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진중권 / 휴머니스트 / 2013.4.15
– 평론을 통해 재구성한 전후(戰後) 현대미술
서양미술사 중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하여 후기 모던에서 포스트 모던 시대의 예술 세계와 비평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아방가르드의 정치적 성격은 희석되고 뒤샹의〈샘〉이 주었던 새로움과 파격은 오히려 예술의 규칙이 되었다. 일상의 사물과 예술 작품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예술가의 선언문이 아니라 비평가의 평론이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 편’은 전후 예술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주요 비평가들의 평론을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미니멀리즘, 해프닝, 플럭서스, 팝아트 등 후기 모던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을 탐구한다. 이전의 모더니즘이 실질적으로 정치운동과 그 맥락을 함께했다면, 종전 후 세계 미술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며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생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술의 탈정치화’로, 예술은 이제 공개적인 사회적 표현 대신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게 되었다. 이처럼 현대미술 작품의 바탕에 깔린 사유와 논리를 명료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예술의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하나의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문화의 또 다른 흐름으로 주조하는 형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화의, 새로운 사회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시대 예술과 대중문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현재적 질문에 따라, 과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예술이 만들어지고 있는 치열한 현장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늘 소신 있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 미학자 진중권의 사회적 책임감과 신념, 그 미학의 총체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 목차

들어가기-후기 모더니즘과 네오 아방가르드
아방가르드에서 형식주의로
냉전의 역설
비평의 시대
아방가르드와 모더니즘
미술과 사물성
평판화면
모더니즘의 종언
네오아방가르드
재현의 복귀
1. 폴록
잭 더 드리퍼
“혼돈은 무슨. 빌어먹을”
추상표현주의
형식주의 비평
‘액션 페인팅’
구상으로 회귀
상징에서 지표로
폴록 그 이후
2. 앵포르멜
점령의 트라우마
회화의 전환
형태에서 물질로
물질의 시학
기저 유물론
거름자리 위의 꽃잎
형태를 향하여
3. 색면추상
새로운 평면성
형식이 아니라 주제
무로부터의 창조
숭고는 지금
그것은 살아 숨 쉰다
열광의 감정
4.탈회화적 추상
두 개의 대안
회화 이후의 추상
연속과 단절
부드러움에서 딱딱함을
하드에지와 색면추상
미니멀리즘과 팝아트
5. 미니멀리즘
환영과의 고투
하나의 유일한 사물
반관계주의 미니멀리즘
현상학적 미니멀리즘
유물론적 미니멀리즘
개념적 미니멀리즘
사물성과 연극성
미니멀리즘 이후
6. 개념미술
예술의 종말론
오브제에서 개념으로
개념미술의 전략들
철학 이후의 예술
언제 예술인가?
7. 팝 아트
카운터 아방가르드
브리티시 팝
프로토 팝
평판화면
핸드메이드와 레디메이드
기계와 공장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
지시와 허상
실재의 귀환
8.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팝아트와 상황주의
스펙터클의 사회
문자주의와 상상주의
예술의 폐지와 실현
상황주의의 전략들
매체의 상황주의적 사용
전환과 회복
9. 해프닝
폴록의 유산
회화의 파괴
연극적 전회
10. 플럭서스
해프닝과 플럭서스
정신병자들이 탈출했다
다다와 레프
인터미디어
11. 게르하르트 리히터
카멜레온
자본주의 리얼리즘
사진과 회화
리히터의 블러
푼크툼
숭고의 부정적 묘사
포스트모던
12. 신표현주의
새로운 야만인들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
스스로 부과한 억압 장치
독일 카페
신표현주의 논쟁
나가기-후기 모던이냐 포스트모던이냐
연속이냐 단절이냐
‘확장된 장’으로서 포스트모던
‘연극성’으로서 포스트모던
‘알레고리 충동’으로서 포스트모던
타자의 담론
미주
