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고통’,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의 고난
남편이 죽은 부인을 가리키는 ‘widow’는 흔히 과부, 미망인 등으로 불리우지만 성차별적인 용어라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한국 국립국어원에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라고 풀어서 표현하곤 한다. 미망인이라고도 하지만 미망인의 한자풀이를 보면 ‘아직 따라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전 세계 상당수 지역에서는 남편이 죽은 여성에 대해 온갖 사회적 편견과 박해가 가해지고 있다. 가까이하기만 해도 불운이 옮는 불행의 상징이자 마녀와 같은 존재라고 믿어지는 곳도 많다. 그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들은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는 커녕,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이어갈 최소한의 수단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까지 직접적인 차별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많은 국가와 특히 제3국가들에서는 가장의 죽음 후에 많은 여성들이 생계와 자녀 양육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도 1989년 모자복지법이 제정된데 이어 2007년 한부모가족지원법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지원의 폭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1억명의 남편을 잃은 여성이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딸을 부양하고 보호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대에 결혼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 네팔의 경우에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은 여성이 매우 많다. 풍습상 그들은 친정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사회 활동도 하지 못하면서 생존의 위협에 시달린다. 90년대 이후에는 내전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중앙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유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국제 남편과 사별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idows Day)을 처음 제안한 곳은 Loomba Foundation으로 Loomba 재단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4천 5백 만명 정도의 여성이 남편의 죽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그 중에서도 약 1억명의 여성이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이 여성들은 살해, 강간, 박해, 본인의 뜻에 반하는 강제 재혼, 사회적 격리, 남편 친지들에 의한 재산 강탈 등 다양한 피해를 겪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는 평균 2명의 자녀가 있으므로 실제 고통을 받고 있는 숫자는 세 배에 달하며, 그 중 1백 50만명의 아이들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UN 밀레니엄 개발 계획에서도, 세계은행이나 IMF의 각종 빈곤퇴치 프로그램에서도 이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들리지 않는 고통’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idows Day)
6월 23일은 ‘국제 남편과 사별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idows Day)이다. 이 날은 Loomba Foundation이 2006년 처음 제안하여 시행한 날로, 2010년 UN의 결의에 따라 2011년부터는 UN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6월 23일은 Loomba Foundation의 설립자 Raj Loomba의 어머니인 Shrimati Pushpa Wati Loomba가 남편을 잃은 날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남편을 잃은 후 인도 사회에서 겪어온 고통들을 지켜본 Raj Loomba는 Loomba Foundation을 설립하고 어머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제3세계의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향한 응원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많은 국가와 특히 다른 곳보다 남편은 잃은 제3세계 여성들의 고통은 어느 곳보다 심각하다. 이러한 제3세계 미망인들을 위한 응원의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남편을 잃은 제3세계 여성들이 생산하는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공정무역 상품들 중에는 사회적 차별로 인해 생계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제3세계의 여성들이 자립을 위해 만든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많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에서는 네팔의 사나 하스타카라, 영와우 크래프트, 방글라데시의 타나파라 스왈로우즈, 프로크리티 등의 작업장에서 생산된 의류, 패션소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루 웹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생산자 이야기’를 읽어보고 그 생산자들이 만든 제품을 구입해보자.
그리고 ‘숨겨진 재난 –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역경’ 온라인 미술전을 관람해 인식을 새롭게 하면 좋겠다. 국제 남편과 사별한 여성의 날을 맞아 UN에서는 인도 출신의 여성화가 Reeta Sarkar의 ‘숨겨진 재난 –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역경’(A Hidden Calamity – the plight of widows)> 전시회를 연바 있다.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남편 잃은 여성들과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된다. 그녀의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책 ‘전쟁미망인, 한국 현대사의 침묵을 깨다’를 읽어볼 것을 권해본다. 비단 남아시아나 제3세계의 고통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아직 상처입은 분들이 많다. 올해로 한국전쟁이 시작된 지 64년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전쟁미망인’,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에듀라이프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