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16)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2장 조기 유학 부모들을 위한 조언
7. 탈선과 조기유학의 실패 , 왜 생기는가? -동기가 관건
탈선 또는 [일탈/deviation]이란 말은 청소년과 초중고등 수준의 학생들에게만 주로 쓰인다. 스스로 책임을 져야할 대학과정의 성인 학생에 대하여 그런 말을 잘 안 쓴다. 유학도 마찬가지다. 석·박사 학위를 하러 간 사람이 딴 길로 빠졌다면 그런 말을 안쓴다.
탈선은 왜 하게 되는가? 어린 나이에 공부가 싫으면 대안으로 가게 되는 길이다. 공부는 왜 하기 싫은가? [공부에 대한 동기/study motivation]가 모자라기 없기 때문이다. 동기는 목적의식과 같은 말이다. 그런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동기 부여 또는 유발이다. 그게 없으면 공부에 대한 욕심,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하고 싶지 않은 공부는 아무리 돈을 드려 시켜도 잘 할 수가 없다. 국내에서 잘하던 학생이 나가서도 잘하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공부는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과 같다. 예외가 있지만, 일은 보통 [노는 것/play], 재미있는 것, 특히 [쾌락/pleasure]의 반대다. 그래도 사람들이 일을 감수하는 것은 그에 대한 장래 대가 또는 [보상/reward]이 있기 때문이다. 돈은 중요한 대가가 된다. 노동자는 좋은 보수가 보장될 때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일한다. 돈이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돈과 함께 중요한 게 명예다. 성취욕은 대개 이 두 가지에 대한 의욕이다. 의사가 되려면 어느 나라에서든 7-10년 정도의 고된 학업과 훈련 과정을 마쳐야 한다. 영미사회에서 대개 5년 정도의 대학 복수과정을 거쳐 변호사가 된다. 이런 고생길을 선택하고 감내케 하는 것은 물론 의사나 법관이 되었을 때 기대되는 소득과 사회가 안겨주는 명예이며 이때 기대되는 성취감이다.
하지만 동기유발은 학업 성공의 조건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그게 커 노력을 해도 못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개인의 적성, 지능, 재력, 공부방법, 건강, 교사의 교육방법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도 가장 으뜸인 게 그것이다. 다른 게 아무리 좋아도 노는데 더 취미를 갖는다면 성적은 부진해진다.
유학은 학업의 일종이므로 공부의 성공 요건은 유학의 성공 요건과 같다. 다른 게 있다면 국내가 아니고 외국이라는 달라진 공부 환경 때문에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며 더 큰 동기부여를 필요로 한다.
오늘의 한국 유학생들에게 공부 동기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50년, 60년대의 유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재정적으로 어려웠다. 공부하면서 접시 닦기 한 번 해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그러나 학위 하나쯤은 꼭 따오겠다는 의욕과 결심은 대단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공부에 특별한 열의가 없어도 부모의 권유에 떠밀려, 또는 문제아의 방출 수단으로 유학을 떠나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학위의 경우, 고생스럽게 공부를 해도 대가가 확실하지 않다.
근래 한인 유학은 과거 성인과 대학원 중심에서 평균 층이 내려가는 영어연수, 초중고등학교, 대학 학부, 기술학교로 바뀌어 전체 공부 동기의 평균치도 많이 내려갔다 할 수 있다. 공부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해외 체험과 낭만을 좇아 나오는 청소년층의 말뿐인 어학연수생들이야말로 더 그렇다. 더욱 한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편히 자란 요즘 세대 자녀들은 어려움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언론의 흥미 거리 보도가 되는 탈선 유학은 대개 이런 층의 유학생들이 해외로 나와 공부보다 딴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그 결과 사고로 이어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유학 선도 기구가 필요하다
이미 지적한대로 한국은 외국 유학을 많이 보내는 나라다. 거기에 지출되는 외화는 천문학적이다. 이 큰 유학의 비중으로 봐, 국가의 유학정책에 먼저 들어가야 할 사항은 유학의 성공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그 방안은 위에서 논한 공부 동기를 전략 변수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 전반적으로 유학정책이라는 게 없으니 (유학 리서치, 358-369쪽 참조) 그런 방안 논의가 있을 리 없다. 실패한 유학을 비아냥하는 언론의 보도만이 무성하다.
