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바우돌리노(상, 하)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 2002.4
– 움베르토 에코의 네 번째 장편소설 ‘바우돌리노’
이 작품은 십자군 원정과 콘스탄티노플 함락 등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 바우돌리노의 모험이 중세의 인물 사건 등과 함께 판타지 요소들과 어우러져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제4차 십자군에 의해 점령된 비잔틴 제국의 웅장한 수고 콘스탄티노플이 불타고 있다. 이탈리아 농부의 아들이자, 독일 황제의 양아들인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바우돌리노는 우리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는 이탈리아 도시들이 파괴되는 것을 막았고, 동방에 있다는 전설상의 기독교 왕국을 찾아 나선 길에 성배를 발견했으며, 황제를 암살한 범인을 밝혀 냈다고 하는데… 움베르토 에코 장편소설. 동서양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서사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 목차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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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우돌리노 글쓰기를 시작하다
- 바우돌리노 니케타스 코니아테스를 만나다
- 바우돌리노 니케타스에게 어린 시절부터 어떤 글을 썼는지 설명하다
- 바우돌리노 황제와 이야기하다, 그리고 황후를 사랑하다
- 바우돌리노 프리드리히에게 지혜로운 충고를 하다
- 바우돌리노 파리에 가다
- 바우돌리노 베아트릭스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게 하고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다
- 바우돌리노 지상 낙원에
- 바우도리노 황제를 비난하고 황후를 유혹하다
- 바우돌리노 동방 박사를 찾아내고 카롤루스 대제를 성인으로 만들다
- 바우돌리노 요한 사제에게 왕궁을 세워 주다
- 바우돌리노 요한 사제의 편지를 쓰다
- 바우돌리노 새로운 도시의 탄생을 지켜보다
- 바우돌리노 아버지의 암소로 알레산드리아를 구하다
- 바우돌리노. 레냐노 전투에
- 바우돌리노 조시모스에게 속다
- 바우돌리노 요한 사제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다는 것을 발견하다
- 바우돌리노와 콜란드리나
- 바우돌리노 고향 도시의 이름을 바꾸다
- 바우돌리노 조시모스를 찾아내다
[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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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우돌리노와 비잔틴의 달콤함
- 바우돌리노 아버지를 잃고 성배를 찾다
- 바우돌리노 제3차 십자군에
- 바우돌리노 아르즈루니 성에
- 바우돌리노 프리드리히가 두 번 죽는 것을 보다
- 바우돌리노와 동방 박사들의여행
- 바우돌리노 아브카시아의 어둠 속으로
- 바우돌리노 삼바티온을 건너다
- 바우돌리노 픈다페침에 도착하다
- 바우돌리노가 요한 부제를 만나다
- 바우돌리노 요한 사제의 왕국으로 떠날 날을 기다리다
- 바우돌리노 유니콘과 한 여자를 만나다
- 바우돌리노 히피티아를 만나다
- 바우돌리노 진정한 사랑을 찾다
- 바우돌리노 백인 훈 족들과 싸우다
- 바우돌리노와 로크새
- 바우돌리노 비잔틴의 보물을 늘리다
- 바우돌리노 결산을 하다
- 기둥 위의 고행자 바우돌리노
- 이제 바우돌리노는 없다
옮긴이의 말
바우돌리노 연표
- 줄거리
이야기는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위기에 처한 동로마 제국의 귀족 역사가 니케타스 코니아테스를 구한 바우돌리노란 인물이, 니케타스에게 자신의 인생 얘기를 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중요한 건 작품 초반부터 바우돌리노는 현실과 환상을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하는 거짓말쟁이라고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읽고 있는 독자마저도 잘 분간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바우돌리노가 중간에 찾아가게 되는 요한 신부의 왕국 같은 명백한 가상의 존재도 나오지만,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의 이탈리아 원정 등 그외 사실에 기반한 얘기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소설상에서 바우돌리노가 직접 경험한 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주인공 바우돌리노는 본디 북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프라스케타의 농민 갈리아우도의 아들이었다. 갈리아우도는 바우돌리노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짐짝 취급하였는데, 마침 이탈리아를 정벌하려 출진한 바르바로사를 만나면서 그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갈리아우도는 금화 몇 닢에 아들을 팔아넘겨 버린다(…). 바우돌리노는 그의 휘하에서 수많은 일을 겪으며, 프리드리히 1세가 패배한 레냐노 전투에도 참전하게 되는 등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고향 프라스케타를 도시로 발전시키고 이름도 알레산드리아로 바꾸는 등의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한때는 빠리로 유학을 떠나 후반부에 함께 모험하게 될 친구들도 사귀게 된다.
