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다음에 꼭 한 번 또 들러주오.
여름 휴가절, 몇 주 동안 교회엔 끊이지 않고 손님들이 드셨다. 교회가 그 인원을 모두 감당 못할 지경이어서 근처 임권사님께 페를 끼치게 되기까지 이르렀다. 지난 주에는 여름 휴가의 끝자락 인천에서 옛 믿음의 형제들이 교회를 찾아 주었다. 먼길 달려오느라. 작고 옹색한 차였던 덕분에(?) 열기를 몇 번을 식혀서야 도착했다고 알려 주었다. 그 먼 길 달려오면, 고작 보여 줄 것 없는 부족한 이 시골 전도사 하나인데, 그 곳을 마다 않고 달려온 그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웠던지? 그것도 빈손으로 오지 않고, 저 마다 각각의 선물 꾸러미를 들고 교회를 찾아 주었다.
야심한 밤, 은은하게 들리는 녹턴의 음악을 빼어 놓지 않았고, 애린이에게 “황금똥을 누어야 한다”는 강조를 아끼지 않으면 들고 온 베스트셀러 책자며, 시골 전도사 P.C가 안스러웠던지 귀한 부품까지 모두가 마련한 선물에는 귀한 사랑이 솔솔히 베어 나왔다. 모처럼 함께 둘러 앉은 자리에서는 오랜날 함께 목소리를 맞추던 귀한 찬양의 화음이 여름밤을 깨웠다. 밤 깊도록 나누는 대화 속에서 함께 하는 기쁨과 함께 나누는 고통과 슬픔도 있었다.
지난 여름 장마철 집중호우에 반지하 교회로 들어찬 물이 무릎에까지 찼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고 안타깝게 했다. 그렇지만, 그 말 뒤에는 잔잔한 미소와 굳건한 믿음이 베어 나왔다. 함께 있었으며, 작고 부족한 미력이지만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멀고 먼 거리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꾸러미 마다 풀어놓은 선물 앞에서 나는 아무 것도 준비할 수 었었기에 그 이야기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 것이었다.
거룩한 사랑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니는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중략)…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먹을 여유가 없었다….(중략)…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 시래깃 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였다. 나는 이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와 국을 맛본 적이 없다…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 사랑은 가진 것이 없다고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能)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 박노해님의 시(詩),『거룩한 사랑』 중에서 –
시인 박노해님은 유년기 마음 한 곳 자리 잡은 아련한 영상 하나를 떠 올립니다.
꺼림칙하게도 여길 법 한 마음은 아랑곳 하지 아니하시고, 도리어 객지에서 고학하는 생기와 핏기 없는 자식의 얼굴이 애처로워 번거롭고 기껍지 못했던 살생을 치르며 당신의 손에 피를 묻히셨던 한자락 풍경을 두고 시인은 서슴없이“거룩한 사랑”이라 노래합니다.
시인은 어머님의 손길 아련한 기억에서“사랑은 결코 무능할 수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배웠노라!”고 담담한 사랑, 거룩한 사랑을 들려줍니다. 춥고 시린 겨울 길, 힘들지만 참! 잘 오셨습니다. 그 거룩한 사랑이 바로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지금. 여기에…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삶을 일구어 가는 매화 영광 마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