위에서 동기유발은 기대되는 대가의 함수임을 지적한 셈이다. 그런데 그 대가는 당장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 안에 달콤한 유혹이 기대되는 대가보다 크다면, 또는 유혹을 이길 결단성이 없다면 공부는 치우고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다.
어느 나라, 어떤 학생의 경우도 그의 생활 패턴은 잠자는 시간을 뺀다면 공부와 건전한 과외활동과 마음 놓고 노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부와 노는 것은 어느 수준까지는 상호보완적이나 그 수준을 넘으면 상호배타적이 된다.
공부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은 일차적으로 공부한 다음 나머지 시간을 노는 데 쓴다. 늘 공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공부만 시키고 못 놀게 하면 아이 바보 만든다]는 영국 속담대로 공부도 잘 하고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하여는 놀고 쉬어야 한다. [리크리에이션/recreation, 재창조]이란 말이 그것이다. 이때는 공부와 노는 것은 보완적이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 놀기 쪽으로 기울면 공부는 갑자기 하기 싫어진다. 이때는 공부와 노는 것은 서로 배타적이므로 상극이다.
전자의 상황에 있는 학생들을 A그룹(또는 모델), 후자를 B그룹(또는 모델)로 나눠 보자. 유학생이 두 모델 중 어느 쪽에 있게 되느냐는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때까지 말한 필자의 논리대로라면 누군가가 고생에 대한 장래 기대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역시 동기부여라는 말로 돌아간다. 누가 원래 없는 동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좋은 스승, 좋은 선배, 교회, 도서관, 좋은 책이 모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을 모두 [멘터/mentor/한국식으로는 사표가 될 것임] 개념에 묶어도 될 것이다.
그와 함께 중요한 게 그가 속하게 되는 [친구집단/friendship network 또는 peer group]의 영향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아동들이라면 더 그렇다. 사귀고 지내는 친구집단이 A모델이라면 그도 그런 쪽으로, 반대로 B모델이라면 노는 쪽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 친구집단을 동기부여와 관련시킨다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교훈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
한국 유학생들에게는 동족 친구집단이 미치는 압력과 영향력이 특별히 클 것으로 보는 이유가 있다. 외국에 나온 유학생은 누구나 고독감과 언어장벽과 학교 숙제 등으로 극심한 맘고생을 하게 되어있다. 나이가 어린 학생이라면 더 하다. 그럴 때 그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도피할 길을 찾게 되며, 같이 놀아주는 친구집단이 있다면 그 쪽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다. 그 친구집단이 학업에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를 가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춘기에 있는 이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여건은 더 있다. 이들 대부분이 집에서 보내 주는 돈을 자기 결정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해외에는 유학생들을 노리는 교포 운영 유흥시설이 즐비하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한다면, 유학의 성공도를 높이기 위한 유학정책은 (1) 될수록 공부에 대한 동기의식이 강한 학생들이 많이 유학으로 나가고, (2) 이들이 나가서도 그 동기의식을 계속 간직하고, (3) 그게 부족했던 학생에게는 해외에서라도 새롭게 동기부여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결국 동기의식이 강한 유학생 집단 (A집단 네트워크)을 조성하고 그 집단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귀결된다.
그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으로는 (1) 놀기보다 공부에 더 자극이 될 수 있는 건전한 놀이문화 공간의 제공, (2) 학업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세미나, 강연회, 소그룹 토론회 등의 장소 제공, (3) 동족 불량학생 집단의 압력으로부터의 보호와 이에 대비한 감시 및 선도 등을 들 수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잘 못하는 이런 좋은 일을 위하여 누가 재원이 없는 해외에서 총대를 멜 것인가이다. 해외 주요 도시에 나와 있는 교육인적자원부 소관 한국교육원은 한국어 교육의 확산과 지원이 주 임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공관장(대사, 총영사) 휘하에 있게 되는 정부 기관은 대개 현지의 필요를 잘 알지 못하거나, 안다 해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실제를 보면 공관은 사고를 당한 유학생을 자국민보호 차원에서 돕는 일이 전부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이 분야의 경험이 있는 현지 한인 전문인과 목회자 등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일부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로서 민간 선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해외 어디에서든 그런 수준의 유학생 지도 기능이 없다. 각자 개인이 알아서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