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곤충 사육(4)
곤충 생태와 관련된 연구
주요 식용 곤충 그룹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섭취하는 곤충은 딱정벌레(딱정벌레목)이다(31%). 딱정벌레가 알려져 있는 전체 곤충류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 운 결과는 아니다. 두 번째로는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글 상자 2.4)에서 많이 섭취하는 애벌레(나비목)가 약 18%를 차지했다. 벌, 말벌, 개미(벌목)가 14%(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흔함)로 세 번째다. 다음으로는 메뚜기, 비황, 귀뚜라미(메뚜기목)가 13%, 매미, 매미충, 멸구, 개각충, 노린재(노린재목)가 10%, 흰개미(흰개미목) 3%, 잠자리(잠자리목) 3%, 파리(파리목) 2%, 기타 종류가 5%다. 나비목은 대부분 애벌레 형태로 섭취하며 벌목은 유충이나 번데기 형태로 주로 섭취한다. 딱정벌레목은 성충과 유충을 모두 섭취하지만, 메뚜기목, 매미목, 흰개미목, 노린재목은 대부분 성충의 형태로만 섭취한다. 딱정벌레목(딱정벌레) 수생 딱정벌레, 나무구멍 딱정벌레 유충, 쇠똥구리(유충 및 성충) 등 식용 딱정벌레에는 그 종류가 매우 많다. 2009년 Ramos Elorduy가 기록한 78종의 식용 수생 딱정벌레는 대부분 물방개과, 물매암이과, 물땡땡이과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종의 경우에는 유충이 식용으로 쓰인다. 열대 지역에서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식용 딱정벌레는 아프리카, 남부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에 분포된 심각한 야자 해충인 야자 바구미(Rynchophorus)이다. 야자 바구미 중에서 R. phoenicis는 열대 및 아프리카 적도 지역에서(글 상자 2.5 소리를 이용한 채집 참고), R. ferrugineus는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등지에서, R. palmarum은 중앙아프리카와 인도 서부, 멕시코 및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된다. 네덜란드에서는 갈색거저리(Tenebrio molitor), 외미거저리(Alphitobius diaperinus), 슈퍼거저리(Zophobas morio) 등과 같은 거저리과에 속하는 거저리종의 유충이 파충류, 어류 및 조류 애완동물의 먹이로 사육된다. 이들은 특히 인간이 섭취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져 전문 상점에서 식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제6의 대멸종
지구가 ‘제6의 대멸종’을 맞고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코뿔소나 자이언트판다 같은 크고 카리스마 있는 포유류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세계의 생물종 가운데 포유류는 5% 이하일 뿐이고 곤충과 거미 등 절지 동물은 70% 이상이다. 하찮고 성가시기만 한 벌레가 실은 생태계의 기초를 이룬다. 곤충은 종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양도 풍부하다. 그런데 멸종과 별개로 곤충의 양 자체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곤충의 양을 장기간 측정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곤충 없는 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구 생태계 먹이 그물이 토대부터 흔들린다는 경고가 나온다. 브래드퍼드 리스터 미국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 생물학자는 푸에르토리코의 잘 보전된 열대림에서 1970년대부터 곤충을 연구해 왔다. 그는 1976∼1977년 이 원시림에서 곤충과 이를 먹는 새·개구리·도마뱀을 조사했다. 그는 2012∼2013년 멕시코 공동연구자와 함께 다시 같은 장소를 찾아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다. 연구자들이 2018년 10월 16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밝힌 결과는 충격적이다. 포충망을 휘둘러 잡은 곤충과 거미의 마른 중량은 1977년과 2013년 사이 4분의 1∼8분의 1로 줄었다. 끈끈이를 숲 바닥과 중간에 설치해 포획한 곤충의 양은 30분의 1∼60분의 1로 감소했다. 약 40년 사이 최고 99%의 곤충이 사라진 셈이다. 줄어든 절지동물에는 나방, 나비, 메뚜기, 거미 등 가장 흔한 10종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곤충과 거미의 감소는 이들을 주 먹이로 삼는 척추동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나무 열매나 씨앗을 먹는 새는 그대로였지만 벌레를 먹는 새는 90%가 줄었다. 벌레를 먹는 도마뱀도 30% 이상 감소했다. 개구리의 양도 곤두박질쳤다. 