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25)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4장 주거와 문화체험
4. 워킹홀리데이 – 영어연수보다 문화체험
호주와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여러 선진국들 청소년들에게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maker scheme, 취업관광]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한국도 그 수혜 국가가 되었다. 여기서 수혜라고 하는 이유는 이 비자를 가지면 일반 유학과 달리, 가서 여행과 영어 공부와 함께 일시 취업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국가간 호혜 원칙에 따라서 운영된다.
과거 같으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들 나라로 영어 연수를 갈려면 먼저 학교로 돈을 보내어 등록을 마친 후 학생 비자를 받아야 했었다. 지금도 그 연수는 그대로지만, 워킹 비자로 간다면 그런 어려운 절차와 비싼 돈 안들이고 떠나, 돈도 벌고 문화체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배낭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이 비자에 대하여 여기서 다룬 특별한 이유가 있다. 유학의 범위를 긴 외국 체류를 필요로 하는 학위나 전문성 교육에 한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비교적 짧은 동안 어학연수, 직업교육, 문화체험 등을 목적으로 나가는 출국도 똑 같은 유학으로 봐야하며, 현재 한국 유학생의 70-80%가 그런 부류이다. 새로운 기회인 이 제도와 현지 실태를 알려주고 싶어서 쓴다.
이 비자로 나오는 한국인은 대학 휴학 중이나 군대 제대 후 복학 때까지의 기간을 활용하는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호주의 경우 이미 1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한국인 숫자가 꾸준히 늘었고 계속 늘고 있다. 여기서는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써보겠다. 필자가 사는 지역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영어사용 국가로서 한국에 이 비자의 길을 튼 것은 호주가 처음이다. 그 후 캐나다와 뉴질랜드도 따라 실시하기 시작했지만, 이들 나라와는 달리 호주는 쿼터를 정하지 않고 자격 있는 신청자들에게는 쉽게 이 비자를 내주고 있어, 한국인에게 워킹 홀리데이 비자하면 현재 호주가 주로다.
주한호주대사관은 매년 약 17,000여명의 한국인에 대하여 이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경우, 쿼터가 많지 않아 매년 한번만 비자 신청을 받으나 호주는 수시로 받는다. 또 이들 나라는 신청시 왕복 항공권과 최소 1년간 생활비 소지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케 한다. 호주도 처음에는 그랬으나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에서 다른 규제 조항을 많이 완화했다. 워킹 홀리데이 여행자가 호주 특정 지역 농장일을 3개월 이상 한 경우에는 1년간씩 두 번 최대 2년까지 연장 가능케 했다. 또 이 혜택을 진주 채취, 양털깍기, 도축업, 임업 등 새로운 1차산업으로 확대했다. 비자의 수혜자는 만 18-25세로 제한되어 있다가 최근 30세로 늘렸고, 비자 신청은 인터넷으로도 간단히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신청자 자격으로서 일정 연령과 동일 고용주 아래 취업 기간을 최고 3개월로 정한 점은 3개국 같았으나 최근 호주는 6개월로 늘렸다. 호주정부가 이 운영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다. 근년 시드니 시가와 일원 전철역 어디에서나 한국인 청소년들을 눈에 뜨이게 많이 보게 된다. 평균 15,000여명의 일반 유학생 외에 이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워킹홀리데이 방문자들 때문이다. 한국 유학생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상가 식품점 점원의 말에 따르면 일반 유학생에 비하여 워킹홀리데이 입국자들의 특징은 일반 학생만큼 구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란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모든 제도에는 이상과 현실, 허상과 실장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위에서 다룬 홈스테이의 경우처럼 워킹홀리데이도 마찬가지다. 이들 여행자들이 비자의 목적대로 호주 직장에 취업하고 돈 벌어 여행을 하고, 호주에 대하여 많이 배우고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그야말로 성공 케이스다. 그런데 그게 쉬울 수가 없다. 성공과 함께 쓰라린 경험 사례가 많다.
먼저 제도의 목적대로 영어를 쓰는 ‘호주 직장’을 잡기가 힘들다. 겨우 여행하는데 불편이 없을 정도의 영어이고 현지 사정을 모르는 아시아인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줄 백인 고용주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말 잘 통하고 친숙한 동포사회가 대안이다. 수치를 댈 수 없지만 필자가 만나본 본대로라면 대부분이 동포 기업으로 흔한 한식당과 스시 가계 종업원(주로 웨이터와 웨이츠레스), 청소, 미장원, 타일 공사 현장, 자동차 세차장에 고용되거나 다른 막노동을 하게 된다. 이점 호주 젊은이들이 한국에 오면 고등학교와 영어학원, 영어가 필요한 기업에서 고급 일을 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인 고용주들이 이들을 쓰는 이유 가운데는 저렴한 임금과 그렇게 해도 되는 숨은 여건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에 나와서도 그런 상황에서 일을 한다면 영어를 못 배우는 것은 물론, 동족끼리 나쁜 기억을 남기고 떠나는 예도 많다는 것이다. 임금 착취나 미불사건, 산재에 대한 현지법과 관행에 맞지 않은 보상을 놓고 일어나는 분쟁, 이들을 상대로 늘어난 벌집형 하숙과 거기서 일어나는 풍기 문란 등 잡음도 적지 않다.
비자 목적을 어겨 매춘에 종사한 혐의로 추방된 여성들의 사례도 있다. 이들을 고용해본 교포들의 부정적인 뒷이야기도 많다. 일본인 웨이트레스를 쓴다는 한 스시 점포 경영 교포는 한국인 홀리데이 워커들은 신용이 없다고 말한다. 예컨대 처음에는 얼마에 일하기로 합의하고도 어느 날 바쁠 때 갑자기 인상을 요구하고 안나와 버린다는 것이다. 이점 일본인 여행자들과 다르며, 동포보다 일본인 홀리데이 여행자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호주 직장에 가서 일을 찾아 잘한 사례도 없지 않다. 요즘은 시드니에서 멀리 떨어진 농장이나 퀸스랜드의 오지에 가서 과일 따는 일을 많이 한다. 과일 따는 일은 실적에 따라 서, 아니면 대개 시간당 호주화 13불의 보수다. 농장에 설치된 트레일러 캠프나 근처 백패커 숙소에서 지내고 하루 호주화 100불 정도를 번다. 교민 인터넷 매체나 대부분 이미 다녀온 동료들의 안내로 찾아가게 된다. 그렇지만 여름에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보통인 이런 먼 거리에 여성과 허약체질의 젊은이가 도전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언젠가 김우중 씨가 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그 책은 야심과 도전 정신 있는 젊은이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으리라 믿어진다. 그러나 한국인이 해외 현지로 나와 보면 만만하지 않음을 금새 알게 된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 활동을 할 수 있게 투자하고 기반을 만들어 놓은 게 없어 그렇다. 기댈 수 있는 곳은 역시 현지 한인 기업이지만 모두 영세하다. 해외 한인사회에는 이런 분야를 잘 계도할 정책도 기구도 없으니 각 개인이 알아서 할 일로 되어 있다.
우리 쪽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호주 쪽 입장에서 보면 이 제도로 얻는 게 많을 것 같다. 취업관광이라고 하지만 요즘 빈손으로 해외로 나오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이 적어도 호주화 1000불의 지참금을 가지고 나온다. 모든 국제 문화교류가 그렇지만, 이 제도로부터 호주정부가 의도하는 것은 국가 이미지 홍보다. 홀리데 여행으로 나간 한인 청소년들 가운데 나중 유학생으로 다시 돌아온 사례가 많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