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현상학적 심리학
에드문트 후설 / 한길사 / 2013.1.30
우리는 후설 현상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철학 이외의 분야에서도 현상학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급증함에도 현상학계가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유는 후설 현상학의 참모습을 통일적으로 온전히 밝혀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상학계에서조차 후설 현상학을 그의 입장에 충실하게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사상이 발전해나간 단계를 ‘기술적 현상학 vs. 선험적 현상학 vs. 생활세계적 현상학’, ‘정적 분석 vs. 발생적 분석’, ‘주관적 관념론 vs. 객관적 실재론’이라는 단절된 도식적 이해의 틀 속에, 심지어 현상학의 기본문제인 의식의 ‘지향성’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거나 일관성 없이 자의적으로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후설로 되돌아가’ ‘후설과 더불어 현상학을 해야만’ 한다.
이 책 『현상학적 심리학』은 후설이 실제로 강의를 했던 생생한 자료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승 브렌타노나 동료 딜타이에 대한 진솔한 반성적 회고를 통해 우리는 그의 현상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1920년대 중반 그가 당시에 주도적 학문이었던 심리학과 연관된 문제를 어떻게 고민했는지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후설은 이 강의와 이 책에 수록된 부록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현상학’, 그리고 이를 수정한 암스테르담 강연인 ‘현상학적 심리학’에서도 자연주의적 태도의 실험심리학을 비판하고 현상학적 심리학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 목차
심리학을 통해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길|이종훈
머리말
1. 현대 심리학의 발전. 딜타이의 결정적인 비판과 그의 개혁안(설명하는 심리학과 기술하는 심리학)
2. 딜타이가 그의 동시대인들에게 제한된 영향을 끼친 근거들. 동시대인들의 이해가 불충분함과 그의 단초가 지닌 한계들
3. 『논리연구』의 과제와 의의
4. 새로운 심리학에 대한 요약적 특성묘사
체계편
5. 현상학적 심리학의 한계설정. 그 밖의 정신과학이나 자연과학으로부터 부각시킴. 자연과 정신이라는 개념의 문제를-설정함
6. 학문 이전의 경험세계와 이 세계가 주어지는 경험작용(경험의 일치성)으로 되돌아갈 필연성
7. 경험세계로 되돌아감 속에서 학문들을 분류함. 학문들의 체계연관은 경험세계의 구조연관 속에 근거함. 보편적 세계구조에 관한 학문인 보편적 학문의 이념과 경험대상들의 개별적 형태들을 주제로 삼는 구체적 학문들의 이념. 공허한 지평의 의미
8. 아프리오리한 학문인 보편적 세계구조에 관한 학문
9. 아프리오리를 파악할 진정한 방법인 본질직관
10. 직관적 일반화의 방법과 경험세계(‘자연적 세계개념’)에서 출발해 세계 그 자체의 일반적 구조개념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인 이념화작용의 방법. 세계에 관한 학문들을 분류할 가능성과 정신에 관한 학문의 의미를 명백하게 제시함
11. 자연적인 세계개념에 관한 학문의 특성묘사. 경험의 개념을 칸트의 경험개념과 구분지음. 세계의 가장 일반적인 구조들인 공간과 시간
12. 통일체가 생기게 만드는 단일적 경험에서 수동적 종합이 필연적으로 출발함
13. 자립적 실재성과 비-자립적 실재성을 구별함. 인과성을 통해 실재적 통일체를 규정함
14. 세계에서 실재성들의 등급
15. 경험세계의 심리물리적 실재성들의 특성묘사. 영혼에 대립해 물체성의 더 높은 자립성
16. 정신적인 것이 경험세계 속에 등장하는 형태들. 주체와 관련됨을 통해 그 존재 속에 규정되는 문화객체의 특색
17. 전적으로 실재적 특성의 기체인 순수 실재성으로 환원함. 비-실재적 문화의미를 배제함
18. 자연과학자의 태도에서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을 대립시킴
19. 참된 세계 그 자체는 필연적인 가정이다
20. 객관성은 상호주관적 일치함 속에 증명할 수 있다. 정상성과 비-정상성
21. 영혼적인 것의 단계구조
22. 인과적 규정의 항속하는 실체인 물리적 실재성이라는 개념
23. 귀납적 인과성인 물리적 인과성. 심리적으로 얽혀 있음의 특색
24. 영혼적인 것의 통일체
25. 보편적 자연과학의 이념. 자연주의적 편견의 위험들
26. 객관적 주제인 세계 속의 주관적인 것
27. 주관적인 것을 배제함으로써 객관적 세계가 구성되지만, 그러나 모든 주관적인 것 자체가 세계에 속하는 어려운 문제
28. 주관적인 것으로 반성적 시선전환을 실행함. 반성의 태도에서 물리적 사물들의 지각
29. 지각의 장(場). 지각의 공간
30. 공간적인 근원적 현존
31. 질료. 지향적 기능을 위한 소재인 질료적 자료
32. 대상이 자아와 관련해 주어지는 양상인 알아차리는 주어져 있음
33. 객관적 시간성과 흐름의 시간성
34. 지각에서 내재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내실적인 것과 비-내실적인 것의 구별. 비-내실적 극(極)으로서 객체
35. 기체의 극과 속성의 극. 공허한 지평의 적극적 의미
36. 지각의 지향적 객체
37. 내재적인 것을 드러내 밝히는 방법인 현상학적 환원
38. 외적 지각에서 순수 주관성으로 들어감
39. 지각하는 자 자체의 관점에서 지각의 분석
40. 시간성의 문제제기. 현재화—과거지향과 미래지향(지각의 정립적 변화와 유사-정립적 변화 그리고 실천적 삶에 대한 그 의의)
