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46)
앞으로 여러 회에 나뉘어 나가는 이 연재는 옆 이름의 책(도서출판 엠-에드, 2006)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발췌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제7장 바다를 건너면 맥 못 추는 영어 – 언어충격
7. 캐나다영어와 미국영어
[영연방/British Commonwealth] 회원국이지만 인접국인 미국으로부터의 인구 유입과 영향이 컸던 캐나다는 [영어의 미국화/Americanization of English]가 거의 완전히 이루어진 나라다. 그 외에도 영국과 함께 미국에서 이 나라로 옮겨온 서민들의 영국 상류층에 대한 반감정서가 이에 한 몫을 했다.
영국의 표준영어는 사실상 영국의 상류층 자녀가 다니던 [이튼학교/Eton College] 등 [최대 명문 사립학교/great public boarding schools/영국에서 public school은 공립학교가 아니다/이들 학교의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 한다] 내에서 쓰인 영어다. 이들 학교 출신이 영국 상류층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영국 표준영어는 [사립학교 발음/public school pronunciation ]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초기 캐나다 공립학교에 채용된 교사들은 그런 영어를 배운 영국 상류층 출신이 아니었다. 교사 가운데 누구도 표준영어의 2대 특징인 긴 [a] 발음이나 단어의 끝 또는 자음 앞에서 [r]의 음가를 낮추는 발음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줄 몰랐다. 다만 국영방송인 [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CBC]이 표준영어를 따랐지만, 대중은 미국의 [일반영어/General English]쪽으로 기울었다.
인접국인 미국 매스컴의 영향으로 캐나다에서 [미국영어의 침투/American invasion of English speech]가 근래 더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캐나다 영어의 미국화는 국경에서의 거리에 정비례하여 일어났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많은 캐나다인이 미국식 영어를 그대로 쓰지만, 캐나다-미국 국경에서 가까운 [온타리오/Ontario] 주 주민의 90% 이상이 [class, dance, bath]를 짧은 [a] 를 [flat (a)]로 발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버타 주민에 대한 오래전의 한 조사는 이들 3분의 2 이상이 절대적인 미국식 발음, 1%가 절대적 영국식 발음을, 나머지는 그 둘을 섞어서 쓰는 것으로 밝혔다. 캐나다에서 [schedul]은 [shedule]과 [skedule]이 모두 쓰인다. CBC는 오래 [shedule]을 고집하다가 지금은 바뀌었다.
캐나다에서도 영국식보다 미국식 철자와 단어가 우세하다. 자동차 용어는 전부가 미국식이다. 유학생들은 미국영어를 잘하면 캐나다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8. 호주영어와 뉴질랜드영어
호주 언어학자들은 호주영어를 교육 받은 [지식인 호주영어/Cultivated Australian], [일반층 호주영어/General Australian], [하류층 호주영어/Broad Australian]로 나눈다. 지식인 영어는 교육을 받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호주사람들의 영어다. 이 구분은 다른 나라의 영어에도 대충 그대로 적용된다.
지식인 호주영어는 영국의 표준영어에 가깝다. 일반층 호주영어는 호주의 대다수인 대중이 쓰는 영어이다. 호주 대학생들이 쓰는 영어는 여기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농촌과 공장 노동자, 그 외 교육수준이 낮은 서민들이 쓰는 하류층 호주영어는 이와는 크게 다르다. 아주 촌스러운 호주사람의 별명으로 [오카/ocker]라는 게 있다. [오스카/Oscar]라는 문학 작품의 등장인물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하여간 오커 영어는 [Broad Australian English]다.
언제부터인가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호주영어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 놓았다. 예컨대 호주영어는 [굿다이 투다이/Good day, today]식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I go to Sydney today]가 [I go to Sydney to die]로 들리는 아주 이상한 영어, 아주 열등한 영어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대로 하류층 호주영어의 특징이며 호주인 대부분이 쓰는 영어는 아니다.
