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통찰 : 자연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최재천의 생각
최재천 / 이음 / 2012.10.22
‘통섭’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여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한국 최고의 자연과학 에세이스트인 최재천 교수의 신작 에세이. 1부 생명, 2부 인간, 3부 관계, 4부 통찰까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것을 강조해온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이 이야기하던 ‘통섭’의 사상을 자연과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담아낸다. 바이러스나 곰팡이 같은 작은 미생물에서 침팬지, 인간, 그리고 경제와 복지 문제 같은 다양한 사회 환경까지 자연, 인간, 사회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눈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에 대한 놀라운 통찰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최재천은 또한 스티브 잡스 등을 통섭형 인간이라고 이야기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유연히 넘나드는 통섭형 인재가 더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연,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최재천의 ‘통섭’적 시선을 만나다!
‘통섭’의 지식인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지금까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적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것을 강조해온 최교수는 이 책에서 자연과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통섭’의 사상을 담아낸다.
바이러스나 곰팡이같은 작은 미생물에서 침팬지, 인간, 그리고 경제와 복지 문제 같은 다양한 사회 환경까지 세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1부 ‘생명’은 지구 위 생명들의 놀라운 모습을, 2부 ‘인간’에서는 엄지손가락부터 발, 얼굴, 눈물, 웃음 등 인간의 몸에 대한 설명을, 3부 관계에서는 개별 생명체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관찰한다. 마지막 4부 ‘관찰’에서는 통섭적 사고를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현상과 문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해법을 제시한다. 자연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독서에 뿌리를 둔 인문적 감성이 어우러진 이 책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뿐 아니라, 통섭형 인재로 안내한다.
– 목차
여는 글: 스키너의 쥐와 쾰러의 침팬지
1부 생명
인플루엔자 / 바이러스의 전파 메커니즘 / 곰팡이 / 구제역과 토끼 / 능소화 / 애기똥풀 / 국화 / 목련 / 꽃밖꿀샘 / 단풍 / 식물의 행성 / 개미 / 개미의 공동 감시제 / 개미제국의 선거 / 개미 사회의 화학적 거세 / 흰개미 / 총알개미와 독침고통지수 / 매미 / 도토리거위벌레 / 얌체 귀뚜라미 / 괴물 꼽등이 / 연어 / 해파리의 공격 / 바로 콜로라도 섬 / 복어 / 상어 죽이기 / 까치와 칠석 / 뻐꾸기 / 새들도 이혼한다 / 기린 / 반달가슴곰의 삶과 죽음 / 오랑우탄 / 희망을 말하는 동물 / 제인 구달과 침팬지 /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 영장류학 / 부모가 여럿인 생물 / 동물의 소리 / 성대모사 / 개성 / 배움과 가르침
2부 인간
엄지 / 발 / 얼굴 / 맹장 / 비만에 대한 오해 / DNA 신봉 시대 / DNA와 셰익스피어 /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 몸짓신호와 거시기 / 목소리 / 뜨거운 눈물 / 호모 리시오 / 마음의 뇌과학 / 아침형 인간, 올빼미형 인간 / 자살의 진화생물학 / 소통 / 집단지능 / 외국어와 치매 / SNS와 페로몬 / 매뉴얼 사회 / 행동의 진화 / 정자 기증 / 세대 / 수명 / 삶과 죽음 / 2.1 / 불공평 / 이타주의 / 생물학계의 구전문화 / 게임이론의 상대성 / 옷의 진화 / 붉은색과 남자 / 괴담 / 평판 / 세계 여성의 날 / 치타와 영양 / 이름 심리학 / 악기 연주 / 음악의 진화 / 고통과 행복 / 종교와 과학 / 종교의 미래 / 의생학 / 유전?환경 논쟁 / 동물의학
3부 관계
생태계 / 생태 개념의 남용 / DMZ / 생물다양성의 해 / 생물다양성의 날과 ‘나고야 의정서’ / 루소와 돌고래 제돌이 / 생태 재앙 / 도자기의 역사 / 온실기체 / 불편한 진실 / 글로벌 디밍 / 생태 엇박자 / 물 부족 국가? / 해류 / 시간 / 소리 화석 / 공룡과 운석 / 외계 생명 / 장맛비 / 멸종 / 유난히도 긴 겨울 / 태풍 / 천재지변 / 두 동굴 이야기
4부 통찰
사투리 / 웨지우드와 다윈 / ‘나가수’와 진화 / 테드 케네디 / 세대 갈등 / 인구의 고령화와 정치의 보수화 / 스마트 / 조권 효과 / 경쟁 / 선택 / 폐 / 창의성 / 거짓말 / 전쟁 / 코다크롬 / 창작의 뇌 / 책, 인류 최악의 발명품 / 인생 이모작 / 퓌투아 현상과 하인리히 법칙 / 모델 T와 중용 / 애플과 새누리당 / 생활의 달인 / 석양 / 책벌 / 걷기 예찬 / 화이트헤드 /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 마크 트웨인과 핼리 혜성 / 혼화의 시대 / 국격 / 연해주 농장 / 해거리의 자유 / 노인 인권 / 책임의 소재 / 상생과 공생 / 당근과 채찍 / 생태 복지 / 어감 / 도덕 / 전당포의 추억 / 바다의 날 / 국립자연박물관 / 윌리엄 휴얼 / 통합, 융합, 통섭 / 숙제하는 사람, 출제하는 사람 / 토미 리 존스와 앨 고어 / 과학기술 추경예산 / 경제학 문진 / 제2차 세계대전 / ‘hate’와 ‘stupid’ / 10월 27일 / 태양광 돛단배 / 오름과 내림 / 존 레넌과 비틀스 / 배호 / 소리 없는 살인 병기, 의자 / 자연의 색 / 과학의 조건
– 저자소개 : 최재천 (崔在天)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53년 강원 강릉에서 4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방학만 되면 어김없이 고향의 산천을 찾았다. 1979년 유학을 떠나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200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고,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을 비롯하여 4개의 국제학술지의 편집위원을 역임하였다. 해외에서는 주로 열대의 정글을 헤집고 다니며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국내에 머물 때면 “알면 사랑한다!”
