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27)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제5장 해외유학 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충격
3. 스승의 그림자를 밟아라?
교사와 학생의 역할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도 첫째 단계, 그리고 잘해야 둘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미국 대학 교수인 필자의 후배가 한국의 한 대학에 1년간 교환 교수로 가 가르치다가 돌아갔다. 그간 많은 투자와 새로운 서방식 교육 제도와 관행 도입으로 선두 그룹에 있는 대학이다. 그는 미국의 교육과의 차이를 묻는 필자에게 아직도 수업 시간 중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고, 토론 진행이 어렵다고 말한다.
많은 학자들은 그 이유를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말대로 아직도 스승의 권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주입식 교육 탓으로 돌린다. 스승에 대한 경외심은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에는 절대적이었다. 일본에서 초등학교, 그리고 한국에 나와 초등학교 마지막과 중고등학교를 다닌 시절이 기억난다. 교사들이 있는 교무실 앞을 고개를 들고 지나가지 못했고, 교실 안에서도 ‘선생님’이 나타나면 얼어 붙어야 했다.
한국에는 지금도 영미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스승의 날’이 건재 한다. 지금도 대부분 그러리라고 보는데 과거에는 교사, 교수와 학생이 쓸 변소가 구분되어 있는 학교가 많았다.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 그럴 것이다.
최근 한국의 한 보도는 연구 안하는 교수들에 대한 불만 표시와 대학 강의 내용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모 학교 총학생회가 [강의 정보제공제]를 제의했다면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당돌한 요구일 수도 있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썼는데, 대학 분위기를 알만하다. 어쩌다가 학생들이 대학 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별난 행동이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평소 이런 스승과의 지나치게 억압된 관계와 정서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과거 동양사회의 가치는 전통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데 있었다. 그런 사회에서는 전통에 도전하는 학문적 태도와 입장은 금기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이 교사, 교수의 생각이나 가르치는 내용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논문을 쓰기도 어려울 것이다. 활발한 창의력 발휘와 새로운 이론의 탐구가 불가능한 이유다.
4. 에세이를 어떻게 잘 쓸 것인가
에세이, 리포트, 텀 페이퍼
한국 대학에서도 교육평가 방법이 과거의 문답식 필기시험에서 논문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지만, 논문의 질을 영미 대학에서만큼 까다롭게 따져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고 봐진다.
학기 중 또는 학기말 인문·사회과학분야 숙제로 내는 논문은 흔히 영국, 호주의 대학에서는 에세이, 북미에서는 페이퍼 또는 [텀 페이퍼/term paper]라고 부른다. 여기 텀 페이퍼의 [텀/term]은 학기라는 말이다. 즉 학기 말 또는 중간에 제출해야 하는 논문이다
여기서 논하는 에세이는 [문학 수필/literary essay]과는 다른 [학술 논문/academic essay]이며, 학위논문보다는 짧고 한 수 낮은 텀 페이퍼와 같은 뜻이다. 이런 대학 수준의 논문들을 여기서는 에세이로 통일해서 쓰기로 한다.
한국 대학생들 간에는 에세이 대신 [리포트]란 용어를 더 잘 쓴다. 원래 한국에서 대학 숙제로서의 단답형 필기시험 대신 내준 논문 숙제를 리포트라고 통상 부른데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대개 길이도 짧고 배운 것을 알고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들이다.
영미 대학에서 리포트는 대개 자연과학분야에서 발표하는 실험 또는 실습 결과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scientific report], [laboratory report]나 [lab-report]등이 그것이다. 이런 과학분야의 연구는 어느 나라 누가 하든 정해진 틀과 절차를 따라 하므로 그에 따른 리포트 역시 정해진 형식에 따라 쓴다. 그 리포트 쓰는 요령을 남에게 가르치는 일은 비교적 쉽다.
인문학분야 연구라면, 자연과학의 경우처럼 실험을 한다든가 실험은 아니더라도 자료를 과학적으로 수집, 분석 증명하는 정해진 절차를 밟는 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대개 논문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더 유연하거나 폭 넓게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당연히 논문을 전개하는 요령도 내용과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그런 의미에서 에세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기도 하다.
리포트든 에세이든 논문은 종이로 옮겨 제출하게 되므로, 구어체로는 페이퍼란 말이 더 잘 쓰인다. 영미 대학생간에[Have you submitted your paper?/구어체로는 hand in 혹은 turn in your paper?]라고 묻는다면 [논문 제출했니?]의 뜻이다. 여기 대학생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논문의 마감날짜를 걱정한 나머지 만나면 인사처럼 묻는 게 이것이다.
각 과정 중 과제의 일부로 내는 논문이 아니고 석·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써야 하는 논문은 [학위논문/thesis/dissertation]이라고 부른다. 학위논문은 특정한 제목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므로 규모가 크고 질도 더 높아야 한다. 따라서 짧은 기간의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쓰게 하는 에세이와는 형식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 석·박사 학위논문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 따로 다루게 된다.
어떤 분야 석사과정은 성격상 (대개 실무분야) 학위논문과는 좀 다른 [마스터 프로젝트/master project]로 대신 제출케 한다. 학위과정 동안 논문 대신 한 가지 큰 과제를 정하여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언론학 과정에서 비교적 큰 추적보도 기사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음악, 미술, 조각, 건축학 과정에서 대표적 작품을 만들어 제출케 한다면 그런 예이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M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