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김창대 / 웅진지식 / 2011.2
고흐의 그림은 왜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일까? 화가들이 자화상을 많이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명화에 숨겨진 경제법칙에 있다. 이 책은 이와 같이 명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 원리를 밝혀나가는 책이다.
감성의 산물인 그림과 이성적 사고 체계에 의해 생겨난 경제 원리. 언뜻 보기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두 장르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의외로 접점이 많다.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바로 그 접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한 그림에 얽힌 이야기나 소재, 혹은 주제와 맞닿은 20여 가지의 경제적 모티브를 제시하고 풀어가는 과정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낯선 경제법칙에 익숙한 그림으로써 다가가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가상의 인물 P 씨를 설정하고, 그가 여러 그림에서 발견하는 경제법칙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딱딱하고 어렵게 보였던 경제법칙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던 두 장르가 묘하게 어울리며, 그것은 독자들에게 명화와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목차

프롤로그
1장 화가와 미술 시장
2장 독점 공급자로서의 예술가: 고흐의 그림은 왜 비쌀까?
3장 세잔의 단순함과 몬드리안의 추상성 그리고 경제 이론의 구성
4장 마르셀 뒤샹의 파격과 선택의 가치
5장 〈보이지 않는 선수〉와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6장 〈저울을 든 여인〉과 중상주의 그리고 행복의 저울
7장 점묘파 화법과 완전경쟁시장
8장 인상파와 우키요에 그리고 상업미술의 효시 로트렉
9장 그림의 대량생산과 소비
10장 사실주의 화풍과 노동의 가치
11장 소실점과 거미집 균형점
12장 〈아비뇽의 처녀들〉과 큐비즘 그리고 일반균형이론
13장 〈센트럴파크〉와 뉴요커 그리고 공공재
14장 〈폴리베르제르의 술집〉과 경제의 이분성
15장 〈야경〉과 야경국가
16장 결혼 풍속도과 결혼경제학
17장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과 카오스 경제 이론
18장 비너스와 누드화 그리고 인간 자본으로서의 아름다움
19장 자화상과 모델 비용
20장 〈러브〉, 사랑의 여백과 불확실성
에필로그 구겐하임 가문과 메세나
– 책속으로
화가란 자신의 그림을 미술 시장에 공급하는 유일한 생산자라는 점에서 순수 독점생산자Pure Monopolist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생산자들이 다수이고, 이들이 생산한 재화는 표준화된 생산양식으로 규격화되어 품질 또한 동질적이다. 이 같은 경우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재화가 어느 회사 제품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가격이 구매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러나 미술품의 경우, 한 화가가 공급한 재화는 다른 화가가 공급한 재화와 완전히 구별되는 생산물로서 독특하고 이질적인 생산품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림을 그린 화가가 죽으면 그의 작품의 공급 또한 중단되고 만다. 그런 면에서 일반적으로 예술 상품의 공급은 제한적이며, 보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예술가가 창조한 하나의 작품은 그 자체로서 시장에서 유일한 것이다. 고흐의 그림이나 호로비츠Horowitz의 독주회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는 생산자이다.
그런데 같은 예술 장르이지만 미술과 음악은 다른 점이 있다. 고흐의 그림 자체는 고흐가 죽은 후에도 계속 남아서 미술 시장에서 작품으로 유통될 수 있다. 그러나 호로비츠의 독주회는 그가 죽으면 공급이 영원히 중단되어버리고 소비자들은 그의 연주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다만 소비자들은 그의 실제 연주를 대체할 수 있는 음반이나 DVD 등으로 그의 음악을 소비할 수 있다. 이런 재화들은 그의 실황 연주에 대한 일종의 ‘값싼’ 대체재인 것이다.— p.
경제학자 P 씨는 교양학부의 경제학 입문 강의에 경제적 부와 행복 지수에 관한 주제를 포함시켜놓았다. 화폐적 부를 중시했던 중상주의 시대에 살았던 베르메르가 그린 〈저울을 든 여인Woman Holding a Balance〉은 이런 점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그림은 물질적인 부의 무게와 정신적 풍요로움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화폐의 축적만을 중시하는 중상주의적 사고가 과연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림 속의 하얀 두건을 쓴 여인은 창가 테이블 앞에서 저울을 들고 서 있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재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보면 테이블 위에는 진주와 금화가 흩어져 있다. 아마도 그녀는 진주와 금화를 저울에 재어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 속의 저울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울의 접시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저울을 들고 있으며, 저울이 상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종교적인 해석으로는 최후의 심판 때 대천사 미카엘이 인간을 저울에 올려 영혼의 무게를 잰 다음 천국과 지옥으로 보낸다고 한다. 따라서 그녀가 들고 있는 저울이 바로 그 같은 심판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세계 곳곳의 법원 앞에 설치되어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심판받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특성이나 지위 등과 같은 개인적 사정을 보지 않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여신이 들고 있는 저울 또한 정의와 공평함을 상징한다.
