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버섯의 특성(2)
버섯 연대기
버섯의 역사는 상징성, 이용방법, 기술개발 등의 역사적 사건에 따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대에는 주로 제사장과 무당이 제사의식을 거행하는데 버섯을 이용하였으며, 중세에는 기능성이 인정되어 귀한 약재로 사용 되었다. 근대에는 버섯의 재배가 시작되어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귀족뿐 아니라 서민도 다양한 버섯을 식품으로 이용하게 되었고 현대에는 재배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해 졌으며 산업소재, 약용, 식품, 문화적인 용도 등 응용분야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는 환경정화 및 생태계 균형 유지 등의 공익적 기능이 강화되고 다양한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이 탄생 된 것이다. 약 1억 3천만년 전부터 살아오고 있는 버섯은 인류가 원시사회를 구성했을 당시부터 중요한 의식의 매개체로 활용된 기록이 있다. 약 4,500년 전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그리스신화나 이집트의 문헌에서는 버섯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 한 기록이 있고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페르세우스가 버섯의 즙을 마시고 황홀경을 느껴 자신이 세운 도시의 이름을 미케네(Mycenae)로 명명한 것을 보면, 미케네는 버섯의 영어 이름 Mushroom의 어원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1650년경 프랑스 파리 부근에서 멜론 재배에서 나오는 퇴비를 사용하여 처음 재배하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동굴재배 방식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급속히 전파되었고 1825년 영국은 토양과 균사를 옮겨 재배하는 대신, 종균(버섯의 균사)과 배지를 벽돌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는 기술을 개발-토양, 말똥, 소똥 등을 섞어 벽돌 모양으로 만든 종균을 독일, 덴마크, 호주 등 전 세계로 수출하였다. 서양의 버섯재배가 주로 양송이류에 국한된데 비하여 동양에서는 표고, 영지, 팽이버섯 등 다양한 버섯을 재배하였다. 표고버섯의 재배법은 일본을 중심으로, 영지, 복령 등 다른 버섯은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버섯의 시장성
일본은 1720년에 참나무를 이용한 표고버섯 재배방법을 처음 개발하였으며, 1890년에는 인공접종법을 개발-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가 개발한 양송이 인공접종법보다 3년 앞선 기술이다. 동의보감(1613)에 복령, 목이 등 19종의 버섯 이름과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어 당시 이미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버섯 시장은 대량 생산의 기술적 뒷받침과 늘어나는 수요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 다. 세계 버섯생산액은 ’91년 약 85억 달러에서 ’01년 약 400억 달러로 10년 동안 4.7배 증가하는 등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버섯 생산량에 있어 중국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그 뒤로 미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 순이며 한국은 약 10위 정도라고 한다. 버섯의 영양학적 우수성이 밝혀지고, 웰빙기능성 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식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버섯 수요가 생버섯 위주에서 기능성식품, 약품, 생활용품 등으로 다양화 되며 시장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1820세기 초까지는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이 최대의 생산·소비국이었으나, 현재 생산면에서는 중국이 1위, 미국, 일본, 네덜란드 순이다. 특히 중국은 양송이는 세계의 40~50%, 표고버섯은 90%이상, 목이버섯은 95% 이상을 생산하는 버섯 수출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버섯은 항산화 효과와 항염증 효과, 멜라닌 세포 생성 억제 효과 등으로, 화장품이나 비누 등의 생활용품 소재로 활용된다. 송이, 상황, 노루궁뎅이, 느타리버섯 등은 미백효과를, 잎새버섯, 차가버섯, 망태버섯 등은 주름개선 및 콜라겐 재생 효과를 제공되고 있다. 버섯이 지닌 유효성분뿐 아니라 독성분에 대한 연구도 늘어나 신약, 친환경 농약, 기능성 식품, 화장품 등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버섯의 천연 형광성분을 활용한 자연조명, 대형 버섯과 부산물을 활용한 건축자재 등 친환경 산업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버섯 포자의 향기를 이용한 천연 방향제 및 향수, 버섯의 환경정화 기능을 활용한 천연 공기정화 제품 등도 출시될 것으로 기대 천연 버섯 조명 버섯 재배 홈 키트 버섯포자 향수등 응용분야는 이루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청갈버섯
“청갈버섯”이라는 이름은 필자 고향[경기 여주지역]의 사투리고 생각했었으나 정보검색을 해보니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버섯이름이다. 청갈버섯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던가? 돌이켜보니 70여년은 족히 된 것 같다. 필자의 고향마을은 야트막한 구능[丘陵]지대로 높은 산[山]이라야, 해발[海拔] 100-200m다. 그 밑으로 20m이내의 올망졸망한 구능지에 참나무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으며 마을 주변은 특히 참나무 숲이 많은 탓에, 도토리며 청갈버섯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청갈버섯은 한밤중에 생장을 해서 새벽역에 얼굴을 내밀며 솟아 올라온다. 일단 모습을 들어낸 종지모양의 어린버섯은 빠른 속도로 치 솟으며 마치 우산을 펴듯 버섯의 갓을 활짝 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들시들하게 생을 마감한다. 어린시절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던 필자는 어둠도 채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남보다 먼저 버섯이 많이 솟는 구석구석을 누비며 버섯을 채취하던 추억이 있다. 참나무가 하늘을 덥고 다소 야트막하고 음습한 지역에 버섯이 머리를 삐죽하게 내밀고 있다. 일단 버섯을 하나라도 발견하고 가랑잎이 뒤덮인 주변을 헤쳐보면 종지모양의 어린 버섯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른 새벽 어스름한 산속에서 또 다른 사람이 참나무 밑을 뒤지는 것을 보면 왜 그렇게 싫었던지? 운이 좋은 날은 꽤 큰 바가지가 차고 넘치게 버섯을 딸 수 있었다. 버섯찌개 등 요리해 먹었지만 버섯을 화로불에다 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맛은 참으로 일미였다. 