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문예출판 / 1998.8.3
이 소설의 주인공 홀든의 고독하고 슬픈 모험은 현대문명이 나타내는 더러움을 사랑의 힘으로 지우려는 처절한 노력을 담고 있다. 홀든은 비록 학교에서는 낙제를 했지만, 황무지 속에서 사랑을 추구하는 그의 여정이 반드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좌절은 실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키호테와 같은 반어적인 저항의 몸짓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태동 (문학평론가)
– 20세기 최고의 미국 현대소설로 칭송받는 책
존 레넌이 암살되던 때 피격자가 이 책을 들고 있던 것으로 유명하다. 넓은 호밀밭을 뛰어노는 아이들이 굴러떨어질 때 벼랑 끝에서 붙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홀든이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바라며 헤매이는 48시간의 독백이다.
이 책은 크리스마스 휴가 바로 전에 펜시 고등학교에서 쫓겨난 뒤 홀든의 72시간, 3일의 생활을 다룬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쫓겨났고 부모님을 마주 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홀든은 학교를 일찍 떠나고 뉴욕 시에서 홀로 며칠을 보내기로 하지만, 뉴욕에서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채 서서히 미치광이가 되어 버린다.
끝에서 독자는 홀든이 자신의 심리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알게 된다.
○ 저자소개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J. D. Salinger, 1919 ~ 2010)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Jerome David Salinger, 1919년 1월 1일 ~ 2010년 1월 27일)는 32세 때 쓴 대표작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이고 예비역 미국 육군 하사이다.
1919년 1월 1일 뉴욕에서, 유대교도인 아버지와 기독교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맨해튼의 유명한 맥버니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1932년 성적 불량으로 퇴학을 당한 후, 15살이 되던 해에 펜실베니아 웨인에 있는 밸리 포지 육군 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이 학교는 후에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퇴학을 당하는 펜시 고등학교의 모델이 되었다. 샐린저는 이 학교에서 연극에 관심이 많아 문예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37년 뉴욕대학에 입학했으나 중퇴하였고, 이후 어시너스 칼리지와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문예창작 수업을 받았다.
1942년 군 생활을 시작하면서 창작에 전념하여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1948년 뉴요커에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을 출판한다. 그의 후속 작품의 발상지가 된 이 단편은 당시 비평가들로 부터 호평을 받는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J. D. Salinger)
.출생: 1919년 1월 1일, 미국 뉴욕 주 뉴욕 시티
.사망: 2010년 1월 27일 (91세), 미국 뉴햄프셔주 코니시
.직업: 소설가
.국적: 미국
.학력: 뉴욕 대학교 중퇴, 컬럼비아 대학교 학사
.종교: 유대교
.활동기간: 1934년 – 1965년
.장르: 판타지, SF
.배우자: 콜린 오닐 샐린저(Colleen O’Neill Salinger, 3번째 결혼)
.자녀: 마거릿 샐린저(딸), 맷 샐린저(아들)
.주요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 (1951), 아홉가지 이야기 (1953), Seymour: An Introduction (1963)
1951년 그는 자전적 첫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발표하고 이는 곧바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다. 청춘기의 소외감과 순수함의 손실에 대한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서술은 특히 청춘기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이 소설은 한 해 약 250,000부가 판매되는 등 매우 널리 읽히게 된다. 이 책은 전후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격찬을 받았고, 오늘날까지 세계 각국의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은둔생활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1965년 이후로는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1980년 이후로는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2010년 향년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대표작으로 <아홉 개의 단편들>, <프래니와 주이>, <목수여, 지붕의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등이 있다.
– 역자 : 이덕형
서울대학교 문리대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 강사, 연세대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역서로는 『천형』, 『여기는 모스크바』, 『페이터의 산문』, 『르네상스』, 『20세기 아이의 고백』, 『고독한 관계』, 『야망의 계절』, 『가시나무새』, 『프랑스 중위의 여자』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이봐요, 아저씨. 저 센트럴 파크 사우스 가까이에 있는 연못의 오리 있잖아요? 그 작은 호수 말이에요. 그 연못의 물이 얼면 오리들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나요? 이상한 것을 질문하는 것 같지만 혹시 알고 계세요?’ — p.87
하지만 피비는 직접 만나 봐야 할 아이이다. 앨리의 머리칼과 약간 비숫한 빨간 머리칼을 하고 잇는데, 여름에는 머리를 짧게 깎아 버려 귀 뒤에 찰싹 붙어 버린다. 그러면 작고 귀여운 귀가 나타난다. 그러나 겨울에는 머리를 꽤 긱게 기른다. 어머니는 그애의 머리를 땋아 줄 때도 있고,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역시 어떻게 하든 보기 좋다 그대는 겨우 열 살이다. 나차럼 마른 편이지만 보기좋게 말랐다. 한번은 그애가 고우너을 향해 5변가를 건너가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피비의 실체였다. 롤러 스케이트에 어울릴 날씬함, 바로 그것이었다. 누구라도 그대를 좋아할 것이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그애는 상대방의 말뜻을 정확히 알아차린다. — p.97.
