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호 목사의 컬쳐 스테이지(Culture Stage)
막장없이 성공한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살펴보기
작년 8월부터 50회를 예정하며 시작했던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가 지난 15일 3회 연장된 53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며 큰 감동을 준 가족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라마 <정도전>에서 이성계 역활을 했던 유동근씨의 연기 변신으로 시작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 드라마는, ‘역시 유동근’ 이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유동근씨는 이 드라마에서 일찍 상처하고 두부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삼남매를 키워오다 위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 ‘차순봉’ 역활을 맡았습니다. 차순봉은 커가면서 이기적으로 된 자식들을 향해 ‘불효소송’을 내고 이 일을 계기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었습니다. 드라마는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과 진정성에서 나오는 진한 감동을 주며 국민드라마의 수준으로까지 올라갔습니다. 특별히, ‘가족끼리 왜 이래’는 ‘막장 코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율 40%를 넘나들며 적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담백한 가족 드라마’ 라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는 세 가지의 ‘막장 코드’가 등장합니다. 첫째는 ‘불륜’입니다. 우린 불륜이 종종 ‘진정한 사랑’으로 포장되기도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침드라마는 불륜으로 시작하여 불륜으로 진행하고 불륜으로 끝을 내야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요즘은 주말극에서도 불륜을 소재로 택하는 경우가 있어 가족들이 함께 보기가 민망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족끼리 왜 이래’는 이러한 흐름을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가족끼리 왜 이래’는 불륜 대신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독신주의였던 두 남녀인 차강심(김현주 분)과 문태주(김상경 분)의 로맨스는 두 남녀가 결혼으로 골인하는 과정들 가운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하여 가족극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효진(손담비 분)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결혼초반에는 밋밋했지만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진 강재(윤박 분) 부부를 통해 요즘처럼 젊은 부부들의 이혼율이 높은 시대에 부부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해 주며 가진 것 없는 달봉(박형식 분)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속 깊은 서울(남지현 분)의 사랑을 통해 조건적은 만남과 이기적인 결혼 조건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주인공 차순봉(유동근 분)과 미스고(김서라 분)의 모습을 통하여 배려와 희생의 사랑을 보여 주었고 평생을 그저 그런 부부로 살다가 중년이 되어 뜨거운 사랑을 확인한 허양금(견미리 분)과 권기찬(김일우 분)부부의 모습을 통하여 권태기 부부들에게 용기를 주었으며 재혼 부부인 문대오(김용건 분)와 백설희(나영희 분)의 이야기속에서 한 번 실패한 사랑에게도 용기를 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만들었습니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둘째, 막장 코드는 ‘절대 악인’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태주와 강심의 사랑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 보였던 백설희는 악인이라기 보다는 살아 온 스타일이 다른 시어머니의 참견 정도였고 효진의 엄마이자 미스고의 고교동창인 허양금 또한 눈치 없는 행동으로 사고를 치는 모습과 과거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줌마 캐릭터’로 다듬어져 갔습니다. 드라마는 ‘절대 악인’을 두는 대신 가족들 안에서의 갈등을 내용의 중심으로 두었습니다. 드라마 초반 강재는 원장 집안에 장가를 가며 가족과 연을 끊겠다고 하며 가족간의 갈등을 만들어 냈고 강심은 까칠한 말과 행동으로 사사건건 아버지와 고모의 속을 긁기도 합니다. 달봉은 2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별 다른 꿈도, 번듯한 직장도 없이 방황하며 가족의 걱정꺼리가 됩니다. 강심과 함께 자라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영설(김정난 분)과 병원장의 딸로 곱게 자라 강재의 집안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던 효진 또한 가끔씩 어설픈 문제들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이들이 만드는 작은 사건들이 오히려 극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생의 비밀’이 없습니다. 알고보니 배 다른 형제, 알고보니 잃어버린 엄마등의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가장 흔한 반전의 코드입니다. 시청하시는 아줌마들도 자신들의 상상처럼 일이 진행되기를 바라며 스스로 작가의 대열에 함류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가족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많은 가족 드라마가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을 풀어나가며 가족애를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들 때문에 잃어버리거나 헤어진 가족들이 많아서 같습니다. 그러나, ‘가족끼리 왜 이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출생의 비밀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담백한 드라마’의 본질입니다. 처음부터 차순봉 가족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그 이후에 주변 인물들을 만들어 갔습니다. 강재의 앞에 갑작스럽게 등장했던 아이도 숨겨진 아들이 아닌 전 연인의 돌발행동에 의한 에피소드로 마무리 되고 영설의 임신과 중백(김정민 분)의 정관수술에 대한 에피소드도 또한 두 부부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이렇듯 막장없는 드라마인 ‘가족끼리 왜 이래’가 성공을 거두고 나니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강은경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는 가족이 실제 경험한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부친은 폐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사셨던 분이였는데 돌아가시기 3개월전에도 가족 앞에서 유머와 코미디를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차순봉이라는 캐릭터는 강은경 작가의 아버지를 모티브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또한 “아버지께서 의사선생님 앞에서는 치료에 관해 진지하게 말씀을 하셨지만 자식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셨다”면서 “아버님이 우리에게는 ‘사는 건 아무 것도 아냐. 재밌게 살아’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합니다. 극중에서도 아버지의 시한부 인생을 가장 먼저 알게된 아들이자 의사인 강재 앞에서 아버지 유동근이 콧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것이랍니다. 그러면서 극중 강심이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었다고 떨어 놓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죽음을 준비하며 가족들과 함께 일곱 가지의 소원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도 마지막 일곱 번째의 소원인 ‘가족노래자랑’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삶을 마무리 하려는 모습에 가슴이 찡하였습니다.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모습은 우리의 삶의 모습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회를 아내와 함께 보면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차순봉의 대사는 더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너희들과 오늘을 살고싶다” “그렇지, 이게 사는 거지. 그렇지 이게 사는 거지” 어쩌면 이렇게 평범한 대사가 그 어떤 감동보다도 크게 다가올지는 몰랐습니다.
지금 한국은 설연휴 기간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들 때문에 만날 수 없어서 더 외로운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가족과 떨어져서 더욱 외로워할 사람들이 있다면 가족처럼 챙겨주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가족노래자랑에서 강순봉이 불렀던 ‘최백호’의 <길 위에서>의 가사를 나눕니다.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
긴 꿈이었다면 덧없게도 잊힐까 대답없는 길을 나 외롭게 걸어왔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 (디모데전서 5:8)
임기호 목사는 다음세대와 문화사역을 위하여 ‘메시지 크리스챤 커뮤니티’ 사역을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