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구 목사의 걷는기도

걷는 기도 (15)
시간은 흐르지 않고
존재가 기울 뿐입니다
끝은 소멸이 아니라
침묵의 두께입니다
지나온 날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깊어졌습니다
당신은 응답하지 않음으로
내 안에 응답을 만듭니다
구원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버텨낸 흔적입니다
무너짐은 실패가 아니라
존재가 진실해진 자국입니다
오늘도
시간에 기대지 않고
파라마타강 끝에 서서
조용히 당신에게 기웁니다
20251231
匍越의 [걷는 기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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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응답기도원 마지막 집회에서
한국 국가와 교회를 위한 기도문
필자는 3년 전 허버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들인 레비츠키 (Steven Levitsky) · 지블랫 (Daniel Ziblatt)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공저에서 민주주의 붕괴 4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1 민주적 규범에 대한 약한 헌신
2 정당한 정치적 반대자를 부정하거나 배제함
3 폭력의 묵인 또는 정당화
4 언론·제도적 견제 장치의 억압
이와 같은 4가지 담론으로 사도바울 서신에 나타난 [어떻게 교회가 무너지는가?]를 대응해서 함께 기도 했습니다
〈한국 국가와 교회를 위한 기도〉
주님,
우리는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모였으나
어느새 당신의 십자가보다
우리의 깃발을 더 높이 들고 서 있었습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가
하나의 빵이기보다
쪼개진 파편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라 외치며
그리스도를 다시 나누어 가진 죄를
오늘 이 자리에서 숨김없이 고백합니다.
(고린도전서 1 장/ 1 민주적 규범에 대한 약한 헌신)
주님,
우리는 복음을 지킨다 말하며
사람을 밀어냈고,
진리를 수호한다 외치며
형제를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질문을 던지는 이들을
다른 영을 받은 자라 낙인찍으며
주님의 몸에서 잘라내는 칼이 되었습니다.
(갈라디아서 1 장/ 2 정당한 정치적 반대자를 부정하거나 배제함)
우리를 용서하옵소서.
우리는 이단을 두려워했으나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주님,
우리의 말이 돌이 되었고
우리의 설교가 채찍이 되었으며
우리의 확신이 약한 자를 짓밟는 발굽이 되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서로 물고 먹다
공동체가 말라가고 있음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열심”과“충성”이라
합리화 했습니다.
(갈라디아서 5 장/ 3 폭력의 묵인 또는 정당화)
주님,
성령을 소멸하지 말라 하셨으나
우리는 불편한 목소리를 껐고
분별하라 하셨으나
질문을 불순종으로 만들었습니다.
눈이 손에게, 머리가 발에게
“너는 쓸데없다” 말하며
주님의 몸을 스스로 불구로 만들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2 장/ 4 언론·제도적 견제 장치의 억압)
그러나 주님,
주님은 여전히 부서진 빵을 들고
찢긴 공동체 앞에 서 계십니다.
다시 하나 되라 말씀하지 않으시고
먼저 “기억하라”하라고 상기 시킵니다.
주님,
권력이 아닌 십자가를,
승리가 아닌 자기 비움을,
침묵을 강요하는 질서가 아니라
서로 섬기는 겸손을
서로 살리는 진리를
서로 먼저 사랑하기를
다시 배우게 하옵소서.
교회를 구원하옵소서.
그러나 무엇보다
교회라는 이름으로
주님을 가두어 온 우리를
먼저 구원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251228 匍越의 [걷는 기도]중에서
시드니 응답기도원 마지막 집회에서

전현구 목사 (시드니조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