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정신현상학 :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김은주 / 풀빛 / 2018.11.15
일반인들은 읽어 낼 수 없는 방대한 분량과 지독한 난해함으로 악명 높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가장 쉬운 번역과 해설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를 위해 원문의 구성 형식을 따라서 원전을 읽는 느낌으로 다가가게 하되, 원문을 최소화하는 대신 원문이 뜻하는 바를 풀어쓴 이의 상세한 해설로 대체했다. 원문에는 없는 몇 개의 소제목을 달아 장별로 내용을 구분하고 정리했으며, 원문 앞뒤로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달아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중요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맨 앞에 달아서 배경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본문이 끝난 뒤 헤겔의 생애와 이 책의 주요한 내용에 대해 친절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 독자가 헤겔과 ‘정신현상학’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을 통해 철학이 세계와 유리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실체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정신현상학,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은 철학의 본질에 대한 헤겔의 현명한 응답을 듣는 통로로서, 지금까지 헤겔과 ‘정신현상학’이라는 큰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너무 멀거나 높아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독자들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갈 것이다.
○ 목차
‘청소년 철학창고’를 펴내며
들어가는 말
《정신현상학》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정신현상학》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1장 의식
1. 감각적 경험과 지식
2. 나는 감각적 지식을 수용한다
3. 감각적 지식의 한계
4. 보편성은 모든 것을 연결시키는 매개성에서 나온다
5. 감각적 확신이 얻은 보편적 진리의 한계
6. 보편성을 경험하는 지각
7. 지각의 기만
2장 법칙: 힘과 오성
1. 힘과 개념
2. 인력과 척력
3. 원인을 다루는 법칙
4. 오성 법칙의 한계와 구별
5. 운동하는 오성
6. 차이와 운동의 무한성
7. 무한한 운동과 생명의 혈기
3장 자기의식과 타인의 인정
1. 욕망과 자기의식
2. 나와는 다른 또 다른 자기의식
3. 자기의식 간의 상호 인정
4. 생사를 건 인정 투쟁
5. 죽음보다 더 소중한 삶의 발견
6. 주인과 노예
4장 자기의식과 노동
1. 노동과 욕구: 사물의 가공
2. 불평등한 인정과 자립적 의식
3. 노동과 자립적 의식
4. 진정한 자기의식
5. 공포를 느끼는 존재에서 반성하는 존재로
6. 노동과 인정
7. 상호 인정과 자유
5장 나에서 우리로 향하는 깨달음의 길
1. 금욕주의와 공허
2. 회의주의
3. 불행한 의식
4. 인륜성으로 향하는 이성의 여정
《정신현상학》,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
헤겔 연보
○ 원저자 소개 :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독일의 철학자이자 독일 이상주의 (理想主義, Idealismus) 철학의 이론을 완성한 거장. 1770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궁정관리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1793년에 스위스로 가서 당시 베른의 영향력 있는 정치가인 폰 슈타이거 (von Steiger)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며 이 가문이 소장한 방대한 양의 서적을 읽는 기회를 가졌다. 여기서 얻은 폭넓고 심오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훗날 그는 자신의 철학체계를 세울 수 있었다.
1801년 독일 동부 예나 (Jena) 대학교의 강사직에 임명된 후 불후의 명저 ‘정신현상학’ (Phänomenologie des Geiste, 1807년)을 썼고, 이어서 두 번째 저서인 ‘논리학’ (Wissenschaft der Logik, 1812년)을 출간하였다. 1816년에 하이델베르크대학교 교수로, 1818년에는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피히테의 뒤를 이어 베를린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고, 세 번째 명저인 ‘법철학 강요’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1821년)를 출간하였다. 대학 강사 시절인 1802년에 당시 독일문화의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을 비롯해, 1822년 브뤼셀, 1824년 빈, 1827년 파리와 프라하, 칼스바트로 여행하면서 수많은 전시, 공연, 오페라 등을 관람하였고, 특유의 독창적이고 진지한 예술 감각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미학 또는 예술철학’ (Ästhetik oder Philosophie der Kunst) 강의를 하였으며, 이 내용을 제자인 하인리히 구스타프 호토 (Heinrich Gustav Hotho)가 정리하여 그의 사후 출간한 것이 바로 ‘미학강의’ (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 이다.
