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원제 : Men In Dark Times (1955)
한나 아렌트 / 인간사랑 / 2010.12.30
어두운 시대에 빛을 밝힌 인물들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지적인 사유『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어두운 시대”는 브레히트의 유명한 시 <후손들에게>에서 빌려온 문구이며, 한나 아렌트는 우리 세기의 일상적인 공포가 어둠의 실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제안하고자 이 문구를 사용했다.

이 책에서 ‘어둠은’ 아렌트가 이야기하려는 사람들(레싱, 로자 룩셈부르크, 발터 벤야민, 베어톨트 브레히트, 발데마르 구리안, 그리고 랜달 자렐 등은 생애 중에 시대를 함께 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전반의 도덕적 갈망, 예술과 과학의 경이적인 발전으로 점철된 20세기 전반의 세계를 서로 공유했다)을 통해서 조명된다.
– 목차
머리말
Chapter 1, 어두운 시대의 인간성 : 레싱에 관한 사유
Chapter 2. 로자 룩셈부르크 : 1871 – 1919
Chapter 3. 안젤로 쥬세페 론칼리 : 1958 – 1963년의 교황
Chapter 4. 칼 야스퍼스 : 찬사
Chapter 5. 칼 야스퍼스 : 세계시민?
Chapter 6. 이자크 디네센 : 1885 – 1963
Chapter 7. 헤르만 브로흐 : 1886 – 1951
Chapter 8. 발터 벤야민 : 1892 – 1940
Chapter 9. 베어톨트 브레히트 : 1898 – 1956
Chapter 10. 발데마르 구리안 : 1903 – 1954
Chapter 11. 랜달 자렐 : 1914 – 1965
해제 논문
역자 후기
색인
– 저자소개 :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어두운 시대’는 새로운 것도 드문 것도 아니다”
1906년 10월 14일 독일 하노버 근교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보냈는데, 이때 어머니를 통해 유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조숙하고 명석했던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반항하다 퇴학당했지만, 가정교육과 베를린 대학교 청강을 거쳐 1924년 마부르크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하이데거에게 수학하지만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실존철학자 야스퍼스의 지도 아래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1929)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9년 스테른(Gunter Stern, 1936년 이혼)과 결혼하여 베를린에 정착한다. 이후 아렌트는 정치적 억압과 유대인 박해가 첨차 심해지던 독일에서 시온주의자들을 위해 활동하다 체포되어 심문을 받은 뒤, 1933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다. 망명 후 발터 벤야민 등 많은 지식인을 만나 유대인 운동을 하던 아렌트는 다시 수용소에 갇혔다가 1940년에, 아렌트는 독일 시인이자 철학자인 하인리히 블뤼허와 결혼했다. 1941년에는 아렌트를 포함하여 2500명 정도 되는 유대계 망명자들에게 불법으로 비자를 발행해 준 미국 외교관 하이램 빙엄 4세의 도움으로 남편과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렌트는 1951년에 이르러서야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되는데, 1959년에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완전한 교수직에 지명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경험한 18년간의 무국적자 경험을 바탕으로 첫 번째 주저인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1951)을 출간하고, 더불어 정치이론가로서 정치현상의 근본적 의미를 밝히는 데 전념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사상가의 길을 걷는다.
이후 『라헬 바른하겐 : 유대인 여성의 삶』(Rahel Varnhagen : The Life of a Jewish Woman, 1958),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 『과거와 미래 사이』(Between Past and Future, 196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진부성에 대한 보고』(Eichmann in Jerusalem :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 1963), 『혁명론』(On Revolution, 1963),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Men in Dark Times, 1968), 『공화국의 위기』(Crises of the Republic: Lying in Politics, 1969), 『시민적 불복종』(Civil Disobedience, 1969), 『폭력의 세기』(On Violence, 1969) 등 중요 저작들을 연이어 출간한다. 이 가운데 『혁명론』에는 아렌트의 최종적인 ‘정치’ 사상이 담겨 있는데, 그가 1956년 헝가리 혁명을 계기로 혁명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프린스턴 대학 세미나에서 「미국과 혁명정신」이란 주제로 강연한 것을 정리해서 완결지은 것이다. 『혁명론』은 ‘새로운 시작’ 과 자유를 기리는 혁명송이자, 정치학도들에게 다양한 정치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귀중한 교과서로서 의미 있는 저작이다.