라는 좌우명을 받쳐 들고 자연사랑과 기초과학의 전도사로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 많은 어린이책에 과학적인 내용을 감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러한 활동 외에도 최 교수는 영장류연구소를 설립하여 침팬지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생태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이곳을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생물학자에서 출발하여 사회생물학, 생태학, 진화심리학 등 학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언제나 공부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꿈꾼다. 학문 간 벽을 허물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만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온 최재천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번역 소개하여 학문 간 교류와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으며,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통해 생물학적인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의 해법을 제시하여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호모 심비우스’를 제시하여 극단적인 경쟁과 환경 파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인간의 그늘에서』『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인간은 왜 늙는가』『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통섭』『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의 인간과 동물』『알이 닭을 낳는다』『벌들의 화두』『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 책 속으로
볼프강 쾰러(Wolfgang Kohler)의 실험실에 있던 침팬지에게도 배고픔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덩그마니 넓은 방에 먹을 것이라곤 천장 높이 매달려 있는 바나나뿐. 긴 막대기를 들고 아무리 뛰어올라본들 여전히 닿을 수 없는 바나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침팬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방 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자들을 들고 와 차곡차곡 포개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그 위로 기어올라가 막대기를 휘둘러 바나나를 따먹는 데 성공한다. 동물행동학에서는 이를 두고 ‘통찰 학습(insight learning)’이라고 한다. —「여는 글」 중에서
그렇다면 자살도 과연 진화의 산물일까? ‘성공한 자살’뿐 아니라 미수에 그친 자살과 자살하고픈 충동의 예까지 모두 합하면 자살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이다. 아직 번식기에 속해 있는 사람의 자살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번식기를 넘긴 사람도 여전히 자손의 번식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살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적이지 않아 보인다. 보다 많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는 것이 생명체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카뮈는 자살을 진정한 의미의 유일한 철학적 문제로 규정했지만, 진화생물학자에게도 자살은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 중의 하나이다. 모두 함께 성찰해보았으면 한다. —「자살의 진화생물학」 중에서
한류의 성공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분석에 나는 스스로 ‘조권 효과’라고 명명한 요인을 보태고 싶다. 2AM의 멤버인 조권은 무려 2567일의 최장기 연습생 생활을 이겨낸 성공 신화의 주역이다. 어느 날 불쑥 재능을 인정받아 신데렐라 데뷔를 하는 대부분의 외국 가수들과 달리 우리 아이돌 가수들은 오랜 훈련 기간을 거치며 정교하게 다듬어진 전천후 실력자들이다. 그들은 노래와 춤뿐 아니라 교양과 인성 교육까지 받는다. (……) 준비했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은 준비된 곳에서만 일어난다. 나는 우리 아이돌 연습생 중에서 이다음에 우리 사회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인재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설령 끝내 조권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권 효과는 어딘가에서 화려하게 꽃필 것이다. 면밀한 준비란 그저 마침맞게 하는 게 아니라 넘치도록 하는 것이다. —「조권 효과」 중에서
그러나 이제는 말하련다. 인간은 더 이상 침팬지가 아니라고. 겨우 1퍼센트 남짓의 유전자 차이가 만들어낸 생물학적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그 짧은 기간에 우리는 직립하여 아프리카에서 지구 전역으로 이주하며 침팬지는 상상도 하지 못할 눈부신 기계문명을 일으켰다. ‘생활의 달인’들은 한결같이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 애쓰는 위대한 인간동물들이다.