호주인들의 상당수가 영국의 영향을 받아 아직도 [a]를 [에이]가 아니라 [아이]로 발음한다. 따라서 [base, face, pace, fail, say]는 [bais, faice, fail, sai]로 들린다. 호주인들 가운데 아직 [ABC 방송]을 [에이비씨]가 아니라 [아이비씨] 방송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허다하다. [They say]는 [dai sai]로 들린다. H는 [에이치]가 아니라 [해이치]로, [HSC/Higher School Certificate]는 해이치에스씨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
[One has sometimes to pronounce [male] as [mile] before one can be understood……] 이것은 호주에서 유학하고 돌아간 한 아시아 학생의 호주영어에 대한 평인데, 남자를 의미하는 [male/미국 발음 메일]을 호주에서는 거리의 단위인 [mile/마일]로 발음해야 알아 듣더라며 풍자적으로 쓴 글이다. 마찬가지로 later와 lighter의 구별이 쉽지 않다. 그리하여 [salad later/셀러드는 나중에요]라고 주문했더니 [salad lighter/셀러드는 연하게]로 알아 듣더라는 우수개도 있다.
[Class, bath]의 모음을 [broad (a)]로 발음하며, 자음 앞 [r]발음이 약하다. [better]의 경우 미국에서 [t] 발음은 약해져 잘 들리지 않지만, 호주식은 영국식에 가까우며 [t] 발음은 확실하다. 영국과 호주 모두 [not]의 [t]는 확실하게 소리를 낸다. 많은 호주인이 [schedule]을 영국식인 [shedule]로 발음한다.
서민층과 하류층 호주영어를 들었을 때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특징은 말끝마다 톤을 올리는 [high rising tone/HRT]이라고 불리는 [억양/intonation]에 있다. 대화를 할 때 질문이 아닐 때도 말끝을 올린다. 가령 대화 도중에 상대에게 [I said to her to go to school]이라고 말할 때도 끝 부분인 [school]을 올려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화중에 상대의 호응을 바라는 일종의 제스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HRT]는 젊은이와 여성 그리고 서민층 영어에 더 흔하므로 상류층 영어라고 할 수는 없다.
호주에 처음 이주해 온 많은 영국인들은 유배된 [죄수/convicts]들이었다. 이들은 원래 거의 농촌 출신들이었지만 도시로 나와 도시 사람들과 섞이고, 호주로 향하는 긴 항해를 하는 동안 여러 지방에서 모여든 다른 죄수들과 섞이면서 독특한 말투와 발음이 생긴 것이다. 한국의 군대 생활 중 여러 지방에서 온 사람들과 섞여 지내는 과정에서 말이 특정 지방색을 잃고 잡탕이 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교육 받은 상위층 호주인들의 영어가 영국의 표준영어에 가까운 이유가 있다. 20세기에 들어 호주로 꾸준히 들어온 영국인 가운데 전문인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지금도 미국보다 영국과 더 빈번한 교류를 갖는다. 호주는 경찰청장, 은행장, 방송국장, 기업체 CEO들을 미국, 영국에서 수시로 영입해온다. 호주 이민자 가운데 단일 인종으로는 영국인(아일랜드와 스코트랜드 포함)이 제일 많다. 또 많은 호주 전문인들이 취업으로 미국, 영국 등에 나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이다.
호주는 현재도 영국의 여왕을 국가원수로 섬기며, 구세대의 대부분 호주인들은 지금도 영국을 모국으로 삼고 있다. 호주에도 집안 좋은 자녀들이 다니는 영국 모델인 [Greater Boarding School/용어해설, 380-381쪽 참조]가 그대로 존재한다. 대부분 [grammar school]나 [college]라는 이름이 붙는 사립고등학교는 그런 전통을 따르고 있다.
30여 년 전의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 34%가 하류층 호주영어를 썼다. 그 후 고등교육의 확대, 미국영어의 영향, 다른 영어사용 국가(특히 영국)에서 유입된 전문인력을 생각할 때, 그 비율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의 발전 과정도 호주와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19세기에 와서는 현지 출생 백인의 수가 더 많아졌고, 인접국인 호주와 교류가 많아서 호주영어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뉴질래드 백인들은 호주에 비하여 영국식 귀족풍을 더 좋아 하며, 영어 또한 더 영국풍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뉴질랜드 원주민은 [마오리족/Maori]이다. 뉴질랜드 영어가 마오리족 언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일부 섞인 단어 말고는 별로라고 생각된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고려대학교 정외과 졸업 (BA)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MS)
매콰리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PhD)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mail: karckim@optusnet.com.au
Blog: blog.daum.net/samokim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