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의 지상중계(1)
100년 전통 명문 몰링 칼리지에서 한국어 공개강좌를 성황리에 개설했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영감 넘치는 지상 강좌를 통해 우리 교민사회에 신앙과 윤리의 새 지평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우리 시대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소소한 일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거대담론에 이르기까지 윤리적인 갈등과 이론을 찾아보며 기독교적(성경적) 대안을 찾는 흥미진진한 ‘윤리여행’을 하고자 한다. 독자들의 지대한 관심과 성원을 바라마지 않는다 _ 편집자 주
윤리, 그 바른 이해의 길목에서
정미연 박사(몰링 칼리지 교수_조직신학, 윤리학)
윤리란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 반드시 해야 할 일들, 하면 좋은 일들’(what we ought to do, must do, or should do)에 관해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영어로 ‘morality’(도덕)와 ‘ethic’(윤리) 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물론 두 가지가 서로 동일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또 완벽히 구별하기엔 무리가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도덕은 문화가 반영된 개념으로, 그 시대와 상황과 문화 속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말한다. 윤리는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여 인간으로서 마땅해 해야 할 일을 말한다. 결국 윤리란 옳고 그름이 무엇이고, 그 근원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삶 속에서 직면하는 옳고 그름에 관한 윤리적 가치나 원리, 문제의 근원과 해결에 관한 관점이 매우 다양하다는데 있다. 그것은 인간이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건에서 무엇이 윤리적 문제인가를 파악하는 데에도 그 해석이 다양하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나름대로 신앙의 관점에서 윤리적 도덕적 문제들을 바라보면서 판단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인간의 윤리적 도덕적 가치에는 거룩성과 타락성이 동시에 포함되어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내리는 윤리적 판단과 결정은 일관성과 온전함이 결여된다. 우리가 윤리의 학문적 방법론을 도입하여 사건과 사물들을 바라보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경 스토리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아는 것이 오늘 우리의 상황에 맞게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필요하듯, 기독교윤리 역시 문제가 다뤄진 시대상황과 문화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요구한다. 그래야만 자기중심적인 본문에 위배되는 해석과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기독교윤리를 학문화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기독교윤리의 큰 주제, 다섯
앞으로 전개될 강좌는 크게 아래의 다섯 주제를 놓고 기독교윤리에 관하여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기독교 윤리란 무엇인가?”: 기독교 윤리의 정의, 정체성, 원천(source) 등을 살펴본다.
그리스도인들은 옳고 그름의 근원을 하나님의 말씀에서 찾아야 한다.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 말씀은 각 시대의 문화와 가치관에 담겨 있다. 문제는 해석의 기준이 된 인간의 문화와 가치관이 타락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들은 계속해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시대와 상황을 초월한 원리를 기본으로 우리 시대에 맞게 해석하고 이해하며 적용해야 한다.
성서 윤리: 구약과 신약에 나타난 윤리적 테마와 가르침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는 윤리적 주제들을 검토한다.
정치윤리: 성경에 나타난 국가관과 인종관을 이해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이 실현해나가야 할 기본적 정치, 사회적 윤리관을 정립해 보고자 한다. 문화적, 인종적 교류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기독교의 토대 위에서 어떻게 다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특히 호주 땅에서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가 호주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서 어떻게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다하며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경제적 불균등함과 정치적 억압의 상황으로 발생한 난민 문제도 성경적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성윤리: 성경적 인간론을 바탕으로 가족, 결혼 (동성, 혼성), 동거, 이혼, 독신, 재혼 등을 바라보는 윤리적 관점들을 검토하고 적용해야할 원리들을 모색해본다. 특히 성경에서 언급한바 오늘날 우리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성정체성과 결혼제도에 관해 공부하고 마지막 세대 (‘already and not yet’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성취되었음과 동시에 아직 완성되지 않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도 바울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독신의 삶에 관해서도 논의하려 한다.
사역윤리: 교회론을 바탕으로 기독교적 리더십에 관해 토의한다. 특별히 만인 제사장의 소명과 목회 윤리를 균형 있게 고려할 수 있는 역사적 배경과 성경적 원리들을 찾아보려 한다. 특히 교회가 사회에 비춰지는 모습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오늘,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인내하며, 섬기며, 훈련해야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교회의 제도와 행정은 시대의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 구성되어왔다. 오늘 많은 교회가 모델로 삼고자 하는 초대 교회의 모습은 사실 유대교 회당의 영향을 받았으며, 칼빈의 교회는 당시 제네바에 몰려들었던 이민자와 난민을 중심으로 한 이민자 교회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처럼 각각의 시대와 상황에 맞게 발전되어 온 교회의 제도와 행정을 살펴보면서, 우리 시대에 교회의 제도와 행정의 모습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옳고 그름, 근원과 원칙, 실천
기독교윤리는 “성서와 이성과 자연의 조명 속에서 옳고 그름에 관한 근원과 원칙, 그리고 실천을 다루는 학문” (L. S. Keyser)이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는 “거짓 증거 하지 말라”고 명백히 명령한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이 인정될 수 있을까?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대인들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었다가 나치에 발각되어 수용소에 보내진 코리 텐 붐 (Corrie Ten Boom) 여사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치에게 한 선의의 거짓말은 허용된다고 보았다. 반면에 그의 언니인 베시는 이에 반대했다. 이 경우 코리 텐 붐 여사는 그 당시 상황에는 완벽한 결정은 불가능했기에 최선이 무엇인가를 놓고 나치에게 유대인을 숨기지 않았다는 거짓말은 허용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 결정은 성경으로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 것인가?
이처럼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소소한 일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거대담론에 이르기까지 윤리적인 갈등과 이론을 찾아보며 기독교적(성경적) 대안을 찾는 흥미진진한 여행을 하고자 한다. 독자들의 성원을 부탁한다.
정미연 박사 (몰링 칼리지 교수_조직신학, 윤리학)
미국 이민 1.5세 출신의 차세대 신학자.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의 여러 신학교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몰링 칼리지 전임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기간 동안에는 콩고, 인도, 케냐,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팔, 르완다. 우간다 등지의 신학교와 교회에서 사역한다. 세계침례교연맹, 아태침례교연맹, 로잔회의 세계선교글로벌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