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길 맞이 등불 앞에서…
그날 저녁 임권사님께서 평소와 달리 속회시간에 지각을 하셨다. 그리고는 예배 중간중간 들썩이는 모습이 늘 대하던 모습은 아니셨다. 같은 편에 앉아 계시던 용집사님의 말씀이 “오늘 저녁 큰 아드님이 울산에서 올라오시는 중이란다.”
50을 훌쩍 넘었을 중년의 맏아들을 기다리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러했다. 속회가 마친 후 둘러선 애찬상에서 “임권사님! 아드님이 올라 오신다구요?” 환히 웃으시며 대답하시는 임권사님의 얼굴에는 활짝 미소가 퍼진다. “회사 들러 일 보고 서울 가는 길에 오늘은 집에 와서 쉬어야겠다고 올라 온답니다.” 권사님의 들뜬 음성에 비하면, 속회시간이 좀 길었던지 싶기도 하다…
집에 와서 아내가 빠진 자리를 메꾸느라, 밀린 설거지며, 대충 김치찌개를 끓여 놓고는 바깥 교회 뜨락으로 산책을 나왔더니만, 저편에서 밝은 빛이 비쳐온다. 임권사님댁 방향이었다. 궁금증에 이끌려 마을 밖으로 나와 임권사님댁 마당을 잠시 곁눈질 해 본다.
환한 저녁달이 무색할 만큼, 너른 권사님댁 정원을 비추어주는 등불들 몇몇이 새 밝다! 권사님의 따뜻한 어머니 마음이 담긴 불빛들, 어둔 길 찾아오는 아드님 행여 발길 놓칠새라! 벌써 한참은 더 와야 할 시간과 거리임에도 벌써부터 권사님은 집안의 등불을 밝히고 먼길 오는 맏아들을 반길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머님의 마음! 그걸 닮아야 영혼을 맞이할 수 있다는 하늘 음성을 오늘 주님은 권사님을 통해 말씀하고 계셨다. 정원을 비추어주는 등불 밝기만큼이나 또렷하게…
사순절 순례: ‘더’ 보다는 ‘덜’
사순절 순례의 여정, 과연 주님의 심정을 마음에 새기며 걸어야 하는 길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요?
얼마 전 방송을 통해 남극의‘황제펭귄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을 만난 적이 있었지요. 세찬 남극의 눈 폭풍에 모진 바람이 몰려올 때면, 펭귄들은 겹겹이 흡사 장막을 세우듯 그렇게 당당하게 서서, 서로의 몸을 밀착시킴으로 그 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모진 기후 속에서도 그들에게는 어김없는 몸짓이 있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안에 있던 펭귄들이 밖으로 나가고 바깥에 있던 펭귄들이 안으로 들어가 꽁꽁 언 몸을 녹이도록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을 만난 것입니다.(이들의 몸짓을 두고 학자들은 소위, 펭귄 허들링, penguin huddling 이라 부르지요.)
모름지기 신앙공동체란 역시 저런 것이겠다 싶었습니다. 극한의 이기심을 버리고 기꺼이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바람막이가 되기 위해 바깥에 서는 이들, 찬바람과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당당히 맞서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세상, 바로 그것이 주님이 이 땅에서 꿈꾸던 하나님 나라가 아니셨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편리하게’를 외치며 사는 동안 세상은 훨씬 위태로운 곳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더’의 길은 언제나 이웃을 배제하고 홀로 행복하려는 길이 아닐까요? 분명 주님께서 가르쳐 주시고 몸소 행하시며 당당히 걸어가신 길, 십자가 고난의 길은 이 길은 아닐 테지요? 그 보다는‘덜’의 길, 뒤에 오는 다른 이들을 위해 좀 남겨 놓을 줄 아는 마음으로 걷는 길, 그 발걸음으로 걷는 길이 사순절 순례의 기간 동안 매진하고 정진해야 할 저희의 길이 아닐는지요?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