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기후변화와 대처전략(3)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정권과는 달리 2008년 2월 대통령 출마당시 부터 기후변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하였지만 중국은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국제적 협력에 소극적이었다. 일본만 해도 1997년 12월, 자기 나라 교토 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COP3)를 개최하면서도 미국과 함께 자국의 산업보호를 이유로 서명하지 않았고 중국은 개도국[開途國]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에서 빠지는 바람에 반쪽짜리 규약으로 그치고 말았었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도 신기후체제 마련 시도가 있었으나 당사국간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면서 실패로 끝났다. 기후변화의 정도가 예측으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게 되니 도저히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중 두 나라가 빠지면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는 김빠진 맥주격이 되는 것인데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25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양국이 협력해 기후변화 협상을 주도하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미국의 오바마와 중국의 시진핑이 손을 잡았으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은 개회 전부터 성공이 예상되었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두 나라가 책임있는 당사자임을 인정한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기후변화 협약
지구평균 기온의 변화 추세를 보면 1880년부터 1980년 사이에 0.2℃상승 하였으나 그 후 2010까지 30년 동안에 0.6℃가 상승해서 총 0.8℃가 높아 진 것으로 분석되었지만 과거 30년 사이에 3분의 2가 상승하였다는 것을 주목하여야 한다. 굳이 이와 같은 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지구 온난화는 불 보듯 뻔한 명확한 현상이라,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 Framework Climate Change]은 세계 모든 나라의 동참을 이끌어낸 원조[元祖]에 해당한다. 그로부터 23년이 흐른 2015년 말에 이르러서야 명실상부한 기후변화 체제라고 할 수 있는 “파리협약”을 합의하게 된 것이다. 각국의 특수성이 있고 정치적 경제적 손익계산을 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이기에 판단하기가 쉬울리는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195개의 국가는 산업화 이전[1880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기여방안을 정하고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안도 만들어 졌다.
파리 의 제21차 기후변화협약에서 온실가스를 오래 전부터 배출해온 선진국에게 많은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이 명문화 되었다. 선진국은 2020년부터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사업에 매년 최소 1천억불[118조 1천 500억원]를 지원하여야 한다는 서약을 한 것이다. 중국이 그 동안 선진국에게 책임을 묻고 늘어져온 가시적 성과이기도 하다.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주목받은 인물들이 있다. 오바마나 시진핑 외에 반기문 UN사무총장과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반 총장은 2007년 취임 초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도 자신의 재임중 추진할 과제 중 하나로 기후변화협약을 꼽았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소속된 미국 공화당은 이 문제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미국 언론들은 이를 부각시켜 보도했었다. 그러나 부시는 그해 12월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당사국 회의가 결렬 위기에 몰렸을 때 미국 협상 대표인 도브리안스키에게 “반 총장의 뜻대로 해주라”는 훈령을 내렸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9년 반 총장을 다시 백악관으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면서 “기후변화협약 내용은 잘 모르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반 총장 얼굴이 떠올라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일이 있다. 부시 대통령이 실토 한 바와 같이 기후협약의 중요성과 내용을 모르는 지도자들도 수두룩하다. 신(新)기후체제 협약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원래 2015년 12일(현지 시각) 오후 6시에 타결될 예정이었지만 니카라과 딱 한 나라가 버티는 바람에 지연되고 있었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니카라과 방문 당시 만났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협정 참여를 통한 이익과 거부 때 지게 될 부담을 말하며 설득했고 한니카라과의 협상 대표도 불러 대통령과 통화하도록 종용하는 등의 권고를 통해서 니카라과를 협정에 서명하게 하였다고 한다. 다음으로 세계인이 기억해야 할 인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구환경에 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만 그는 관심으로 그치지 않고 차근차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삶의 방식을 제시하며 실천하고 있는 행동인이다.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라는 환경에 관한 회칙을 2015년 6월 18일 발표하고 “정의의 새 패러다임으로서 온전한 생태계”를 제시하고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어 “생태적 회개”를 할 것을 촉구하는 회칙을 공포한바 있다. 이 “회칙”은 교황이 주요 문제에 관해 교회의 입장을 밝히는 최고 수준 문서다. 또한 이 회칙은 더불어 사는 집인 지구를 돌보는 것에 관한 이른바 ‘환경 회칙’으로, 총 6장 24항으로 이뤄졌으며, 환경문제를 가톨릭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며 회개와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에 관한 회칙은 교회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며 앞으로 환경 문제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가톨릭뉴스-2015. 6. 19 참조].
