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13)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2장 조기 유학 부모들을 위한 조언
4.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영미국가에서 웬만한 가정이면 자녀들을 사립중·고등학교에 보내는 추세가 늘어가고 있다. 공립학교에 다니던 자녀들도 괜찮은 사립으로 옮겨가는 이탈이 늘고 있다. 일류 명문의 경우, 지원자들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1-2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거의 무상인 공립과는 달리 고액의 학비가 드는데도 사립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로는 한때 명성을 날리던 공립학교마저 취약한 재정으로 우수한 교사 확보와 시설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높은 등록금으로 재정이 넉넉한 사립학교는 비교적 적은 클라스 사이즈(교사 대 학생 비율), 수영장, 체육관, 도서관 등 월등히 나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둘째로 거기다가 공립학교 경영자, 교사의 주인의식 부재와 낮은 대학진학률로 계속 평판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공립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사기는 매우 낮고,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 셋째로 근년 이민자의 대거 유입으로 사립에 비하여 대부분 공립학교에는 가정이 어려운 유색인 자녀의 비율이 높아져 백인들의 [엑소더스/exodus] 현상을 부추기고 있어 그렇다.
한국의 조기유학생 부모들은 재정과 성적이 허용한다면 대개 사립을 택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과 영국의 공립 초·중·고 공립학교는 유학생을 안 받는다. 어느 나라에서든 어린이 관리의 어려움과 책임 등 이유로 부모가 동반하지 않는 초등학생 유학은 안 받는다. 일부 기숙학교가 받는 경우는 있다. 부모가가 공관, 상사 주재, 취업 등을 위한 장기 체류자면 자녀들은 현지인과 같이 무상인 공립으로도 갈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대개 재력이 있어 사립을 선호하는 편이다.
호주의 공립 중·고등학교는 유학생을 몇 년 전부터 받기 시작했으나 거주자에게는 없는 등록금을 부과한다. 금액이 사립학교보다 낮으나(명문 비 30%-50%), 한국인 부모들은 이왕 돈을 낼 바에야 일류가 아니면 중간층의 사립학교를 택하게 된다.
사립학교에 대하여는 한국인 부모들이 갖는 몇 가지 우려가 있다. 하나는 공립과는 달리 학생들은 스포츠와 연예 등 과외활동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는 점이다. 명문 사립고교에 대한 한국인 학부모들의 관심은 대개 일류 대학 진학과 약간의 [체면 과시/status symbol]이며, 전인교육이 아니다.
이는 현지인 외국인 부모들에게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다. 영미국가의 명문사립은 이미 언급한대로 원래 왕족과 귀족 자녀들이 주로 다니던 영국의 모델을 이어 받고 있어 승마 등 돈 드는 스포츠와 제복, 학교 휘장, 모자 등 대외 과시적인 측면도 많다. 지금 귀족이란 말을 쓰는 사람은 없으나 돈 있으면 자녀들에게 서민과 다른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같다.
전문가들은 전인교육에 할애되는 시간이 대입준비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어떤 학생도 공부만 할 수는 없다. 노는 것과 다른 활동이 필요하며, 양자 균형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시드니의 명문 고교인 [뉴잉톤/Newinton College]의 8학년(한국의 중2)인 한인규 군의 어머니 S씨의 경우도 그런 걱정은 전혀 안하고 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호주에 갓 도착한 한국 학생들은 5학년이 되어도 구구단을 못 외는 호주 아이들을 비웃는다. 호주의 초등학교 교육은 철저히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학습 능력 외에 다양한 잠재력을 계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크게 진도에 신경을 쓰거나 아이들을 몰아 부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호주교육의 전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호주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둔 평등한 기회의 나라지만, 학습만큼 철저히 능력에 맞는 수월성 교육을 지향한다.”
사립학교에서는 학생의 아이큐와 학습능력을 평가해서 특별영재학급을 운영, 논문 쓰기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개인지도에 가까운 공부를 시킨다. 예컨대 한 군의 경우, 한 과목에서 교사는 포유류와 열대림과 같은 큰 제목을 정해놓고 학생 자신이 의문을 가지고 깊이 파고 들어가 자기가 해답을 찾아내도록 전 코스 동안 거의 개인 지도에 가까운 노력을 쏟는다는 것이다. 또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최종 학년인 12년에는 대입시험 준비생들을 위하여 별도로 프로그램을 짜는 등 결코 입시를 등한히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두 가지 짚고 넘어 가고 싶은 게 있다. 사립고를 택하는 상당수 백인 가정들은 일류 대학 진학이나 출세를 목표로 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가운데는 자녀로 하여금 사업체를 이어 받게 할 부모가 많다.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사립학교 교육의 기대는 사회적응 능력과 원만한 인맥 조성이 주인 것 같다.
왕따는 범죄라고 선포하는 학교
보모들의 또 다른 우려는 상류층 백인 자녀가 주로 모이는 명문 사립학교에 아시아인 자녀가 가면 어울리기 힘들고 왕따 당한다는 일부 한국인들의 견해다. 필자 자녀의 경험과 필자가 직접 도와준 유학생, 옆에서 봐온 다른 사례를 근거로 말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필자의 세 자녀들은 처음 와서 별로 좋지 않은 동네의 공립학교를 다니는 동안 왕따를 여러 번 당했다. 그리하여 필자가 직접 학교를 쫓아가 교장에게 항의를 한 적이 있다. 그 왕따는 그 시절 학교에 같이 지낼 한국 친구가 하나도 없었고 백인이지만 집안이 좋지 않은 유럽게 이민자 아이들이 많아 그렇게 됐다고 믿고 있다. 그 후 이민자가 적은 좀 나은 지역에 있는 공립 고등학교로 옮겨 문제가 덜했다. 필자에겐 처음부터 좋은 사립학교로 못 보낸 후회와 죄책감이 지금도 남아 있다.
좋은 사립에서라면 감독이 철저하여 이런 일이 계속 될 수 없다. 영어로 아이들끼리 일어나는 왕따 관련 표현에 [bully]와 [pick on him/her]이란 표현이 있다. 전자는 힘센 아이가 약한 아이에게 위협적으로 대하는 것이고, 후자는 특정 아이를 골라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말 그대로 왕따 [또는 일본말 이지메]다. 둘 다 동사로 쓰인다. 한 군에 따르면 아들은 그런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한다.
학교 기율이 엄하여, 학교 캠핑을 나갈 때도 [bullying]은 범죄라고 학생들에게 단호하게 선포할 정도라고 한다. 또 영미국가에서는 왕따를 당한 학생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제소를 한다면 학교는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게 될 수 있다. 그런 사례가 실제 있다. 앵글로 색슨계로 집안 좋은 아이들은 아시아 이민자 자녀들과 잘 단짝이 되지 않으나 대부분 착하고 예의는 있는 편이다. 이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면 원래 자기들끼리도 아삼륙이 되어 지내는 그런 생활을 잘 안한다.
중·고등학생과 청소년의 담배, 마약을 포함한 기율과 풍기문란은 서방사회에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사립보다 공립이 더 하다. 반대 의견도 물론 만만치 않다.
이렇게 쓰다 보니 사립학교를 선호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겠으나 필자는 그럴 이유가 따로 없다. 순수한 개인 의견이며, 그나마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렇다는 말일뿐 자기가 하기에 따라서는 공립에 가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