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을 읽고
(지은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 옮긴이: 이진 / 출판사: 청미 / 출판년도: 2020)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스위스 출신의 미국 정신과 의사이며 임종 연구 분야의 개척자이다.
<죽음과 죽어감>은 그녀가 시한부 환자 5백여 명을 인터뷰하며 수많은 대화를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써낸 책이다. 저자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시한부 환자들이 겪게 되는 죽음의 5단계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85~238쪽)

제1단계 : 부정과 고립
환자 대부분이 보이는 반응은 “나 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이다. 부정의 욕구는 불치병의 마지막 보다는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환자가 자신을 위한 방어기제로 부정을 지나 고립의 단계로 들어서면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제2단계 : 분노
때로는 환자가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 이것은 환자가 죽음을 받아 들이 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제3단계 : 협상
환자는 제1단계에서 부정과 고립의 반응을 보였고 제2단계에서는 신에게 까지 분노를 표출 했다면 제3단계는 죽음을 미루기 위한 협상의 단계이다.
제4단계 : 우울
환자가 자신의 병을 부정할 수 없을 때 그리고 수술을 강요당할 때 엄청난 상실감을 보여준 다. 이 단계에서 환자는 충격과 혼란 그리고 절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제5단계 : 수용

수용의 단계에 이르기 까지 시한부 환자는 부정과 고립, 분노, 우울의 과정을 거쳐 이제 힘을 잃고 모든 것을 체념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환자는 전 단계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투쟁이 끝나고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며 먼 길을 떠나기기 전에 나타나는 마지막 휴식을 취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살과 죽음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으며 우리는 삶속에서 항상 죽음을 함께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의료진이나 가족은 환자 곁에 있을 때, 환자의 형편에서 이해하고 환자를 좀 더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날에 나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자주 방문하였다. 저자가 인터뷰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하여 볼 때, 환자들의 입장에서 말을 들어주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음식물 등을 환자에게 강요한 것을 후회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의사, 간호사, 성직자 그리고 가족과 간병인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인간이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대사회에서 죽음이라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좀 더 외롭고 좀 더 기계적이며 좀 더 비인간적인 것이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한부 환자는 종종 아무 권리도 의견도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 언제 ,어떤 병원에 입원할 것인지도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결정한다. 그러나 환자들에게도 자신만의 감정과 소망과 의견이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40쪽, 41쪽)
“시한부 환자들은 특별한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시간을 내어 그들 곁에 앉아 얘기를 들어 주고 그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낸다면 그들의 욕구는 분명히 충족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줄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시한부 환자들의 곁에 조용히, 불안감 없이 앉아 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진지하게 돌아보아야만 한다.” (429쪽)
이 책에서 저자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를 인용하였다. “탄생이 삶의 일부이듯 죽음도 삶의 일부입니다. 드는 발도 걸음이고 딛는 발도 걸음입니다.‘ (타고르, 길 잃은 새들)
타고르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언어로 죽음에 대한 영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죽음이란 죽어감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말도 공감하기가 쉬웠다. 나는 이 말 속에서 죽어감 (Dying)도 삶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은 죽을 것 같지 않고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삶만을 추구하면서 인생계획을 세워서 그 틀 안에서 되어질 일들을 구상한다. 인생계획안에 죽음에 대한 계획이 거의 세우지 않는다.
퀴블러 로스는 고인이 되었지만 이 책은 나 자신에게도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삶에 대한 새로운 의지를 심어 주었다. 또한 직장에서 은퇴한 나에게 인생의 후반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좋은 영감을 제공해 주었다.

발제 : 구본영 (시나브로 회원, 지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