○ 저자소개 : 진중권(陳重權)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소련의 구조기호론적 미학’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독일 유학을 떠나기 전 국내에 있을 때에는 진보적 문화운동 단체였던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의 간부로 활동했다. 1998년 4월부터 ‘인물과 사상’ 시리즈에 ‘극우 멘탈리티 연구’를 연재했다. 귀국한 뒤 그는 지식인의 세계에서나마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과 논쟁의 문화가 싹트기를 기대하며, 그에 대한 비판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변화된 상황 속에서 좌파의 새로운 실천적 지향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9년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 교수로 재직 하였다. 현재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를 대중적 논객으로 만든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박정희를 미화한 책을 패러디한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글은 ‘박정희 숭배’를 열성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과 작가 이인화씨, 근거 없는 ‘주사파’ 발언으로 숱한 송사와 말썽을 빚어온 박홍 전 서강대 총장,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옹호한 작품 ‘선택’으로 논란을 낳은 작가 이문열씨 등에 대한 직격탄이다. 탄탄한 논리, 정확한 근거, 조롱과 비아냥, 풍자를 뒤섞은 경쾌하면서도 신랄한 그의 문장은 ‘진중권식 글쓰기’의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사회비판적 논객으로서가 아닌 미학자로서의 행보를 보여주는 책은 바로, 이제는 고전이 되어 버린 ‘미학오디세이’이다. 이 책은 ‘미’와 ‘예술’의 세계라는 새로운 시공간을 선물한 귀중한 교양서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대를 바꿔가면서 꾸준하게 여러 세대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이 책은 근육질의 기계 생산에서 이미지와 컨텐츠의 창조로 옮겨가고 있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를 빛낸 100권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책에는 벤야민에서 하이데거, 아도르노, 푸코, 들뢰즈 등의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탈근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미학을 이야기한다.
이를 이어가는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는 “과연 예술은 진리의 신전(하이데거)인가? 오늘날 예술은 왜 이리도 난해해졌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탈근대 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철학자 8명을 골라 그들을 통해 탈근대 미학의 주요 특징을 살핀다. 근대 미학과 탈근대 미학을 반복적으로 대비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의 핵심을 포착하고 탈근대 미학의 요체가 숭고와 시뮬라크르임을 밝힌다. 차갑고 짧은 문장이 덜쩍지근한 포스트모던을 새롭게 보도록 만든다.
삶의 시원 ‘에로스’를 탐색한 성의 미학을 거쳐 삶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타나토스’로 이어지는 죽음의 미학을 다룬 ‘춤추는 죽음’은 렘브란트, 로댕 뭉크, 고야 서양미술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천재 화가들에게 죽음이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본다. 삶의 유한성을 명상할 줄 아는 예술가들은 죽음에 대한 실존주의적 공포를 창작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말한다.
이런 저작을 통해 보여지는 그의 인문적, 미학적 사유는 비트겐슈타인의 인식 틀과 벤야민에게서 받은 영감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그는 개략적으로 철학사를 언어철학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탈근대의 사상이 미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밝혀내는 글쓰기를 계획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철학사를 언어철학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 탈근대의 사상이 미학에 대해 갖는 의미를 밝히는 것, 철학.미학.윤리학의 근원적 통일성을 되살려 새로운 미적 에토스를 만드는 것, 예술성과 합리성으로 즐겁게 제 존재를 만드는 것 등이다.
저서로는 ‘미학 오딧세이’ ‘춤추는 죽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천천히 그림읽기’ ‘시칠리아의 암소’ ‘페니스 파시즘’ ‘폭력과 상스러움’ ‘앙겔루스 노부스’ ‘레퀴엠’ ‘빨간 바이러스’ ‘조이한·진중권의 천천히 그림 읽기’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 ‘춤추는 죽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첩첩상식’ ‘호모 코레아니쿠스’ ‘한국인 들여다보기’ ‘서양미술사’ ‘이론과 이론기계’ ‘컴퓨터 예술의 탄생’ ‘진중권의 이매진 Imagine’ ‘미디어아트’ ‘교수대 위의 까치’ 등의 공저서와 여러 권의 번역서가 있다.
○ 출판사 서평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은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하여 후기모던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 세계와 비평의 역사를 넘나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아방가르드의 정치적 성격은 희석되고 뒤샹의 ‘샘’이 주었던 새로움과 파격은 오히려 예술의 규칙이 되었다. 일상의 사물과 예술 작품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예술가의 선언문이 아니라 비평가의 평론이었다.