한편 바르바로사는 바우돌리노와 그 친구들을 데리고 성배를 찾고 예루살렘을 수복하기 위한 십자군 원정에 나서지만, 아르메니아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바우돌리노의 동료 중 1명은 성배를 들고 도망친다. 바우돌리노는 남은 친구들과 함께 황제의 원수를 갚고 성배를 되찾기 위해 프레스터 존의 왕국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들은 어둠으로 가득 찬 숲 아브카시아, 돌과 자갈이 흐르는 급류 삼바티온 등을 건너 결국 프레스터 존의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도시 ‘픈다페침’에 도착하게 되지만, 프레스터 존은 그곳에 없고 그의 부제(副際)만을 만나게 된다.
프레스터 존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던 그와 친구들이었지만, 어느 새 그들은 픈다페침이 간교한 환관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고 그들은 사제를 만날 수 없으며 단지 선전용으로 이용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떠나려 하지만, 갑자기 훈족이 대규모로 픈다페침을 내습해 오면서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쳐오게 된다. 바우돌리노와 친구들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된 픈다페침 사람들을 훈련시켜 훈족을 막을 방법을 강구해 내지만, 막상 전쟁 중에 종교 분쟁이 터져 우스꽝스럽게 무너지며 픈다페침은 멸망하게 된다.
실의에 빠진 주인공 일행은 픈다페침을 떠나 유랑하던 도중 어쌔신 집단의 포로가 되어 노예 생활을 하게 되나, 극적인 탈출 후 로크새를 타고 콘스탄티노플로 돌아올 수 있게 되고, 성배의 향방과 황제를 죽인 진범을 찾아 죽인 뒤 막 떠나려 하던 바우돌리노가 니케타스를 만나게 되는 첫 시점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바우돌리노는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프리드리히 황제의 죽음에 대한 진짜 진상을 알게 되고, 실의에 빠져 큰 기둥 위로 올라가 은자처럼 생활하다가 급기야 마을 사람들에게 성인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그를 미워하던 마을 신부와 추종자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기둥에서 내려온 바우돌리노는 니케타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찾아 떠나며, 니케타스는 바우돌리노의 이야기를 역사로서 남길 것인지에 대해 친구인 파프누티오스와 이야기를 하며 거짓과 진실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 등장인물
.바우돌리노 : 주인공, 가난한 농노의 아들이었지만 여러 가지 일을 계기로 바르바로사의 양자가 되어 굵직굵직한 중세사의 중심에 서게 된다. 파리 유학 시절 사귄 친구들과 함께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찾아 떠나지만 좌절하고 돌아온 후, 니케타스에게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 준 뒤 다시 한 번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찾아 떠나게 된다. 외국어를 두어 차례 듣는 것만으로도 쉬이 익히며, 사실에 허구를 끼워넣는 창작의 재능이 있다고 두루 인정 받는다. 십자군 기사들에게서 니케타스를 구하는 장면까지는 매우 유능한 사람처럼 보이긴 하나, 그 뒤 이어지는 바우돌리노 스스로의 이야기는 사실과 본인의 망상이 뒤섞인, 진짜라고 믿긴 어려우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바우돌리노 본인은 이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갈리아우도 : 바우돌리노의 아버지, 바르바로사가 황제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한 채 그저 지방의 유력 귀족이라고 생각하곤 아들을 거의 팔아넘기다시피한다.그 후 15년 동안 바우돌리노를 만나지 못하다가. 프라스케타가 알레산드리아로 바뀐 뒤 만나게 된다.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는데, 임종 시 그가 손에 쥐고 있던 나무그릇을 바우돌리노는 성배로 사용한다. 심지어 나중에는 바우돌리노 자기 자신도 그것이 성배라고 믿어버린다.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 : 실존하였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1세와 동일인물. 양자로 삼은 바우돌리노를 매우 아꼈고 십자군 원정에도 데려갔지만, 십자군 원정 도중 터키 지방의 유력자 아르즈루니의 성에 머물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만다. 덕분에 바우돌리노는 김태권 작가의 십자군 이야기 5권에 까메오 출연했다.
.니케타스 코니아테스 : 실존하였던 동로마 제국의 궁정 대신이자 역사학자. 제4차 십자군의 약탈로 콘스탄티노플이 엉망진창이 되고 자신도 죽음의 위기에 놓이지만 바우돌리노의 등장으로 목숨을 구한다. 이후 콘스탄티노플을 벗어나 안전한 지역까지 바우돌리노와 동행하며 바우돌리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청자가 된다.
