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모임 시드니시나브로
크리스털워터스 (Crystal Waters)의 생태디자인 코스에 다녀와서
<목차>
I. 공동모금/자원봉사/지역사회축제/자원보존
II. 생태환경센터(Eco-centre)/지속가능한 개발/생태마을/디자인코스
III. 커뮤니티센터/지역경제/지역교환교역체계
IV. 자원의 순환/지속가능한 개발/주민자치조직

I. 공동모금/자원봉사/지역사회축제/자원보존
크리스털워터스! 정말 탐방하고 싶은 곳이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멜번(Melbourn)에서 기타를 타고 32시간 만에 브리스번(Brisbane)에 도착하였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웠다. 브리스번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캐나다에서 온 방문객과 공동체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는 트리스털워터스를 방문할 계획인 나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며 조언을 많이 해 주었다. 다음 날 기차에 다시 몸을 싣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랜스버러(Landsborourgh)에 도착하였다.
랜스버러는 박물관과 지역축제가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으며 역사, 산업, 성장과정, 문화, 경제 등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모금함도 눈에 뛰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호주 전 지역에 걸쳐 작은 모금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건물 앞, 슈퍼마켓, 시장, 박물관, 화랑에서 퇴역군인, 청소년,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계층이 중심이 되어 단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불짜리 꽃을 팔고 있었다. 여기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그들의 잠재적 호의(好意)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었으며 조상 대대로 지켜온 삶의 터에 대하여 긍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평일인 어느 날 우리나라의 재향군인회와 비슷한 퇴역군인 회원들이 거리에서 모금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가 점심시간 바로 전이었다. 나는 슈퍼마켓에서 생활용품을 산 후에 모금함에 성의를 표시하려고 12시 30분쯤 밖으로 나왔다. 모금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회원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치 슈퍼마켓에 왔던 한 아주머니가 나의 모금 분위기를 파악하고 회원들에게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주민들도 모금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성의를 알아차리고 세련된 매너로 안내해 주고 있었다.
재활용가게를 돌아 보았다. 할머니와 중년 여성 회원 몇 분이 자원하여 봉사하고 있었다. 민속춤, 가장행렬, 가요제, 모금운동, 태권도시범, 전시공연 등이 중요한 프로그램이였으며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다양하게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았다. 태권도 시범의 경우 8세부터 50세에 이르는 30여명이 남녀회원들이 참가했는데 유단자들을 중심으로 시범을 보여주었다. 구령은 하나, 둘, 셋…. 열중쉬엇, 뒤로돌아… 우리나라 말이었다. 오랜만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축제가 시작되면서 트럭 위에서는 아코디언, 트럼펫, 플롯, 드럼, 섹소폰 등 온갖 악기를 동원하여 흥을 돋우었고 길거리에서는 라이온즈클럽 부부회원들이 지역사회봉사를 위해 닭꼬치를 바비큐대에 올려놓고 주민들을 맞이하였다. 회원들은 카우보이 모자에 노란색 유니폼 그리고 앞치마를 했으며, 화기애애한 가운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성회원들은 이 행사의 목적에 대하여 방문객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이 클럽의 한 남성회원은 닭꼬치가 맛이 좋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았는지 1개를 더 주었다. 이 행사는 주님들이 한 데 어울려 서로가 관심을 보이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자율적으로 참여한 주민중심적인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랜스버러에서 오후 4시경 멜레니(Maleny)로 출발하였다. 인구규모 3,000여 명의 멜레니는 크리스털워터스의 배후지역으로 호주 북부지역에서 경치가 좋고 아름다운 곳이다. 주말에는 브리스번 등 멀고 가까운 지역에서 이곳으로 오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소도읍지이지만 도로변에는 교회, 화랑, 커뮤니티센터(Community Centre), 박물관, 도서관, 신용협동조합, 공예점 등이 입지하고 있다.
