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 칼럼
군대에서 폭력 문제[윤일병 사망을 보며]
필자는 3대 독자에 의한 의가사[依家事]제대로 군대생활을 짧게 하고 나왔다. 서류미비로 몇개월 늦어진 것이지만 15개월 만에 제대하였다. 짧은 기간이긴 해도 많은 구타를 당했으며 그 순간은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악몽으로 남아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밤에 막사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데 선임하사가 지나가다가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고 이유없이 정신 못차리게 주목벅으로 전신을 구타하였다. 또 한번은 제대를 앞둔 선임병이 휴가에서 복귀한날 저녁에 연병장으로 불러내 상급자를 무시한다며 마구 구타를 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같이 대들어 쥐어박고 난투극을 벌리다가 선임하사에게 끌려가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은 매를 맞은 일이 있다. 아직까지도 그들이 왜 구타를 하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비슷한 시기에 군대생활 한 사람들이, 기합 받고 구타당한 이야기를 추억거리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몇 년 전에 장성으로 제대한 분과 여행을 같이 한 일이 있었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군대에서 구타는 옛말이 되었다고 해서 군대 문화가 바뀌었는가 보다고 생각 하였었는데 윤일병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의 사망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두고 괴롭히고 구타를 해오다 사망까지 이르게 한 것인데 일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도 있고 인터넷에서는 왜 법석을 떠느냐고 막말의 댓글을 도배질 하는 무리들도 있다. 군대는 층층시하 분대장,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등 상금 지휘관들이 줄줄이 서있는데 그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였단 말인가? 휘하 장병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당연히 알아야하며 불법적인 만행이 자행되는 것을 예방하고 또 모르는 사이에 발생한 것까지도 적발해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지휘관의 기본적인 임무 아닌가?
지난 5일 박근혜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번사태는 근본적으로 “학교나 군대에서 인성교육이 부족한 탓”이라고 진단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 하였으나 이 언급이 공허[空虛]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군통수권자로서 병영문화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 하여야 할 것이지 인성교육을 언급할 일은 아닌 것이다. 역대의 어느 정권, 어느 대통령이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일은 없으며 교육자치고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몇 시간의 요란한 강의로 인성이 길러지는 것이라면 한국은 세계의 모범적인 인성을 갖춘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바람직한 인성이 길러진다는 것은, 가정, 사회, 군대, 정부, 대통령 모두가 참여하고 본을 보여야 정착 될까 말까할, 지극히 먼 미래를 기대하여야 할 과제이다.
군대에서 구타를 못하게 한다고 하니까, 군대가 “x판”된다고 하고 학교에서 체벌을 못하게 하니 “교실의 위기”가 온다고 적극 반대의견들을 피력[披瀝]한다. 오랜 세월동안 가정에서는 자녀들을 회초리로 버릇을 고치고, 학교에서는 사랑의 매로 학생들을 바로 잡으며, 군대에서는 빠따[bat]로 기강을 잡는 것으로 간주 하여왔지만 이 고정관념[固定觀念]을 버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모르긴 해도 북한같은 초[超]독재국가나 이와 유사한 국가는 몰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폭력으로 군대를 다스리지 않을 것이며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된 군대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자유니 인권이니 하는 어휘조차 입 밖에 낼 수 없는 체제 아닌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 상황이라며 인권을 유보하고 짓밟는 일까지 한다면 북한과 대치하는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꽃으로도 어린이를 때리지 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스페인의 교육자 프란치스코 페레가 쓴 책 제목이며, 한국의 여성원로 탤런트 김혜자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의 유사한 책 이름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린이 들에세 어떠한 억압도 안되며 소위 “사랑의 매”라는 의미로 때리는 것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프란치스코 페레는 1859년 스페인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왕조와 가톨릭의 전횡이 극에 달하던 때에, 형편없이 열악한 학교에서 가톨릭의 교리와 성경암송 등으로 학교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가톨릭의 전횡이 극에 달해서 면죄부까지 팔리던 암혹기나 다름없는 시기였다. 그는 운이 좋게 27세 되던 해에 프랑스에서 스페인어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개혁사상에 심취하게 된다. 스페인의 악습을 타파하고 영구적으로 인간의 기본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실현하려면 교육적 계몽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품고 서서히 아나키스트로 변모한다. 16년간의 프랑스의 생활을 청산하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모던스쿨”이라는 자유학교를 세우고 획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육을 거부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인격체 양성을 목표로 교육개혁운동을 펼친다.
종교와 이념을 강요하는 것은 형벌이며 체벌은 물론 언어적인 억압도 안된다는 교육철학을 실현하려고 한 것이다. 가톨릭이 남녀공학을 금지하고 있던 때에 여학생도 입학시켜 남녀공학을 단행한 것은 가히 혁명적인 교육활동이었다. 유능한 아동과 무능한 아동을 구별해서는 안된다며 상벌을 두지 않았고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토록 한다는 이유로 시험도 부정했다. 체벌은 물론 언어적인 폭력도 아동들에게 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사상이며 이와 같은 그의 교육철학을 담은 책이 “꽃으로도 어린이를 때리지 마라”이다.
탤런트 김혜자는 1992년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를 끝내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유럽여행을 가려고 하다가 월드비젼[비영리 구호단체]이라는 구호단체의 아프리카 구호활동 동참제의를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 하였으나 그녀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의 참상은 그의 삶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특히 연약한 어린이들이 갖은 학대를 받으며 단돈 100원이 없어서 이틀 사흘을 굶고 죽어 가는 것을 목격한 후에 스스로 조그만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1992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에티오피아우간다, 보스니아,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북한 등을 다니며 고통받는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해 일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 간을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헌신봉사하며 보고 느낀 소회를 적은 책이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이다. 이 책의 수익금은 전액,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있다고 한다. 폭력은 죄악이다.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무법천지라 힘없는 여자나 어린이들이 손쉬운 폭력에 대상이다. 얼마나 나약하게 보였으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고 하였겠는가?
100여년 전에 이미 프란치스코 페레가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된다고 외쳤는데, 아직도 한국에서 체벌논쟁의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으며 군대에서 구타로 병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의 존엄을 최상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민주주의의 이상이며 이가치 때문에, 독제체제나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체제에 굴복당하지 않으려고 인간의 존엄성이나 자유가 유보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집단권력과 이권을 챙기려는 술수이며 음모인 것을 알아 차려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구타 등 폭력은 가장 기본적으로 근절 되어야 할 행위이며 정권을 맡은 집단의 첫 번째 임무일 것이다. 지도자라는 사람이 엉뚱한 데를 긁으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된다. 적폐를 없애고 개혁하겠다는데 뭘 하려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적폐의 실체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이고 개혁대상은 불보듯 뻔한데 계속 큰소리만 치고 있는 것인가?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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