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26)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 (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5장 해외유학 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 – 공부충격
1. 두 공부방식 ? 재생산과 창조
유학의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공부이다. 유학의 궁극적 목적은 공부이므로 공부가 잘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신바람이 나 다른 고달픔은 덜해진다.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여러 조사에 따르면, “언제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꼈느냐”라는 질문에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라고 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실감이 나는 얘기이다.
학자들은 아시아 유학생들이 공부의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서 외국어 못지않게 두 문화간 크게 다른 공부방법을 지적한다. 이 문제를 특별히 연구한 사람이 하나 있다. 호주국립대학의 브리지드 발라드 [Brigid Ballard 외, Study Abroad- a Mannual for Asian Students 1991]이다. 그에 의하면, 아시아 유학생들이 영미국가에 오면 자기 나라와는 크게 다른 [공부 태도 및 방식/study skills]에 적응하느라 큰 고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공부충격/study shock]이라 부른다.
동서양간 공부방법의 차이는 모든 수준의 학교 교육에 공통적이지만, 공부의 대상이 비교적 쉬운 초중고학교에서라면 덜 할 것이고, 대학 이상으로 올라 갈수록 클 것이다. 공부방법에 대한 이 장의 논의는 대충 고2, 고3과 대학에 해당될 것이다.
아시아와 영미국가 교육제도 간에 차이가 있다 할 때는 학제만이 아니다. 학제라면 양 지역에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대학과 미국의 대학은 모두 4년제이며 [교과목/course, school curriculum] 또한 비슷하다. 다른 나라와는 약간의 차이가 난다 해도 이미 언급한대로 질적 차이는 아니다.
[교과목내용/syllabus]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의과, 법과, 경제과, 농과, 사회학과, 심리학과 등 각과에서 쓰이는 교과서들이 비슷하다. 요즘은 교과서와 참고서도 해외 유학파 교수들이 써 그 포맷과 내용, 외국과 차이가 없다. 다만 학생 대 교수 비율, 교실 당 학생 수, 교수와 평가(채점) 방법, 자료와 실험실 이용, 도서관 이용 등에서 대부분의 아시아 대학의 수준이 못했었지만 여기에도 새로운 투자로 많은 개선이 있었다.
정말 큰 차이는 공부방법에 있다. 이는 학문과 연구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이므로 무엇을 공부 또는 연구라고 보는가의 문제다. 이 차이는 근원적으로는 문화의 차이다. 조선시대를 예로 들어보자. 이 시절의 문화에서는 학문은 한문과 유교 사상의 습득이었다. 난해한 한문 문장과 한시를 잘 읽고 쓰고 해석하며, 붓글씨를 잘 쓰며, 유교사상을 잘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선비요 학자였던 셈이다.
서양도 한때 그랬다. 중세인 12-13세기에 지어져 지금도 그대로 남은 옥스퍼드대학 건물들을 처다 보면 이게 대학인지 사원(寺院)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때는 아마도 신학이 학문의 주체이고, 교회와 학교가 거의 동일체였던 게 분명하다.
근세에 들어와서는 서양문화는 이미 과학과 실용과 합리성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 문화에서는 학문은 사물과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며 현실 사회에 응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학문 방법이 질적으로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차이는 제도와 형식이 아니라 질과 내용의 차이다. 그 차이는 당연히 강의 내용과 방법, 출제와 평가방법, 노트 필기, 자료 찾기와 이용 방법, 토론 참여, 교수면담, 독서량 및 독서방법, 리서치 방법과 리서치 결과에 따른 발표 방법 등 구체적 단계에서 나타난다.
대학과 대학원 수준에서의 공부와 연구 결과는 최종적으로는 논문 으로 정리되므로, 공부방법의 차이는 논문의 형식과 내용에 더 분명하게 반영된다. 달라진 학문과 연구 환경에 잘 적응하려면, 유학생은 달라진 언어적 상황뿐만 아니라 달라진 [지적/intellectual], [학문적/academic], [문화적/cultural] 환경에 대한 적응(또는 전환)을 빨리 해야 한다. 과거 익숙했으나 해외에서는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는 공부방법과 습관은 과감하게 떨쳐 버려야 한다.
이런 전환은 상황에 따라 조금은 차이가 날 것이다. 단기보다 장기 및 정규 학위과정, 대학보다는 대학원과정, 자연과학 분야보다 인문계에서, 이질문화권에서 온 아시아 학생들에게 더하다. 자연과학의 방법론은 인문?사회학의 경우처럼 문화에 따라 크게 달라 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은 탈가치적이다. 실험실 실험이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없는 사실은 좋은 예이다.
대학원 수준에서 공부방법의 전환이 더 요구되는 이유는, 대학원은 대학보다 자기 노력과 독창성을 중요시하는 리서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 적응과정은 [문화충격/culture shock]에 못지 않은 충격이다.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문화충격이란 익숙하지 않은 사회제도와 문화에 직면하여 느끼는 걱정, 스트레스, 피곤감, 무력감 등의 결합이다. 새로운 학업환경을 접할 때도 새로운 문화에 접할 때와 마찬가지의 충격을 경험하게 되어 있다.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한국과 상대국의 공부방식에 차이가 있으리라는 짐작은 누구나 하겠지만 막연할 뿐 준비 없이 떠나오는 게 보통이다. 그런 문제에 대하여 따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과 상담하고 사전 준비시키는 제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학의 어려움을 그저 언어의 차이로만 쉽게 돌려버리는 태도 때문에 더 그렇다.
발라드에 따르면 “아시아 학생들은 영미권 대학에 유학을 와서 언어와 문화적 적응의 어려움을 주로 강조한다. 그러나 사실은 새로운 [가르침과 배움의 방식/teaching style, learning style]에 적응하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어렵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M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