일찍이 스피노자와 칸트, 루소 그리고 괴테의 영향을 받았으며, 열아홉 살에 직접 겪은 프랑스 혁명은 그가 이성과 자유에 바탕을 둔 철학을 과제로 삼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되었다. 또한 루소의 사상,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 나아가 칸트, 피히테 등 당대의 주요 철학들을 깊이 탐구하면서 근대의 온갖 분열된 상황에 맞서 삶의 근원적인 총체성을 되살리려는 이상을 세웠다.
근대철학과 문화, 사회 안에서 주체와 지식의 대상인 객체, 정신과 자연, 자아와 타자, 권위와 자유, 지식과 신념,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긴장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현상을 헤겔은 ‘절대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철학체계 안에서 합리적으로 규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인정받던 헤겔은 1831년 병으로 사망했지만, 182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헤겔학파’를 통해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 그의 철학이 널리 전파되면서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지은이 : 김은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 교수로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에서 들뢰즈와 브라이도티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윤리학과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2017), 『여성-되기: 들뢰즈의 행동학과 페미니즘』(2019), 「들뢰즈의 존재론적 시간과 ‘우발적 미래들’의 역설」(2020) 등을 쓰고, 『트랜스포지션: 유목적 윤리학』(공역, 2011), 『페미니즘을 퀴어링!: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이론, 실천, 행동』(공역, 2018)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출판사 서평
풀빛의 ‘청소년 철학창고’ 38번으로 새롭게 탄생한 ‘정신현상학,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은 일반인들은 읽어 낼 수 없는 방대한 분량과 지독한 난해함으로 악명 높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가장 쉬운 번역과 해설로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철학사의 웅장한 산맥을 넘기 위해 꼭 넘어야 할 커다란 산 ‘정신현상학’을 오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 바라며 최대한 간명하고, 최대한 쉽고, 최대한 책의 핵심만을 추려 설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원문의 구성 형식을 따라서 원전을 읽는 느낌으로 다가가게 하되, 원문을 최소화하는 대신 원문이 뜻하는 바를 풀어쓴 이의 상세한 해설로 대체했다. 원문에는 없는 몇 개의 소제목을 달아 장별로 내용을 구분하고 정리했으며, 원문 앞뒤로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달아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중요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맨 앞에 달아서 배경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본문이 끝난 뒤 헤겔의 생애와 이 책의 주요한 내용에 대해 친절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 독자가 헤겔과 ‘정신현상학’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방법을 통해 완성된 이 책 ‘정신현상학,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은 일종의 정신의 성장사이자 교양 서사의 측면으로 ‘정신현상학’이 독자들과 만나기를 바랐다. 그 길이 ‘정신현상학’이라는 품 넓은 산의 정상에 도달하는 제일 쉬운 등산로일 수 있고, 다양한 풍경과 고도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을 통해 철학이 세계와 유리된 채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실체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정신현상학,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은 철학의 본질에 대한 헤겔의 현명한 응답을 듣는 통로로서, 지금까지 헤겔과 ‘정신현상학’이라는 큰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너무 멀거나 높아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독자들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갈 것이다.
– 철학사의 분수령이 된,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
절대적 관념론이라 불리는 헤겔 철학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정신현상학’은 서양 근세 합리론과 영국 경험론의 종합인 칸트의 초월 철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 깊이와 방대함 그리고 체계성에서 실로 어마어마한 이 책은 헤겔 직후 쇼펜하우어나 키르케고르의 실존 철학, 포이어바흐나 마르크스의 유물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 포스트모더니즘과 실용주의 철학, 정신분석학을 아우르는 현대의 철학에까지도 깊숙이 파고들며 철학사의 큰 산으로 우뚝 서 있다.