피비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로버트 도넛이 나오는 <39계단>이라는 영화였다. 그 애는 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암기하고 있을 정도다. 내가 그 영화를 보는 데 열번이나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로버트 도넛이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스코틀랜드의 농가에 온다. 그러면 피비는 영화 도중에 큰 소리로 대사를 말하는데, 바로 영화 속에서 스코틀랜드 사람이 ‘당신 청어 먹을 줄 아시오?’ 하고 말하는 것을 동시에 똑같이 읊어대는 것이었다.
피비는 대사를 깡그리 외고 있었다. 또 독일 스파이 노릇을 하는 교수가 가운데 관절이 좀 떨어져 나간 새끼손가락을 쳐들어 로버트 도넛에게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에 이르면 피비는 항상 선수를 친다. 그 교수보다 먼저 자기 새끼손가락을 내 코 바로 앞에다 쳐 드는 것이었다. 정말 귀여웠다. 정말 누가봐도 마음에 들 것이다. — p.97-98
그런데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이 어떠했는지 보여 주고 싶다. 그건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청중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우습지도 않은 장면에서 하이에나 처럼 웃는 얼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나는 맹세코 신에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만일 피아니스트나 배우나 그 비슷한 나부랭이라면, 저런 백치 같은 것들이 나를 굉장하다고 인정할 때 나는 그들을 증오하리라. 그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싫다. 인간은 항상 얼토당토 않은 것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피아니스트라면 차라리 벽장 구석에서 연주할 것이다.
어니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듯이 박수를 쳐댔다. 어니는 피아노 의자에서 몸을 돌려 겸손한 척, 가식적으로 절을 했다. 마치 굉장한 피아니스트에다가 이를 데 없이 겸손한 인간이기나 한 것처럼. 그는 지독한 사기꾼이렀다. 그는 지독한 속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놈은 자신의 연주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죄만이 아니다. 정신을 잃은 듯 박수를 치는 저 바보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누구든지 망쳐버리는 존재들이다. — p.119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어린아이들이 다같이 어떤 게임을 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단다. 몇 천 명의 애들이 있을 뿐 주위엔 아무도 없어. 나 이외에는 어른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 나는 위험한 벼랑 끝에 서있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이란, 누가 잘못해서 벼랑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생기면, 그애를 붙잡아주는 거지. 말하자면 애들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보지도 않고 뛰잖니? 그런 때에 나는 어디선가 재빨리 달려나와서 그애를 잡아주는 거야. 하루종일 그 일만 하는 거라구. 호밀밭에서 붙잡아주는 역할, 즉, 호밀밭의 파수꾼이지.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건 그것밖엔 없는걸. 바보 같은 짓이란 건 알고 있다구. — p.
