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 고르고 맑은 가난으로 더불어 함께
“언제쯤이면…”
좁은 마을 누가 살까? 마음만 내키면 하루 나절이면 모두 만나볼 만도 한데, 1년여를 살았어도 부족한 제 몰골하고는…. 마을 분들 모두를 만나뵙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 속회였습니다. 북에 끌려 갔다가 구사일생 고국으로 살아 돌아온 국군포로 한분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찍이 신문이며, TV 매스컴을 후끈 달군 그 주인공이 이 매화에 사고 계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속회를 드리고 한 상에 둘러 다과를 드는데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하도 떠들석했던 터라, 저역시 방송녹화까지 해 두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가는 이야기에 확인해 보니 바로 그 분이신 듯합니다.
속회를 마치고 돌아 오며 드는 생각 아직도 이 마을 사람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제 깐에는 오가며 인사도 드리고 고개를 조아리며 얼굴인사를 나누며 익힌 얼굴도 적쟎을 터인데, 생판 모르는 분의 소식을 접하고 나니 참 좁게 다녔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땅끝까지 가보라고 하셨는데, 만나보라고 하셨는데, 주님 전하라 하셨는데, 참 좁게 산 것이 참 죄스러워 집니다.
그리고 나니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이곳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 이곳에서는 언제나 “서울서, 도회지에서 오신분으로 자신을 부르더라는 말”, 언제쯤이면 저는 이 마을사람이 될 수 있을는지! 하나님 보내신 뜻과 멀지 않다면, 전! 매화 1리 1144-9번지에 사는 사람이니더…
“값을 매기지 못할 것들”
오래 전인가요? TV 프로 가운데 집에서 고이 간직하고 있던 물건들, 소위‘골동품들’을 가지고 나와 감정을 받는 프로그램이 인기였지요? 저마다 귀한 물건을 가지고 나온 이들은 자신들이 기대하는 감정가를 어림짐작하고는 전문 감정사들이 내리는 판정을 지켜보게 되지요. TV 앞에 모여 앉은 시청자들 역시 꼴깍 침을 삼켜 가면 최종 가격이 새겨질 전광판을 주시하게 되지요. 마침내 물건의 가격이 결정되고 나면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요. 기대 이상의 고가(高價)의 가격이 매겨지면 탄성에 물건의 우수성을 발견한 시청자들의 박수를 한 몸에 받게 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액수라도 나오면 실망감을 채 감추지 못하고 쓸쓸히 뒤돌아 서 곤하지요.
예술품이나 골동품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안목을 길러준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관심은 오직 하나“이 물건이 과연 얼마짜리일까?”하는 것만 같아 마음 한 곳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지요. 감정가가 높게 매겨지면 좋은 물건, 낮으면 형편없는 것으로 취급받기 일쑤, 방송국의 상업주의야 새삼스러운 것이 없다 싶은 것입니다.
만일 누군가 어머님께서 읽으시던 손 때 묻은 성경책을 들고 그 방송에 나갔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겠지요? 하지만, 그곳에 서린 어머님의 기도와 주야로 새기고 읽던 열심 혹은 눈물을 어찌 값을 매겨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지요?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살과 피를 생각나게 하듯 사람들은 저마다 귀하고 소중한 것을 간직하고 살게 마련이고 그런 듯 소중한 물건을 어찌 값으로 매기거나 환산할 수 있겠나 싶습니다. 자녀들을 맘에 품고 논과 밭으로 나설 때면 어김없던 아버님과 어머님의 손에 들려졌던 낫 한 자루와 호미 한 자루의 값을 어찌 매길 수 있겠는지요? 그렇지요. 어찌 세상 금은보화만 소중하겠는 지요? 맘 속 간직한 소중한 것들을 부디 잊지 않고 사시길….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