흔히 ‘정신현상학’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이해된다. 첫째, 이 책은 사람이 자기를 갈고닦아 교육받으며 성장하는 인간 성장의 과정으로 대체해서 이해될 수 있다. 이 과정은 맨 처음 자연 자체의 상태이자 현상적인 것으로 불리는 지식에서 출발하여 점차 그 궁극에 다다르는 절대적인 앎으로 나아가는 길을 밟는다. 둘째, 이런 구조는 젊은 영혼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신현상학’은 마지 성장 소설처럼 의식에서 자기의식을 거쳐 이성과 정신으로 나아가는 영혼의 자기 형성과 도야의 길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셋째, 이 책이 간행된 1807년이라는 해에서 알 수 있듯 ‘정신현상학’은 자유, 평등, 박애의 기치를 건 1799년 프랑스대혁명의 정신을 사유의 핵심으로 포착하여 철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인간 정신의 역사적 운동 과정을 밝힌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정신현상학’은 발전하고 성장하는 인간 정신을 철학적 사유의 핵심으로 상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개인의 의식적 성장은 물론 인류 전체의 역사적 운동 전체를 다루고 있다.
헤겔이 ‘정신현상학’의 핵심으로 놓은 ‘정신’. 이 개념은 ‘정신현상학’이 광범위한 영역을 아울러 절대적 경전으로 역할하고 시대가 흘러도 재해석되는 이유이다. 그가 정립한 정신은 지금껏 고정되고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여겼던 본질적 관념과 달리 살아 있는 생명 그 자체다. 정신은 스스로를 긍정하고, 부정하고 이를 또다시 부정하는 끝없는 변증법적 운동을 하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생동하는 존재다. 이런 운동을 통해 정신은 추상적 사유에 머물지 않고 실재적으로 존재하며, 세계의 변화를 이끌고 다양성을 통합한다. 스스로를 발전시켜 지식의 체계를 종합하고 절대성에 이르러 사유와 현실을 종합함으로써 정신은 인류 역사 그 자체가 된다고 헤겔은 설명한다.
결국 ‘정신현상학’을 통해 헤겔은 알고자 하는 의식인 주관과 앎의 대상인 객관이 동일하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의식은 대상을 그 변화 속에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변화해 나가는 것을 살핀다. 헤겔은 이러한 변증법적 인식 방식을 매우 새로운 길이자 방법이라고 부르며 제시한다. 즉, 인식의 대상인 객체의 변화 속에서 의식이 대상만이 아니라 인식의 주체인 자기 자신도 비추어 살피면서 우리의 앎은 더욱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헤겔 이전에는 인식의 주체 (자아)와 객체 (대상)가 고정 불변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헤겔은 이 둘 모두가 운동하고 변화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헤겔 철학의 독창성이다.
– 변증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의식과 인간의 역사
헤겔은 ‘정신현상학’의 부제를 ‘의식의 경험의 학’이라고 붙인다. 이는 ‘정신현상학’의 전개 과정이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능력인 의식의 성장사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의식-자기의식-이성-정신이라는 ‘정신현상학’의 구성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마치 의식이라는 어린아이가 정신이라는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 겪는 성장의 고통과 아픔, 극복 과정 등이 어우러진 성장 소설과 비슷한 구조다. 인간이 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능력인 의식이 곧 정신을 뜻하지는 않는다. 의식은 그 최고 단계인 정신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러니 정신의 입장에서 의식은 아직 많은 변화가 필요한 미성숙한 처지일 뿐이다. 여기서 변화는 아직은 미성숙한 의식이 성숙한 정신으로 성장하면서 겪는 운동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의식은 문제 상황과 부딪쳐 고민하고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점차 보편 정신으로 발전한다.
