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보다 듣다 읽다 : 레비스트로스의 미학강의
레비스트로스 / 이매진 / 2008.6.30
– 레비스트로스의 미학강의! 『보다 듣다 읽다』개정판. 인류학자의 폭넓은 시야를 통해 다양한 예술 장르를 살펴보는 책
인류학에 깃든 오리엔탈리즘과 제국주의의 시선을 걷어내고 구조주의라는 방법론을 전 학문에 퍼트린 프랑스의 지성,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저서이다. 프랑스에서 1993년 출간된 이 책은 레비스트로스의 가장 최근작이라 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책에서 푸생과 뒤샹, 모네, 들라크루아, 보티첼리를 보고, 라모, 바그너, 베토벤, 로시니를 듣고, 디드로와 랭보, 보들레르, 발자크를 읽는다. 인류학과 언어학, 철학을 토대로 미술과 음악, 문학이라는 다양한 예술 장르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예술(작품)을 인식에 도달하는 접근방식으로 이용한 것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미학 강의는 우리에게 익숙한 레비스트로스의 이전 저서와는 다른,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과 애정이 담긴 예술 작품들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독특한 학구적인 시각이 갖는 엄밀함과 섬세함이 느껴진다. 간추린 겉핥기식 지식이 아닌 진정한 교양의 전범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 목차
푸생을 보며
라모를 들으며
디드로를 읽으며
말과 음악
소리와 색깔
오브제들에 관한 시선
해설_ 인류학자, 예술작품에서 교훈을 얻다
인용된 문헌과 작품
○ 저자소개 : 레비스트로스 (Claude Levi-Strauss)
1908년 브뤼셀에서 태어나 2009년 100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사망한 레비-스트로스는 20세기 인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세계적 석학으로, 철학을 비판하며 철학에 대항하는 인간과학으로서의 인류학을 정초했다. “수시로 변하는 현상 뒤에 숨은 어떤 근본적인 내적 원리”를 집요하게 탐색한 그의 사유는 ‘구조주의’라는 총체적 현상으로 지칭되었다. 1960~70년대 사람들은 구조주의를 철학과는 또 다른 하나의 사유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레비-스트로스를 비롯해 푸코, 라캉, 바르트 등을 구조주의자로 분류했지만, 레비-스트로스는 그것은 근거 없는 혼합이며 자신의 지적 계보는 벤베니스트와 뒤메질, 베르낭 정도라고 말했다.
1930년 파리 대학 법학부와 문학부에 입학하여 조르주 뒤마의 강의를 듣고 임상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에 흥미를 가졌으며, 루소의 저작들도 이때 탐독했다. 이후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그는 교육실습에서 메를로-퐁티와 같은 조가 되어 우정을 맺는다. 1933년 로위의 『원시 사회』를 우연히 읽고 인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대학교수를 지내면서 카두베오족과 보로로족 등을 방문조사하며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1941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신사회조사연구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연구했다. 이때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태생의 언어학자 야콥슨을 알게 되어 언어학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그와 공동 연구를 하기도 했다. 야콥슨과 공동으로 『언어학과 인류학에서의 구조적 분석』을 발표하였다. 1959년 콜레주 드 프랑스 (College de France)의 교수가 되어 1982년 퇴임할 때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박사학위논문 『친족 관계의 기본 구조』(1949)가 출판되어 프랑스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산문 기록처럼 쓰인 『슬픈 열대』(1955)는 공쿠르상 후보작이 되기도 했다. 1962년 발표한 『오늘날의 토테미즘』과 『야생의 사고』는 원시인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사상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날것과 익힌 것』(1964), 『꿀에서 재까지』(1965), 『식사예절의 기원』(1968), 『벌거벗은 인간』(1971)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레비-스트로스 신화학의 체계를 완성했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을 지내면서 『먼 시선』(1983), 『보다 듣다 읽다』(1993) 등 굵직한 저서를 다수 내놓았다.
프랑스 지성사에서 루소 이후 가장 박식한 인물로 꼽히며, 2008년에는 생존 인물로는 이례적으로 갈리마르출판사에서 펴내는 ‘플레야드 총서’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10월 30일 101세로 타계하였다.
– 역자 : 고봉만
1963년 덕유산 아랫마을 거창에서 태어났다. 산과 들과 강을 헤집고 다니며 자연 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프랑스로 유학가서, 마르크블로크대학 (스트라스부르2대학)에서 「혁명과 반혁명 ― 바르베 도르빌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프랑스 문화예술, 악의 꽃에서 샤넬 NO.5까지』(2001)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역사을 위한 변명』(2000), 『블루, 색의 역사』(2002),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2002) 등이 있다.
