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대처전략(2)
미국내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쓴 책 <지구재앙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소개하고 있다.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주민들이 투표를 통하여 전력회사의 전력도입을 중단시키고 자신들이 전기를 덜 쓰겠다고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벌링턴시에서는 2002년에 ‘10퍼센트의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구 온난화에 싸늘한 맛을 보여주자’는 에너지 절약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운동의 성공을 위하여, 쓰레기처리장에서 재활용과 재사용운동을 벌이고 있고, 풍력발전기 설치와 형광 등 전구 교체 운동은 물론 시 외곽에 있던 시티마켓을 도심으로 옮겨서 자동차를 타고 쇼핑을 가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이 운동은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벌링턴시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운동을 벌인 지난 16년 동안 버몬트 주의 전력 사용량은 15퍼센트 가량 상승하였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벌링턴시의 전력 사용량은 오히려 1퍼센트 떨어졌다”(본문 중에서). 이 밖에도 미국 행정부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바람에 생겨난 여러 가지 운동이 있다. 2005년 2월, 그레그 니켈스 시애틀 시장이 ‘시장들의 기후보호협약’운동을 벌이자 뉴욕, 덴버, 마이애미 시장을 비롯한 170명 이상의 시장이 그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인식전환과 참여가 더욱 중요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기후변화 대처 상황
호주의 기후변화 대처상황을 알려면 교토의정서부터 이해해야 한다. 교토의정서(京都議定書, 영어: Kyoto Protocol, 문화어: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 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수정안이다. 이 의정서를 인준한 국가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여섯 종류의 온실 가스의 배출량을 감축하며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 장벽을 적용하게 되어있다. 호주는 미국과 함께 교토의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 버텨 오다가 2007년에야 케빈 러드가 연방총리가 되면서 첫 번째 공식업무로써 이 교토의정서에 친필 서명 하였으며, 2007년 2월 오바마는 대통령 출마 연설에서 교토의정서에 서명할 것을 공약하였다. 조지 부시가 그토록 기피하려고 안간힘을 기울이던 정책을 뒤집어 놓겠다는 선언이기도 한 것이었다. 미국이나 호주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두 나라가 co2와 관련된 산업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를 감축하겠다는 것은 100kg체중을 단기간에 70kg으로 감량하겠다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 선뜩 대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호주는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지만 화석연료인 석탄수출을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나라다. 한국은 석탄 사용량의 40%를 호주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석탄이 타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co2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선고된 상태라 더 이상 캐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되어 있다. 석탄을 수입해 가던 한국이나 중국 등이 점차적으로 수입량을 줄이고 있으며 co2배출 책임을 호주에 떠 넘겨 낮은 가격으로 사 가겠다는 추세이니 2중 3중의 파고[波高]가 밀어 닥치고 있는 상태다.
2009년 코펜하겐 총회에서의 호주의 공약
2009년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한국이 제안한 선진국의 지원에 기초한 개도국의 자발적 감축행동 등록부(NAMA registry)와 대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 목표(2020년까지 연간 1,000억불 규모)에 합의하고, REDD+ 메커니즘 개발을 통한 긍정적 유인의 필요성 동의와 Post-2012 기후변화체제에 관한 비구속적 합의 등을 명시한 코펜하겐 합의문을 도출하였으나 87개 국가들만 지지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식적으로 채택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코펜하겐총회는 실패한 총회라는 오명을 안고 있지만 호주는 이 회의에서 2000년을 기준하여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하였다.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고 버티다가 항복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세계자원기구(World Resources Institute)의 오픈기후네트워크(Open Climate Network)는 새로운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해당 보고서는 호주가 탄소 가격 책정 제도와 온실가스 배출 상한 제도를 이용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감축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으로 청정 에너지(clean energy) 분야와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안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호주는 2020년까지 200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감축하겠다는 코펜하겐 공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호주에 변수가 생겼다. 자유·국민 연립당은 2007년 총선에서 당시 집권당이던 [존 하워드 총리의 자유당]이 러드가 이끄는 노동당에 참패하며 정권을 넘겨준 지 6년 만에 정권을 재탈환하게 된 것이다. 