멜레니는 현대식 건물과 오래된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호주의 상징적인 소도읍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비록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것을 보존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예가 많았다. 모든 사람들이 건축양식을 통하여 과거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 그것이 되살아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좋은 사례로 기억될 것 같았다. 갑자기 스웨덴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랜된 미래’가 생각이 났다. 멜레니에서 크리스털워터스로 가는 도중 곳곳에는 자원재활용 모형이 눈에 띄었다. 버려진 통나무를 잘라 머리를 만들고, 나무뿌리로 수염을 붙이고, 못쓰는 철을 이용하여 몸통을 이루게 하고, 썩은 나무로 팔을 만든 사람의 모형이었다.
드디어 오후 5시 30분경 크리스털워터스에 도착하였다. 숲속과 산골짜기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고, 맑은 시냇물은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구릉지와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집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조선 숙종때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살 터를 잡는 데에는 지리(地理), 생리(生理),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을 강조하였는데 이곳도 전체적으로 지리·경제·사회·생태적 환경을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짐을 맡기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참가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밤 8시경 숙소로 향했다.
크리스털워터스의 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이었다. 아니 밤하늘의 별들이 바로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가로등도 없고 개구리 소리만 처량하게 들리는 캄캄한 시골길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새벽 5시! 잠자리에서 눈을 뜨니 밖에서는 새소리와 닭울음소리가 요란하였다. 조금 있으니 소들이 “음메” 소리를 내면서 기지개를 폈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니 현관 앞에서 캥거루 네 마리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놀랍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였다.
여기저기에서 캥거루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평화롭게 뛰어 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스리랑카 친구 난다나와 반둘라가 자전거를 타고 오솔길을 지나고 있었다. 별안간 캥거루가 점프를 하면서 자전거를 뛰어 넘어 지면에 가볍게 내딛는 모습을 보며 캥거루들의 다리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호주의 여러 도시를 탐방하면서 캥거루는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아주 바로 곁에서 볼 수 있었다. 이것은 크리스털워터스 안에 캥거루들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퍼져 있고,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털워터스는 풍부한 야생생물이 자라고 있다. 오리너구리, 코알라, 주머니쥐, 바늘두더지, 포섬, 박쥐, 개구리(26종 이상), 새(160종 이상), 뱀, 물고기 등은 자주 볼 수 있으나 고양이와 개는 찾아볼 수 없는데 이것은 야생생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체 내규로 사역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하늘에서는 새들이 날아 다니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팔뚝만한 새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날아 오는데 목덜미 뒤로 긴장감이 돌면서 뒤통수가 이상하고 머리카락이 서는 것 같았다.
크리스털워터스의 빡빡하게 들어찬 나무와 숲은 해마다 옷을 갈아입고 있지만 주민들에 의하여 다시 심어지고 관리된다. 이것들은 뗄나무와 건축목재로 사용되며,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 주님들은 전화, 팩스, 이메일로 외부지역과 연결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항상 평화로운 마음을 갖고 이웃끼리 자주 만나 협동하며 소속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여기서설과 스포츠시설도 있고 낚시질, 숲, 산책, 수영, 들새 관찰, 산악자전거, 카누 등은 항상 집 가까이에서 즐긴다.
모든 안내판은 나무로 되어 있다. 카페, 빵집, 생태환경센터, 지역사회센터, 태양열주택, 훈련센터, 청소년의 집, 정보센터, 놀이터, 숙소, 서점,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15개국에서 온 250여 명의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은 지속가능한 공동체생활ㅇ을 영위하기 위해 크리스털워터스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독신으로 15년 동안 살고 있는 Peter씨는 사유재산을 인정받으면서 외부생활도 영위할 수 있는 크리스털워터스에 대하여 매우 만족스럽게 삶을 영위하고 있다.
주민들의 다양한 교육·예술·정신·기술적 배경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쓰레기 제활용시스템과 혁신적인 건물, 그리고 대안에너지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주민들은 사업(생태디자인상담, 건물, 정원관리, 건강/치료서비스, 교육서비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외부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새들과 동물의 서식처로 그리고 사람들의 평화로운 안식처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털워터스는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신선한 음식 등으로 유명하다.