기후 행진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기후변화가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려면 지도자나 관리의 역할 못지않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매년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때도 내 노라 하는 각국의 정상들이 토론을 벌리지만 초청되지 않은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모여들어 당사국의 책임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후변화 전략추진을 촉구 하고 있다. 당사국 총회 시에는 전 세계의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시민들의 “기후 행진” 행사가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의 21차 총회시에도 어김없이 이 행사가 있었다. 개막 앞둔 11월 28-29일에 이날 175개 나라에서 시민 80만여 명이 거리로 나와 행진했다.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2,300개의 ‘글로벌 기후 행진’의 행사가 열렸고, 기후변화 협약에 합의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에서는 테러 위험으로 행사가 열릴 수 없었고 대신, 구두와 샌들, 운동화 등의 수천 켤레의 신발이 파리 시내의 레퓌블리크 광장에 전시되어 거리를 알록달록 수놓았었다고 한다. 시민들이 보내온 이 신발을 다 합치면 그 무게만도 4톤. 여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낸 신발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신던 운동화도 함께 가지런히 놓였었다고 한다. 주인과 떨어져 가지런히 놓인 이 신발들을 전시한 까닭은 행진할 수 없게 된 파리 시민들의 ‘걷고 싶다’는 마음을 신발에 담아 놓은 것이다. 기후 변화를 막는 길로 나아가겠다는 소망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호주는 전국 30여 군데에서 기후 행진 행사가 열렸고 17만 명이 참여했었다고 하며 한국에서는 11월 29일 서울의 청계광장에서 1000여명의 시민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EU대사 등이 함께 “기후행진”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는 시민단체인 그린피스, 아바즈, 기후행동2015, GEYK, 350.org가 주축이 되어 진행 되었다.
덴마크의 샘즈섬[Samso isleland]
그러나 행사와는 차원이 다른 “기후변화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의 실증[實證]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있다. 유럽의 덴마크는 여러 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 나라다. 그 중에서 덴마크의 샘즈섬의 친환경에너지 개발로 섬 주민들의 삶의 방식을 바꾼 것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모델로 꼽고 있다. 샘즈섬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이 있는 셀란섬과 독일과 연접해 있는 유틀란트 반도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인구가 3806[2013년]인 이 섬에 왕립 도축회사가 있었으나 1997년 파산하며 실직자가 생기고 섬 전체가 경제적 곤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샘즈섬을 살리자고 제시된 것이 에너지 자립화 계획이었다. 당시 덴마크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해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기 시작했던 해이다. 1년에 걸친 여론 수렴을 통해 샘즈섬을 에너지 자립섬화하고 2030년까지 탈화석연료 섬으로 전환할 것을 주민들과 합의했다 샘즈섬 주민들은 밀어 부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민들과의 합의도출과정이 중요한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이다. 샘즈섬은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친환경 골프장으로 자원 재생을 극대화 하면서 에너지 자립섬이 되는 데 성공했다. 여론 수렴 기간 1년 외에도 이행 기간 4년이 더 필요했다. 주민들과의 수 차례에 걸친 소규모 미팅과 주민 의견 경청, 수렴, 이견 조정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탈 화석 연료와 에너지 자립화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지방정부는 주민들이 섬에 건설할 육상풍력발전소 지분을 지역주민들이 매입할 수 있게 해서 자연스럽게 풍력발전이 지닌 소음에 대한 불평불만을 줄여나갔다. 또 재생에너지에서 발생되는 수익금으로 전기차와 바이오가스 선박을 구입해 주민들이 에너지 신기술에 호감을 갖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육상풍력 외 해상에도 풍력발전기와 시청 인근에 태양광발전소를 주민들의 반대 없이 설치할 수 있었다. 현재 샘즈섬은 섬 전체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풍력발전과 지역난방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특히 풍력발전은 수요의 140%를 생산해 잉여전력을 덴마크 본토로 수출한다고 한다.
“귀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마태복음 11:15)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서서히 엄습해 오는 지구온난화의 증상을 자각하게 되었으니 어느 누구도 수수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구가 더워지니 남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히말라야나 알프스에 뒤 덮인 눈이 녹아내리면 홍수가 되는 것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는가? 신약성경의 마지막 장인 요한계시록을 그리스어로 ‘아포칼립스’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지구의 “대재앙”, “파멸”의 의미로 사용되며 “아마게돈”도 성경적으로 선과 악의 영적인 전쟁이라는 의미보다는 아포칼립스와 유사하게 지구의 최후를 가져올 전쟁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인간 외의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인간들이 벌리고 있는 이 엄청난 일을 알리가 없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탓해서 될 일도 아니다. 모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지구의 자연 속에 구성요소로서 자연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삶의 방식을 반성하고 회개하며 행동하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교황께서도 회칙까지 만들어 공포한 것이 아니겠는가? “귀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마태복음 11:15].
박광하(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2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