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9)
앞으로 여러 회에 나누어 연재될 이 글은 ‘김삼오 박사의 또박또박 준비하고 가는 유학과 해외체험’에서 저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업데이트하고 전재한 것입니다.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제1장 성공적인 유학의 조건
대부분의 영미국가 학교들은 적어도 한두 사람의 [교육상담원/educational counsellors]을 두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교사나 학부모와 협의 아래 또는 별도로 원하는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상담하고 돕는 것이다. 상담할 문제는 많다. 그 가운데 학교생활 적응, 가정문제, 탈선행위, 교사와의 갈등, 상급학교 진학과 장래 취업을 빼놓을 수 없다.
교육상담은 모든 수준의 학교에서 필요하나 보통 카운슬링으로 불리는 상담은 학교생활 적응과 관련 비교적 나이가 어린 초중고등 학생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봐진다. 대학 수준이라면 [학사문제상담관/academic counsellors],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 [진로지도상담관/career advisor]이 더 중요하다.
유학생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현지 학생들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유학생을 많이 받는 영미 대학들은 이들의 문제를 상담하는 전문인들을 두고 있다. 보통 [외국학생 카운슬러/overseas student counsellors] 또는 [외국학생지도담당관/overseas student adviser]으로 불린다. 대학 안에 [국제교육 담당관실/International Education Service] 을 두는 데도 있다.
대부분의 영미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유학생을 받지 않거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받아도 그 비율은 아직 대학만큼 높지 않다. 유학생 담당 카운슬러를 따로 두기도 하고 유학생을 받는 [중고등 기숙학교/boarding school]에서는 [사감/housemaster]이 일부 그런 역할을 맡는다. 또 영어가 약한 유학생이나 이민자 학생을 위하여 이중언어 교사를 두고 있는 경우는 그가 일부 유학생을 위한 카운슬링 담당자역을 하게 된다. 학생 자신은 물론, 조기유학의 경우 학생의 부모와 가디언은 학교 측이 제공하는 이런 서비스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외국 학생 담당 카운슬러들의 역할은 학생들이 고국을 떠나와서 겪는 문제들을 생각해 보면 자명해진다. 새로운 사회와 학교와 공부 환경에 적응하는 문제, 학교행정 관련 문제, 교수 관련 문제 해결 등을 말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룬 대부분 사항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지 학교들은 유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학교 카운슬링 및 자문 서비스에 대해 늘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대학의 이러한 자문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노출하고 싶지 않은 개인 문제를 상의하려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잘 찾아가지 않는다. 학업에 관련된 문제는 자칫 약점을 드러낼 뿐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더 그렇다. 또 대부분의 학생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하여는 학교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인 유학생들은 혼자 알아서 혹은 친한 동료들과 의논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유학을 나가기 전에는 한국의 유학원, 그 후는 현지의 한국인 경영 유학원을 적극 이용하는 편이다. 학교 선정, 전학, 과정 안내, 비자 연장 등에 필요한 정보와 도움 등을 주로 받기 위해서다. 개인의 신상문제 상담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 유학원이 하는 일은 카운슬링보다 [교육 컨설팅 또는 자문/education consulting]이라고 불러야 맞다.
이들 유학원은 상담비를 받지 않으며, 직원이 모두 한국말을 잘하는 한국인이므로 접근이 쉽다. 대부분 유학생들이 여기를 통하여 학교를 택하게 된다. 문제는 기업인 유학원은 수입의 원천이 되는 입학과 비자 수속 업무 외는 잘 모르며, 또 학교 안내는 영업상 협조관계에 있는 쪽으로만 하기 쉽다는 점이다. 어느 유학생의 말대로 “이들은 자기들과 관계가 있는 학교에 대해서만 잘 알지 다른 것은 전혀 모른다.”
영세한 유학원
[유학 대행사/education agent]로 불리는 유학원들이 내거는 간판은 [국제교육원, 해외교육원, 교육자문/education advisors], [교육 컨설턴트/education consultants], [교육센터, 유학센터, 유학정보센터/education information center] 등 다양하다. 그런 간판이나 이들이 광고하는 내용을 보면, 유학원은 학교 안내와 수속만을 대행하는 유학 대서소나 복덕방일 수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경우 현실은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인간에는 어디에서든 돈을 내고 자문을 받는 전통이 없다. 거액의 금전적 이해가 얽힌 법률과 조세 관계가 아닌 학교 선정, 입학, 학업에 대한 자문이라면 그렇다. 현재 유학원의 수입은 유학 수속을 대행해 주고 고객(학생 또는 학부모)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와 일부 외국 학교가 알선해준 학생 수와 수업료 액수에 따라 제공하는 커미션이 주이다.