41. 인식대상적 태도에서 대상 극에 대한 반성과 대상 극의 기초가 되는 것인 자아-극에 대한 반성. 자아-극의 보편적 종합. 활동성과 습득성의 극인 자아
42. 근원적 건립함과 추후에 건립함의 자아. 확신을 관철함에서 자아의 동일성. 자아의 개체성은 확신에 근거한 자신의 결정 속에 드러난다
43. 모나드인 주체의 통일체. 모나드에 대한 정적 연구와 발생적 연구. 고립된 모나드에서 모나드 전체로 이행함
44. 심리(Psyche)에 대한 자연적 탐구뿐 아니라 인격적 학문과 이에 상응하는 학문의 기초가 되는 현상학적 심리학
45. 회고적인 자기성찰
보충 1|『브리태니커 백과사전』(Encyclopaedia Britannica): 현상학
부록 1-1
부록 1-2
보충 2|암스테르담 강연: 현상학적 심리학
부록 2-1 현상학적 심리학과 선험적 현상학
부록 2-2 개체적 심리학과 상호주관적 심리학
후설 연보
후설의 저술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저자소개 : 에드문트 후설 (Edmund Husserl)
후설은 1859년 오스트리아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20세기 독일과 프랑스 철학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현상학의 창시자로서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와 더불어 현대사상의 원류라 할 수 있다. 1876년부터 1882년 사이에 라이프치히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철학과 수학, 물리학 등을 공부했고, 1883년 변수계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84년 빈대학교에서 브렌타노 교수에게 철학 강의를 듣고 기술심리학의 방법으로 수학을 정초하기 시작했다. 1887년 할레대학교에서 교수자격논문 「수 개념에 관하여」가 통과되었으며, 1901년까지 할레대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했다.
1900년 제1주저인 『논리연구』가 출간되어 당시 철학계에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확고한 지위도 얻었다. 많은 연구서클의 결성으로 이어진 후설 현상학에 대한 관심은 곧 『철학과 현상학적 탐구연보』의 간행으로 이어졌으며, 1913년 제2주저인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제1권을 발표해 선험적 관념론의 체계를 형성했다. 1916년 신칸트학파의 거두 리케르트의 후임으로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교수로 초빙되어 1928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재직했다.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와 나치의 권력장악은 유대인 후설에게 커다란 시련이었으나, 지칠 줄 모르는 연구활동으로 저술작업과 학문보급에 힘썼다. 주저로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데카르트적 성찰』『시간의식』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등이 있다.
후설 현상학은 하이데거와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등의 실존철학자는 물론 가다머와 리쾨르의 해석학, 인가르덴의 미학, 카시러의 문화철학, 마르쿠제와 하버마스 등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데리다, 푸코, 리오타르 등 탈현대철학자들과 프루스트, 조이스, 울프 등의 모더니즘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역자 : 이종훈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후설 현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춘천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현대사회와 윤리』(1999), 『아빠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전3권, 1994?2006), 『현대의 위기와 생활세계』(1994)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한길사에서 펴낸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전3권, 후설, 2009),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후설, 1997), 『시간의식』(후설, 1996), 『데카르트적 성찰』(후설?오이겐 핑크, 2002)이 있다. 이 밖에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후설, 2010),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후설, 2008), 『경험과 판단』(후설, 1997),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컨퍼드, 1995), 『언어와 현상학』(수잔 커닝햄, 1994)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철학자로 살았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
에드문트 후설은 1859년 독일의 메렌 주에서 태어나 1938년 프라이부르크에서 79세로 영면했다. 할레 대학강사, 괴팅겐 대학강사와 교수,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수, 그리고 은퇴 후 죽는 날까지 오직 강연과 집필에 몰두했던 그는, “철학자로서 살아왔고 철학자로서 죽고 싶다”는 유언대로,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철학자 자체였다.