화로불에 구우면 바글바글 물이 고이는데 밀집빨대로 빨아먹으면 형언할 수 없는 맛이 있었다. 호주의 식품점에서 사온 버섯을 추억을 떠올리며 그릴에다 구어서 즙을 맛보기도 하지만 그 맛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청갈버섯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워진 듯하니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생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종류의 식용버섯을 재배하고 있지만 청갈버섯은 않되는것 같다. 청갈버섯은 분류상으로 무당버섯속 버섯 가운데 하나이다. 학명 가운데 속명(屬名) Russula란 빨간색을 뜻하는 러시아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당버섯속 버섯들 가운데 빨간색 갓을 가진 버섯들이 많기 때문이다. 종명(種名) virescens란 초록색을 가진 이라는 뜻으로 무당버섯속 버섯들 가운데 이 버섯은 특이하게 초록색 갓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어속명(俗名) Quilted Green Russula, Green Cracking Russula, 또는 Green Cap Russula라는 이름은 모두 초록색 갓 위에 불규칙하게 갈라진 초록색 얼룩무늬가 있기 때문에 생긴 이름들이다. 한국어 이름 기와버섯이라는 이름 말고도 청버섯, 청갈버섯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치 옛날 기와 위에 초록색 이끼가 낀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어서 유래된 것 같다. 특이한 초록색을 가진 버섯이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 미국인들도 무당버섯속 버섯 가운데 가장 향과 맛이 좋은 버섯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동부지역과 멕시코 및 유라시아에서 많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기와버섯의 성미가 달고 약간 신맛이 있다하였고 그 말린 버섯으로 눈의 피로와 시력 개선 등 안과 질환 치료에 사용하였다. 또 간에 딸린 경락의 열을 식히고, 몸의 열을 방산시키며(解熱), 기력의 위축을 풀어 기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부인과 질환에도 좋아 기 순환이 잘 안되는 여성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사용하였다. 기와버섯 달임물 만들 때 생강과 함께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와버섯의 현대 의학적 사용
한 쥐실험에서 기와버섯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같은 실험실 연구에서 기와버섯은 간과 산화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간 효소(liver enzyme) 생산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수퍼옥시드 디스무타아제(SOD=superoxide dismutase) 즉 초과산화물 불균등화 효소 수치 증가를 막아준다고 한다. 이 초과산화물 불균등화 효소(SOD)는 염증의 원인인 활성 산소(activated oxygens: AO)의 불균등화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라고 한다. 활성 산소가 과량으로 생산되면 세포장애, 조직장애나 용혈성빈혈, 혈소판 응고항진, 지방질 산화의 촉진 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973년 Ohtsuka 등은 실험실 연구에서 기와버섯의 항종양 작용을 측정하였는데 sarcoma 180 암과 Ehrlich 복수암에 대한 70%의 억제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었다. 기와버섯에 비타민 B1의 분해 효소인 티나미나제(thiaminase)이 들어 있고 적응증으로 우울증을 예방하고 눈을 맑게 하며 간과 몸의 해열, 기력을 높여주며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간 효소생산 감소, 우울증, 항암에 좋은 버섯으로 소개되고 있다.
버섯과 농경지 황폐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건강한 토양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그런데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농사를 지은 결과 지구촌의 농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살충제와 화학비료의 과도한 남용으로 말미암아 토양의 건강을 파괴하고 있다는 수많은 연구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경작지의 3분의 일이 못쓰게 되었거나 황폐하게 되어 버려진 상태라고 한다. 인간의 이러한 무분별한 농사짓기로 말미암아 농경지가 황무지가 된 것이다. 식물 뿌리가 뻗어가는 부분의 토양층을 회복하고 복원하는 방법이 많겠지만 현재 우리 자연농업에서 중요하게 실시하고 있는 미생물 공급과 건강한 균근균 재공급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가 눈으로 잘 볼 수 없는 균근균(菌根菌)은 식물의 99% 잔뿌리 주변에서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담자균류인 버섯 같은 균근균(菌根菌)은 숙주생물과 맺은 공생관계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균근균과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식물은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몇 배의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균근균은 강력한 유기산을 통하여 토양 속의 분해하기 어려운 영양소를 분해함으로써 숙주식물이 흡수하기 좋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균근균은 중금속을 분해하여 흡수하여 뿌리 밖에 있는 균사체 속에 저장함으로써 숙주식물이 흡수하지 못하도록 막아 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균근균은 숙주식물이 오염된 지역에서 자란다 해도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다. 나아가서 균근균 버섯은 중금속을 흡수 저장함으로써 토양 속에 있는 중금속을 제거해 주기도 한다. 또 균근균은 식물의 해충에 대한 저항력도 길러준다. 건강한 식물이 해충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건강한 식물은 해충피해도 적기 때문에 식물을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 해충관리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균근균을 통한 좋은 영양분과 많은 양의 수분 흡수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다. 이러한 식물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한 토양이 필요하고 토양이 건강하려면 풍부한 토양 미생물이 흙속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토양 미생물과 균근균을 토양 속에 다시 공급하는 일이야 말로 고갈되고 오염 손상된 토양을 되살려 건강한 토양을 만들어 주는 일의 첫걸음인 것이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