II. 생태환경센터(Eco-centre)/지속가능한 개발/생태마을/디자인코스
생태환경센터는 나무를 재료로 하여 지어진 목조건물로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되었고 이 설계에는 수년간 경험이 풍부한 디자이너들의 비전과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장애인들도 접근용이하다. 태양열에너지와 적합기술을 이용한 벽은 한여름에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유지해 준다. 벽에는 습기가 있는 흙, 합판, 막대나무 등의 재료가 혼합되었다. 입구쪽은 대나무를 사용하였고 통풍이 잘 되며 냉·온수, 냉장고, 주방시설이 완비된 간이 부엌이 있다.
실내공간에서는 세미나, 영화상영, 각종회의, 오락, 컴퓨터, 도서열람 등이 가능하며, 60여명이 이용할 수 있다. 좌담, 레크레이션, 토론, 공연, 공연전시 등이 장소로도 활용된다. 이 건축물은 생태·환경·기능·사회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방향을 강조하는 에너지 효율적인 빌딩으로서 동쪽과 서쪽 방향으로 20도 미만의 편차로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태양에너지와 토지를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늘한 공기가 온도와 습기를 적당하게 해준다. 실내공간은 신발을 신지 않는 맨발공간으로 디자인하였으며, 걷기에 아주 편하고 바닥은 나무로 하였다. 중요한 창문은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더운 공기가 이 창문들을 통해 밖으로 이동한다.
베란다 역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설계되었다. 따뜻한 공기가 건물 뒤쪽의 높은 창 밖으로 이동하면서 건물 앞쪽 언덕 아래로부터 시원한 바람으로 대체된다. 천정에는 4개의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어 공기이동과 속도를 자연스럽게 조절한다. 여름에는 센터입구에 있는 작은 연못이 있어 시원함을 더해 준다. 추운 밤과 이른 아침에는 나무히터를 사용한다. 그리고 빛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난방효과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빛의 색은 지붕색깔보다 열의 양을 더 높게 반영시킨다. 또 천정은 남양삼목(hoop pine)을 사용하였고, 지붕은 아연 알루미늄을 입힌 강철을 재료로 선택하였다. 왜냐하면 강철은 아주 높은 에너지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재료는 흙과 나무를 사용했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우리 한국의 건축물 재료는 시멘트가 주류를 이루지만 이 곳에서는 나무와 흙이다). 지방정부에서는 약 5%의 시멘트를 혼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는 벽의 부식을 증가시키며 숨을 쉬게 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옛것과 새것이 혼합되어 재사용된다. 이 센터에서도 강의공간 역시 그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곳은 진정한 개발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분명히 개발은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만 그것은 경제적 측면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개발을 한다고 해서 현대화, 도시화, 정보화, 세계화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호주 전역에서는 새로운 건물을 지를 때 옛 건물을 보존하여 짓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호주를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크리스털워터스는 호주 속의 낙원이다. 그곳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동산이다. 하늘과 땅 위에 있는 생명체들이 서로 사랑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경우 호프집, 노래방, 다방, 음식점, 슈퍼마켓, 학원 등의 업종이 도로변에 입지하고 있다. 이제 화랑, 박물관, 도서관, 커뮤니티센터 등의 시설도 동네에서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들어설 때가 되었다. 여기세서는 사회적 혼합(social mix)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면서 많은 주민들은 멜레니 등 외부지역의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폐쇄적이거나 획일화되어 있지 않으며, 다양한 계층(변호사, 자영업, 사업가, 제조업자, 치료사, 의사, 전문가, 기술자, 디자이너 등)이 상부상조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털워터스의 교육방식은 샌드위치(sandwhich)식 교육으로 이론과 실제를 균형있게 전개해 가는 문제 제기식, 토론식 교육이었다. 참가자들은 먼저 이론을 공부한 후 현장에 나가서 실천활동을 하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와서 토론을 하고 발표할 기회를 갖는다. Max, Evans, Morag 등 디자이너들은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한국을 비롯하여 호주, 이탈리아, 스리랑카, 스위스, 미국, 일본, 캐나다에서 도시계획과 건축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태마을 디자인코스’(Ecovillage design and praticum)에 참가하였다.