이 책은 전후 예술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주요 비평가들의 평론을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미니멀리즘, 해프닝, 플럭서스, 팝아트 등 후기 모던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을 탐구한다.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의 바탕에 깔린 사유와 논리를 명료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예술의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해준다.
1. 알약, 형광등, 깡통 수프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 전후 현대미술사의 재구성
고흐의 해바라기가 300억이라면 모두들 수긍하지만 청계천에 놓인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 ‘스프링’이 30억이라면 바로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과거의 예술 작품에 비해 그 외형이 단순하고 빈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현대미술은 좀처럼 쉽게 감동을 주거나 그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예술이다. 이 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미니멀리즘의 ‘형광등’, 앤디 워홀의 ‘깡통 수프’, 그리고 플럭서스의 ‘알약’까지, 이름만 들어도 난해한 현대미술의 세계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그 흐름을 명쾌하게 살필 수 있도록 지형도를 그려주는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잭슨 폴록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일어난 2차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다룬다. 이전의 모더니즘이 실질적으로 정치운동과 그 맥락을 함께했다면, 종전 후 세계 미술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며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생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예술의 탈정치화’다. 예술이 공개적인 사회적 표현을 삼가는 대신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서 뒤샹이 변기에 사인을 하면서 제도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전전 모더니즘의 흐름은, 1940~1960년대 네오 모던에 이르러 그 일탈마저 규칙이 되고 제도화 되고 말았다. 자신만이 진정으로 새로움을 선언했던 모더니즘 예술과 달리, 오늘날의 예술에는 특정한 예술 양식이 ‘없다’. 진중권은 이렇게 난해한 현대 미술의 예술사적 의미와 그 맥락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비평가의 ‘평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 전후 현대예술과 비평의 역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지적 탐험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비평가의 역할과 그 평론의 역사이다. 전후 모더니즘의 흐름 속에 새로이 떠오른 예술 주체는 바로 비평가였다. 전전의 예술가들이 직접 강령과 선언문의 형태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냈다면, 전후 미술 작품의 의미를 언어로 설명해준 이들은 바로 비평가들이었기 때문이다. 불 켜놓은 형광등, 늘어놓은 벽돌, 글씨 몇 자 새긴 알약, 코카콜라나 캠벨수프 그림 등, 뒤샹의 ‘샘’ 이후 예술작품과 일상의 사물 사이에 구분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예술의 정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하나의 사물이 ‘언제 예술인가?’에 따라 판가름 되었다. 그린버그를 비롯한 오늘날 비평가들의 평론은 작품에 사후적인 평가를 부여할 뿐 아니라 작품 자체를 성립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비평가 그린버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잭슨 폴록이 존재할 수 없었듯, 작품의 의미를 생산하는 비평가는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가였던 셈이다.
이 책은 오늘날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비평가인 그린버그를 포함하여 할 포스터, 로잘린드 크라우스 등 20세기 후반 비평계를 이끈 주역들의 포괄적이고 결정적인 논의를 제공한다. ‘들어가기’에서는 현대미술계를 이끈 미국 비평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정리했고, 본문에서는 평론을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색면추상, 탈회화적추상을 거쳐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팝아트, 국제상황주의, 해프닝, 플럭서스 등을 다룬다. ‘나가기’에서는 모던-포스트모던 논쟁과 관련하여 전후미술에서 조각의 흐름을 살펴본다.
저자 진중권은 치밀한 글쓰기를 통해 복잡한 현대예술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면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철학 개념들을 풀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 100여 개의 현대미술 작품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예술 담론을 복합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자기만의 미술사를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은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하나의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문화의 또 다른 흐름으로 주조해내는 것. 이 책에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화의, 새로운 사회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시대 예술과 대중문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현재적 질문에 따라, 과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예술이 만들어지고 있는 치열한 현장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중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늘 소신 있는 독설을 서슴지 않는 미학자 진중권의 사회적 책임감과 신념, 그 미학의 총체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 본서의 구성과 주요 내용
들어가기 – 후기 모더니즘과 네오 아방가르드
1장. 폴록 – 캔버스 안의 검투사
전후 미술의 역사는 폴록의 드립 페인팅과 더불어 시작된다. 폴록을 통해 전전의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은 뜨거운 표현적 추상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이 온도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폴록의 전면화(all over)에서 ‘형’ 자체가 해체되고 형과 배경 사이의 ‘관계주의’마저 포기된다는 점이다.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이를 근거로 미국의 회화가 평면성과 순수성을 향한 모더니즘의 기획에 대해 전전의 유럽미술보다 더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폴록의 작업은 후기 모더니즘의 출발점이자,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전개될 거의 모든 예술운동의 미학적 준거가 된다.