.압둘 : 바우돌리노가 파리 유학 시절 사귄 친구. 시를 잘 짓는다. 그런데 그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게 ‘초록색 꿀’이라는 것인데 거의 마약 수준이다(…). 초록색 꿀을 먹을 때마다 그는 망상 속에 머나먼 이국 땅의 공주를 떠올리게 되고,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사실 압둘은 어렸을 적 어쌔신 집단에 납치되어 노예 생활을 했었는데, 그 때 도망쳐 나오면서 초록색 꿀을 입수한 것이다. 압둘은 삼바티온을 건넌 후 일행들이 만티코어와 맞서 싸우던 중 부상을 입고 사망.
.보롱 : 바우돌리노의 파리 유학 시절 사귄 친구이다. 진공의 유무에 대해 항상 키오트와 티격태격하며 싸운다. 모험 중 죽지 않고 콘스탄티노플로 돌아온 5명 중 하나인데 후일 고향 땅으로 돌아가 성배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한 뒤 고향으로 떠난다. 이 등장인물은 실제로 아서 왕과 성배에 관한 3부작 서사시를 남긴 프랑스의 시인 피에르 드 보롱을 모티브로 하였다.
.키오트 : 바우돌리노의 파리 유학 시절 친구. 보롱과 항상 티격태격한다. 귀향한 후 기사들의 모험에 대한 서사시를 쓰겠다고 하고 떠난다. 이 등장인물은 아서 왕 전설에 나오는 기사 퍼시벌에 대한 유명한 13세기 독일 서사시 ‘파르치팔’에서 저자 볼프람 폰 에셴바흐가 자료의 출처 중 하나로 언급하는 프랑스 시인 키오트 데 프로방스를 모티브로 하였다.
.시인 : 바우돌리노의 파리 유학 시절 친구. 사실 시인이라고 불리긴 하는데 작중 시를 실제로 짓는 등장인물은 바우돌리노와 압둘이다. 원문에는 ‘대시인(Archipoeta)’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대시인’이라는 필명으로만 알려진 12세기 독일 궁정시인을 모티브로 하였다. 여담이지만 20세기 작곡가 칼 오르프가 이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 마성의 BGM으로 유명한 카르미나 부라나.
.솔로몬 : ‘라비 솔로몬’ 이라고 불리는 유대인. 흩어진 옛 유대 민족의 지파를 찾기 위해 프레스터 존의 왕국에 가고 싶어한다. 유대인이다 보니 안식일에는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하는데 삼바티온을 꼭 건너야만 했던 동료들에 의해 뒤통수를 맞고(…) 뻗은 상태에서 안식일에 삼바티온을 건너게 된다. 픈다페침에서 귀환하여 어쌔신 집단에게서 로크새를 타고 탈출하는 것까지 성공하지만, 유랑 상인의 집단을 보고는 옛 유대 민족의 지파로 오해하곤 정신 착란을 일으켜 몸부림을 치다가 로크새에서 떨어져서 사망.
.보이디
.스카카바로치(촐라)
.포르첼리
.아르즈루니
.쿠티카
.콜란드리노 : 바우돌리노의 첫 아내인 콜란드리나의 남동생. 프레스터 존의 왕국으로 떠난 바우돌리노 일행 가운데 가장 어리다. 훈 족의 침략에서 살아남아 다시 프레스터 존의 왕국으로 향하다 뱀에 물려 사망한다.
.조시모스 : 실존했던 그리스 출신 수도자. 다만 소설에선 약간 음험한 인물로 등장하는데 바르바로사의 죽음으로 혼란한 틈을 타 성배를 가지고 도망친다. 그래서 그 성배를 이용하여 동방의 어떤 작은 기독교 마을에서 마치 신처럼 군림하지만, 그 정체가 들키는 바람에 눈이 뽑히는 등 신체형을 받곤 불구가 되어 겨우겨우 콘스탄티노플로 돌아와 거지로 살게 되었다.
.히파티아 : 픈다페침 근처에 사는 전설상의 생물(?)같은 존재.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염소이다. 사실 특정 등장인물의 이름이라기보다는 이 생물들의 통칭이 히파티아이다. 각자의 특별한 이름은 없다. 그러나 사실 수많은 히파티아들 중에 작중 직접 등장하는 히파티아는 하나뿐이므로 등장인물의 이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픈다페침을 방문한 바우돌리노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훈족의 침입으로 인해 바우돌리노의 자손을 임신한 채로 생이별을 하게 된다. 참고로 히파티아들은 모두 여성이며 짝짓기는 산 너머 사는 사티로스들과 하게 되는데, 여기서 여자가 태어나면 히파티아, 남자가 태어나면 사티로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히파티아는 최초로 혼혈을 임신한 셈. 히파티아라는 이름은 4세기부터 5세기 초까지 그리스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하던 여성 철학자, 수학자 히파티아를 모티브로 하였다.
