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공화국의 위기 – 정치에서의 거짓말 시민불복종 폭력론
한나 아렌트 / 한길사 / 2011.10.10
세 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정치에서의 거짓말」은 정치에서 이미지 제작과 공적 관계의 역할을 다루고 있는 미 국방부 보고서를 심도 있게 분석해 거짓말이 행위의 한 형태이지만 정치영역을 손상시킨다는 점을 부각시켰다.「시민불복종」은 자유의 기수에서 전쟁 반대자들과 분리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저항운동을 검토하고 있다.「폭력론」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파리 학생시위, 옛 소련의 체코 침공 등의 폭력을 목격하면서 집필한 것이다.
.어두운 시절의 미국에 대한 아렌트의 응답
사유의 세계로 도피하지 않고 시대에 항상 충실한 공공지식인 한나 아렌트의 <정치에서의 거짓말>, 그리고 <시민불복종>, <폭력론> 등 논문 세 편을 수록했다.
미국의 상황에 따른 구체적 문제에 대한 저자 특유의 구체적 응답을 담고 있다. 베트남전쟁, 그리고 미국ㆍ유럽의 학생운동과 반전운동 등과 관련하여 공공지시인으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처럼 격동하는 사회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 개념에 대해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 목차
공공지식인의 정치적 ‘판단’ / 김선욱
정치에서의 거짓말
시민불복종
폭력론
정치와 혁명에 대한 소고: 하나의 주석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저자소개 :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년 10월 14일 독일 하노버 근교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보냈는데, 이때 어머니를 통해 유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조숙하고 명석했던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반항하다 퇴학당했지만, 가정교육과 베를린 대학교 청강을 거쳐 1924년 마부르크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하이데거에게 수학하지만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실존철학자 야스퍼스의 지도 아래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1929)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9년 스테른(Gunter Stern, 1936년 이혼)과 결혼하여 베를린에 정착한다. 이후 아렌트는 정치적 억압과 유대인 박해가 첨차 심해지던 독일에서 시온주의자들을 위해 활동하다 체포되어 심문을 받은 뒤, 1933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다. 망명 후 발터 벤야민 등 많은 지식인을 만나 유대인 운동을 하던 아렌트는 다시 수용소에 갇혔다가 1940년에, 아렌트는 독일 시인이자 철학자인 하인리히 블뤼허와 결혼했다. 1941년에는 아렌트를 포함하여 2500명 정도 되는 유대계 망명자들에게 불법으로 비자를 발행해 준 미국 외교관 하이램 빙엄 4세의 도움으로 남편과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렌트는 1951년에 이르러서야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되는데, 1959년에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완전한 교수직에 지명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경험한 18년간의 무국적자 경험을 바탕으로 첫 번째 주저인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1951)을 출간하고, 더불어 정치이론가로서 정치현상의 근본적 의미를 밝히는 데 전념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사상가의 길을 걷는다.
이후 『라헬 바른하겐 : 유대인 여성의 삶』(Rahel Varnhagen : The Life of a Jewish Woman, 1958),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 『과거와 미래 사이』(Between Past and Future, 196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진부성에 대한 보고』(Eichmann in Jerusalem :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 1963), 『혁명론』(On Revolution, 1963),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Men in Dark Times, 1968), 『공화국의 위기』(Crises of the Republic: Lying in Politics, 1969), 『시민적 불복종』(Civil Disobedience, 1969), 『폭력의 세기』(On Violence, 1969) 등 중요 저작들을 연이어 출간한다. 이 가운데 『혁명론』에는 아렌트의 최종적인 ‘정치’ 사상이 담겨 있는데, 그가 1956년 헝가리 혁명을 계기로 혁명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프린스턴 대학 세미나에서 「미국과 혁명정신」이란 주제로 강연한 것을 정리해서 완결지은 것이다. 『혁명론』은 ‘새로운 시작’ 과 자유를 기리는 혁명송이자, 정치학도들에게 다양한 정치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귀중한 교과서로서 의미 있는 저작이다.