2장. 앵포르멜 – 무정형한 물질의 충동
앵포르멜은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유럽의 카운터파트였다. 형 자체를 해체한다는 점에서 앵포르멜 역시 전전의 추상에 비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 타블로에 머물러 프레임 자체를 폐기하려는 경향은 드러내지 않지만, 재료 자체의 물질성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그것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보다 더 급진적 해체를 실천한다. 물론 앵포르멜이 재료로 돌아간 것은 해체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형의 원점으로 돌아가 물질에 잠재된 형상적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앵포르멜은 바타유가 말하는 탈승화의 충동이 아니라, 또 다른 승화의 형식이었다.
3장. 색면추상 – 네가 누구 앞에 서 있는지 알라
폴록의 사망 후에 추상표현이 생명력을 다하자, 그린버그는 바넷 뉴먼과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을 전후 모더니즘의 기획을 이어갈 새로운 주자로 부각시킨다. 그의 눈에는 뉴먼의 매끄러운 화면이 폴록의 거칠고 두꺼운 화면보다 더 평면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뉴먼과 로스코의 작업은 그린버그의 형식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을 갖고 있었다. 두 작가는 늘 자신들의 작품이 주제(subject matter)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주제’란 거의 종교에 가까운 ‘숭고’의 체험이었다. 뉴먼과 로스코의 작품은 한갓 ‘형식’이 아니라, 관객을 동요시키는 일종의 ‘동작주(agent)’로 기능했다.
4장. 탈회화적 추상 – 뜨거운 추상에서 차가운 추상으로
1960년대 초 추상표현주의가 이미 관학적 예술언어로 전락했을 때 예술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것은 외려 ‘팝아트’라는 이름의 구상회화였다. 여기에 맞서려면 폴록과 뉴먼과 로스코의 뒤를 이을 작가들이 필요했다. 1964년 그린버그는 일군의 작가들을 모아 “탈회화적 추상”이라는 전시회를 조직한다. ‘회화성’을 잃은 미국의 미술은 폴록의 뜨거운 추상에서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으로 돌아간다. 폴록은 이 새로운 작가들의 ‘평면성’을 강조했지만, 평면성을 향한 그들의 작업은 이미 그린버그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스텔라의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를 통해 회화는 사물의 상태에 접근한다.
5장. 미니멀리즘 – 네가 보는 것은 네가 보는 것이다
공간의 환영은 구상회화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추상적이더라도 그림이 그림으로 벽에 걸려 있는 한, ‘환영’의 공간으로 지각되기 마련이다. 어떻게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기서 미니멀리스트들은 ‘그러려면 그림이 더 이상 그림이 아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들의 작품을 아예 ‘사물’로 만들기로 한다. 작품이 사물과 물리적으로 구별이 안 된다면, 혹은 구별하기 힘들다면, 그것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것은 관객의 체험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린버그가 생각하는 모더니즘의 강령에 배치된다. 작품의 성립에 관객을 요청하는 것은 회화가 아닌 연극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6장. 개념미술 – 육체를 벗어버린 예술
미니멀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사물과 똑같아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작품이 사물과 다르지 않다면, 굳이 그것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개념미술’이라는 발상이 탄생한다. 개념미술가들은 예술의 본질은 ‘개념(concept)’에 있다고 보았다. 즉 예술가의 창조적 발상이 실행(창작)이나 결과(작품)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술은 문학에 가까워진다. 개념미술의 논리를 엄격히 적용하면, 작품은 미술관에 전시할 것이 아니라 잡지에 기고하는 게 나을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들은 팔릴 수 없는 작품을 만들기를 원했다. 여기서 그들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7장. 팝아트 – 사진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
모더니즘의 종언을 확실히 보여준 것은 1960년대 초에 등장한 팝아트였다. 추상과 팝아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은 재스퍼 존스였다. 그가 그린 깃발은 공간 속의 대상이나, 철저히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묘사 대상 자체가 평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평면성을 향한 추상의 운동은 역설적으로 구상으로 전환한다. 팝아트를 통해 재현이 복귀하나, 돌아온 구상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라 복제의 모습이었다. 팝아트는 장인성을 포기함으로써 대량생산을 미메시스하며, 복제를 다시 복제함으로써 독창성의 신화를 무너뜨리며,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받아들임으로써 대중의 취향을 긍정한다.