특히 맥스(Max) 선생은 혼자서 디자이너, 프로젝터수행자, 생태환경센터 강사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코스를 통하여 참가자들은 지속가능한 생태마을을 조성하는 방법에 관하여 연구하며 실제로 참가자 전원이 먼저 그룹으로 모여 기초과정을 이수하고 다음에는 개별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주요 내용은 자연과 함께하는 디자인, 물과 에너지, 생태마을계획, 지역경제학, 디자인 계획 등이다.
크리스털워터스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지구적 생태마을 네트워크(The global ecovillage network)는 환경과 디자인, 그리고 지역사회개발에 관한 특별코스를 개설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이 이외에도 국제대학생 프로그램, 인턴십 과정, 파머컬쳐 코스, 고등학교 퍼머컬쳐 캠프, 국제생태연구 프로그램, 교육투어, 현장 퍼머컬쳐 워크숍, 자연건강 워크숍, 생태마을 엑스포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퍼머컬쳐의 실습’(Hands on permaculture)은 크리스털워터스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코스 중의 하나이다.
이 곳에서는 정원관리기술과 신선한 건강식품의 재배방법과 기르는 방법을 제공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코스기간 동안 퍼머컬쳐시스템을 다양한 단계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참가자들은 크리스털워터스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근처에 있는 특정장소를 견학하며 현장체험을 통하여 그들의 지식을 새롭게 하며 퍼머컬쳐디자인 코스는 참가자들에게 생태주택의 디자인과 지역사회를 활력있게 하며 생태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특히 퍼머컬쳐의 이론·실제·철학적 기초를 바탕으로 생태·사회·정신적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삶의 상호연계성을 강조하며 인간과 지역사회 그리고 환경의 보다 의미있는 관계를 다룬다. 크리스털워터스 입구에 들어서면 첫 눈에 찾아 볼 수 있는 건물이 있는데 바로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정보센터이다. 누구든지 출입이 자유로우며 공동체의 역사, 교육, 관광, 시설 이용을 비롯하여 각종코스, 프로그램, 업종, 생태디자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III. 커뮤니티센터/지역경제/지역교환교역체계
커뮤니티센터는 크리스털워터스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나가다가도 한 번씩 들리게 된다. 가구별로 우편함이 설치되어 있으며, 각종 공지사항, 생활용품, 행사일정 등에 관한 정보도 수집할 수 있고 친교활동도 행하여진다.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회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정기적으로 개최되는데 주민들은 이러한 과정속에서 자연스럽게 토론에 익숙해진다. 특히 여성들의 회의능력은 수준급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나라들이다.
멜번에서 생활할 때 커뮤니티센터 실무자 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한 적이 있었다. 참석자 15명 중에서 남성 3명, 여성 12명으로 여성들이 많았으며, 회의 진행이 민주적이고 문제해결식이었다. 공무원과 주민들이 참석하였는데 주민주도적이었고, 센터별로 계획과 수행을 평가하는 지역사회개발과정이었다. 공무원은 지원하는 선에서 분명하게 한계를 긋고 있었다. 회원 상호간에 협력과 선의의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유용한 정보도 교환하고 있었다.
