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의 뒷담화
Hole 11 (내부의 힘)
Par 3 Blue Red
거리 167m 128m
인덱스 5/29 12/35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테크니컬한 레슨을 받아야 하고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시합을 할 때는 테크니컬 문제 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 더 봉착하게 된다. ‘골프는 멘탈 게임이야’ ‘마음을 비우고 스윙해야 해’ ‘무심의 경지에서 퍼팅해야해’ ‘욕심을 버려’ 이론적 설명보다는 심리적 요소를 더 강조한다. 심장 약한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몇십불 걸린 내기에서도 지옥과 천당을 오락가락한다. 한타에 수십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메이져 챔피언쉽 퍼팅. 침착히 경기하는 골프 프로들을 보면 그들의 심장은 강철로 만들어진 것 같다. 프로들의 실력 차이는 50보 100보일텐데 우승자가 되는 결정적인 요인은 운도 따르겠지만, 외적인 스윙 스킬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힘이 좌우하는 것이 아닐까.
내기없는 골프는 ‘앙꼬없는 진빵’이다. 정말 밋밋해서 대체로 전투력을 상실 설렁설렁 치게된다. 타당 몇 백불씩하는 큰돈 내기하기에는 새가슴이라 무척이나 부담되지만, 맥주 한잔 정도 내기는 부담도 없고, 경기에 활력도 주고 괜찮은 것 같다.
내기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통상 ‘싸움닭’이라 부른다. 싸움닭의 특징은 내기 경기에서 강하다는 것이다. 핸디도 높고 스코어도 별로인데 어떤 사람은 내기만 하면 경기 내용이 확 다르다. 거기에다 틈틈히 약을 올리는 구찌는 상대방을 열받게 하는 비밀병기다. 전형적 싸움닭의 모습이다.
어차피 내기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내기를 잘 할 수 있는 내적인 힘도 키워야한다.
첫 번째 조언: 스트레스 안 받고 오래 골프치려면 싸움닭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마지막 조언: 피할 수 없는 싸움닭과 시합할 경우 오늘은 내가 지갑을 연다고 생각하라.
‘싸움닭’이 아닌 ‘나무 닭’은 장자 ‘달생’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투계를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닭을 잘 훈련시키기로 유명한 기성자라는 사람을 찾아간다. 열흘 후에 잘 훈련되었는지 묻자,
“닭이 허세가 심하고 여전히 기세등등합니다. 그래서 아직 부족합니다. 열흘 후에 다시 오십시요.”
왕은 돌아가서 열흘 후에 다시 묻는다. “이제는 되었느냐? 이제 백전백승할 수 있는 닭으로 길러졌느냐?”
기성자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 닭은 아직도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다른 닭의 날개짓하는 소리만 들어도 싸우려고 덤빕니다. 그러니 아직은 안 되겠습니다.”
왕은 이번에도 그냥 돌아서고, 다시 열흘 후에 찾아온다. 그리고 묻는다. “어찌 되었느냐?” 기성자는 그때서야 이제는 된 것 같다고 한다. 그러자 왕이 묻는다. “무엇을 가지고 지금은 되었다고 하느냐?” 그때 비로서 기성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른 닭이 울고 날개짓하는 소리를 내도 꿈쩍도 안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그 모습이 나무로 만들어놓은 닭 같습니다. 이제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이 감히 덤비지도 못하고 도망가 버립니다.”
골프 내기만 하면 식은땀이 흘리고 퍼팅할 때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평소 같으면 쉽게 넣을 수 있는데 내기만 하면 홀컵을 비켜나가니 스트레스 레벨이 로켓 발사하듯이 상승한다.
골프가 좋은 운동인 것은 동반자와 함께 라운딩하지만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우는 것이 지는 것’이라지만 중년이 되서는 ‘남 부러워하는 것이 지는 것’이라는 말이 참 명언이다.
경쟁 속에서는 누구도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나만의 내가 아닌 남과 비교를 하는 나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승리자나 패배자나 모두 행복할 수 없는 이유이다. 온전한 자신의 내부의 힘을 간직한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이 항상 자신에게서만 확인되기 때문이다. 장자의 ‘나무닭’ 같은 자신감이 꽉 들어찬 내 모습을 그려본다.
마이클 림
mcilim@hotmail.com
백세 인생이라는 재미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는 백세까지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환갑 전이라기보다는 왠지 50대 후반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살갑게 들리는 나이다. 앞으로 40년을 더 산다는 것이 끔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초조함을 느낀다. 골프는 내 인생의 후반전을 좀더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고, 이 컬럼을 쓰는 것 역시 좀더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전에 종교간의 대화 모임이었던 길벗 모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인생의 도반, 좋은 길벗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돌같이 굳은 심장에 약간의 설렘이 속삭인다. 골프를 통한 새로운 도반, 길벗들이 인생 후반기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Michael Lim, www.crazygolfdeals.com 한국 마켓팅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