유학원은 모두 개인영업이다. 또 한국에 있는 몇 개 유학원을 제외하고는 국내외 모두 영세하다. 이런 유학원들은 무엇보다도 단 한 사람의 학생이라도 유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수익을 올리려고 하지, 당장의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리서치와 전문 자문은 생각 못한다.
되풀이하건대 유학 자문은 어떤 학교를 택해 어떻게 갈 것인가 못지않게 가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망라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런 문제에 대해서도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료수집도 하고 전문 인력을 구비해야겠지만, 대부분 유학원들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또 이런 상황에서는 책임 있는 유학 안내도 어렵다. 책임 있는 교육자문이라면, 유학을 할 만한 자격이 없거나 나가서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학생에게는 다른 길을 찾도록 권유해야겠지만 그렇게 할 리가 없다. “가면 다 됩니다”하는 식의 무책임한 자문을 해줄 수도 있다.
교육문제를 가르치는 사람의 노력 하나로 개선할 수 없다. 유학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맡는 외국 학교, 유학을 하려는 학생 본인과 학부모, 이들을 사전에 준비시킬 책임이 있는 국내 학교와 교육 기관, 유학생과 외국 학교를 연결해 주는 유학원 등이 모두 잘 해야만 가능하다. 그런 건전한 유학질서와 체제 아래 나가고 공부한 인재라야 길게 봐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분야가 오로지 영세하고 무책임한 대행사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커미션을 잘 써야 할 유학원산업
대부분 영미국가 학교들은 한국 학생들을 유학원을 통하여 모으고 있으면서도 이들 업체와 학생들 모두를 불신하는 편이다. 여기에는 우리 쪽 책임도 크다. 많은 유학원들이 과당경쟁으로 오래 가지 못하고 사라져 신용을 못 지킨 결과다. 하지만 언어장벽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우리 쪽 입장이나 상황이 학교 쪽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그렇게 되는 측면도 중요하다.
고객인 학부형이나 유학생들의 시각으로는 학교의 직무태만도 크다. 학교가 상황을 잘 몰라 그럴 수도 있고, 알고도 태만할 수 있다. 이런 시각차를 좁히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학을 받는 학교 당국과 유학을 알선하는 유학원 측이 서로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공식 대화통로가 필요하다.
국내와 해외에 있는 유학원협의체가 그런 대화 창구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렇지를 못하다. 협의체는 서로가 개선할 문제, 서로가 상대 쪽에 대하여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오해와 불미스러운 일들을 조사한 다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사례가 없다. 또 외국 학교와의 협의는 문서로써 체계화시켜야 하는데, 재정, 이론, 언어능력 등 이유로 역부족이다. 협회의 관심은 단지 회원들간의 이익 보호와 조정인 게 보통이다.
유학 시장의 무질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커미션의 부작용이 있다. 대부분의 어학학교, 기술학교,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들이 학생을 주선한 유학원에 지불하는 커미션은 비리가 아니다. 한 명의 유학생을 책임지고 외국 학교에 입학시키려면 수속 대행, 통신비 등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커미션은 이것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또 학부모가 내는 수수료 수입으로는 넉넉하지 않은 유학원에게 커미션은 리서치를 위한 긴요한 재원이 된다. 어떤 학교는 계약서에 이 커미션이 유학원으로 하여금 유학생 컨설팅과 카운슬링 서비스를 잘 수행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커미션 제도가 오히려 시장을 교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일부 유학원들이 커미션을 받고도 고객에게 과다한 수수료를 받거나, 반대로 등록금을 감해 준다며 커미션 일부를 내주는 덤핑행위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현지 유학원들 사이에 벌어지는 커미션 덤핑은 유학원 사업의 건전한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재원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유학생들로 하여금은 가격을 흥정하러 다니게 하는 비교육적인 관행을 만들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분야에도 유학원 자격인정과 책임에 대한 감독 등을 통한 개혁의 필요성이 오래 거론되어 왔지만 잘 안 되고 있다. 관광과 함께 유학산업의 비리와 불합리성은 해외 현지에서 노정되지만 그 해결책은 한국에서 찾아야 한다. 이 시장의 돈과 비즈니스 관행이 본국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태가 현지 보다 한국의 주류매체에 심층적으로 보도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좀 우려스러운 사실은 한국의 매체들이 해외 영어캠프니 문화체험이니 하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공개모집하여 해외로 내보내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에 있어 ‘이해충돌’의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크다.<다음호에 계속>
김삼오 박사(커뮤니케이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