 도움을 주었던 대한민국 대표 예능이며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는 ‘무한도전’이 잠시 숨고르기를 합니다.
MBC ‘무한도전’은 지난 31일 방송으로 공식적인 방송의 막을 내렸습니다. 완전한 마지막인지 아니면 이번 시즌의 마지막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당분간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MBC는 ‘시즌제’란 입장이지만 돌아올 일시도, 형식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렇게 끝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잠재우는 멘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예고를 하거나 방송사 파업 등으로 잠시 쉬었던 적은 있어도 2005년 4월 방송을 시작한지 13년 만에 이렇게 공식적으로 품절(?)이 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벌써부터 팬들은 ‘언제든 돌아오라’고 말하며 잠깐 방학을 갖는 것으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김태호 PD도 ‘사실상 종영이냐’는 질문에 “사실상 종영이라고 표현하면 오보가 될 수 있다”며 웃었다고 하니,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무한도전’의 개학을 모르는 방학은 방송가 전반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의미가 각별합니다. 방송가 전반이 흐르는 비슷한 예능 스타일인 한국형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스타일을 시작했으며 지난 10여 년간 힘들고 어려운 시청자들의 옆에서 큰 위로가 되어주고 응원해온 프로란 점이 그렇습니다.
처음 시작했던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키워드는 너무나 상징적이었습니다. 특히, 출발점부터 다른 사람들로 인하여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에게는 현실에서 절망하는 대신 자그마한 즐거움을 제공했습니다. 어이없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멤버들을 보며 자연스레 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에는 “나의 청춘을 함께 버텨준 무한도전, 고맙다” 같은 인사가 올라오기도 하였습니다.
2005년 4월 ‘무한도전’의 시작은 MBC 주말 예능 ‘강력 추천 토요일’의 작은 코너인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일류 연예인이 되기 위한 초특급 도전’이라고 외치는 유재석과 정형돈, 노홍철 등은 첫 회 황소와 줄다리기 대결을 펼쳤습니다. 대결에 앞서 황소와 기 싸움을 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도대체 저들은 뭐하는 사람들인가라는 평가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은 당시에는 시청률이 낮아 폐지까지 고려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열혈팬들은 이때를 떠올리며 향수를 느끼기도 합니다. 배수구와 물빼기 경쟁, 지하철과 달리기 대결, 모기향보다 모기 많이 잡기, 분류기보다 동전 더 빨리 나누기 등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를 이런 도전들과 더불어 과하게 몰입하는 멤버들의 태도는 황당한 웃음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2006년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으며 지금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상황만 주어지고 상세한 대본은 사실상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멤버들 각각의 캐릭터가 부각되게 됩니다. 김태호 PD는 “워낙 캐릭터 쇼를 좋아해서 끌렸다. 결국 예능은 캐릭터 싸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상황에 따라 제작진과 멤버가 자연스레 만들어낸 캐릭터는 수 많은 별명으로 나타납니다. 2013년 초 유행한 글 ‘무한도전 별명 정리’에 따르면 박명수의 경우 당시 이미 ‘고유명수’ ‘찮은이형’ ‘산유국’ ‘흑채1기 개그맨’ 등 무려 294개의 별명을 지녔다고 합니다.
아마도 ‘무한도전’의 힘은 유연성인 것 같습니다. 정해진 형식이 없기 때문에 어느 용기에 담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예능 PD들 사이에선 “모든 예능 포맷을 끌어다 쓰는 예능계의 황소개구리”란 불평도 나왔다고 합니다. 반대로 이는 모든 포맷을 소화할 만큼 유연했단 얘기이기도 합니다. 이 유연함은 ‘무한도전’의 13년을 가능하게 한 진정한 힘입니다. 여기에 각 멤버가 친숙한 캐릭터를 갖춰가면서 어떤 새로운 상황을 끌어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대본이라면 인위적이 될 수 있었던 것들이 정해진 대본이 없었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멤버들 소식을 전하는 ‘무한뉴스’, 직장 내 상황극 ‘무한상사’는 물론 에어로빅·레슬링·조정·봅슬레이 등에 도전하는 장기 프로젝트까지 감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의 영향력은 축구의 앙리와 테니스의 샤라포바, 격투기 표도르, 농구 스테판 커리, 복싱 파퀴아오 등 세계적 스타들도 ‘무한도전’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었으며 중요한 시점에서는 지구 온난화 등 시사적 내용까지 융합 시키며 예능의 틀을 넓혔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리얼버라이어티의 효시가 돼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자극하고 탄생시켰다”며 “사회적으로도 도전의 의미와 공익적 가치를 실현했다”고 말했으며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들이 점차 성장해 간다는 굉장히 보편적인 스토리에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하고 함께할 수 있었다”며 “정서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예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위기도 있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나 뜻하지 않게 멤버 하차가 거듭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멤버 대부분이 이제는 톱스타 반열에 오르면서 ‘캐릭터’ 쇼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무도가요제,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을 선보이며 기획력으로 극복해왔습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전에는 아침에 멤버들을 깨우는 것만으로도 한 회가 나왔는데 지금 이런 에피소드는 대한민국 예능에서 한 번쯤은 봤음직한 그림이 됐다. 여전히 할 만한 소재는 너무 많은데 쉽게 풀리는 건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2010년 이후 ‘무한도전’의 방송시간도 늘어나고, 멤버들이 이탈하는 등 변곡점이 생겼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괜찮은데, 만족할만한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안 되다 보니 어떤 때는 보여드리기 부끄러운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좋아해 주셨던 이유는 친근해서라기보다는 뭔가 특별하고 달라서였다고 생각한다. 멤버들과 얘기했던 게, 매주 친근한 예능도 좋지만 ‘무한도전’의 처음을 생각해보자는 거였다. 우리가 힘들어서 멈추는 게 아니다. ‘무한도전 이름에 맞는 일을 지금 하고 있나’ 스스로 물었다. 1년에 하나를 하든, 10개를 하든 매주 특별했으면 한다. 우리가 준비가 되고 할 얘기가 있으면 돌아올 수 있는 계기는 분명 있을 것이다. 멤버들의 의지도 분명히 강하다. 지금 상황에서 표현은 ‘종영’보다는 ‘시즌 종료’가 맞다.”
‘종영’이 아닌 ‘시즌 종료’라는 말에 기대감을 갖게 되면서 공연 작품을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작은 걱정도 갖게 됩니다. 다시 돌아올 때는 이전보다 더 ‘무도한 도전’ 을 하기 위한 몸부림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잠시 동안 아쉬운 이별을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들’의 이유있는 반란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커뮤니티 교회’와 ‘메시지 스쿨’을 섬기고 있습니다.
www.facebook.com/messageschool
kiholim7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