한국의 동사무소에 설치되어 있는 주민자치센터를 생각해 보았다.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은 크리스털워터스의 커뮤니티센터와 비슷하였지만 주민자치위원, 운영방법, 문제해결과정, 프로그램, 자치단체의 지원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도 좀 더 상향적이고 자발적이며 지방자치단체와의 유기적인 협력속에서 현재의 주민자치센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크리스털워터스의 맑은 물에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여 장작불로 구워낸 빵은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일부는 멜레니지역으로 판매된다. 주면의 자연환경의 조화를 이루면서 폐타이어, 나무, 모래 등으로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평화롭게 떼를 지어 생활하는 캥거루들, 초원에서 길러지고 있는 염소, 젖소, 각종 새들은 어린이들의 빼놓을 수 없는 친구들이었다. 어른들이 배구시합을 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이웃주민들을 이하여 레스토랑을 개방하며 간단한 음료나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한다. 쌓였던 피로를 풀기위해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 눈에 띈다. 서로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대화는 나누는 등 친교의 시간이 시작된다. 레스토랑도 목조건물로 되어 있으며 사무실, 무대, 탁구장, 마케팅장소, 전화, 회의실 용도로 활용된다. 크리스털워터스는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공동체경제이다. 우유, 치즈, 꿀, 고기, 야채, 신발, 풀무, 의자, 관광, 치료, 보석, 교육, 비디오, 서적, 잼, 숙박, 음식, 빵, 우편, 요구르트, 와인, 죽순, 마름, 식물, 엡디자인, 출판 등의 업종들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점점 커져 가고 있고 지역경제는 위축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곳에서는 경제활동의 세계화를 지향하면서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를 내실화 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앙집중은 지역공동체를 파괴시켜 지역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세계화시대에 있어서 여러 나라들의 예를 보면 개발의 결과가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경제에 기여한다기보다는 점점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을 퇴색시키며, 지역의 전통과 문화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경향도 있다. 주민들은 동일한 행정구역에 살고 있지만 너무 바쁘게 생활하고 있어 외부의 정치, 경제, 문화적 힘에 의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 곳은 다르다. 인근의 멜레니 소도읍과 크리스털워터스는 상호의존적인 지역사회관계(Community relations)를 맺음으로써 경제교류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자유무역의 지속적인 전개 속에서 무역전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농촌지역사회가 점점 해체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지역자체의 자원과 지식, 그리고 동·식물을 공동체 특성에 맞게 재생산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길을 추구하면서 경제적으로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찌우고 있다. 또한 지역경제자립을 위해 다양한 소규모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크리스털워터스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라는 지역교환교역체계는 활성화되어 있다. 이것은 지역사회 수준에서 자체의 가용자원을 순환시켜 주민상호 간에 기술, 시간, 서비스, 재화, 그리고 장비를 교환함으로써 지역사회 주민의 사회·경제적 향상을 가져오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지역사회를 떠나서는 유지될 수 없다. 주민상호간에 상호작용체계를 활성화시켜 세계화 과정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자립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이웃간 협동심, 비용의 절약 그리고 예방적 환경체제를 갖춤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Lets에 가입한 회원들은 회원 상호간에 차량정비, 스포츠, 공예, 그림, 원예, 육아, 숙박, 마케팅, 동물, 사업, 요리, 컴퓨터, 오락, 건강, 치료, 교육 등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IV. 자원의 순환/지속가능한 개발/주민자치조직
오늘날 크리스털워터스는 성장의 한계와 자원고갈에 직면한 인류에게 대안적 삶을 제시하고 있으며 수많은 학생, 전문가, 학자, 관광객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인간의 배설물도 중요한 자원이다. 한 번 걸러진 물과 사람의 똥이 밭에 거룸이 되고 싱싱한 채소를 먹은 사람이 배설한 똥은 다시 자연스럽게 순환되고 있다. 비단 물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재순환되며 자원을 유용하게 이용한다.
한국의 시인 최종덕님의 글을 보면 자원의 활용과 이용의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버지 바지 고쳐서 어머니 고쟁이 만들고, 어머니 고쟁이 찢어서 오빠 빤스 만들어 입다가, 오빠 빤스 닳으면 꼭꼭 삶아서 부엌 행주로 쓰다가, 그것도 헐렁해지면 마루 닦는 걸레로 하다가, 그것도 조작되어 아궁이 불막이로 썼다가, 끝내는 아궁이 속에 불쏘시개로 되어 구들장을 덮어 주니, 우리 할머니 푹 주무시네.’
