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운 마음 풀어 놓은 흥정
밥상 위에 번쩍! 번쩍! 상차림이 그리 요란한 것도 아닌데, 왠지 임금님 수라상 같아 보입니다. 진상을 물어 보니 아내가 애써 뭔가 내게 말하려는 듯… 작은 미소로 말을 대신합니다. 오라! 상을 환히 비추어 주는 진상은 밥이 이만큼 배부른 스텐 그릇이었습니다. 저 너머 신흥리 산골에 사시는 최봉금 성도님 어느날이었던가? 세찬 바람이 멎은 푸근한 주일 날 읍내 장터를 가자고 전도사의 손을 끌어 잡아 당기셨습니다. 뭔가가 절실히 필요하셨던가? 싶어서 인가 보다… 하여 임권사님까지 대동하고 길을 나선 할머님을 모시고 당도한 곳은 읍내 장터 그릇 가게 였습니다. 그러더니만 다자 고짜 노구(老軀)를 이끄시고 행차하신 본색(??)을 드러내고 마셨습니다. 속 고쟁이 전대를 풀어 내미신 것은 얼마나 모으셨을까? 정성 담긴 종이 지폐였습니다. 그리고는 그릇가게 주인 아저씨를 몰아 세우십니다. 아마도 최 할머님의 아들 뻘은 되는가? 주인 아저씨가 할머님 앞에서 쩔쩔 매십니다. 아까부터 할머님은 좋은 그릇 골라 보라신다. 할머님 안목에는 다른 그릇 눈에 들어오지 않고, 번쩍 번쩍 빛나는 스탠이 최고다. 게다가 그릇은 크면 클수록 좋다. 주인과 흥정을 벌이는 말 앞머리마다 그 고운 마음을 풀어 놓으신다. 우리 “전도사님!” 더 좋은 거! 아니 그것 말고 더 크고 좋은거 없니껴? 애써 고르신 그 분의 정성이 오늘 상에 올랐습니다. 작은 교자상 밥그릇이 초라하기는커녕 이 어찌 부러울게 있겠나 싶습니다.
은밀함으로 내 것 네 것 없이…
사막에서 치열하고 긴 전쟁을 치르던 중 마실 물이 뚝 떨어진 채 보급로마저 막혀버린 군인들, 바로 그 때 한 용맹스런 병사 하나가 타는 목마름에 힘겨운 전우들을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한복판을 지나 어렵사리 물을 구해왔지요. 애타고 절박하게 물을 기다린 동료 전우들은 약 30여명, 하지만 목숨을 담보하고 가져온 물은 고작 수통 하나에 담긴 것이 전부였지요. 그런데 그 수통하나로 모든 병사가 목을 축였고, 모두가 차지한 한모금의 물과 달리 유독 두 모금의 물을 마신 병사까지 있었지요.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타는 듯 갈증에 시달리고 있던 30여명의 군인들이 수통 하나의 물을 모두 나누어 마셨다는 이야기도 신기하고 놀랍게 들려오겠지만 그 중 두 모금이나 마신 사람이 있었다니? 욕심어린 부끄러운 우리네 삶을 비추어 답을 찾기란 여간 힘겨운 것이 아니겠지요? 혹 여러분의 상상처럼 생명을 담보로 물을 떠온 사람이 두 모금을 차지했을까요? 아니면 최고참 병사, 아니면 소대장 정도였을까요?
하지만 문제의 답은“맨 마지막으로 물을 마신 병사”였답니다. 이야기의 속내인즉 앞선 이들이 다음 사람들을 위해 물을 아꼈다는 것,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한 갈증 속에서도 뒤에 기다리는 동료들을 위해 겨우 자신들의 입술만 적신 채 곁의 전우에게 수통을 건넸다는 뜻이지요. 남모르게 혼자서라도 배를 채우는 법을 배워야 하고, 내게 부족한 물건을 남에게 가져오는 것은 다만‘위치 이동’일 뿐이라는 것을 배워야 살아남을 것 같았던 군대생활 속에서 그것도 생사(生死)를 오가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자신의 안일이나 생명 보다는 수통을 건네며 나눈 그들의 은밀하지만 넉넉한 나눔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지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날 저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이 마치 지독한 사막과 가뭄 속 전투를 치루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토록 지독한 가뭄 세상을 견디고 지나는 유일한 비결이 다만 다른 이들을 위해 내 입술만 적시는 것을 넉넉함으로 받아들이는 삶,“은밀함으로 내 것 네 것 없이 나누는 삶”이라고 신앙고백 할 수만 있다면…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삶을 일구어 가는 매화 영광 마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