그 밖의 주요 논문으로는 「시원의 신화와 루소의 사상 체계」, 「레비스트로스의 미학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최근에는 루소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성찰을 새롭게 번역해 소개하고 있으며, 역사적 서술의 문학적 구조, 역사학과 인류학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역자 : 류재화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여러 해 일했다. 지금은 파리 누벨소르본대학에서 문학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신화와 예술』(2002),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2003), 『뉴스 공장』(2006)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출판사 서평
인간은 자기가 만든 작품에 의해서만 변화하고, 그 작품을 통해서만 존재한다.한 작은 나무를 낳은 목각상처럼 작품들만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들 사이에서, 실제로 무엇인가 일어났음을 증명할 수 있다.
- 어느 인류학자,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시를 읽다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자다. 『슬픈 열대』를 비롯한 수많은 저작을 통해 인류학에 깃든 오리엔탈리즘과 제국주의의 시선을 걷어내고 구조주의 방법론을 전 학문 영역에 퍼트린 프랑스 지성계의 자랑이다. 그런 그가 이제 자신의 시선을 말과 음악, 소리와 색깔, 미술, 음악, 문학이라는 다양한 예술 장르로 옮겨가 폭넓은 시야로 보고, 듣고, 읽는다. 그리고 쓴다.
- “자기가 자기여야만 하는 사람들처럼 완벽하고 온전하게 그 자체로 존재한다.”
레비스트로스가 디드로에게서 빌려온 푸생에 대한 평가다. 레비스트로스는 푸생의 작품은 사실적 진실성이라는 모자이크 조각들이 그대로 인정되고, 각각의 개별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가운데 서로 이어져 하나의 유기체로 구성되어간다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에게 재현은 온전한 모방적 재현이 아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호들의 체계로 설립하는 것이다. 푸생의 작업을 지켜봤던 사람들 말에 따르면, 푸생은 조약돌, 이끼, 꽃 등을 다 모아놓은 다음에야 “제 자리를 찾아갈 거야”, “난 아무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우리는 레비스트로스가 밝히는 푸생의 이러한 작업 방식과 태도에서 레비스트로스의 예술관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재현하는가’,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해 의미하는가’라는 예술 작품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태도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존재 자체를 온전하게 인정하는 그의 토대 안에서 의미론적 접근법을 더욱 강화시켜 나간다.
예술 작품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이러한 예술관은 라모에게서 그대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시선이 전혀 다른 두 음조를 아주 대담하게 연결해 전대미문의 성공을 거둔 라모에게로 옮겨진다. 마지막 바단조 화음에 이어 한동안 긴 침물이 계속되다가, 이윽고 저음부에서 아주 천천히 ‘파, 라, 미’ 세 음이 동시에 화음을 낸다. 효과로 보자면 이건 정말 탁월한 조옮김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당대 유명 음악가들만 해도 이런 변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만 있었을 뿐 아무도 직접 해보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조작, 대체, 음역 폭의 확장, 생소한 으뜸음 그리고 이 혁명적인 조바꿈은, 작곡가가 건축가의 작업 방식처럼 입체적으로 구상한 설계도를 현실화 하기 위해 실제 적용한 복잡한 형식을 청중들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적 음악의 숭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무심해진 ‘주제’지만 현실에는 단단히 ‘걸려’있어야 한다
무심하게 흐르는 물체와 배경들이 현실 속에 어떻게 자리하며 관계 맺는가는 레비스트로스에게 있어 중요한 학문적 연구 대상임은 물론 예술적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된다. 자연은 특이하게 그 자체로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스스로의 내부에서 증식된 관계성을 갖는다. 이런 관계성은 작품이 나머지 외부 사물들과 유지하고 있는 관계를 희생해가며 얻어진 것이다. 바로 이런 관계성 때문에 작품은 더욱 고양되고 커다란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작품 내에서 스스로 맺어지는 이런 관계성은 작품을 그것 자체로, 그리고 그것 자체에 의해 존재하는 하나의 본질적 실체로 만든다. 이러한 존재들의 배열과 구성에 주시하는 레비스트로스의 사고는 예술 작품 탄생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 주는 듯하다.
- 레비스트로스의 예술론―끊임없는 존재에 대한 살핌이자 구조주의의 완성이다
한 인류학자가 보여준 문화 상대화 작업, 그리고 한 문화의 미적 형식들과 또 다른 측면 사이의 공명체계에 물음을 던지는 작업은 다른 문화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레비스트로스는 현재 공식 은퇴한 뒤 저술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1993년 출간된 이 책은 레비스트로스의 가장 최근작이라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 ‘탄생100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으로 출간된 이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레비스트로스의 이전 저서들과는 달리 개인적 취향과 애정이 담긴 예술 작품들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독특한 학적 시각이 갖는 엄밀함과 섬세함이 오롯이 지배하는 가운데 짧지만 묵직하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겉핥기와 실용주의가 범접하지 못하는 진정한 교양의 전범을 보여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