아렌트는 1973년 에버딘 대학에서 ‘정신의 삶―사유’라는 주제로 기퍼드 강의를 요청받은 후 사유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이듬해 ‘정신의 삶―의지’라는 주제로 다시 강의를 시작하면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정신의 삶―판단’이라는 주제로 정신의 삶 3부작의 마지막 연구를 진행하던 중 1975년 12월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쳤으며, 남편이 오랫동안 강의한 뉴욕주 허드슨 강 유역 애넌데일(Annandale-on-Hudson, New York)에 있는 바드 대학에 묻혔다. 그녀의 사후 『정신의 삶―사유』와 『정신의 삶―의지』가 1978년 출간되었으며, 완성되지 않은 3부에 해당하는 「판단」 부분은 유고집으로 『칸트 정치철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1982년 출간되었다. 그후 이미 발표된 글들 및 미발표 원고 등을 주제별로 편집하여 『이해에 대한 에세이』(1994), 『책임과 판단』(2003), 『정치의 약속』(2005), 『유대적 저술』(2007), 『문학과 문화에 대한 성찰』(2007) 등이 출간되었다.
.역 : 김선욱 (金善郁)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가치와윤리연구소 소장과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정치철학, 윤리학, 정치와 종교의 관계 등이다. 지은 책으로는 『행복과 인간적 삶의 조건』 『한나 아렌트의 생각』 『아모르 문디에서 레스 푸블리카로』 『행복의 철학: 공적 행복을 찾아서』 등이 있으며, 아렌트 저작의 번역서로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공화국의 위기』 『칸트 정치철학강의』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이 책에는 세 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정치에서의 거짓말」은 정치에서 이미지 제작과 공적 관계의 역할을 다루고 있는 미 국방부 보고서를 심도 있게 분석해 거짓말이 행위의 한 형태이지만 정치영역을 손상시킨다는 점을 부각시켰다.「시민불복종」은 자유의 기수에서 전쟁 반대자들과 분리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저항운동을 검토하고 있다.「폭력론」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파리 학생시위, 옛 소련의 체코 침공 등의 폭력을 목격하면서 집필한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이념이 가진 힘은 미국 건국 초기에 구현된 미국적 정신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그것을 오늘의 현실에 다시 읽어내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시민적 공화주의라고 하며, 시민적 공화주의는 마이클 샌델 등과 같은 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론화되고 있다. 아렌트의 공화주의적 입장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정치권력이 시민들로부터 분리되어 그들을 조작과 거짓의 대상으로 삼을 때 성공할 수 없으며, 진정한 정치적 법적 권력은 시민들에게서 나오며, 폭력은 권력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때에만 분명하게 지목할 수 있고 또 제어할 수 있음을 『공화국의 위기』를 통해 웅변하고 있다.
.「정치에서의 거짓말」
이 글은 이른바 ‘펜타곤 문서’의 누출과 관련해 작성된 논문이다. ‘펜타곤 문서’의 공식 명칭은 ‘1945~67년 미?베트남 관계: 국방부 연구문서’이다. 미 국방부의 일급기밀문서였으나, 1971년 6월 13일자 『뉴욕타임스』의 1면 기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개된 ‘펜타곤 문서’의 핵심 내용은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대한 폭격, 북베트남 해안에 대한 폭격, 해병대의 상륙작전 등을 통해 전쟁을 고의적으로 연장했던 사실 등인데, 가장 심각했던 점은 트루먼 대통령에서 존슨 대통령에 이르는 4개 행정부가 미국 시민들에 대해 기만적으로 대했다는 점이었다.
아렌트의 논문은 전통적으로 정부가 국가기밀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정부의 작동 과정에서 거짓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엮였는지에 집중한다. 아렌트는 정치 혹은 정치가에게서 거짓이 작용하는 것은 인간의 죄성 때문에 발생하게 된 것이 아니라 홍보의 과정에서 문제해결사들이 일하는 방식을 통해 현실에 대해 생생한 감각을 갖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한 일임을 분명히 한다.
거짓은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성을 활용해 판단하려는 우리에게 진실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와 우리를 기만하지만, 아렌트는 “진리는 거짓에 대해 확고한 우선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탐색하지 못하게 하는 ‘정신습관’을 이겨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시민불복종」
이 글은 미국에서의 흑인 민권운동과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쓰인 것이다. 이러한 운동들은 현행 법질서를 위반하는 불복종운동을 포함하는데, 불복종 행위자들이 속한 주의 법과 연방법의 입장 차이와, 대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사법심사의 문제까지 연관이 된다. 법은 자기유지를 요구하며 법에 따라 통치를 이루려는 공화정의 이념의 근간이 된다. 하지만 시민의 요구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법의 개정을 이룬다.