.콜란드리나 : 바우돌리노와 같은 고향 사람으로 그와 결혼한 뒤 아이를 낳다 사망한다.
.가바가이 :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종족인 스키아푸스의 한 인물. 픈다페침에서 맺은 인연을 기반으로 바우돌리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바우돌리노의 동료들마저 서로를 배신하고 음험함이 난무하는 와중에 가바가이만큼은 끝까지 충성을 다한다. 종국에 어쌔신 집단에서 탈출할 때 몰려드는 경비병을 상대로 일행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끝까지 엄호하다 결국 안타깝게 사망한다.
- 작품의 해설과 의미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는 인간의 행위와 사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녹아 있기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장미의 이름이 맹신에 대한 경계, 푸코의 진자가 사유의 실체화에 대한 고찰이었다면, 바우돌리노에서는 허구가 가져다주는 풍요와 유토피아에 대한 고찰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이 소설 속에서 바우돌리노는 프레스터 존의 편지, 동방박사 3인의 성유물, 심지어는 성배까지 만들어 내는 등 거의 중세 기독교사를 혼자 조종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두가 다 바우돌리노의 망상과 허구의 창조물이라는 것. 소설 속의 이 모든 장치는 결국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향하고 있으며, 에코는 이를 ‘각자의 유토피아’ 로 칭하고 있다. 사실 바우돌리노와 그의 동료들은 프레스터 존의 왕국을 찾으려 하는 이유가 모두 다르며, 이는 결국 종장의 파국과도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결국 어차피 허구인 소설에서, 소설 속의 세계에서조차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스토리를 늘어놓고 있으니 소설이 가지는 허구를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바우돌리노의 모험기를 무협지와 비교하여, 주인공 바우돌리노가 녹정기의 위소보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는데 성격은 천지차이다. 강간, NTR 등도 해대는 위소보와 달리 바우돌리노는 양아버지인 황제 몰래 황비에게 연심을 품은 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프레스터 존 왕국에서 정을 나눈 반인반수 여인을 평생 잊지 못하는 등 인격적으론 더 낫다.
– 저자소개 :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Visio 문화, 즉 읽는 문화가 아니라 보는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인 중세 미학과 러시아 형식주의, 그리고 아방가르드 문화로부터 출발했으며, 퍼스의 철학적 기호론을 통해 독특한 기호학 체계를 구축, 프랑스 중심의 언어학적 기호학이나 구조주의와 철저하게 맞대결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 학파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 이해와 미학관을 보여주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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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 Prospect/Foreign Policy 공동 조사에게 움베르토 에코는 노엄 촘스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리처드 도킨스였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1980) 과『푸코의 진자』(1988),『전날의 섬』(1994), 동화『폭탄과 장군』(1988),『세 우주 비행사』(1988),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2016년 2월 19일 향년 84세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밀라노 자택에서 타계했다.
– 역자 : 이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교 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탈리아 대사관 주관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주는 국가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 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세상을 바꾼 천재들의 100가지 아이디어』 『공학의 명장면 12』 『난 두렵지 않아요』 『알리체의 일기』, 그리고 ‘율리시즈 무어’ 시리즈 외 여러 권이 있다.
- 명대사
“너 멍텅구리 아니냐? 우리 주님은 목수의 아드님이셨다. 평생을 똑같은 옷을 입으셨지. 그런데 너는 내게 와서 예수님께서 청금석이 박힌 황금 술잔을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다고 말하고 있어. 만약 내가 만든 이 그릇같이, 주님의 아버지께서 나무뿌리를 파서 만든 그릇을 가지고 계셨다면 은혜로운 일이지.”
젠장, 이 노인의 말이 맞다. 성배는 이 그릇 같아야만 할 것이다. 주님처럼 소박하고 가난한 그릇, 모두들 평생 동안 빛나는 것만을 찾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게 성배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네가 어떤 일을 꾸며 댈 때는 넌 진짜 없는 일들을 꾸며냈지.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되었어.(중략)단 한 번 그 누구보다도 진실한 여자와 단 한 번 진실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넌 실패를 했어. 너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원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 냈어. 그러니까 넌 네 경이의 세계로 숨는 게 나아. 그 세계에서는 적어도 네가 얼마나 경이로울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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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