50여 년에 걸친 학자로서 그의 외길 삶은 보편적 이성을 통해 모든 학문의 타당한 근원과 인간성의 목적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궁극적 자기책임에 근거한 이론(앎)과 실천(삶)을 정초하려는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즉 선험적 현상학(선험철학)의 이념을 추구한 것이었다. 이 이념을 추적한 방법은 기존의 철학에서부터 정합적으로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편견에서 해방되어 의식에 직접 주어지는 ‘사태 자체로’ 되돌아가 직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과 방법은 부단히 발전을 거듭해나간 그의 사상에서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 관련 아래 독자적인 사상을 전개한 수많은 현대철학자, 심지어 충실한 연구조교였던 란트그레베와 핑크까지 나중에는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선험적 현상학을 비판하고 거부했다. 후설은 이들이 거둔 성과를 높이 평가했지만, 결코 선험적 현상학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지했다. 그가 후기에 ‘생활세계’를 문제 삼았던 것도 선험적 현상학(목적)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길(방법)이었다. 방법(method)은 어원상(meta+hodos) ‘무엇을 얻기 위한 과정과 절차’를 뜻하듯이, 그것이 추구하는 목적과 결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설 현상학과 심리학의 관계
후설의 현상학과 심리학의 깊고도 오랜 연관은 심리학주의의 시각을 견지했던 교수자격논문 『수 개념에 관해서』(1887)에서 『위기』(1936) 제3부 ‘선험적 문제의 해명과 이에 관련된 심리학의 기능’, 특히 ‘심리학으로부터 현상학적 선험철학에 이르는 길’까지 후설의 사상전개 전체를 지배했던 주제였다.
이것은 심리학주의를 철저히 비판한 『논리연구』 제1권, 다양한 지향적 의식체험을 분석한 『논리연구』 제2권, 순수 의식의 영역과 보편적 구조를 밝혀 이성의 현상학을 규명한 『이념들』 제1권, 정신적 세계의 근본법칙을 통해 그 구성의 문제를 다룬 『이념들』 제2권, 심지어 심리학과 현상학의 관련을 다루는 데 절반 이상의 분량을 할애한 『이념들』 제3권 등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후설이 명명한 용어를 보면, ‘경험적 심리학’ ‘실험적 심리학’ ‘외면 심리학’ ‘내면 심리학’ ‘지향적 심리학’ ‘현상학적 심리학’ ‘심리학적 현상학’ ‘형상적 심리학’ ‘아프리오리한 심리학’ ‘정신과학’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뿐만 아니라 조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선험적 심리학’이라는 용어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후설이 궁극적으로 추구한 현상학의 이념은 ‘선험적 현상학’ ‘현상학적 철학’ ‘선험철학’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좀 더 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이 용어들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해보자.
① ‘경험적 심리학’은 객관적 자연과학의 방법으로 의식을 자연(사물)화하는 인위적인 자연주의적 태도로 심리적 현상을 탐구한다. ② ‘현상학적 심리학’은 인격적 주체로서 주관으로 되돌아가지만, 여전히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음을 소박하게 믿고 전제하는 자연적 태도로 심리적 현상을 기술한다. ③ ‘선험적 현상학’은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다는 토대 자체를 철저하게 되돌아가 물어봄으로써 심리적 현상의 고유한 본질구조를 통해 선험적 주관성을 해명한다.
이것들의 관계를 ‘생활세계를 통한 길’과 대조해보면, ‘경험적 심리학’은 객관적 학문 또는 실증적 자연과학의 세계, ‘현상학적 심리학’은 객관적 인식이 되돌아가야 할 생활세계의 표층(경험세계), ‘선험적 현상학’은 이 세계가 미리 주어져 있음을 되돌아가 물음으로써 드러나는 생활세계의 심층(선험세계)에 해당한다. 물론 이들의 정초관계를 분명하게 해명함으로써만 심리학주의뿐 아니라 주관과 객관이 분리된 이원론적 사고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는 예비학인 순수 심리학
이 책은 후설이 실제로 강의한 자료를 편집해 출간했기 때문에 아주 생생한 현장감이 특히 돋보인다. 더구나 이미 고인이 된 브렌타노와 딜타이의 학문적 업적과 의의에 대한 진솔한 반성적 회고는 후설 현상학이 형성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1920년대 중반 학문적 문제제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또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현상학’ 항목을 통해 그가 왜 하이데거와 결별하게 되었는지를 추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약간 수정한 암스테르담 강연인 「현상학적 심리학」에는 전자에서 ‘제3부 선험적 현상학과 절대적 정초를 통한 보편적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17∼22항까지 제목만 밝혀진 채 빠져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선험적 현상학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는 일이 은퇴를 맞이한 그에게 얼마나 절실한 과제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 자체만으로 볼 때 문장과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선험적 현상학에 관한 분명한 주장을 담은 결론이 없기 때문에 미완성 저술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후설 자신도 이 강의를 그 자체로 완결된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는 현상학적 심리학이 선험적 현상학에 이르기 위한 예비단계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현상학적 심리학을 충실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어쨌든 인격적 자아는 드러내 밝힐 수 있는 ‘내면’-삶(Innen-Leben)과 인격적 자기발전을 갖는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는 다시 순수 주관성을 더 깊이 탐구해야 할 요구에 직면한다. ……그래서 단순한 계획만 부여할 수 있었고, 순수 내면심리학을 정신과학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심리학적 탐구에 관한 기초학문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 (324쪽)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