아렌트는 법이 변화에 대항해 사회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역할도 하지만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시민의 반응과 연관해 적용과 폐지가 이루어지는 점에도 주목한다. 예컨대 적법절차 등을 다룬 미국의 수정헌법 제14조와 금주령을 담은 수정헌법 제18조는 모두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취지의 법이지만, 전자는 시민불복종을 통해 남부에서 흑인과 백인 시민의 태도가 명백해졌을 대법원에서 그 적용을 감행할 수 있었던 반면, 후자는 금주령이 강제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명나자 폐지되었다. 나아가 시민의 의견과 법이 충돌할 경우 이루어지는 사법심사가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사법심사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대법원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에서 사법심사 행위는 시민불복종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를 가림으로써 법과 사회의 변화를 열어갈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는 여론의 영향을 받아 사법심사 자체를 대법원이 거부함으로써 응답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아렌트의 시민불복종 행위에 대한 논의는 미국에서의 시민의 계약의 의미에 대한 물음과 법의 의미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은 법에 대한 아렌트의 관점을 나타냄으로써 아렌트의 공화주의적 시각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폭력론」
올해 초 아랍권에서 있었던 재스민 혁명이 폭압적 정치권력에 대해 진정한 시민적 권력, 진정한 ?치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경우였다면,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가 중심의 움직임은 경제체제에 소외된 다수의 시민이 사회구조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진정한 시민적 권력을 통해 바꾸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아렌트는 이른바 정치는 물리적이건 경제적이건 힘에 의해 지배될 수 있다는 권력정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권력 개념을 제시한다. “폭력의 반대는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다”라는 아렌트의 말은 권력의 이름으로 제공되는 정치적 혹은 경제적 폭력에 대해 그것은 권력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며, 진정한 권력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데서 나오는 것임을 「폭력론」을 통해 면밀히 분석한다.
– 독자의 평
《공화국의 위기》(한길사, 2011)는 세 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정치에서의 거짓말>은 정치에서 이미지 제작과 공적 관계의 역할을 다루고 있는 미 국방부 보고서를 심도 있게 분석해 거짓말이 행위의 한 형태이지만 정치영역을 손상시킨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시민불복종>은 자유의 기수에서 전쟁 반대자들과 분리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저항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폭력론>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파리 학생시위, 구소련의 체코 침공 등의 폭력을 목격하면서 집필하여 1969년에 출간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폭력의 세기》(이후, 1999)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우선적인 이유는 20세기를 폭력의 세기로 규정한 아렌트의 폭력론이 어떠한지 궁금해서다. 권력, 폭력, 권위 등에 대한 아렌트의 정의는 조르주 소렐이나 푸코와 같은 유명한 권력이론가들과는 그 접근법이 다르고, 전체적으로 보면 고지식한 정식화라는 단점을 내보인다.
아렌트는 권력과 폭력을 엄밀하게 구분한다. 아렌트의 권력은 지배나 피지배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에 폭압적인 군주의 권력이나 마키아벨리식의 지도자의 권력을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아렌트의 권력론은 공공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하는 시민적 권력 개념을 그 저본으로 한다. 권력이 무엇보다도 공동으로 활동하는 능력이며, 사람들이 모일 때 나타났다 흩어지면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마오쩌둥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는 유명한 말은 아렌트가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권력은 폭력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제휴하고 행동할 때 생겨나기 때문이다. 언어행위를 수반하는 현상인 권력은 가능태로 존재하기에 강제력이나 내구력 같이 측정가능한 실체가 아니다.
반면에, 폭력은 언어행위인 설득이 한계에 직면할 때 나타나는 한계적인 정치현상이다. 권력이 언어행위를 매개로 나타나지만, 폭력은 수단을 매개로 사용된다. 권력이 함께 모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서 상호간의 동의와 지지에 바탕한 것이라면, 폭력은 사람수에 상관없이 강제ㆍ복종을 지향할 뿐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 권력이 상실된 곳에서 폭력을 통한 지배가 작동하게 된다. 폭력은 권력을 파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권력을 생산할 수는 없다. 인간은 사물세계를 구성하기 위해서 자연을 폭력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은 근본적으로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적으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 폭력은 물리적 강제력, 신체력 등과 같이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적 현상이다. 폭력본능을 동물적 본능으로 규정하는 것은 인간을 동물로 전락시키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한편, 권위는 자발적 복종을 끌어내는 힘이다. 권위는 항상 복종을 요구하기 때문에 특정 형태의 권력이나 폭력으로 오인되지만, 권위는 외부적 강제수단의 사용을 사전에 배제한다는 점에서 권력이나 폭력과는 다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