연구가 이뤄진 루킬로 숲은 1930년대부터 철저히 보전돼 사람에 의한 교란이 거의 없는 곳이다. 또 1970년대부터 푸에르토리코의 농약 사용량은 농업 축소와 함께 80% 줄었다. 그렇다면 왜 이 천연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연구자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숲의 온도는 평균 2도 상승했다. 우리의 연구는 이런 기후 온난화가 숲 먹이 그물의 붕괴를 일으킨 원동력임을 보여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온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열대림에서 기온 상승은 생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연구자들은 “기후 온난화가 절지동물의 감소를 초래했고, 이는 다시 곤충을 먹는 동물의 감소를 부르는 고전적인 상향식 파급 효과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곤충의 격감
장기 연구에서 곤충의 격감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열대 아메리카 이외에 유럽 온대림의 보호 구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지난해 10월 보고됐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1989∼2016년 사이 독일의 보호구역 63곳에 설치한 표준화한 곤충 포획 장치에 얼마나 많은 나는 곤충이 잡히는지를 비교해 분석했다. 놀랍게도 곤충의 양은 27년 동안 75%나 줄었다. 그러나 유럽 연구자들은 곤충 감소의 원인이 기후 변화나 토지 이용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농약과 비료를 많이 쓰는 집약 농업과 토지가 쉴 틈을 주지 않는 농사법의 변화가 곤충 격감을 초래했다고 보았다. 원인이 어쨌든 곤충의 감소는 곤충이 자연에서 공짜로 해 주던 생태계 서비스, 곧 꽃가루받이, 다른 동물(사람을 포함해)의 먹이원, 병해충의 포식자, 죽은 동물의 청소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세계 농작물의 35%와 야생식물의 80%는 꽃가루받이를 곤충에 의존한다. 곤충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규모는 미국만 해도 연간 570억 달러에 이른다
곤충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곤충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대체로 서구 사회에서는 곤충과 관련된 부정적 인식이 확고하다고 해도 무방하다(Kellert, 1993). 곤충 채집은 수렵 채집 시대 즉, “원시적” 형태의 식량 확보와 관련되어 있다. 농업이 출현하고 정착 생활 방식이 증가하면서 곤충은 해충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Pimentel 외, 1975; Pimentel, 1991). 이 점이 세계의 여러 열대 지역과 극명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열대 지역에서는 곤충을 장식용 및 여흥, 약, 주술용으로 사용했으며 신화, 전설, 춤에도 등장시켰다(Meyer-Rochow, 1979; Yen 외, 2013). 여전히 대부분 가축을 통해 단백질을 얻는 서구 사회에서 곤충은 골칫거리와 다름없다. 모기와 파리는 집에서 들끓고, 농부를 성가시게 물고, 흰개미는 목재 소유물을 망가뜨리고, 어떤 곤충은 먹는 음식에 빠져 혐오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부 곤충은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Kellert, 1993). 예를 들어 집파리와 같은 물리적 매개체는 몸에 전염성 병원체를 묻히고 사람이 먹을 음식에 옮긴다. 모기, 진드기, 벼룩 등의 생물학적 매개체는 병원균의 잠복처가 되어 말라리아, 바이러스뇌염, 샤가스병, 라임병 및 수면병과 같은 심각한 혈액 매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거미와 같은 절지동물은 특히 유럽에서 10세기 이후 질병 및 감염과 관련되어 왔다(Davey, 1994). 혐오, 회피, 역겨움, 거부감 등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곤충은 나비와 무당벌레 등 소수에 불과하며(Kellert, 1993; Looy 및 Wood, 2006), 곤충이 대부분 익충에 속하며 해충은 극히 적다는 점을 아는 사람도 매우 적다. 식충을 혐오하는 서구의 태도는 열대 국가 사람에 대한 선호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ilow(1983)에 따르면 “일부 선교사가 날개 달린 흰개미를 먹는 것은 이교도 관습 이라고 비난했다고 알려져 있고”, 같은 이유로 한 기독교인이 “곤충 소비를 기독교에서 매우 어긋난 것으로 여기면서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말라위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는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과 독실한 기독교인이 곤충 소비를 경멸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Morris, 2004). 