이 글은 우리에게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전통의 맥을 이어주는 의미를 느끼게 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은 옛 것을 익히거나 밝히 새로운 것을 안다는 의미이다. 오래된 것들이 모두 파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개발은 인간을 위한 과정이며 보존적 과정이다(Development is a conservative process). 전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전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크리스털워터스는 지역사회개발을 지향하고 있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털워터스의 지속가능한 기업이란 자원을 보존하고 환경을 회복시키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의 일터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장소의 기능도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기업의 유형에는 생태마을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퍼머컬쳐 정원사, 생태관광, 생활기능농장, 치즈, 조직적인 정원관리, 농장 숲, 자연화장품, 가죽제품, 견직물, 대리석, 조각, 납제품, 비누제품, 지붕재료, 목재 등이 있다.
이 곳에서는 주부들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정복지에 전념하다가 잠시 시간을 내어 홍보 및 판촉활동에 들어간다. 관광객들이나 코스 참가자들이 식사 후 쉬는 시간에 방문하여 간단히 치즈의 원료와 효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주문을 받아 판매하기도 한다. 판매자나 소비자가 함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결국 공동체 경제활동은 작은 업종들에 의해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공동체 자치를 가능하게 하며, 건전하고 민주적인 공동체로 발전해 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동기가 된다. 왜냐하면 작은 지역사회 안에서 개별적인 경제활동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유용한 경제정보를 수집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마케팅은 시간, 공간, 비용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가져올 수 있다. 즉 공동마케팅은 조직화된 경제활동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지역경제를 건전하게 만든다.
이 곳 주민들은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업종을 개발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노동활동과 문화활동, 그리고 교육활동의 지역사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태도와 행동이 변화되고 지역사회 수준에서 생활이 향상된다. 크리스털워터스에는 두 개의 주민자치조직(Community based organization)이 있다. Body coporate와 Community coporate이다. 모든 토지는 전자에 속하며 투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조직은 도로보수, 울타리 유지 및 관리, 댐관리, 용수공급운영, 토지이용 등의 책임을 맡고 있으며, 후자는 공동체의 자산과 사업, 방문객의 숙박, 회의, 코스, 회합장소의 관리 등을 맡고 있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캠핑, 숙소, 이동주택, 시설이용이 가능하며 일반가정에서의 숙식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복지향상을 위한 비영리주민조직이다. 1980년대 이후 생협운동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경제·사회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운동으로 전개되어 어고 있다. 한국은 현 단계에서 생협운동이 30-40대, 고학력, 주부중심의 먹거리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 운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며,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교육·문화·환경적 측면에서도 활성화시켜 주민들의 복지수준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생활협회(Community living association) 역시 비영리조직이다. 이 조직에서는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증진시킬 수 있는 양질의 교육과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인구의 도시집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전체 인구의 85%가 도시지역에서 살고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러한 경치 속에 녹색도시를 심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국 도시의 일반적인 풍경은 회색빛의 콘크리트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처럼 보여 답답함을 더해 주고 있다. 산을 가리고 있는 조밀한 아파트와 주택들, 난폭하게 질주하는 차량, 이웃하며 살고 있지만 메마른 인정, 주차장으로 변한 골목….

크리스털워터스(Crystal Waters)를 향하여
크리스털워터스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순환하며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웃으면서 욕심을 줄이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마구잡이식 개발을 싫어하고 있었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숫자와 물량으로 모든 것을 기준삼는 것 같지 않았다. 주민들은 개발활동을 경제적 가치 이상의 그 무엇을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계획과 신용을 중요시하고 있었으며, 한국에서도 흔히 사용되고 있는 부킹이라는 용어는 이곳에서는 건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주민들의 행태는 느리고 좀 수수하지만 그것도 아름다운 것이며, 전통을 보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귀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과거를 돌아볼 줄 알고 전통을 지키며 철저하게 관리하는 크리스털워터스 주민들의 삶이 부러웠다. 이 곳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파괴된 삶의 모습을 바꾸고 공동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배움의 장이다.
우리는 개발이 곧 경제성장인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그리고 그것의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개발로 인하여 공동체가 파괴된다든가 경쟁심과 욕심이 과도하게 높아진다면 그것은 소외와 불평등만 가중시켜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한다. 아무리 바빠도 그 가운데 여유가 있는 크리스털워터스 주민들의 삶이 그립다.

발제 : 구본영 지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