아렌트는 1973년 에버딘 대학에서 ‘정신의 삶―사유’라는 주제로 기퍼드 강의를 요청받은 후 사유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이듬해 ‘정신의 삶―의지’라는 주제로 다시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정신의 삶―판단’이라는 주제로 정신의 삶 3부작의 마지막 연구를 진행하던 중 1975년 12월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쳤으며, 남편이 오랫동안 강의한 뉴욕주 허드슨 강 유역 애넌데일(Annandale-on-Hudson, New York)에 있는 바드 대학에 묻혔다. 그녀의 사후 『정신의 삶―사유』와 『정신의 삶―의지』가 1978년 출간되었으며, 완성되지 않은 3부에 해당하는 「판단」 부분은 유고집으로 『칸트 정치철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1982년 출간되었다. 그후 이미 발표된 글들 및 미발표 원고 등을 주제별로 편집하여 『이해에 대한 에세이』(1994), 『책임과 판단』(2003), 『정치의 약속』(2005), 『유대적 저술』(2007), 『문학과 문화에 대한 성찰』(2007) 등이 출간되었다.
– 독자의 평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은 《과거와 미래 사이》와 더불어 한나 아렌트(1906-1975) 사상의 입문서로 잘 알려진 텍스트다. 제목에 등장하는 ‘어두운 시대’는 브레히트의 유명한 시 ‘후손들에게’(To Posterity)에서 빌려온 문구다. 아렌트는 브레히트의 이 시에서 무질서, 굶주림, 학살과 살육, 분노, 절망, 증오 등을 읽어낸다. 전쟁과 전체주의의 망령, 도덕의 와해로 얼룩진 20세기 상반기는 일상의 공포가 짙은 어둠의 실체를 형성하고 있는 ‘폐허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렌트가 강조하는 ‘어두운 시대’는 바로 공적 영역이 신뢰성을 상실하여 고도로 위축되고 개인의 관심사만 부각되어 공사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다. 그래서 이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활적 이해나 개인적 자유에 정당한 관심을 갖는 것 이외에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아렌트가 12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주최한 시인과 작가와 철학자들로 구성된 원탁회의와 같다. 아렌트가 소집한 이들은 레싱, 로자 룩셈부르크, 교황 요한 23세, 칼 야스퍼스, 이자크 디네센, 헤르만 브로흐, 발터 벤야민, 베어톨트 브레히트, 발데마르 구리안, 그리고 랜달 자렐 등이다. 이중 레싱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은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동일한데 나치 독일과 홀로코스트, 죽음의 수용소와 망명이라는 정치적 격변기를 살다 갔다. 또한 이들 모두는 정치와 세계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표한 지식인들이다. 역자 홍원표는 이들이 당시 세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자의식적인 한계인’이라고 평가한다. 아렌트는 예리한 판단력과 깊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이들의 삶과 인품 그리고 사상을 드러낸다.
아렌트는 이들과 관조적 삶을 공유하고 혹자에 대해 우애를 표하고 혹자에 대해선 연민을 표한다. 또한 혹자에 대해선 지독한 비판과 칭찬이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령 브레히트에 대해서 유독 그러하다. 이는 동베를린에 사는 동안 브레히트가 스탈린을 ‘희망의 화신’으로 찬미하는 송시나 스탈린 범죄에 대한 찬가를 남겼기 때문이고, 설상가상 그의 저작집 속에는 막상 이런 남사스러운 스탈린 찬미가 빠져있다는 위선에 기인한다. 아렌트의 말대로 시인들은 이따금 선량하고 믿을 만한 시민이 되지는 못한다. 가령 파시즘에 경도된 에즈라 파운드나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김지하가 대표적이다.
비록 아렌트가 정통 마르크스주의에 적대적인 입장이었지만 벤야민과 루카치와 같은 비판적 사상가들은 존중했다. 참고로 벤야민은 아렌트의 첫 번째 남편인 권터 스턴과 사촌관계다. 인상적인 것은 아렌트가 칼 야스퍼스에 대해 표출한 진정어린 존경심이다. 아마도 여기엔 하이데거에 대한 반대급부의 애증이 같이 녹아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렌트는 “우정없는 삶이란 참다운 삶의 가치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우정의 가치를 존중했다. 아렌트의 전기작가이자 제자인 영-브륄은 아렌트를 “우정의 천재”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 책에 나타난 칼 야스퍼스와 아렌트의 관계가 바로 그런 우정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