이러한 서구의 영향으로,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영양 및 경제 분야에 대한 식용 곤충의 기여와 곤충류의 생물학 및 생태학에 대한 연구가 산발적으로 분산되었다(Kenis 외, 2006). 그러나 곤충을 먹는 사람들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될지언정 곤충 소비문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Tommaseo Ponzetta 및 Paoletti, 1997). DeFoliart(1999)는 “자신들이 곤충 섭취에 대해 가져온 편견으로 인해, 영양 및 기타 장점에 대한 대체제 없이 곤충 섭취가 점차 줄어드는 부정적인 영향이 생겼 다는 사실을 서구인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천연 자원으로서의 식용 곤충
식용 곤충의 생태 식용 곤충 자원은 기본적으로 천연 자원에서 거두어들인 비목재 임산물(NWFP)로 분류된다(Boulidam, 2010). 식용 곤충은 수중 생태계, 산림 및 경작지와 같은 매우 다양한 장소에서 서식한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용 곤충은 식물의 잎(예: 털벌레) 또는 뿌리(예: 꿀벌레큰나방 애벌레)를 먹거나, 나무의 가지와 줄기에 살거나(예: 매미), 토양에서 번성(예: 쇠똥구리)할 수 있다. 곤충 생태계는 개별 곤충 및 곤충 사회와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영양소 순환, 수분(화분매개) 및 이주뿐 아니라 개체군 동태 및 기후 변화 등과 같은 과정이 포함된다. 알려진 모든 생물 중 절반 이상이 곤충임에도 곤충 생태계에 대한 지식은 제한되어 있다. 오랫동안 부산물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진 꿀벌, 누에, 연지벌레와 같은 일부 종은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많은 곤충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장에서는 식용 곤충 생태계를 연구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이 지식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 지 설명한다. 야생으로 부터의 채집: 위협 곤충은 수분(화분매개), 퇴비, 산불 방지 및 해충 방지와 같은 필수적인 생태계 역할을 한다(Losey 및 Vaughan, 2006). 열대에서 광범위하게 섭취하는 꿀벌, 쇠똥구리, 베짜기개미 등의 식용 곤충은 이러한 생태 역할을 많이 수행한다. 최근까지 식용 곤충은 무궁무진한 자원인 것처럼 여겨졌다(Schabel, 2006). 하지만 대부분의 천연자원과 같이 일부 식용 곤충류도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 Ramos Elorduy(2006)는 멕시코의 이달고 주에서만 해도 메스칼에서 사용되는 붉은 용설란 벌레(Comadia redtembacheri) (=Xyleutes redtembacheri), 나바호 원주민 보호 지역 개미(Liometopum apiculatum) 및 용설란 바구미(Scyphophorus acupunctatus)를 비롯한 14종의 식용 곤충이 멸종 위험에 처해 있음을 확인했다. 많은 인위적인 요소가 식용 곤충 개체군에 위협을 준다. 채집 자체만으로도 다른 포식자와의 직접 경쟁을 초래하여 개체군 생존력이 약화될 수 있다(Choo, 2008). 수많은 식용 곤충류는 다른 곤충류(예: 무당벌레 또는 기생말벌)와 조류, 거미,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물고기 등의 다른 여러 생물의 먹이나 숙주다. 곤충 개체군의 감소가 포식자에 미치는 영향은 알려지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포식자나 분해자인 식용 곤충류도 많다. 이러한 곤충 수의 감소는 다른 곤충류의 개체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생태계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잉 채집은 현재와 미래의 곤충 소비 관습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이며(Morris, 2004; Schabel, 2006), 채집된 개체(성충 및 유충) 수가 세대 재건력을 초과할 경우 특히 그러하다(Cerritos, 2009). 또한 엄격한 선별없이 채집하게 되면 식용 곤충 개체군의 안정성과 세대 재건력이 위협을 받는다(Latham, 2003; Illgner 및 Nel, 2000; Ramos Elorduy, 2006). 예를 들어, 첫 번째 교배 전이나 알을 낳기 전에 성충을 채집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Cerritos, 2009). 또한 많은 지역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채집활동이 증가하면 기존 개체군을 위협할 수 있다. 곤충에 눈을 돌려야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38khpark@hanmail.net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