나는 그애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알아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목소리도 아주 예뻤다. 아이는 별 이유 없이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차들은 붕붕하며 곁을 스쳐가고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주변을 요란하게 진동시키고 있었다. 부모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애는 차도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가면서 ‘호밀밭을 걸어오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하고 계속 노래하고 있엇다. 그 광경은 내 마음을 한결 명랑하게 해 주었다. 나는 더 이상 울적하지 않았다. — p. 161
나는 걸으면서 주머니에서 사냥모자를 꺼내 썼다. 나를 아는 사람을 만날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날씨가 매우 습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걸으면서 동생 피비가 예날의 나처럼 토요일이면 그 박물관에 간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옛날의 나처럼 토요일이면 그 박물관에 간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옛날에 내가 본 바로 그 사물들을 피비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볼 때마다 피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명랑하게 하지도 않았다. 어떤 사물들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어야 한다. 저 유리집에다 넣어 그냥 그대로 간직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불가능이 너무나 안타깝다.어쨌든 나는 걸어가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 p.169
여자들에겐 우스운 점이 있다. 분명히 개새끼인데, 그것도 지독히 비열하고 건방진 새끼인데도 그걸 여자에게 지적하면 여자들은 그때마다 남자는 열등감이 있는 남자라고 말한다. 하긴 열드으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의견으로는 그렇다고 개새끼가 아닌 것은 아니다. 계집애들이라는 것, 계집애들은 앞으로 무슨 생각을 할 지 모른다. — p. 187
형 D.B.의 트릿한 점은 그토록 전쟁을 싫어하면서 지난 여름엔 내게 <무기여 잘 있어라> 라는 책을 읽어 보게 한 사실이다. 형은 굉장한 작품이라고 했지만 그건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말이다. 헨리 중위라는 사나이가 등장하는데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형은 군대니 전쟁이니 하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면서 왜 그런 엉터리 같은 책을 좋아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내 말은 그런 엉터리 같은 책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예컨대 링 라드너의 작품이나 그가 미쳐 있는 또 하나의 책인 <위대한 개츠비> 같은 것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D.B.는 화를 내면서 넌 아직 어려서 그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는 링 라드너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것이라면 나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랬다.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미치도록 좋아한다. 개츠비 자식이 하는 올드 스포트라는 그 농담은 죽여준다. 여하튼 원자폭탄이 발명되어 기쁘다. 이번에 전쟁이 일어나면 나는 그 폭탄의 꼭대기에 올라타고 갈테다. 지원하겠다니까. 하느님께 맹세코 지원하겠다니까. — p.194
‘그놈의 하첼 선생은 네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나하고 방을 같이 쓰고 있는 것도 알고 있거든. 그러니까 구두점 같은 것을 제자리에 찍지 말아 줘.’ 하고 말을 맺었다. 이건 나를 더 화나게 하는 발언이었다. 작문을 잘 하는 사람이면, 구두점을 어디다 찍으라느니 하는 식의 말을 들으면 화가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스트라드레이터는 늘 그렇게 행동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작문을 못 쓰는 것은 구두점을 잘못 찍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하는 놈이었다. 그 점에서 그는 애클리와 좀 비슷했다.
언젠가 애클리 바로 옆자리에서 농구시합을 구경한 적이 있다. 우리 팀에는 하우이 코일이라는 굉장한 놈이 있었는데, 코트 한가운데서도 백보드에 전혀 닿지 않게끔 슈팅할 수 있는 선수였다. 애클리는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코일에 대해 농구에 알맞은 완벽한 체격을 가진 놈이라고 지껄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식의 발언은 질색이다. — p.
‘난 앨리가 좋아’ 하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해. 지금처럼 너하고 앉아서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그리고…’
‘앨리는 죽었어. 오빠는 늘 그 말만 한다니까! 누가 죽거나 해서 천국에 가면 그것은 실제로…’
‘앨리가 죽은 건 나도 알아. 내가 그것도 모르는 것 같니? 그래도 좋아할 순 있잖아? 누가 죽었다고 해서 좋아하던 것까지 그만둘 순 없지 않니?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천 배나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지.’ — p.235
그곳은 매우 아름답고 햇볕이 따사할 것이고, 나를 알아볼 삶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다. 어느 주유소에서 차에 휘발유를 넣어 주고 오일을 칠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건 개의치 않기로 했다. 다만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도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곳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어떻게 사느냐 하면, 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할 참이었다. 그러면 누구하고도 쓸데없는 어리석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든 내게 말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용건을 종이 쪽지에 써서 보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얼마 후엔 그렇게 하는 것도 귀찮아질 테니까 나는 평생 동안 누구와도 말하지 않은 채 지내게 될 것이다. — p.270
나는 밖으로 나가서 돌계단을 내려가 피비를 맞이하러 갔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피비가 여행가방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침 5번가를 횡단하고 있었는데, 큰 여행가방을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들고 오고 있었다. 아니 질질 끌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피비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 내옷이야’ 하고 피비가 말했다. ‘나도 오빠하고 같이 갈테야, 괜찮아?’
‘뭐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졸도할 뻔했다. — p.274
D.B. 는 다른 사람에 비하면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퍼붓는다. 지난 토요일이다. 그가 지금 쓰고 있는 새로운 영화에 출연할 영국 여자와 함께 차를 몰고 왔었다. 그 영자는 꾸밈이 많은 여자이긴 했지만 굉장한 미인이었다. 그 여자가 다른 병동에 있는 화장실에 간 사이에 D.B.는 내가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나는 그런 일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한 것을 후회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여기에 등장시킨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에 보고 싶다는 것뿐이다. 예컨대 스트라드레이터와 애클리마저 그립다. 그놈의 모리스 녀석도 그립다. 우스운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 p.288-289
○ 출판사 서평
– 20세기 미국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는 장편소설이자 샐린저를 현대 미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작품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1500만권 이상 팔렸으며, 10년 이상 미국 내 도서관 대출건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노벨문 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가 ’20세기 최고 소설’이라고 극찬했던 책으로 비틀즈의 존 레넌을 살해한 범인이 범행 당시 손에 쥐고 있어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또한 『호밀밭의 파수꾼』은 영화, 문학, 음악 등 문화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온 소설로 사이먼과 가펑클,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콜필드 신드롬에 빠지게 한 현대문학의 고전이다.