의식이 서서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은 그 유명한 변증법에 따른다. 흔히 정 (正) – 반 (反) – 합 (合)이라는 단순 논리로 알려져 있지만, 헤겔의 변증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 헤겔은 변화의 원인을 자기 내부에서 벌어지는 자기 부정의 힘에서 찾았다. 이 힘을 모순이라고 하였는데, 만물은 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운동한다고 헤겔은 정의하였다. 때문에 변화의 과정은 변화의 결과물이 또 다른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그 변화는 최고의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헤겔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긍정 – 부정 – 부정의 부정’이라는 변증법으로 설명하였고, 이 변증법이 인간과 세계의 역사를 만들어 낸 원리라고 하였다.
바로 이 변증법의 원리가 의식이 정신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작동한다는 것이 헤겔의 설명이다. 의식은 맨 처음 사물 세계를 감각하고, 지각과 오성의 활동을 통해 앎과 그 앎의 한계를 깨닫는다. 이런 부정과 반성의 경험을 통해 의식은 자기의식이 된다. 자기의식은 다시 그 상태로 머무르지 않고 생명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하여 이성으로 발돋움한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적 공동체와 역사 안에서 인륜적 주체 내지 역사적 주체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며 정신이 된다. 여기서 인륜성이란 헤겔의 철학에서 실천하는 이성의 목표이자 한 공동체의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토대이다. 인륜성에 이르는 정신의 여정은 개인의 정신적 성장일 뿐 아니라 전체인 공동체와 일치를 이루고 통일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정신현상학’은 자기를 형성하고 닦는 의식의 수행과 도야의 과정이 사실은 사회적 의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임을 밝히려고 한다. 의식의 길은 끊임없이 자신이 알게 된 것을 부정하고 현 단계에서 절망하면서도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모색해야만 하는 여정이다. 의식의 성장은 특수한 개별적 의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의식으로 확대되는 과정이다. 또한 이런 성장 과정은 인간 역사의 발전 과정과도 일치한다. 그 점에서 ‘정신현상학’은 역사 속에서 개인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역사 일반의 형성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헤겔은 각각의 인간을 활동하는 정신이자 주체로 규명함으로써, 자기 자신에만 머물러 있는 주관적인 개체 의식이 점차 공적이고 객관적인 보편 정신으로 깨어나는 과정을 밝히고자 했다.
– ‘정신현상학’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헤겔 철학이 지닌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헤겔 철학에 대한 관심은 1831년 헤겔 사후에 더욱 커졌다. 시발점은 헤겔과 가장 친밀했던 베를린 출신의 동료들과 제자들 가운데 일곱 사람이 단체를 결성하여 헤겔 저작 완간을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이 단체의 한 분파인 헤겔 좌파의 유물론적 입장은 마르크스, 엥겔스를 거쳐 사회주의 이념으로 정착되면서 변혁적인 성격을 드러냈고, ‘정신현상학’의 내용 중 특히 노동과 소외 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현대에 와서는 프랑스 철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코제프와 이폴리트가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재해석해 프로이트의 리비도 개념과 욕망 개념을 대비해 현대인의 정신 구조나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해석하려 했다. 욕망 개념의 재해석처럼 포스트모던 철학의 다양한 논의 속에서도 ‘정신현상학’이 제기했던 개념이나 사상은 여전히 오늘날의 사상가들에게 철학적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처럼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오늘날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원문을 대폭 줄이고 정리했지만 ‘정신현상학’의 내용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어렵고 읽기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서라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인간 정신의 발전을 희구하고, 인간의 자유로운 삶과 정신적 고양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명제는 여러모로 검토되고 있지만, 근대의 산물과 더불어 오늘을 사는 우리 개개인에게 이성적이며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삶에 대한 가치는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헤겔 읽기의 가치는 그저 홀로 존재하는 원자적 개인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위치를 일깨우며, 다른 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조건을 성찰하고, 폭력이 아닌 공존의 희망을 희구하는 것에 있다. 오늘날 그런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자 이 책 ‘정신현상학, 정신의 발전에 관한 성장 소설’은 몇 년의 밤을 지새워 탄생하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