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단상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그리고 우리 교육
몹시 뚱뚱한 남자가 신부를 찾아와 말했다.
“신부님, 여자들이 절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제발 살 좀 빼게 도와주세요.”
그러자 신부가 선뜻 말했다.
“여섯 달이면 충분해요. 내일 아침 여섯 시에 조깅복 입고 집 앞에서 기다려요.”
다음날 아침, 집 앞에 통통하고 아리따운 한 아가씨가 찾아왔다.
“저를 따라 잡으면 당신이랑 결혼하겠어요.”
그러고는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남자는 숨을 몰아쉬며 쫓아갔다.
“핵핵…”
세 달이 지나자 몸무게가 30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앞서 달리던 아가씨를 이젠 거의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이 되자 처음 보는 여자가 찾아왔다. 몹시 뚱뚱한 그 여자가 말했다.
“제가 당신을 따라잡으면 당신이 저랑 결혼할 거라고 신부님이 그러시던데요.”
“헉! 헉헉…”
“핵핵…”
다이어트의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성에게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으뜸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동물의 공통된 속성이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겠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다이어트 신드롬은 병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혀 뚱뚱하지도 않은데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 탈수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 후유증으로 영양실조와 생리불순에 걸려 고생하는 십대 여자아이들도 적지 않다.
‘몸짱’ 열풍에 ‘웰빙’ 회오리바람이 가세하여 몸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휘몰아가고 있다. 먹고 살만해졌기 때문일까. 아줌마를 넘어서 이제는 남성들까지도 이 바람에 휘둘리고 있다. 예전에는 ‘정력’에만 신경 쓰던 남자들이 이제는 몸매와 얼굴도 다듬고, 웰빙에까지 신경 쓰기에 이르렀으니 좋은 현상인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몸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남에게 비춰지는 몸에 대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남의 시선에 대한 관심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체면 차리기 좋아하는 우리 사회에서 남의 시선 의식하는 것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전에는 옷이나 신발 같이 몸에 걸치는 것에 힘을 줬다면 이제는 몸에 직접 힘을 주기 시작한 셈이다. 옷이 날개라지만 이제는 몸통도 날개 못지않게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 듯하다.
몸매 살리기, 살빼기 바람만 드센 것이 아니다. 얼굴 뜯어고치기 바람은 또 어떤가. 방학 때면 성형외과에는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중고생들의 예약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쌍꺼풀 만들기, 코 높이기, 턱 깎기… 누가 더 바비 인형을 닮나 경쟁이라도 하듯 자연스런 제 얼굴을 표준 미인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기를 쓴다. 성형수술 또한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성들이 공공연히 꽃미남을 선호하면서 남자들도 얼굴 다듬기 전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시대 여자아이들은 몸으로 말한다. 공부 잘하는 것보다 ‘몸매 잘 빠지고 얼굴 반반한’ 것이 더 낫다고. 그리고 머릿속에 구겨 넣은 것들은 시험만 보고 나면 다 빠져나가지만 쌍꺼풀은 남는다고!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의 현주소가 바로 여기 아닌가. 아름다움에 눈먼 아이들. 이 말은 이중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실상을 드러낸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목숨까지도 내걸 만큼 맹목적이지만 실상은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이 없는 아이들. 이렇게 눈 먼 아이들을 길러내는 우리 교육은 결국 우리 사회의 반영이다.
몸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도록 만드는 이 풍조 속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기다움에 당당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 그것이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날씬한 몸매, 쌍꺼풀진 눈매가 아니라 자기다움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것임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다크서클을 뺀 판다를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