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영광마을 이야기
제가 타야 당신을 살릴 수 있습니다.
담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담…. 그런 담을 허물러 그 분이 오셨다고 합니다. 담 넘어야 혹은 문을 열어야 만날 수 있는 것은 다만 집 뿐 아닙니다. 사람도 그런가 봅니다. 오랜 동안 빗장을 걸어둔 문일수록 열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문에다 빗장을 걸어 두었는지? 담에 빗장을 걸어 두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곡꼭 걸어 잠궈 둔 것은 단지, 나 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참 힘겹습니다. 잠궈 둔 것이라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일단 열고 보면 너무 편하고 너무 아름다워 보입니다. 정겹습니다. 기쁩니다. 그것도 오래면 오래된 것일수록 더욱 정겨워 보입니다. 오랜 빗장을 열고, 문을 열어 젖히면 가 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리 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가 봅니다. 무엇 때문일까? 곰곰히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정겹고 아름다운 것을 마다하고 굳이 힘겹고 오랜 고집스러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지난 주 불이 나고 말았습니다. 신흥리 저편 기성리 꼭대기 산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리고 태웠습니다. 함께 정겹게 살던 나무들 올망졸망 싸늘고 검게 그을린 시체들로 서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타라!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모조리 타 버렸습니다. “내가 타서 저 나무를 살릴 수 있다면, 내가 몽땅 타버려야 한다”는 기세였습니다. 그럴 즈음 그 불을 이어 받으며 타는 나무도 그렇게 말하는 듯 했습니다. 올망 졸망 정겹게 모여 사는 나무 마을에 사랑의 증거가 거기 있었습니다. 내가 죽어 다른 이를 살릴 수 있는 비결…. 그 모습이 그렇게 정겨워 보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일구신 밭”
지긋한 연세가 드신 분들을 뵐 때면, 그 어떤 분도 가릴 것 없이 가슴이 짠해지지요. 그건 아마도 그분들이 그 세월넘이 하면서 겪어 왔던 세월의 무게가 어렴풋이 짐작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디 마른 땅만 딛고 사셨겠습니까? 진데도 밟고, 시린 손 호호 불며 지내셨을 때도 있었겠지요. 늘 행복하기만 했겠습니까? 마음을 졸이며 종종걸음 칠 때도 있었고 가슴을 북처럼 두드릴 때도 있었겠지요. 어느날 문득 노년에 이른 어머니를 만나면서 시인은 이 땅 모든 어머님들께 이렇게 마음 담은 노래 한자락을 선물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산나물 캐고 버섯 따러 다니던 산지기 아내
허리 굽고, 눈물 괴는 노안이 흐려오자
마루에 걸터앉아 먼 산 바라보신다.
칠십 년 산그늘이 이마를 적신다.
버섯은 습생 음지 식물
어머니, 온몸을 빌어 검버섯 재배 하신다.
뿌리지 않아도 날아오는 홀씨
주름진 핏줄마다 뿌리 내린다.
아무도 따거나 훔칠 수 없는 검버섯
어머니, 비로소 혼자만의 밭을 일구신다.
-반칠환, <어머니 5> 전문
-김기석 목사님 의 묵상 중에서-
시인은 한평생 검버섯 키우는 혼자만의 밭을 일구어 오신 어머님의 모습 앞에 안쓰러움 담긴 절절한 고마움의 찬송시를 그렇게 지어 부릅니다. 5월 그 노래를 시인의 따라 나직하게 불러 봅니다.
백남호 목사(영광감리교회)
경북 울진의 매화리 영광마을에서 현재 14년째 목회 하시고 계신 백남호 목사님께서 섬기고 계신 교회 주보에서 발췌한 내용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