진화가 낳은 가장 탁월한 걸작품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점에 겸허히 동의한다. 인간은 누가 뭐래도 진화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동물이다. 삶의 굴레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열정을 다하는 달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인간임이 자랑스럽다. —「생활의 달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10년 전 통섭이라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소개한 최재천, 이제 그가 ‘통섭’을 통해 세계를 ‘통찰’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통섭’이라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소개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스스로도 경계 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과학, 인문학, 예술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소통을 시도하며 통섭을 이루려 한 그의 노력은 많은 학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으며, 이제 통섭이라는 말은 학문의 영역을 벗어나 거의 일상용어처럼 쓰이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간 통섭의 이념을 전파하고자 고분분투해온 저자가 직접 통섭의 방법을 사용하여 우리 세계를 통찰하려 한 시도를 담고 있다. 최재천은 자연과학적 관찰과 인문학적 성찰, 학자로서의 경험과 일상에서 얻은 사소한 깨달음들을 쉼 없이 교차시키며 우리 세계에 대한 통찰을 길어 올린다. 이렇게 하여 생물학자이자 통섭학자로서의 그의 지적 이력이 그대로 녹아 있는 광대한 생각의 향연이 펼쳐낸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과학자 최재천 교수의 최신 에세이집!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성가를 올린 과학자임과 동시에 쉬운 언어로 대중에게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며 수많은 저서들을 발표해온 과학 에세이스트로서 한국에서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 인문서, 예술서, 과학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며 방대한 지식을 자랑해온 그가 작은 생명체들의 존재 원리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세계에 대한 이해로 인식을 확장시켜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즐거움과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통찰』은 최채천이 본격적으로 통섭의 사상을 세계에 대한 사유의 도구로 삼은 역작으로, 저자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통섭적 태도를 ‘온몸으로 밀고 나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통섭’을 통해 ‘통찰’하다!
1부 ‘생명’은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지구 위 생명들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작은 바이러스에서 식물과 곤충들, 그리고 인간에 가까운 오랑우탄과 같은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생명들의 진지한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된다.
해밀턴에 따르면 단풍의 화려한 색깔은 나무가 해충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계신호이다. 단풍 색소를 만들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건강한 나무라야 보다 화려한 색을 띨 수 있고, 그 화려한 색은 해충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이 내 몸에 알을 낳으려면 내년 봄에 내가 만들 독한 대사물질에 고생할 네 자식들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단풍’, 35쪽)
2부 ‘인간’에서 최재천은 엄지손가락부터 발, 얼굴, 눈물, 웃음 등 인간의 몸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가면서 우리의 몸이 어떤 자연적인 원인과 법칙에 따라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늘 자신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지으면서 인간에게만 고유한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애써왔지만,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인간의 마음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 다양한 문화들까지도 진화적 연원을 갖고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인간의 이타적 성향도 사실은 자연선택의 원리에 의해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 수가 애기장대나 벼보다 적다는 사실은 인간을 특권화해온 우리들을 겸허하게 만든다.
2004년 우리는 자연계에서 최초로 자신의 유전자가 몇 개인지를 알게 된 동물이 되었다. 그런데 그 첫 앎의 경험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우리의 유전자 수가 초파리(약 1만3000개)나 꼬마선충(1만9000개)보다는 많지만 애기장대(2만5000개)라는 식물보다도 조금 적은 2만~2만5000개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한마디로 자존심이 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어떻게 우리가 이 보잘것없는 생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단 말인가? 하지만 어쩌랴? 매일 우리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쌀(벼)이 우리의 두 배 이상인 5만~6만 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걸. (‘DNA와 셰익스피어’, 115~116쪽)
3부 ‘관계’에서는 개별 생명체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관찰한다. 생명체들은 저마다 경쟁, 포식, 기생, 경쟁 등의 방식을 사용하여 생존해나간다. 생명의 관계 맺기는 곧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인간은 자연 파괴의 본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자연 생태계를 망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들이 다양성을 이루어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이 먼저 생명 사랑의 습성을 체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3부에서 생태계 개념 및 생명다양성 문제, 환경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자연과 함께 공생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4부 ‘통찰’에서는 통섭적 사고를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현상과 문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해법을 제시한다. 최재천은 핼리 혜성부터 포드 자동차, 애플 컴퓨터, 제인 구달, 비틀스, 2PM, 노인 인권, 선거, 경제와 복지 문제까지 우리 삶의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생각을 펼쳐 나간다. 심지어 그는 ‘나는 가수다’라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진화의 진면목을 보고, 스스로 ‘조권 효과’라 명한 현상을 통해 한국 아이돌 그룹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음을 설명하기에 이른다. 또한 아이폰이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했다”고 말한 스티브 잡스를 대표적인 통섭적 지식인으로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서도 더 많은 통섭형 인재들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소개하던 무대를 기억하는가?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의 곁에는 커다란 이정표 하나가 서 있었다. 자신의 아이폰은 과학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했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이폰은 분명히 과학기술의 산물인 기계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그 속에 들어가 제가끔 무언가를 만들어 올리며 그들만의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유연히 넘나드는 ‘통섭형’ 인재들이 지금 세상을 주무르고 있다. (‘숙제하는 사람, 출제하는 사람’, 340쪽)
자연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넒은 독서에 뿌리를 둔 인문적 감성이 어우러져 태어난 이 책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이르게 해줄 뿐 아니라, 통섭형 인재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