경박한 수업 내용,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학교 생활에 식상하여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은 주인공 홀든이 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뉴욕 시가를 배회하며 목격한 것들을 회상 형식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천사 같은 어린이들을 지키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동경하여 지옥과 같은 현실에서의 도피를 결행하기 직전, 여동생의 순진무구한 마음씨에 동화되어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인정하는 마음의 눈을 뜨게 되는 홀든의 내적 변화에 대한 추적은 독자로 하여금 순화된 의식에 대한 간접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개관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Jerome David Salinger, 1919년 1월 1일 ~ 2010년 1월 27일)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51년에 7월 16일 출판되어 오늘날까지 문제작으로 남아있으며, 이 소설의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는 십대의 불안을 상징하는 인물로 남아있다.
이 책은 열여섯 살인 홀든 콜필드가 지난해 겪었던 경험을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홀든은 국어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낙제한 뒤 명문 사립기숙학교인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다.
홀든은 그의 부모님께 퇴학통보가 담긴 편지가 부모님에게 전달될 때까지 걸리는 며칠간을 자신의 집이 있는 뉴욕 시에서 보낼 계획을 세우고 뉴욕 시로 떠나며, 이 때의 경험이 책의 주요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 줄거리
이 책은 크리스마스 휴가 바로 전에 펜시 고등학교에서 쫓겨난 뒤 홀든의 72시간, 3일의 생활을 다룬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쫓겨났고 부모님을 마주 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홀든은 학교를 일찍 떠나고 뉴욕 시에서 홀로 며칠을 보내기로 하지만, 뉴욕에서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한 채 서서히 미치광이가 되어 버린다.
끝에서 독자는 홀든이 자신의 심리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알게 된다.
– 제목 및 주인공 이름의 유래
제목은 작품 내에서 홀든의 대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이러한 홀든의 심리를 반영하듯 그의 이름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의 Holden은 hold의 과거분사형으로 ‘잡힌’, ‘붙들린’이란 뜻이다. 아무래도 예비학교에 붙잡힌 홀든의 처지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어른의 단계로 떨어지려하는 순수한 아이들을 잡아주려는 그의 포부를 드러내는 중의적인 이름인 듯 싶다.
– 주제
제목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홀든의 장래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로버트 번스의 서정시인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에서 한 소절을 잘못 인용한 것이다.
“‘만약 한 몸’이 ‘호밀밭으로 오는 한 몸’을 만난다면”
그것은 순수함을 지키려고 애쓰는 순수함에서 나온 생각이다.
홀든은 아이들이 노는 호밀 들판에 서 있는 자신을 상상한다. 그의 상상 속에서 그 들판 바로 옆에는 절벽이 있다.
홀든은 그 들판에 서서, 아이들이 절벽에 너무 가까이 가면 붙잡아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지켜 주려고 한다 – 즉,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홀든이 몹시 경멸하는 ‘위선자들 (phony)’로 자라나는 것의 은유이다.
이 책은 엉터리와도 관련 있다. 그는 전에 다녔던 고등학교인 후튼의 교장 선생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을 ‘위선’으로 단언한다.
홀든은 주위에서 보는 ‘위선자들’을 자주 골라냄으로써 정직하지 못한 것과 가식을 경멸한다.
그 자신의 우울함과 인간적인 실패로 깊이 상처받은 십대 소년으로서 홀든은 그가 마주치는 행복하거나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나 바보라고 믿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책이 주로 다루는 주제는 가짜, 허위 (phony)에 대한 비판이다.
주변 사람들이 추구하는 좋은 집과 차, 많은 돈, 아름다운 여자와 안락한 삶 등의 통속적인 가치가 홀든에게는 의미 없는 것으로 다가 오고, 그런 삶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고 여긴다.
이렇듯 홀든은 미국의 가치관으로 볼때에는 사회 부적응자이지만, 자신만의 가치관 속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정상적인 인물일 뿐이다.
– 문체 : 풍자
소설의 어조가 우울하긴 하지만, 홀든의 풍자적인 비평은 유머를 더한다.
홀든이 하느님의 이름을 욕하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는 남자 몇을 볼 때, 그는 비판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어올리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정말 대단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