이제 경제적인 관점에서 유추해보자. 아마도 이 여인은 진주와 금화 같은 물질적인 부의 무게를 재어보고 나서 자신이 진정 바라는 정신적인 만족의 무게와 비교해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텅 비어 있는 저울대의 접시, 그리고 한없이 무념,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 표정을 보면, 그녀는 경제적 재화가 주는 효용의 무게가 턱없이 부족하고 물질적 만족이 덧없는 것임을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p.
– 출판사 서평
.액자 속에 갇힌 죽은 그림은 잊어라 명화, 삶을 파고들다!
얼마 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헤드라인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리히텐슈타인’이란 화가의 이름조차 몰랐던 이 작품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오른 까닭은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가격과 국내 굴지의 그룹과 관련한 비리 사건에 연루된 때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명화라 함은 그저 먹고살기 편한 사람들이 즐기는 ‘값비싼’ 취미생활의 일부였고,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부유층의 재산 은닉 수단으로 치부해버리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도 차츰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전시회도 부쩍 많아졌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 또한 경매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한편,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일종의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그림이 그만큼 우리 삶으로 파고들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꼭 전시회를 찾지 않더라도 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단순히 교양적 측면에서 명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던 예전의 책들과 달리 심리 치유, 그림과 화가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등 다양한 방면으로 그림에 접근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음은 물론, 명화는 영화나 광고 같은 영상 매체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화가의 삶과 그의 그림을 소재로 한 〈열정의 랩소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같은 영화가 제작되는가 하면 명화에서 착안한 장면이 영화에 삽입되기도 한다. 99년 작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자기 복제를 하는 장면이 그 예인데, 이 장면은 마그리트의 〈겨울비〉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국내의 한 회사가 명화를 전자 제품 광고에 이용했는데, 그림 속 인물이 색다른 표정을 짓고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은 아주 신선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렇듯 그 자체로 다른 산업 분야의 모티브가 됨으로써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는 명화는 더 이상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다. 그러니 경제와 미술의 연결 고리를 비단 ‘수억 원에 달하는 경매가’에서만 찾는 것은 시대적으로 뒤떨어진 발상일 수밖에 없다.
.미술사를 움직인 것은 보이지 않는 경제의 힘이었다!
애덤 스미스는 말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그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란 결국 ‘경제 원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을 담고 있는 그림에도 역시 그런 경제의 힘이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
1990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가셰 박사의 초상〉이 한화 1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되었다. 이 그림을 그린 이는 권총 자살로 불행한 생을 마감한 화가 고흐다.
“언젠가는 내 그림이 내 생활비와 물감 값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줄 때가 올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살아생전 그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고흐는 평생을 가난함과 우울함 속에 살아야 했다. 그러나 고흐가 한 말은 현실이 되었다. 현재 미술 시장에서 그의 그림이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의 재화는 소비됨으로써 그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고흐 그림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 커지는 것이다.
이처럼 그림과 관련한 경제법칙은 여러 부분에서 발견되는데, 저자는 크게 20여 가지에 이르는 경제 원리를 소개한다. 무역의 발전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던 네덜란드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베르메르의 〈저울을 든 여인〉, 돈이 넉넉지 않았던 일반인들이 초상화를 갖기 위해 단체로 주문해서 그려졌다는 렘브란트의 〈야경〉, 모델 살 돈이 없어 유독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고흐 그림 속에 숨어 있는 경제 원리 등, 익숙한 그림에 접목한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통해 어려운 경제 원리에 한 발짝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그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할 것이다.
명화를 통해 경제법칙을 설명하려 한 이러한 시도는 결국 그림 역시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밝힌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림은 일정한 시대의 사회상과 인물들을 담고 있다. 그러니 우리 삶을 움직이는 거대한 축인 경제와 그림이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 저자소개 : 최병서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인간자본이론에 기초한 실증적 분석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에 재직 중이다. 대학 시절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였던 그는 교육, 분배적 정의, 사회제도, 문화ㆍ예술 영역에 대한 경제적 분석으로 자신의 연구 분야를 넓혀갔다. 경제적 동기에 기초한 인간 행동에의 탐구 정신은 앞으로도 새로운 지평을 열며 더 확대되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관심, 따뜻한 시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로 읽는 경제학』, 『최병서의 Cine Balade: 경제학자의 미시적 영화 산책』, 『로빈슨 크루소 경제 원리: 호모 이코노미쿠스에서 몽키 이코노미쿠스로』 등이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