야당연합은 집권 시 노동당의 핵심 정책이던 탄소세와 광산세 폐지, 군대를 동원한 해상 난민 봉쇄, 대외원조 예산을 비롯한 정부 지출의 대폭적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실업률 등 경제상황 악화로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노동당에 압승을 거둔 것이다. 이것도 잠시,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가 이끄는 보수 야당연합이 기세 좋게 출발하였으나 그는 임기 2년간 잦은 정책 변경과 예산 문제가 당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며 책임을 추궁 받아왔다.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지난 9월 14일, 자신이 제안해서 열린 집권 자유당 내 신임 투표에서 패배해 총리직에서 극적으로 물러나게 됐다. 이날 애벗 총리는 비공개 투표에서 오랜 라이벌인 말콤 턴불 통신장관에게 44대 54로 패배했다. 연립정부의 국민당 소속 쥴리 비숍 외무장관은 부 대표로 선출됐다. 호주는 여당 대표가 자동적으로 총리직에 오르게 되는 구조인데 현재 보수 연합정부에서는 다수당인 자유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이다. 권력구조가 쉽게 바뀌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권좌에 오르면 제왕처럼 거들먹거리는 것을 보고도 어쩔 수 없는 정치구조와는 너무나 다른 호주의 정치구조다. 은행가 출신에 백만장자인 말콤 턴불은 강경 보수 색채를 띤 애벗과 달리 온건한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 ‘호주가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처하는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리에서 열린 기후협약 당사국회의[2015. 11. 30 – 12. 13]기간 중에 전 세계 환경보호단체들이 참여하는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쥴리 비숍 장관을 이날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 수상자로 선정했다. ‘오늘의 화석상’은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서 온난화 대처에 소극적인 국가를 선정해서 각성을 촉구하는 뜻으로 주는 상이다. 석탄 등 화석연료 수출이 많은 호주는 통상적으로 국제회의 개막 초기부터 여러 차례 이 상의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비숍 장관은 “석탄이 앞으로 몇 년간은 여전히 번영을 촉진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기아를 완화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는 연료로 남을 것”이라는 연설로 기후행동네트워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엄청난 변혁을 시도하며 파리에서의 강력한 기후체제 합의는 효율적인 장기 투자를 위한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새 기후체제 합의를 지지했으나, 석탄 발언 때문에 결국 화살을 피하지 못했으며 그녀의 연설 속에 호주의 고민이 다분히 배 있다고 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
호주는 석탄 말고도 골치거리가 또 있다. 전문가들은 소나 양들이 내뿜는 방귀나 트림이 지구 온난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처럼 되새김질 하는 동물들을 주로 풀을 뜯어 먹는데,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은 섬유질을 잘 소화하지 못하지만, 소나 양, 염소, 낙타와 같은 되새김질 동물은 섬유질을 거뜬히 소화 시킨다, 그 비밀은 되새김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4~5개의 위[胃]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동물들은 풀을 뜯어먹은 뒤 특정 위에 저장했다가 씹고 삼키고 뱉어 또 씹고 삼키고를 되풀이하게 되는데 위 중에 혹 위에는 메탄[NH4]생성 미생물이 살고 있고 이 미생물이 풀의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면서 메탄 가스[NH4]가 발생되는 것이다. 물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이지만 이산화탄소보다 양은 적으나 훨씬 강력한 것이 바로 메탄 가스다. 양으로 따지만 메탄 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00분의 1에 불과하나 온실 가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0배에 달하는 것이다. 메탄 가스 배출량중 소나 양과 같은 되새김 동물 때문에 생기는 양이 전체의 24%에 달한다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소나 양떼 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호주는 낙타 떼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호주 개척초기에 내륙의 교통수단으로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들여온 낙타가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하면서 야생동물로 변하였는데 이들이 제 세상 만났다고 자유를 만끽하며 호주내륙의 초지에서 흡족하게 먹이를 취하고 번식을 거듭해서 현재 100만 마리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이다. 야생 낙타가 방귀로 마리당 연간 45㎏ 정도의 메탄가스(이산화탄소 1t에 해당)를 배출한다고 하니 보통 골치거리가 아닌 것이다. 개척 당시에 20마리로 출발하였는데 이젠 호주정부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낙타 한 마리 사냥하면 70$ 상당의 탄소 배출권[Carbon Credit]을 주고 있다. 탄소배출권(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 인증 감축량 또는 공인인증감축량)이란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 사업을 통해서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인 것을 유엔의 담당기구에서 확인해 준 것을 말한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제12조에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사업체제로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하여 시행한 사업을 통하여 발생한 감축 분을 선진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하여 온실가스 감축의 공인을 받으면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여 시장를 통해 거래할 수 있게 한 제도다. 2014년 현재 탄소배출권 1톤의 가격은 392유로다.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