8장.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 스펙터클에 맞선 전사들
팝아트가 소비자본주의에 순응적이었다면, 상황주의자들은 소비자본주의를 ‘물화’와 ‘소외’의 상태로 규정하며, 물질적 욕망이 진정한 삶을 집어삼켜 버린 그 거대한 매트릭스의 세계에 저항하려 했다. 변화한 자본주의에 맞서 상황주의자들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를 소비자본주의의 현실에 맞추어 갱신하고,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라는 전전의 혁명적 예술운동을 계승하되 동시에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을 (삶 속에서) 실현함으로써 예술을 폐지하려 했다. 이 목적을 위해 소비자본주의의 산물을 패러디하여 소비자본주의를 공격하는 ‘전환’의 전략을 사용했다. 상황주의는 전후의 유일한 혁명적 아방가르드였다.
9장. 해프닝 – 액션 콜라주에서 해프닝으로
퍼포먼스 아트의 선구가 된 앨런 카프로의 해프닝은 “폴록의 유산”에서 출발했다. 카프로는 폴록의 작업에서 무엇보다 ‘액션’을 보았다. 폴록의 제스처를 모방한 카프로의 액션 콜라주는 3차원의 ‘아상블라주(assemblage)’ 작업과 그가 ‘환경’이라 부른 설치작업을 거쳐 ‘해프닝’으로 발전한다. 해프닝은 마이클 프리드가 비난하는 ‘연극성’을 글자 그대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그린버그식 모더니즘의 반명제였다. 카프로는 해프닝을 폴록의 액션 페인팅과 연결시키지만, 삶과 예술의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반(反)미학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그의 해프닝은 다다이즘, 특히 뒤샹의 유산이기도 했다.
10장. 플럭서스 – 정신병자들이 탈출했다
그린버그의 형식주의 비평이 망각한 것은 모더니즘의 또 다른 유산, 즉 뒤샹으로 대표되는 다다이즘의 전통이다. 카프로가 자신을 ‘폴록의 유산’으로 간주했다면, 플럭서스는 자신을 다다이즘의 후예로 여겼다. 비교적 스펙터클한 해프닝과 달리 플럭서스의 퍼포먼스는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해프닝에 개념미술을 결합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다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하지만 체제에 대한 플럭서스의 태도는 다다만큼 급진적이지는 못했다. 플럭서스의 퍼포먼스를 통해 동시에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인터미디어’ 현상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한다.
11장. 리히터 – 리히터의 ‘흐리기’
80년대에 ‘포스트모던’이라 불리는 현상은 60년대 일군의 동독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동구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서구의 추상표현주의를 동시에 거부하려 한 것이 결과적으로 포스트모던의 경향으로 이어진 것이다. 리히터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무너뜨린 최초의 화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사진과 회화,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다양한 예술언어를 구사하는 것, 완성된 화면을 흐리는 블러링(blurring)으로 의미작용 자체를 교란시키는 것, 그리고 일체의 정치적, 미학적 이념에 반대하며 현실에 대해 판단중지를 실천하는 것 등에서 그 작업의 포스트모던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12장. 신표현주의 – 새로운 야만인들
신표현주의 운동은 사진보다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선호하고, 미술의 국제적 흐름보다 지역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민족의 역사와 신화를 주제화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복고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레이건-대처 시대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동독 출신 작가들의 새로운 구상회화는 80년대 예술시장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미니멀리즘이나 개념미술 등, 그 형상이 빈곤한 예술에 지쳤던 대중과 컬렉터들에게 강렬한 표현으로 가득 찬 신표현주의의 타블로는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전전의 표현주의처럼 신표현주의도 그 정치적, 미학적 함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에 휘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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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